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집에서

만냥금 詩 사진/茂正 鄭政敏 요염하게 붉은 열매 가지마다 주렁주렁 날마다 뛰는 가슴 저놈 때문이었구나! 햇살 눈 부신 창가에서 아무리 푸른 잎 뒤에 숨어도 그 요염한 색을 다 감추지 못해 숨을 죽여도 너무 붉다. 꽃이 필 때까지 1년 내내 붉은 너는 그리움을 감춘 내 마음 너는 지기라도 하련만 내 마음은 언제 지노. Forgotten Dreams - Hennie Bekker

천량금千兩金 /글 정정민 두어 해 전의 일이다. 소설 속에서 천량금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나무를 무척 아끼 고 사랑하던 아가씨가 심하게 아프게 되었다. 정신적 압박에 의한 스트레스인 것 같았다. 그 래서 자신의 문을 굳게 잠가버리고 외출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을 정 도로 그 무엇엔가 심하게 시달리고 있었다. 헌데 이 아가씨가 가꾸고 사랑 하던 나무가 3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다가, 사철 푸르던 관엽식물인 이 나무가 잎이 갈색으로 변하여 곧 죽게 되었다고 한다. 걱정을 하던 어머니는 이 나무를 사왔던 상록원에 전화를 하여 내용을 이야기했더니, 나무를 지극히 사랑하던 관리인이 나와 소상한 상태와 이 집에 생긴 변화를 듣고는, 이 나무가 동비증同悲症을 앓는다고 진단을 하고 갔다. 동비증同悲症이란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면 같이 아파하는 증상을 말하는데 나무도 사 람처럼 사랑을 느끼고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에 가위를 들이대면서 위협을 하 면 나무는 시들게 되지만, 늘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되면 더욱 싱싱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물도 더 나아가서는 쇠까지도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내용을 이 소설에서는 이야 기했다. 아주 낯선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 를 책에서 읽고 천량금千兩金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했다. 가까운 마트에 갈 일이 생겨서 화원 앞을 지나가는데, 화분에 심어놓은 치자잎 같은 약 50cm 쯤 되는 나무에 붉은 열매가 열려있었다. 크기는 보리 앵두 정도의 크기인데 푸른 잎 속에 숨겨놓은 홍옥을 보는 것처럼 제법 보기 좋았다. 가까이 가서 봤더니 천량 금이란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이것이 그 소설 속에 나왔던 그 천량금이란 사실을 알고는 매우 기분이 좋았 다. 그런데 이 나무를 선유도 공원에서도 본 기억이 났다. 나무를 나도 가꾸어 보고 싶은 마 음이 있었으나 지엄하신 아내의 승낙이 떨어지지 않아서 결국은 그냥 왔는데, 며칠 전 우연 한 기회에 친구와 대화중 이 천량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냥 이런 나무도 있다 는 이야기를 하고 또 며칠이 지났는데, 내가 있는 사무실 창문으로 앞 가게의 구석에 붉은 열매가 보였다. 아무래도 저 나무가 천량금 같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바로 코앞이면서도 들리 지 못했다. 어제는 일부러 그 집에 들려서 저 나무 이름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뜻밖에 모르고 있었다. 벌써 10년째 가꾸고 있는데 사람들이 너나없이 한마디 무엇이라 하는데, 자신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이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분은 10년 만에 제대로 된 나무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된 것이다. 이 나무는 2m가 체 되지 않게 자라는 나무로써, 습기 진 곳에서 서식을 하는데 지금 같은 초여름에 하얀 꽃에 검은 점이 박힌 흰 꽃을 피운다. 꽃 이 진 자리에 푸른 열매가 맺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붉어지는데 가을이 되면 아주 붉은 색으로 변한다. 이 열매는 꽃보다 훨씬 크고 꽃보다 훨씬 아름답다. 식용이 아니라 먹지 않 지만 열매가 쉬 떨어지지 않고 다음 열매가 맺힐 때 까지 일 년을 가는 열매다. 심지어는 이 이 열매가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싹이 나기도 한다니 특색있는 나무임이 분명하다. 이 나 무가 꽃이 피지 않았을 때는 백량금百兩金 흰 꽃이 피었을 때는 천량금千兩金 붉은 열매가 맺히면 만량금萬兩金이라 하는데 붉은 열매가 맺히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전해져 온다고 한다. 그분은 내 이야기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나도 이 열매를 여러 번 보았을 터인데 관심 있게 보지 않았었다. 저것이 설마 천량금일 것이란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서로 마주보고 산지 가 수년인데 이런 것을 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사물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으면 내가 무척 보고 싶었던 궁금한 나무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보지 못하고, 멀리서 본 뒤에야 발견하는 재 미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우리는 행복도 멀리서 찾으려는 경향이 보인다. 너무 익숙하고 가 까운 것들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단정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마치 예수가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건 같기도 하다. 가까이 있는 보석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지혜를 얻어 본다.

청국장 집에서 / 무정 정정민 일산 호수공원에 가게 되면 일부러 가는 음식점이 있다. 청국장집이다 비교적 짜지 않고 맛도 고소하여 가는데 호수공원 뒷길에 있다 얼마 전에도 갔더니 청국장집이 소고깃집으로 바뀌어 근처 다른 집으로 들어가 식사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덜하여 실망하고 나오는데 그 청국장집이 바로 옆으로 이전한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호수공원에 갈 일이 생겨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청국장집은 이전보다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아담하게 잘 꾸며 이전 분위기는 유지되었다. 자리를 잡고 앉자 눈에 들어온 것이 붉은 열매를 달고 앉아있는 천냥금 가까이 가서 보니 위에는 흰 꽃이 피어있고 아래는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 몇 년 전에 쓴 글 생각도 나고 하여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시인 정정민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광 백수로 3 그리운 바다  (0) 2014.06.19
골담초  (0) 2014.06.19
수원 화성 3  (0) 2014.06.17
물향기 수목원 4 분재원  (0) 2014.06.16
물향기 수목원 3 수련  (0) 2014.06.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