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 콩

된장에 대한 추억/무정 정정민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다. 몇 살이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된장을 이마에 붙인 적이 있다. 몹시 쓰리고 아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칙칙하고 불쾌하여 떼어내고 싶었으나 어머니의 화난 얼굴이 무서워 감히 떼어내지 못하고 서럽게 울어야만 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작은 포구가 있는 전남 무안의 일로였다. 작은 논들이 계단을 이루고 있는 마을은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사는 좀 큰 마을과 우리가 사는 몇 채 안되는 동네와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이 샛길로 우리는 달리며 놀고 바닷가에 가서 갯고둥이나 조개를 줍고 놀기도 했다 하루는 동무들과 소살이라는 놀이를 했다. 소살이란 5미터 정도 되는 새끼 끝을 한 친구의 손목에 묶고 다른 끝은 또 다른 친구가 잡고 소를 몰거나 끌고 가는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누가 소가 되고 누가 소를 모는 사람이 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내가 소가 되었었다. 마을과 마을로 연결되는 논길을 지나가는데 이곳은 윗논과 아랫논의 높이차가 컸다. 그래서 윗논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아랫논으로 흘러갈 때 상당한 낙차가 있어 마치 폭포처럼 보였는데 물이 늘 흐르다 보니 이곳은 돌로 쌓은 돌벽이 몹시 미끄러웠고 물이 떨어지는 곳은 작은 웅덩이가 생겼었다. 이 웅덩이에는 작은 물고기도 살고 있었는데 나는 그만 이곳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소는 눈을 감아야 하는데 눈을 감았기 때문에 발을 헛디딘 것 같았다 이때 굴러떨어지며 이마 한가운데가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몹시 아프기도 하고 피도 많이 나서 마구 울며 집으로 갔는데 어머니께서 그 큰 상처에 된장을 바르신 것이다. 오래되어 시커먼 된장은 염도가 좀 있었는지 상처를 몹시 쓰라리게 하여 다친 곳이 아파 울던 나는 더욱 심하게 울게 되었다. 상처를 입고 온 아들이 안되어 화가 나신 어머니 된장을 발라도 된장 사이로 스며 나오는 피가 더욱 안타까워 화를 내셨다 아프기도 하고 어머니가 화를 내시니 무섭기도 하여 툇마루 한구석에서 서럽게 울었던 어린 날의 6월이 생각난다 하늘은 참 맑았다 벼포기도 푸르렀다 햇살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마냥 좋기만 했었는데 그 아름다운 순간이 상처로 하여 산산조각이 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마에는 훈장처럼 상처의 흔적이 그대로 있다. 이때 같이 놀던 친구 얼굴은 한사람도 떠오르지 않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푸른 논벼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위에 쏟아지던 햇살 그리고 논 사이로 흘러내리던 맑은 물은 생각난다. 얼마큼 나이 들었던 초등학교 다닐 무렵은 그곳에서 떠나와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새로 이사 온 곳에도 장독은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늘 장독을 닦으시던 모습이 선하게 생각난다. 봄이면 햇살이 잘 비추이던 곳 그 장독대에는 된장이 익어갔다. 잘 익은 햇된장은 누렇다 좀 짜긴 해도 그 맛은 고소하기 이를 데가 없다. 장독 뚜껑을 열고 그 맛을 볼라치면 저절로 무언가가 먹고 싶어진다. 이때 나는 어린 무궁화 잎을 따서 된장을 넣고 싸먹었던 기억이 있다. 시집온 형수께서 된장과 고추장을 반반씩 섞어 상추쌈을 하시던 것도 기억난다 된장국을 끓이면 더러 된장 덩어리가 숟가락에 걸릴 때가 있다 마치 무슨 고기라도 되는 듯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우거지에 멸치 가루를 넣고 된장을 넣어 끓인 우거짓국은 어찌나 맛이 좋던지 한 그릇으로 양이 차지 않았었다. 그 된장이 생각나 정말 맛있는 된장을 사고 싶었다. 그래서 가게 된 곳이 장단 콩을 파는 평화 누리 장단 콩 코너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콩과 된장으로 날마다 맛있는 된장국과 나물무침을 먹으리라 음악:바람의 소리/김영동

된장/무정 정정민 좋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잘 뜬 메주로 숙성을 잘 시켜야 맛있는 된장이 된다. 맛없는 된장은 너무 짜거나 발효가 적절하게 되지 않아 이상한 냄새가 나는 예다 사실 잘 숙성된 된장은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숙성이 잘 안 된 것은 다른 맛있는 양념을 가미해도 반찬이나 국이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한다 된장은 시골 형수님이 만들어 주시곤 하지만 그것으로 우리 가족이 일 년을 먹기는 좀 부족하여 더러 사 먹기도 하는데 사 먹는 된장이 맛있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어디에서 위생적이고 맛있는 된장을 한 번 먹어 볼 수 있을까 해서 평화 누리 장단 콩 코너에 가게 되었다. 이제는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그 메주로 제대로 된 된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 과정이 중요한 된장 만들기 정말 해볼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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