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5. 10. 26. 20:55
2015. 10. 26. 20:55
목수국
플라우어 데몬스트레이션/무정 정정민
외국작가의 플라우어 데몬스트레션을 보게 되었다.
관심분야가 아니라 지금껏 볼 기회가 없었다.
우연처럼 은행잎 곱게 물들기 시작하는 과천에서
이 광경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경탄스러웠다.
가을은 이처럼 행운 같은 일을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플레르 10주년 기념행사장에
아는 사람과 같이 갈 기회를 얻었다.
대성황을 이룬 자리에는 여러 가지 행사가 진행되었지만
그중에 내 눈길을 가장 끈 것은 일본에서 온 Taichi Matsuo
작가의 플라우어 데몬스트레이션이었다.
이 작가는 건축가였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꽃에 미치기 시작하여
지금은 억대의 연봉을 받는 플러우어 구조물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기자기한 구조물이 아니라 선이 크고 구조가
커다란 대작을 주로 선보이는 것 같았다.
더구나 자신의 전공을 살려
건축구조에 어울리는 설치작품을 많이 만드는 것 같았다.
그날 선보인 작품은 사각 구조물 안에 어떤 의미를 담는 꽃을
아름답게 꾸미기 시작했는데 완성품에서 놀라운 광경을 발견했다.
잎이 꽃이 되고 꽃이 잎이 되는 광경이었다.
맨 처음 인사하는 모습부터가 평범하지 않았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단정하게 인사를 하더니 곧이어서
자신의 겉옷을 벗고 예술가들이 쓰는 빵모자를 썼다.
그리고서는 신중하게 꽃을 꽂는 것이 아니라 쓱쓱 꽂는데
마치 무용수가 춤을 추며 어떤 동작을 하듯이 유연하기
그지없게 꽃을 꽂아서 보는 즐거움도 컸다.
보여주는 예술을 아주 잘하는 작가였다. 선이 크고 굵은 작품을
하는 설치작가인 것이 곧 증명된 셈이었다.
먼저, 자신은 공간이란 사각의 틀 안에 그림을 그리듯
꽃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설명하여 과연 그렇겠다 생각을 했는데
그의 유연하고 능숙한 동작과 솜씨는 예술가다운 면모를 충분하게
보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완성된 작품에서도 아주 독특한
자신만의 건축구조물에 어울리는 모양을 연출했다.
그중 맨 먼저 만든 작품을 살펴보면
일본 작가이면서도 한국에 흔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입체적인 사각의 프레임을 먼저, 만들고
그것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 사각의 프레임 안에는
이미 오아시스가 들어 있어서 자신이 준비해온
마치 스프링을 연상케 하는 개운죽을 몇 개인지
능란하게 꽂고는 그 스프링처럼 생긴 공간에다가
분홍색 카라를 무슨 뜨게질을 하듯이 우아한 동작으로
채워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같은 계열의 안시리움을
보강하여 어떤 골격을 완성하고는 이어서 사각입체 프레임
바닥에 절반은 빨간 맨드라미를 깔았다.
이어서 반대쪽은 초록색의 수국으로 맨드라미 반대쪽을
채우고 나니 개운죽의 초록색과 분홍계열의 카라와 안시리움
그리고 초록의 수국과 맨드라미가 강한 개성을 나타내어
사각 공간에서 서로 얽히고 설켜서 환상의 꽃밭을
연출하는 것을 보았다.
완성품에 대한 경이로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욱
즐거웠던 것은 그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의 몸동작이었다.
이것은 작품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니
단순하게 완성해 가는 것보다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관객으로 하여금 느끼게 하는 것도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다른 예술세계에서
많은 것을 보게 되어 즐거운 날이었다.
사람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고 발견하고 연구하여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플라우어 데몬스트레이션도 앞으로 많은 변화와
새로운 작품을 통하여 설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도 보여주게 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선과 여백을 강조하는 한국 꽃꽂이에 대비되는
커다란 설치구조물에 대한 꽃꽂이도 큰 스케일과
굵은 선이 무척 대비되는 또 다른 모습이란 강한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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