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에서 본 10월의 서울 대공원
  
  

우연 같은 인연 시 사진/茂正 鄭政敏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일이 있을까? 길가에 초라하게 피운 꽃 한 송이에도 수많은 사연이 숨어 있듯이 나에게 일어나는 일 우연 같은 인연 하나 있다. 작고 볼품 없어도 밤마다 달빛이 내려와 향기를 만들고 바람은 어느 곳으로 향기를 날라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 날아왔다. 꽃과 나비의 조우가 우연이라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수억의 시간 속에 수많은 꽃과 나비 중에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도 꽃이었을 것이다. 향기가 많지 않은 색이 곱지 않아 아름답지도 않은 초라한 길섶에 피운 꽃이었을 것이다. 눈이 밝고 마음 고운 나비는 다정하게 날아와 입맞춤 하네 멈추지 못할 미소와 향기는 나비가 날아와서 더 밝아지고 그윽해진 꽃이 되었다. Melody With Khoomii / 몽골음악 (마두금연주)

  

리프트위에서 본 10월의 서울 대공원/무정 정정민 서울 대공원 리프트를 이용한 것이 몇 번이나 될까 오늘로 3번째인 것 같다 첫 번째는 어느 봄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많은 학생들이 줄을 선 가운데 서서 오래 기다려 탔었는데 생각보다 무서웠다.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그네 같은 것이 나무 위에도 호수 위에도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이 자꾸 불안해서 눈을 감아 보기도 하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 보기도 했다 안전하니까 이 많은 사람을 태우는데 쓸데없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느냐고 두 번째는 계절도 기억나지 않고 특별한 무엇도 없다 어쩌면 작년 가을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로 오늘처럼 큰아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무료탑승권을 받아서 타게 되고 국화 전시회 사진도 찍었던 것 같다 오늘도 아이들이 타보자고 하여 타게 되었는데 내려오는 길에서만 타게 되었다. 이 리프트는 주차장 우측에서 타게 되며 1회 탑승이 팔천 원 되는 것으로 기억된다. 값이 적지 않고 활인도 되지 않아 쉽게 타기는 어려웠다 오늘은 큰아이 덕을 보기 때문에 부담이 되지 않았다 타고 올라갔다 다시 제자리에 와도 같은 값이지만 중간에 내리거나 중간에서 타도 값은 마찬가지다 중간이라 함은 동물원 입구이다 마지막 종착역은 식물원 부근이다 이번은 동물원 입구에서 내려오는 길만 탔기 때문에 장미원과 호수만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식물원에서 탔다면 동물원도 다 보았을 터인데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높은 곳에서 공원을 내려다보는 맛은 분명 색달랐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국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장미원도 보였다 작년과 달라 규모가 축소되고 화려하지도 않은 전시회가 초라하게 보였다 공원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나무 꼭대기를 지날 때는 가을 열매가 익는 것도 보여 내가 마치 새라도 되는 듯한 착각을 하기도 했다. 호수에 이르자 좀 무서웠다 파도처럼 오르고 내려가는 리프트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욱 무서웠다. 아래는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어 만약 추락하게 되더라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터인데 혼자서 떨리는 것은 안 좋은 생각으로 상상을 하기 때문이라 판단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차라리 응시했더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오히려 주변을 풍광을 즐기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호수의 아름다운 수면과 호수 저편의 나무와 호반의 조화가 주는 멋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기도 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 초입의 모습도 실제로는 보기 좋았다.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모두가 자신이 해야 할 일 같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관념이나 사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생각하게 되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지금의 현실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분명 행복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자신을 해석하기도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 우연 같지만 좋은 일이 수 없이 일어나고 있다 비행기가 아닌 이런 높은 곳에서 공원을 한눈에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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