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에 내리는 눈 2
  

눈이 온다는 말 글 사진/무정 정정민 눈이 온다는 전화를 받고 무척 행복했다. 이런 아름다운 말을 누가 나에게 해줄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은 이런 소식을 전할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란 생각을 한적이 있다. 다른 표현을 해보면 들을 일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볍게 흥분한 소녀같은 음성이 얼마나 정겹게 들렸는지 모른다. 그 음성만 들어도 반갑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심정이었을 터인데 눈 소식을 전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 무척 기분이 좋았다. 혼자서 보기가 아깝다는 말이 더 좋았다. "선생님이 이 현상을 보면 시를 쓰실 터인데...." 하는 말은 나를 감동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창 밖을 봤지만 눈이 내리는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시력이 나빴을까? 김서린 창문이 흐려서 창 밖이 보이지 않았을까? 전화를 끊고 이중창을 열어 보니 작은 알갱이 눈이 무척 많이 내렸고 내리고 있었다. 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그 변한 모양 속에서 차를 운전하고 있을 김선생의 모습을 생각했다. 눈이 내린다는 말이 같이 보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소홀하여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그 시간 틱 낫 한의 "화"란 책에 깊이 빠져 있어 정신이 조금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전화를 끊은 뒤에 다시 책을 보려다 생각하니 아무래도 눈이 오는 것 같아. 이중창을 활짝 열어 보고 눈이 내린다는 것을 획인하고 집 밖으로까지 나가 다시 확인을 하니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똑바로 직하되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히 하염없이 내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창문을 활짝 열어 그 눈을 한참 바라봤다. 전화를 거신 그 마음, 그리고 운전하고 있을 그 상황을 생각하고 어서 시를 써야 겠다고 생각했다. 해서 탄생한 시가 "춘설"이었다. 사실 마음이 조급하여 얼른써서 보냈고 얼른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 메일함을 몇 번이나 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퇴근시간이 되었어도 열어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분명 메일이 왔다는 것을 전화를 통하여 이미 알고 있다면 궁금하여 어서 열어 보았을 터인데 열어 보지 않았다는 것은 수업을 하느라 너무 피곤하여 집으로 들어오자 마자 곧 쓸어져 잠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곤한 잠을 자는 사람을 깨우는 일이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서 잘 참고 퇴근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오전 사무실에 나와 메일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그곳에도 메일에 대한 답이 없었다. 다행이라면 내 메일을 수신한 흔적이 있었다. 급하게 수업을 나가느라 그랬으려니 생각하고 늘 하시던 방법으로 오후에 문자가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잠시후에 메일이 도착되었다. 그 순간 그 메일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바로 메일을 읽은 후에 전화를 했다. 춘설이란 시가 탄생된 배경이다. 시를 쓰게 하신 점을 감사했다. 전화 해주신 점을 감사했다. 감격된 순간이었다. 누가 나에게 그런 아름다운 말을 해줄까. "눈이 와요!" 하는 말을. 간단하고 쉬운 말이고 흔한 말이지만 그 감정과 정겨움이 가득한 "눈이 와요!" 이 말은 아무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김선생이 아니면 당시의 김선생이 가진 그런 마음이 아니면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는 말이다. 내가 왜 행복한 것인지 내가 얼마나 기분좋은지 간단한 시 한 편으로 다 담지 못해 안타까웠다. 때론 눈소식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도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春 雪 2 詩 영상/茂正 鄭政敏 노란 수선화水仙花 꽃향기 아지랑이 타고올라 하늘까지 이르면 질투하는 눈꽃雪花 춘삼월春三月도 잊고 노란 꽃 위에 내려앉아 봄꽃春花인가 눈꽃雪花인가 분간하기 어려워라

  

春 雪 1 시 영상 무정 정정민 참지 못할 그리움이런가 싸락눈도 아니고 사뿐히 내려서는 함박눈도 아닌 것이 얼마나 급한 마음이기에 사선을 그으면서 내리는가 光明의 아파트 사각창문으로 보이는 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구로동 어느 골목에서 하늘을 보는 사람 눈에도 보인다. 같은 하늘에 내리는 눈이 보인다. 눈이 온다는 말 그 말이 하고 싶어 내가 보는 눈이 보이느냐고 같이 볼 수 없느냐고 틀림없이 春雪이라고 하는 電話音 얼마나 급한 그리움이면 참아내지 못하고 내려서 쌓이는가 가슴에 가득 내려내려 쌓이는가 흰장미 香氣처럼

  

春 雪 2/무정 정정민 간밤에 눈이 내렸다. 적설량이 얼마인지 몰라도 나뭇가지에 소복하게 쌓였다. 천왕산도 하얗다 놀이터도 하얗다 카메라를 들고 베란다에 나가 몇 장의 춘설을 찍어 보았다 다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계단으로 나가 놀이터와 천왕을 찍어 보았다. 몇 해 전의 삼월에 내린 눈을 보며 창작했던 시와 글을 모아 보았다 올해의 마지막 눈일까 아무리 눈이 내린다 해도 계절의 순환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봄은 분명 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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