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내리던 날
  

소나기 詩 寫眞/茂正 鄭政敏 창가에 비가 내리면 마음이 먼저 그 집으로 간다. 옥수수 잎 비에 젖고 작은 사립도 비에 젖고 사립문 옆 작은 우물도 젖는 산 모퉁이 오두막 집 고구마순 싱그러운 한 오리길 가면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작은 샛길에 있는 집 내 또래 작은 여자 아이가 쌀을 씻고 청소하던 집 노란 병아리가 있는 가끔 강아지가 짖던 그 집은 언제나 그 아이가 있었다. 엄마 따라 밭에 나가면 밭 귀퉁이에 붙어 있는 그 집을 자꾸 기웃거렸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그 집도 비에 젖을까? 여전히 옥수수 잎 옹달샘 같은 우물도 사립문도 젖을까? 반세기가 지났는데 비가 내리면 소나기 마구 내리면 그 집이 생각난다.

  

비오는 날 창가에 서면/무정 정정민 비가 내리는 날 창가에 서면 자꾸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많은 추억이 있지만 특별하게 소나기에 대한 추억이 되살아난다 아주 어릴 적엔 비가 내리면 좋았다 옷이 젖어도 좋아 일부러 비를 맞기도 했다 빗방울이 뺨을 때리는 느낌이 좋아 그랬던 것 같다 옷을 다 벗고 빗속을 뛰어다녔던 일도 어설프게 생각나 혼자 웃어보기도 한다 한 18세쯤 되었을까 무안 승달산에서 야영하며 양봉관리를 할 때였다 밤꿀 채취를 하러 갔었기 때문에 6월이 아니었을까 싶다 작은 텐트가 찢어질 것처럼 비가 내려 답답하기도 하고 습기가 많아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 웃통을 벗고 비를 맞아 본 일도 있다. 소설 속에서 본 일화로는 어느 부부는 소나기가 내리면 알몸으로 비를 맞아 본다고 하여 특별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의 창가는 수많은 추억이 일어나는 곳이다. 고향 집 고구마밭 귀퉁이에 있던 외딴 집 그 집엔 나와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가 살았다 그 집이 궁금했던 일이 생각난다 한 번은 어머니와 같이 비를 피하러 그 집으로 갔었다 처음으로 마루에 앉아 보니 마당에 개집이 있었다. 산으로 통하는 길목에 옥수수가 통통하게 살이쪄 익어가고 있었다 그 아이는 다소 수줍은 듯 우리와 좀 떨어져 앉아 있었지만 가슴은 조금 뛰기도 했다 사춘기 마음이었나 보다 수십 년 전의 일이 어제 일처럼 살아나게 하는 것 그것은 비가 내리는 날의 창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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