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개나리 
  

개나리 꽃 숲 시. 사진/茂正 鄭政敏 한바탕 웃음을 쏟아놓은 어느 천사의 유희더냐 온 천지가 소리없는 노란 미소 노란 꽃잎 너울거릴 때마다 꿈결처럼 흔들리는 천국의 잔치 봄바람도 부드럽다. 마른 가지 간곳없고 잎보다 먼저 나온 작고 귀여운 나리 부르지 않은 새들 먼저 알고 찾아와 노래한다.

  

개나리 노래/정정민 "아기 같은 시인님!" 그리고 웃으신다. 아침에 개나리 밭에 나갔고 낮에도 나갔다는 말을 했더니 하신 말씀이다. 그리고 밤에도 나갔어요. 또 비 오는 날에도 나갔는데요. 했더니 하신 말씀이다. 내가 아기 같긴 하나보다. 개나리를 보고 싶어서 자주 갔다는 말이 어여쁜 것인가. 그 천진스런 개나리 꽃 같다는 것인가. 개나리는 아기 같아서 그 개나리를 자주 보는 사람은 틀림 없는 아이 일 것이다. 작년에는 친구들과 개나리 밭에 앉아서 점심도 먹고 쑥도 캐고 민들레 꽃도 봤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친구들이 바쁜지 아무도 같이 꽃 구경 가자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보 여 주고 싶은 분을 초청한 것이다. 그분은 이런 개나리 밭을 구경하지 못했다 해서 내가 초청한 것이다. 꽃이 가장 절정일 때에 초청하여 황홀한 광경을 보신 것이다. 같은 꽃이라도 시간대에 따라서 다르고 빛의 각도에 따라서 달랐다. 어쩌면 같은 말일지 모르나 시간대에 따라서 다른 것은 같은 장소에서 보더라도 햇볕이 어떤 각도에서 비추느냐는 것이 관 건이었다. 그 각도에 따라서 개나리의 색이 달라 보인다. 햇볕으로 눈이 부신 때와 비 오는 날에도 물론 달랐다. 작은 변화라 해도 자주 보는 사람은 그것을 알 수 있다. 비가 온 뒤에 보는 개나리는 더욱 깨끗하게 보인다. 이런 많은 변화를 다 보여 줄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만개한 상태가 가장 보기 좋다. 그리고 가장 화려한 날은 햇살이 눈 부신 날에 개나리 꽃도 같이 눈이 부셨다. 길게 늘어진 개나 리 밭도 보기 좋지만 더욱 좋은 것은 아주 널리 분포된 개나리 밭에 한꺼번에 온 꽃들이 다 피어 나서 활짝 웃고 있을 때 그 모양을 보노라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되어 있다. 놀라움이다. 개 개의 꽃으로는 작고 화려하지 않아도 이렇게 군집이 되어 있으면 햇살의 조화로 더욱 두드러진 꽃의 잔치로 보인다. 올해는 단 한 분만 초청하여 보여 드렸다. 그분은 이런 꽃을 좋아하고 또 시 인이 보여 주는 꽃을 더욱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우리 집 화단에 꽃이 피면 누나가 좋아하는 꽃을 누나는 더욱 자주 보고 자주 말씀을 하시고 하시면 나도 덩달아 그 꽃이 좋아졌던 기억이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꽃 사연을 자 주 말을 했다면 내 말을 귀담아들어 주시는 분이라면 그 꽃의 안부가 몹시 궁금했을 것은 자명 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견딜 수 없는 궁금증을 안고 사시다가 초대에 응하고 놀라고 말았 을 것이다. 꽃도 누구와 같이 보는가 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지나가는 사람과 본다면 그 사람 을 기억할 필요가 없지만 조금 특별한 사람과 본다면 그 꽃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이 생각날 것이 다. 나도 여러분에게 꽃을 보자는 제안을 했고 실제로 같이 봤지만 누구와 같이 봤는지 다 기억하지 는 않는다. 그렇다고 다 잊거나 한 것은 아니다. 어떤 분은 기억 속에 확실하게 남아 있다. 감탄 을 연발하고 즐거워해 주신 분이 아니었을까. 인생길 가는 동안에 이처럼 꽃 구경을 할 일이 생 기지만 같이 보고도 무척 행복해 할 사람과 같이 꽃을 보는 행복도 작지 않다. 개나리 꽃이 한 송 이 두 송이 지고 있음이 안타깝다. 그러나 올해도 아름다운 추억은 가슴속에 남아있다. 개나리 꽃 노래 같은 감탄을 하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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