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4. 8. 16. 08:06
2014. 8. 16. 08:06
수세미/평화공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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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 꽃
詩 寫眞 茂正 鄭政敏
노란 꽃 피었다.
잎도 크고 꽃도 커서
얼마나 큰 오이가 열릴까
날마다 들여다 보니
꽃 지고 열매 열려
즐거움이 열매와 같이 커가는데
커갈수록 같이 자라는 의문
오이 모양 같으나 아니다.
아내를 불러
이런 오이를 봤느냐고 물었더니
단박 하는 말 "수세미"
모두가 첫눈에 알아보는 일을
스스로 알지 못하고
몇 날이나 오이로 알았다.
잎도 크고 꽃도 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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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처마 밑에 수세미를 심었다.
잎이 돋고 덩굴이 생기자
이 수세미가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새끼 줄로 사다리처럼 만들어 주었다
덩굴손을 내밀어 칭칭 감고 지붕으로 오르다
노란 꽃을 피우기에 반가워 날마다 보는데
잎도 꽃도 오이를 닮아 잎도 크고 꽃도 커
얼마나 큰 오이가 열릴까 생각했는데
꺼칠꺼칠한 것이 오이와 달랐다.
어린 시절이라 수세미란 말을 듣고도
오이려니 생각했던 일이 생각나
다시금 미소 지어 본다.
이 수세미 줄기를 잘라 병에 꽂으면
병에 물이 고이는데 그 물을 화장수로
쓴다는 말을 누님에게서 들었다.
수세미 열매는 노랗게 익으면
그것을 따서 돌에 마구 두들긴다
그러면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망사 같은
것들이 남는데
이것을 말려 수세미로 쓴다.
박 과에 속하는 이 수세미를 꽃과
열매를 보게 되니 아무래도
고향 집 생각이 났다.
나이가 드는 것은 이렇게 그리움이
쌓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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