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12 난
  

蘭 草 시 寫眞/茂正 鄭政敏 초승달 같은 푸른 곡선 하늘로 가는 구름다리 시간이 곡예 하듯 그네를 탄다. 어느 미인의 각선미가 저럴까 도자기 위에서 춤을 추니 각궁처럼 팽팽한 긴장 잎 끝에 매달린다. 겸손하여 고개 숙인 단아한 여인처럼 휘어진 줄기 고고한 기상이 학의 날갯짓이다. 숨겨둔 향기를 알기에 아끼고 사랑하는 정성 아내의 질투가 성가시다.

  

청난靑蘭 시 寫眞/茂正 鄭政敏 푸른 하늘을 향하여 날마다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청아하면 줄기마다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까. 아리따운 자태 나비라도 저럴 수 없다 허공에 메아리치듯 느리게 흔드는 손짓 천지가 따라 흔들린다. 깊고 맑고 오묘한 그 마음 뉘라서 알까 우주라도 담을 너의 기상에 내 숨결도 고요하다.

  

난향蘭香 詩 사진 무정 정정민 내 한 걸음 디딜 때마다 마음 가득 차오르는 기쁨 그것은 향기였다 봄바람 불지 않아도 나를 부르는 것 안방 창가에 홀로 있어 달빛 내리는 밤은 외로움처럼 보였는데 속으로 짜낸 향기 방안에 가득하다.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 품지 못하고 바라만 보았지만 같이 있어 준 것만도 이리 큰 환희가 될 줄이야.

  

난 화분 시 寫眞/茂正 鄭政敏 내 작은 방에 난 화분 하나 있다면 얼마나 아끼고 쓰다듬어 줄까 사랑하는 사람이 보낸 것이면 날마다 자기 전에 인사하고 일어나서도 맨 먼저 인사하겠지 행여 먼지가 묻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닦아 늘 윤기가 나게 할 것이며 수분이 부족한지 흙을 만져보고 곧바로 맑은 물을 주겠지 꽃대라도 올라오면 멀리에서 임이 온 것처럼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며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 마을로 뛰어나가겠지 날마다 마음쓰며 애지중지하다가 사람에게 비난받을까 걱정해 난 화분 하나 두지 않는다.

난 蘭 시.영상/무정 정 정민 구중궁궐 공주인가 대갓집 규수인가 여린 듯 고운 자태 자꾸 눈길 간다. 찬 바람도 싫다. 다습도 싫다. 고온도 싫다. 까다로워 조심스럽지만 그것마저 매력인 너의 향기 너무 곱다. 나를 보며 방긋방긋 나도 따라 벙긋벙긋

난 蘭 / 무정 정정민 작년엔 집안에 난이 많았다 헌데 올해는 난화분 하나 밖에 없다 그래도 아내는 이 난을 끔직해 사랑해 품안에 두는 것처럼 곁에 두고 온갖 정성을 다한다 이것을 보는 내가 어찌 난에 대한 시 하나 정리하지 않겠는가 몇 편의 난에 대한 시를 모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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