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능소화 필 무렵엔 비가 내렸다 시 寫眞/茂正 鄭政敏 능소화 필 무렵엔 비가 내렸다 담벼락을 올라가는 덩굴 사이 자주색 꽃이 달려 바람에 파르르 떨면 이내 눈물 같은 비가 내렸다 초로의 작가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비를 보면서도 창문을 곧 닫지 않았다 습기 진 바람이 좋았다 빗소리가 좋았다 꽃처럼 웃던 사내 젊은 사내가 찾아왔던 때가 능소화가 만발하고 비가 내리던 날 자두가 하나둘 낙과 하던 때였다 강화도 해변의 파도소리 관곡지 연꽃 찻집 해주에서 나누었던 자연과 문학에 대한 이야길 하루가 다 가도록 대화했던 그 황홀한 일이 생각나 능소화가 피면 비가 내렸다. 지금도 마음속에는 비가 내린다 창문은 여전히 열려있다.

  

능소화가 피던 집/무정 정정민 오래된 단독주택 마당에는 자두나무가 있었다 작은 텃밭에는 오이며 호박이 자라고 귀퉁이에는 감나무가 있었다 그 감나무 아래는 커다란 백구가 있었는데 이웃집과 경계를 이루는 담벼락에는 능소화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곳에 꽃이 필 무렵이면 옆집 아저씨는 자꾸 신경을 써서 그 덩굴을 조금씩 제거하기도 했는데 한 번은 실수로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말았단다 입원까지 했던 일이 있는 능소화 사연 습기 진 정원을 지나면 오래된 살림살이가 다소 어수선한 집안에는 오랫동안 글을 써온 작가의 향기가 가득했다 나도 가끔은 이곳에서 작가님의 문학에 대한 수 많은 이야길 듣기도 했다 지금도 건강하게 작품활동 하시는지 궁금하다 여전히 능소화는 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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