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김밥/무정 정정민
혀끝에 느껴지는 감촉이 심상치 않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와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씹어 보니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
날치알을 씹을 때 느끼는 탱글탱글한 느낌과 유사하다.
그리고 입안 가득 넘치는 향기에
저절로 기쁨이 솟아나고 가벼운 통증이 가슴에서 느껴졌다.
행복할 때 생기는 나만의 현상이다.
수십 년 전에 소풍을 갈 적에 어머님이 싸주신 김밥을 필두로
누나가 싸준 김밥. 형수님이 만들어 주셨던 김밥
여자친구들이 소풍갈 때 싸온 김밥 그리고 아내가 만든 김밥
사먹은 김밥 등 허기를 채우기 위해 많은 종류를 먹었다.
재료도 각양이라 맛이 참으로 다양했다.
김치 김밥. 참치 김밥. 깻잎 김밥 등.
주재료가 같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특색있게 만들어서
부재료가 조금만 달라도 맛이 다른 것이 김밥이다.
모든 주 부재료가 같다 해도 배합의 비율에 따라서도
맛은 다르게 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만든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맛을 가진 김밥을 수도 없이 먹었고
식사대용으로 먹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먹었던 김밥이 아주 독특하여 기억이 된다.
맛이 참 좋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특색이라 한다면
김밥을 잘 살피면서 먹었던 것이 아니라
입으로 공수된 김밥을 그저 먹기만 했다.
운전중에 먹었기 때문이다. 눈은 김밥을 향하지 못하고
전진하는 차의 전방을 주시하면서 입으로 삽입된
김밥을 바로 맛만 음미하는 형태가 된 것이다.
지금 시각이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간식을 먹고 싶은 시간인데 그 행복김밥이 아른거린다.
고소하고 부드럽고 목이 메지 않는 김밥
이 김밥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맛도 좋았지만
차 안에서 먹었던 것과 김밥과 눈을 마주하지 않았던 점
그것은 운전중에 먹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날씨가 눈부신 날이라 더욱 생각난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그리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그 김밥을 만든 사람이다.
문학기행을 떠나기 전날 밤
김밥을 싸가도 되냐고 물어온 전화가 있었다.
좋아하지 않지만 좋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이미 재료 준비가 끝났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 재료에는 정성과 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평소의 정갈하고 깔끔한 성품도 같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미소와 그녀만의 노하우도 들어 있었다.
곁들여 싸온 녹차도 일조를 했다.
그리고 아침을 거른 내 마음의 준비도
그 김밥을 향긋하고 행복하게 느끼게 했다.
준비된 사람에게, 행복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김밥도 행복 김밥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