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16 왕이 된 남자
 

왕이 된 남자 시. 사진/茂正 鄭政敏 왕王이 되어 보자 궁궐도 없고 시종侍從도 없지만 혼자서라도 왕이 되어 보자 곤룡포袞龍袍를 입고 익선관翼善冠을 쓰면 이미 왕이 된 것이 아닌가 보료 위에 앉아 보면 틀림없는 왕이로다 잠시 왕이 되어 보니 평민으로 사는 것이 좋다 익선관翼善冠은 무겁고 옥대玉帶는 왜 그리 딱딱한지 곤룡포袞龍袍 또한 커서 거동도 불편하니 사서 고생하며 경직되게 살 필요 있나 허황한 꿈이 나를 속박하니 내 몸에 맞는 헌 옷이 좋고 자유롭게 활동할 공간이 좋아 잠시라도 왕 된 것이 후회로다 흑화黑靴대신 등산화 신고 시종 대신 지팡이를 의지해도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내 맘 가는 대로 하니 나는 자유의 왕이로다.

월미도 16/무정 정정민 양진당에서 고전의상 체험전이 있어 잠시 그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왕의 옷을 입어 보았다. 긴 소매 넓은 폭이 불편했다 혁대도 딱딱하여 행동이 불편했다 머리에 쓰는 관도 무거워 머리를 움직이는 일이 불편했다. 이런 왕을 왜 했을까 싶다 권력은 사람을 병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아부의 대단한 마력 때문일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놀라운 경험은 사람을 얼마나 병들게 할까 사람을 받들고 위하는 일 그것이 진정 사랑이니까 작은 일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이 속 좁은 내 취향에 맞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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