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집
물레방아
詩 寫眞/茂正 鄭政敏
맑은 물 흐르는 개울가
낡고 허름한 집 한 채
오래된 목조 방아가 쉬고 있다.
시집살이 고단한
어느 여인의 한과
가족의 밥상에 올릴 곡물을
수 없이 찧고
관절 마디마디
아프지 않은 곳 있었을까
겨울 찬 바람 뼛속에 스며
한여름 더위도 감당하기 어려운
여윈 몸뚱이
가을 낙엽도 서럽다.
고단해도 아팠어도
물레방아 돌고
한숨짓던 여인이 찾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풀벌레 소리도 슬프지 않았고
달빛도 외롭지 않았다.
장어 집/무정 정정민
장어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적이 있다.
18세의 청소년기였다.
전남 무안의 산골이었다.
목포서 사용하는 수원지가 있는 곳이었는데
글을 쓰는 순간 그 산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 산에는 도덕사란 절이 있었고
수원지는 물이 참 맑았다.
이곳엔 밤나무가 많아
밤꿀 채취를 위해 사촌 형과 들어갔는데
개울물이 흐르는 옆에 텐트를 치고
때론 혼자서 지내기도 했었다
형님이 다른 일이 생기면 집으로 가시기도 하여
혼자 잘 때도 있었는데 짐승 소리 때문에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도 그곳의 생활은
나에게 아름다운 일로 떠오를 때가 많다
개울에 나가 어떤 물고기가 있는가 하여
살펴보던 중 장어를 발견했다.
지금 누구나 좋아하는 바로 민물장어였다.
미끄러워 무척 잡기 힘들었지만
모래와 같이 잡았더니 잡혔다.
문제는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 고민하다
호박잎으로 장어의 몸을 닦고
별다른 양념 없이 냄비에 끓였다.
기름이 많아 국물에 기름기가 자르르 흘렀는데
살은 부드럽고 고소하여 너무 맛이 좋았다
뼈는 생각보다 억세어 먹지 못했다.
이런 추억 하나 있어 장어집에 갈 때마다
그 맛을 기대하고 가지만
다시 그런 맛을 경험하지 못했다.
천둥산 민물장어 집은 친구의 안내로
몇 년 전에 가게 되었는데
이번 모임에 다시 가게 되었다.
당시엔 2만 원이 1인분이었는데
친구들 모두가 맛이 좋았다고 다시 가자고 했다
하지만 그 값이 당시의 두 배인 4만 원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우리는 좀 벅찼다.
해서 게장 백반을 먹어 아쉽기만 했다.
식당 뜰에는 이상하게 생긴 소품이 많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작은 호수나 물레방아 꽃 새장과 새집
정자가 스산한 가을 풍경을 잘 보여 주었다.
여름에 왔다면 더욱 좋았을 곳
배밭과 어우러진 풍경이 정겨웠다.
이만하면 한 날의 쉼표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