겨울 이야기 8 산사
  

산사山寺 시. 사진/茂正 鄭政敏 청솔 맑은 숨소리 산사가 고요하다 풍경소리에 잠 깬 새소리 크다. 귀를 깨끗하게 하는 약수 떨어지는 소리 소음에 지친 나를 향기롭게 한다. 어쩌다 지나는 발길 흰 구름 같지만 아무 인연 없이 왔을까 우연도 인연이라 마음에 남으리라.

  

겨울 산사/무정 정정민 눈 내린 산사로 향하면 마음이 평범해 지지 않는다 아픈 추억하나가 있어 그렇다 산사의 겨울은 추웠다. 풍경을 울리는 바람소리는 더욱 외로웠다. 바람에 휩쓸리던 낙엽소리도 산새소리도 모두가 나를 슬프게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28세의 겨울을 산사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던 한 여자를 그리워 했지만 곧 죽을 것처럼 힘들게 병마와 싸우던 나에게 한 번도 와주지 않았다. 아픈 사람에게 위로는 더욱 절실했는데 사람이 더욱 그리웠는데 가장 그리웠던 사람은 도무지 와주지 않았다. 오지 못하는 만큼 많이 힘들었을 터이지만 그것이 못내 서운하기만 했다. 오래된 일이 이 겨울에 문득 생각났다. 혹 그 여인도 가끔은 나를 생각할까 지금은 할머니가 되어 있을 터지만 기억하는 나에게는 아름다운 20대 지금이야 원망하는 마음도 미움도 없지만 그때 일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내가 아파 있었다해도 그것을 보는 상대는 나보다 더 아파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노년을 어디선가 잘 살기를 기원 해본다

茂正鄭政敏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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