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5. 3. 6. 07:55
2015. 3. 6. 07:55
정월 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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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불놀이 /무정 정정민
보름 무렵이면 불놀이를 자주 했다.
어른들께서 당연히 꾸지람 하시니
모르게 밖으로 나가서 해야 했다.
화제위험 때문에
넓은 보리밭에서 해야 하는데
꽁꽁 언 보리밭 위에서 씽씽 돌리는 불 깡통은
얼마나 신이 나는지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그 전율이 그대로 살아난다.
이것이 바로 쥐불놀이였다
당시에 쥐불놀이라 하지 않고
불 깡통을 돌린다고 하였다.
이런 불 깡통 놀이를 하려면
평소에 깡통을 준비해 두어야
필요한 시기에 사용을 할 수가 있었다.
페인트 깡통이든 통조림 깡통이든
상관없는데 직경이 15cm 내외가 좋고
높이는 20cm 정도가 좋은데
사각진 것 보다는 동그란 깡통이
돌리는 것이나 모 양면에서
아주 좋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 그것을 확보하는데는
쉽지가 않았다
시골인점과 60년대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부터 이런 물건을 보면
집안 어디에든 감추어 두어야 했다.
때가 되면 옆면을 못으로 구멍을 숭숭 내고
깡통입구 양쪽 가장자리에 철사로 줄을 달아야 한다.
구멍으로 공기가 들어가야 불이 활활 잘 타고
철사로 연결을 해야 하는데
이유는 불이 활활 탈 때 온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끈으로는 감당하지 못하고 타버리기 때문이다.
이때 불 쏘시개로는 작은 마른 나뭇가지를 사용하는데
나는 오래된 잘 마른 대를 사용했다.
한참을 씽씽 돌리면 뚫어진 구멍으로 불들이 넘실대고
둥그런 원형으로 보이는 불이 가슴을 뛰게 했다.
앞산의 검은 모습이 무서울 때도 있었고
불빛의 가장자리가 더욱 어두워서 무서웠지만
불빛을 보는 재미보다는 강하지 못했다.
돌리는 과정 중 작은 불꽃들이 비산을 하는데
몸의 한기를 막아주기도 했지만
그 불똥으로 옷에 구멍들이 많이 생겼다.
때론 눈썹도 태우고 머리 위에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면 그날은 정말 죽도로 꾸지람을 들었다.
그래도 그 다음날 또 몰래 하는 불놀이
무슨 마력이 그리도 컸을까
빙빙 돌리다 하늘 멀리 던지면
작은 불꽃들이 은하수처럼 흩어지고
땅에 꽝하고 떨어지면서 흩어지는 불꽃들이
가슴을 얼마나 크게 뛰게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불에 달구어진 깡통은 힘이 없어
땅에 부딪히면서 찌그러지거나
찢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한참 신나는 기분에
말할 수 없는 허망함이 생기는 것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
불쏘시개 재료도 많지가 않아서
오래오래 할 수는 없었다.
또 있다고 하더라도 깡통이 열에 사그라 들어서
결국은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야 하니
항상 아쉬운 쥐불놀이였다
작은 불씨로 하늘을 밝히던 노력이
내 작은 하늘 공간이 밝아지던 신비가
어둠공간에 불 수를 놓던 기쁨이
가슴을 세차게 두둘겼다.
그 환희를 꺾지못해
부모님의 꾸지람도 잊은체 옷을 태우고
머리까지 태우고 화상을 입으면서도
돌리고 돌렸다.
지금도 그 가슴 뛰었던 불놀이가
뛰어다녔던 고향집 언 보리밭이
깡통을 숨겼던 내 비밀장소가
남몰래 모아 두었던 불 쏘시개 재료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정든 고향집 생각에 시골형님 내외분이
유난히 생각나는 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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