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3. 9. 30. 20:10
2013. 9. 30. 20:10
유리 섬 1
|
빈 잔
詩 사진 茂正 鄭政敏
투명한 유리잔
그 안에 들어 있던 얼굴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가슴에 들어와 꽃으로 피어났다.
그리움이 가득할 때는
잔 가득 와인이 넘치고
아까워 너무 아까워
조금씩 수천 번 나누어 마셨는데
다 마셔버린 빈 잔에
공허만 맴돌 뿐
눈물 같던 그대는 어디에도 없다.
옆으로 봐도
뒤집어 봐도 보이지 않는다.
눈에서 가슴으로 들어온 그대
코끝으로 맡는 향기가 아닌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아닌
가슴에 감추어둔 보석이 되었다.
그대가 또 보고 싶으면
빈 잔을 꺼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