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가을 비
  

가을 비/정정민 시월에 내리는 가을 비에 붉은 벚나무 잎 젖는다. 작은 바람에도 힘겨운데 너무 쓸쓸해 마음도 젖어 바라보는 나뭇가지 까치 한 마리 청승맞게 비를 피하지 않네! 아파트도 젖고 하늘도 젖고 바람도 젖는 가을은 성급한 겨울을 부른다

  

낙엽落葉 詩* 영상/ 茂正 鄭政敏 찬란한 날의 추억 바람에 나부끼며 하늘에서 빛나던 이파리 이제 땅위에 누워있어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무지개 꿈 어디에 있든 스스로 빛나는 것은 꿈을 가진자의 이상 버리어 진 것 같고 밟히는 것 같지만 자신을 보시로 내주어 또 다른 잎을 빛나게 한다.

  

담쟁이 詩* 영상/ 茂正 鄭政敏 가로막힌 담 너머 나를 부르는 음성 만나야 할 운명의 사랑 이미 시작된 사랑은 절망 같은 높은 담도 가로막지 못한다. 하루 동안 한 뼘도 못 오르지만 포기는 없다. 물 한 방울 없고 잡고 넘을 손잡이마저 없어도 단 한 사람 만나야 하는 사랑을 위해 한여름의 타들어 가는 갈증도 한겨울의 얼어 터지는 고통도 아랑곳없다. 오늘도 그대를 향해 다만, 벽을 오른다.

  

빈 까치 집 詩* 영상/ 茂正 鄭政敏 반짝이는 은사시나무 그 화려한 옷을 벗어 버리자 바람도 쉬어가지 못해 외로움으로 떨어야 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숨어 있던 까치집 하나 부끄러워 차마 내려오지 못하고 눈이 오는 날은 눈을 담고 별이 뜨는 밤엔 별을 담아 보나 늙어 가는 집에는 허무뿐이다. 까치가 떠난 까치집 아직 다 사라지지 못한 울음뿐 아무것으로도 채울 수 없어 허기로 지친 빈 가슴 하얀 허공에 까만 멍으로 남아 있다.

  

억새 詩* 영상/ 茂正 鄭政敏 채워지지 않는 갈증 메마른 땅에서 눈물 없이 서걱서걱 울었다. 아무리 통곡해도 가을 결실의 때가 되어도 향기 없는 나에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그리움 안으로 타들어 가는 가슴에서 하얀 꽃을 피워냈다. 잡히지 않는 허공을 향해 외로운 손짓을 하며 운명처럼 가슴으로 운다 서걱서걱

  

낙엽 위에 지는 비 詩* 영상/ 茂正 鄭政敏 은행나무 밑에는 은행잎이 잠자고 있다. 벚나무는 붉은 이불을 발등에만 덮고 나란히 서서 비를 맞는다. 버려진 잎인 줄 알았다. 쓸모없는 것인 줄 알았다. 허공에 매달린 잎만 가치있는 것인가 했는데 먼 하늘에서 내려온 비가 낙엽을 씻고 있었다. 찬란하지 않아도 윤기를 잃었어도 잎의 가치를 비는 알고 있었다. 시린 나무의 발등을 감싸고 양분을 공급하는 분골쇄신의 희생을.

  

만추의 가을 비/무정 정정민 늦가을 비는 두통을 부른다 마른 잎이 지는 것도 안타까운데 떨어진 낙엽위로비까지 내리면 내 몸까지 젖는 것 같아 혼자 감기에 든다 기침도 아니고 열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몸에 힘이 없어진다. 가을을 보내야 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아쉬움이 생기기 때문이리라 혹 가을에 누군가를 떠나 보낸 일이 있는가 먼 추억까지 돌려 보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혹 그리운 사람이 있는가 돌아보니 아주 그리운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낙엽이 사라지기 전에 만나야 할 사람 운명은 아니었을지라도 같이 길을 걸어 보고 싶었으리라 따뜻한 커피 한잔 하며 그동안 잘 지내었는지 안부를 묻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사소한 것이었는 줄 알았는데 두통까지 생기게 하다니 가을비는 아쉬움이다 한 계절을 보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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