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재

바닷가재를 삶아놓고 詩 사진/茂正 鄭政敏 태평양 어디선가 살았다는 어린이 팔뚝만 한 가재 저렴하게 판다고 나팔 분다 절반에 주겠다니 군침 돌아 아내를 졸라 한 마리 샀다 집으로 돌아와 냄비에 물을 넣고 팔팔 이제 넣어볼 생각 커다란 집게는 고무밴드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 걱정은 안 되어도 혹시 모를 가재의 용트림이 걱정 멀리 떨어져 넣고 기다렸다 갈색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손을 대어보나! 너무 뜨겁다 잠시만 기다려도 곧 식을 것이나 그새를 참지 못해 장갑을 끼고 작은 다리 하나 꺾어 입안으로 가져가 씹어본다 태평양 그 바닷물일까 짭조롬만 맛이 입안에 차더니 이내 가잿살맛이 따라온다 부드럽고 고소하고 달콤하기까지 아내에게 권하며 몸통을 다 먹었다 남은 것은 집게발 아들과 딸을 위해 남겨두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붉은 가재 엉덩이 잔상 커다란 집게발 그리고 그 살 맛 잔인한 인간이었다.

바닷가재/무정 정정민 바닷가재는 먹고 싶은 것 중에 하나다 하지만 값을 생각하면 겁부터 난다 그래서 몇 번 먹어본 기억이 없다 어느 해던가 큰아이가 한턱내겠다며 러시아산 게를 사주었다 내 손바닥 크기였는데 팔만 원으로 기억한다 생각한 것보다 맛은 없었다 그래도 자꾸 먹어보고 싶어하는 자신을 보았다 얼마 전 아내와 마트에 갔는데 바닷가재를 저렴하게 판다는 방송을 하여 구미가 당겼다 아내를 재촉하여 가봤더니 생각보다 무척 저렴했다 한 마리 사와 집에서 끓였다 맛이 좋았다 붉게 익는 색감도 어찌나 멋지던지 결국은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내 주머니 사정으로 먹을만한 값 이렇게 단둘이 앉아 먹는 즐거움도 작지 않은 삶의 이벤트 같았다 사소한 일처럼 생각되는 이런 일들이 모여 나의 일상을 이루는 것이니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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