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 2
시. 사진/茂正 鄭政敏
여름날의 그 자리
벚나무 아래
하늘이 뚫린 듯
내리는 비를 막을 길 없다.
잎 진 나무로는
뼈만 남은 앙상한 겨울나무로는
내리는 비를 막을 길 없다.
내게는 우산도 없다.
오직 그리운 가슴 뿐
맨가슴에 적셔 드는 아픔은
겨울비.
뼈까지 시린 것은
겨울비로 오는
하늘 끝에서 오는
너무 벅찬
당신의 얼굴.
겨울 비
시. 사진/茂正 鄭政敏
12월의 거리에 비가 내린다.
거리를 방황하는 자동차와
돌아갈 집이 없는 나무가
온몸으로 비를 맞는다.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그 멀리에서
셀 수 없는 물방울이
비수처럼 떨어지는 겨울 비
내 마음에도 내린다.
우산이 없는 마음은
집안에서도 비를 맞는다.
수천 수만의 비수가
내려서 꽂혀
만신창이 되어서 울부짖으며
고스란히 다 맞는다.
겨울에 내리는 비는
단비가 아니다.
방황하는 자동차와 갈 곳 없는 나무와
바라보는 나에게까지
비수가 될 뿐이다.
겨울 비/무정 정정민
겨울의 정점에서 비를 보는 일은 흔하지 않다
포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울이면 눈이 내려야 하는데
비가 내린 것은 대기 온도가 포근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흐린 날이지만 포근하여 공원 산책에 나섰다.
아무래도 호수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호수를 둘러보았다.
어김없이 철새가 날아와 놀고 있었다
깨진 얼음장 밑으로 물고기가 노닐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 놓은 할머니 곁으로
잉어들이 몰려 오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호수를 둘러보고
비에 젖은 느티나무 길과
장미원을 지나고
수석원까지 지나 집으로 왔다
잎진 나무가 비를 맞는 것이
묘한 슬픔처럼 보였지만
이렇게 겨울비를 만나게 되어
색다른 겨울 느낌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