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3. 8. 26. 20:32
2013. 8. 26. 20:32
석모도 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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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무정 정정민
천방지축
날뛰던 세 살의 아이
장애물도 낭떠러지도 없어
지붕 위에 날아 내리고
마루에서도 엎어지고
문턱도 평지 같았다.
무릎이 부서져
신열이 들끓어도
지팡이 하나 딛고
천하를 주유하다.
스무 여덟에 가슴이 아렸다.
이 병원 저 병원 기웃거리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꽃보다 아름다운
천사를 만났건만
하나의 옹이가
더 필요했던 게지
세상을
한 눈으로만 봐야 했으니
귀여운 둘째 딸이
태어난 다음해였다.
세 개의 옹이는 지워지지 않고
지천명의 나이엔
더 단단하고 더 커지고 말았다.
그래도 내 나무는
옹이가 아닌 곳이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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