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 송도 미추홀 공원에서
라일락 향기 날리는 길/茂正 정정민
5월의 내 길 라일락 피었다
여린 가지 새순 돋고
보랏빛 봉오리 올라오더니
햇살도 눈 부신 어느 날
온통 향기 가득했다.
집에서 교회 가는 길
새가 노래하고
멀리 하얀 십자가 탑이
하늘 높게 보이는 곳
찬송가 소리가 은은했다.
천국 잔치를 마치고
평화와 온전한 쉼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전히 라일락 향기
온 전신을 휘감아 돌았다.
나의 오월
이 세상에 처음으로 왔던 달
바로 라일락 계절이다.
라일락 /茂正 정정민
라일락 3월은
마른 가지뿐이었다.
그 어디에도
숨겨둔 그리움 없어
새라도 찾아들까
안쓰러움 뿐이었는데
4월 어느 날부터
초록 잎 펼치고
자신의 가지를 감추더니
보라색 꽃을 피워 내었다.
얼마나 속으로 그리우면
타버린 가슴 향기로 내 놓을까?
창틈으로 들어와서도
온 방안이 향기다.
내 노래도 저 꽃향기 같아
잠 못 이루며 산이 된 사연
임에게 날아갔으면 좋겠다.
라일락 향기/茂正 정정민
햇살 눈 부신 4월의 뜰
아름다운 자태 고운 빛깔
향기로운 꽃
여기저기 피었습니다.
내 마음은
가장 향기로운 꽃을 찾는 나비
이제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숨을 더 이상 들이쉴 수 없는
육신의 한계에 이르러도
멈추고 쉽지 않은 당신의 체취
차라리 이대로 잠들고 싶습니다.
깨어나지 않겠습니다.
라일락 낙화/茂正 정정민
비 오는 아침
창밖의 라일락 진다
모진 한설 견디며 기다린 봄이
어제만 같은데
화려한 꽃 잔치
열흘도 안 되어 그 향기 사라진다
이 세상 만남과 이별
흔하고 흔한 일이련만
기다림이 길었다 해도
그 행복 너무 짧다
이별이 너무 빠르다.
내가 걸어 교회로 가던 길
그리고 돌아오던 길에 가득했던 향기
창문을 열면 날아들던
햇살 눈 부신 날 수줍은 듯 피었던
라일락이 진다
빗물처럼 사라져간다
내 사랑이 가듯
라일락 향기 흩어지는 길/무정 정정민
송도 미추홀공원에서 라일락을 만났다.
그것도 화장실에서.
보라색과 흰색이 같이 어우러져 핀 꽃을
어찌 그냥 지나치고 말겠는가
향기도 맡고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햇살이 눈 부신 날이었다.
그곳을 지나가던 아저씨가
그런 나를 바라보다 라일락에 대해 이야길 했다.
"라일락은 정향나무라 하는데
얼핏 보기는 두 가지 색으로 피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이 심어 놓아 그런 것입니다.
라일락은 원래 흰색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보라색도 생겼습니다. "
무슨 말인지 더 했지만 다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말해준 것이
무척 정겹게 느껴졌다.
고마운 마음으로 조금 이동하자
다례원 앞에도 라일락이 있었다.
그것마저 카메라에 담았다.
향기가 가득한 봄날
싱그러운 꽃을 보고
산책을 하자니 그저 꿈꾸는 것만 같았다
어느 봄날 이렇게 사소한 것으로 행복한 사연을
언젠가는 다시 기억하여 비슷한 행복을 누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