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旺亭천왕정
  

비에 젖는 천왕정 詩 寫眞/茂正 鄭政敏 창밖 빗소리 들리면 나도 몰래 우산을 든다 천왕정에 가고 싶어 높다란 나무에 앉아있는 새 둥지 같은 집에서 엘리베이터 날개를 펴면 어느 사이 아스팔트에 안착 노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린다 눈물 글썽이는 아이 눈 같은 풀잎 위 물방울 수정처럼 아름다워 걸음이 더디지만 어느 사이 훔뻑젖은 천왕정이 보인다 푸른 천왕산을 뒤로하고 맑은 천왕 연지를 앞에 둔 모습 듬직한 장군 같은데 오늘따라 외로워 정자에 올라 보니 솔부엉이 나를 반겨 자꾸 울음 운다 하염없는 빗소리도 따라 운다 회한의 육십 년 무심한 세월에 손마디 절이고 무릎도 아파 흐린 눈으로 뒤돌아 보는 삶 퇴색하는 단청 야위어가는 난간 홀로 있는 천왕정 같아라

  

天旺亭천왕정/무정 정정민 요즘 신기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저녁밥을 먹은 뒤에 천왕정에 오르는. 걸어서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지만 가는 길목 어디를 봐도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집 문을 나서면 문을 닫는 순간 문이 닫혔다는 여성의 음성이 들린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신속하게 문이 열리고 나를 안전하게 태워 1층까지 내려다 준다 마치 새 둥지에서 내려서는 새처럼 나는 엘리베이터라는 날개를 단것 같다 천왕정으로 가는 길은 몇 코스가 있지만 될 수 있으면 가장 평평한 길로 간다 내가 아는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 이름을 생각하여 보는 것도 즐거움 요즘은 밤꽃향기가 진동한다 얼마 전에는 라일락 그리고 아카시아 벌써 밤꽃향기가 좋다 천왕정에 오르면 솔부엉이 소리가 끝없이 들린다 물소리 개구리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도 들린다. 달 뜨는 밤이면 십자가 탑도 아름다워 보이는데 나이 들어가는 외로움도 느낀다 이 천왕정이 친구 같기도 하고 피난처 같기도 하고 가고 싶은 카페 같기도 하여 묘한 감정이 생기는 곳이 되었다. 날마다 올라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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