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크 3
  

변하지 않는 사랑(스토크) 시 寫眞/茂正 鄭政敏 나의 사랑 엘리자베스 한번 가슴에 둔 사랑 죽어서도 향기 날리며 영원히 살아있는 사람아 왕후의 명예도 필요 없다. 아름다운 의상도 필요 없다. 커다란 궁궐도 소용없다. 아무리 많은 종이 있어도 오직 하나의 사랑만 생각하고 외줄 하나 타고 내려와 육신이 처절하게 갔지만 언제나 지지 않는 꽃으로 피어나는 아! 내 사랑 스토크 *****************************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왕비의 자리를 헌신짝 처럼 버리고 성에서 뛰어내리다 죽은 엘리자베스를 잊지 못해 모자에 이 스토크 꽃을 꽂고 다닌 시인을 생각하면서.

  

스토크/무정 정정민 아직은 방문을 닫아 둘 때다.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방안에 들어오는 것이 싫어서다. 외로운 날에는 찬 바람이 더 싫다. 꼭 닫아둔 방 그 방은 비밀스런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아내의 방이다. 닫아둔 방이 궁금하다. 허락하지 않아도 들어갈 방이긴 하다. 나에게만 특별하게 허락된 방이다. 이유는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사랑이란 열쇠를 가진자만 갈 수 있는 방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겨울은 방문을 닫아 두기도 하지만 아무나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도록 닫아둔 방이 날마다 드나들었던 방이긴 해도 유난히 궁금하게 되었다. 나에게만 허락된 방이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안에 가득한 향기를 가두어 두기 위한 것임을 그 방에 들어선 순간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맡아본 향기 여러 종류의 향기를 구분할 후각이 나에게 없지만 꽃향기인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향기는 꽃에서만 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방에 들어선 순간 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보라색 작은 꽃대에 꽃잎이 4개인 꽃은 정말 귀여웠다. 무꽃인 줄 알았다. 꽃병에는 싱싱한 그 꽃과 카네이션 분홍 꽃이 같이 있었다. 카네이션은 겹꽃이었지만 보라색 꽃은 홑꽃이었다. 향기는 작은 꽃에서 나고 있었다. 바로 스토크라는 꽃이었다. 너무 여리고 작고 꽃잎이 많지도 않은 것이 여러 가지 색상이 있다는데 그 방에는 보라색이었다. 아내는 이 꽃에서 나는 향긋한 향기를 가두어 두고 나에게 맡게 하고 싶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여인이 자신이 맡고 행복해진 꽃향기를 방안에 가두어 놓고 나를 기다린 것이었다. 이 한 세상이 감동할 일이 있긴 해도 이만한 일에도 감동이 되었다. 눈에는 어느 사이 작은 이슬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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