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호
시. 사진/茂正 鄭政敏
가버린 세월 저편에
겨울비가 내린다
호수는 말이 없고 물새 울음 외로운 날
자욱한 안갯속으로 떠오르는 얼굴
나에게 미소 짓던
아름다운 사람
늘 곁에 있지만
괜한 걱정에 혼자서 슬프다
눈가에 잔주름이 생기면
손등의 피부가 윤기를 잃어가면
없던 근심도 생기는 것일까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혼자서 바라보는 평택호
평택호 2/무정 정정민
발목이 시큰거린다
벌써 열흘 정도는 되었다
이러다 곧 좋아 질 거라 생각하며 지냈는데
좋아지질 않았다
뿐만 아니라 무릎도 조금 시큰거리고
넓적다리관절도 만지면 약간의 통증이 생긴다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늙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하니 더 불안했다.
질이 떨어지는 삶이 될까 봐
혼자서 걱정하다 온천에라도 가보기로 했다.
자주 가던 화성온천으로 향했다.
두 시간 남짓 온천욕을 하였다
그렇지만 느낄만한 호전은 없었다
다소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그곳에서 비교적 가까운
평택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점심도 먹고 평택호를 둘러보았다
한산한 호수
겨울비 내리는 길을 가다
예술관이 있어 들려 보았다
회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것도 구경하니 더는 있기 심드렁하여
비 오는 겨울 길을 천천히 달려 집으로 왔다
외롭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고
밝고 명랑하게 살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그저 실없이 웃고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렇게 늙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