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로에서
  

변영로 선생님께 받치는 시 시.사진/무정 정정민 서울 종로의 어디선가 출생하셨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가회동 거리는 아니었을까요? 아명이 영복이라 들었습니다. 겨우 5세의 어린 나이로 술 항아리 정복을 꿈꾸던 개구쟁이도 그런 개구쟁이가 있을까요? 그런 영복이를 매로 다르시지 않고 오히려 술 바가지로 달래시던 남다른 어머니를 두신 선생님은 위로 두 형을 두었지만 아버님이 주신 술잔의 특혜는 혼자만 누리셨다지요. 언어의 특출한 재능이 있어 고등학교 1학년이나 됨직한 16세에 영시를 쓰셨다니 놀라움 큽니다. 하기야 1915년 조선중앙기독청년회학교 영어반 3년 과정을 6개월 만에 마치고 부설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1918년에는 자신이 졸업하지 못한 모교의 영어교사로 삼일 운동 독립선언문을 영어로 번역 해외로 보내셨다니 더 말해 무엇하리요. 이후 여러 문학지와 동인 활동을 통하여 주옥과 같은 수많은 시를 우리에게 남겨 주시어 이 나라 문학사에 찬란한 빛을 발하고 계십니다. 교과서에서 알게 된 논개 고강동 기념상에서 본 봄비 읽고 또 읽어도 그 민족혼과 부드럽고 재기 넘치는 시심을 넘볼 수 없어 한없는 존경심만 생깁니다. 만인으로부터 시성이란 칭찬을 들었던 선생님은 말년에 "명정 40년"이란 수필로 한국 주당계를 평정하셨다지요. 시면 시 수필이면 수필로 민족시와 암울한 시대를 풍자와 해학의 수필로 한국 문학계의 찬란한 별로 자리하신 선생님 조상 500년의 터전인 부천 고강동 수주로에 육신은 고이 영면하시지만 우리의 민족의 가슴속에 우리 문학인의 가슴속에 여전히 푸른 강낭콩으로 불붙는 정열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부천에서 매년 실시하는 수주 변영로 문학제로 한국 문인협회 강서지부 특집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사랑은 겁없는 가슴으로서 부드러운 님의 가슴에 건너 매여진 일렁일렁 흔들리는 실이니 사람아 목숨 가리지 않거든 그 흔들거리는 실 끊어지기 전 저편 언덕 건너가지 "사랑은"이란 선생님의 시를 끝으로 저의 마음을 바칩니다.

  

논개/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렬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릿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 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魂)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수주로에서/무정 정정민 가끔은 지나던 길 수주로 이 길을 지날 때면 시인 변영로가 생각난다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에도 시인의 흔적은 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길이다 강서문인협회 주관으로 변영로 시인 흔적을 탐방한 적이 있다 원로 문인과 한국문협의 시인이 가이한 자리에서 나도 헌시를 낭독한 적이 있었다 위의 시가 그때의 시다 변영로 시인이 사셨던 마을 생가 그리고 묘역까지 다녀온 후에 동상이 있는 수주로 끝 부분까지 선생의 흔적을 찾았던 몇 해 전의 일이 생각나 다시 추억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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