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5. 3. 8. 10:10
2015. 3. 8. 10:10
커피 한 잔의 추억 24-바닷가 카페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글 寫眞/茂正 鄭政敏
창 밖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잠을 깨고
누구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가를 생각합니다.
푸른 파도가 일렁이던 바닷가에서 나누던
그 행복한 이야기에 젖어들고
그때 나에게 보여준 아름다운 미소를 먼저 생각합니다.
언제나 싱싱한 미소를 만들기만 하는 아침 이슬처럼
밝고 천진한 미소가 생각납니다.
이 세상의 추한 것을 조금도 닮지 않고 혼자서만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들꽃처럼 질투할 줄 모르고
욕심부리지도 않던 그 겸허한 마음을 생각한답니다.
누구나 세월의 흔적 속에 나태해 지고 더러워진 속물이 되는데
그런 것을 보지도 배우지도 못한 것처럼
날마다 맑은 이슬로만 세수를 한 것처럼
아름다운 햇빛만 보고 사는 호수 꽃처럼
그렇게 맑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눈이 내리는 날은 눈 소식으로 찾아와서
급하게 전화를 하는 그 목소리가 너무 좋습니다.
그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결국은 알게 되는 것이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눈이 내린 사실을 알지 못할 것처럼
들뜬 목소리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너무 좋습니다.
혼자서만 이 아름답게 내리는 눈을 보기가 아깝다고 말을 하는 사람
선생님이라면 틀림없이 이 눈을 보면서 시를 쓰실 거란 말을 하는
그 마음이 너무 좋습니다.
날마다 하고 싶은 말을 해도 왜 자꾸만 하고 싶은 말이
산처럼 쌓여만 가는지 알 수 없다고 말을 하는 사람
사소한 것을 말하고 싶어 견디지 못하고
내가 이런 것을 하고 있다고 알리고 싶어 견디지 못하는 사람
내가 이런 옷을 입었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
별모양의 귀걸이를 했다고 거울 속을 보라는 사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입을 가리고 한참을 웃고 나서
무슨 비밀을 말하는 사람처럼 말을 하는 모양이 좋습니다.
누구나 사랑을 하고 누구나 사랑을 받고 살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이룰 수가 있을까요?
세상은 만만치 않아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행복한 일입니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고 사람을 신나게 합니다.
마음을 들뜨게 하고 이 세상이 다 분홍빛으로 보이지요.
그러나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마음은 어둠뿐일 것입니다.
봄이 온다 해도 그 마음은 겨울 인체로 꽁꽁 얼어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것은 억지로 되지 않지요.
또 참는다고 참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듯 자연스러운 것이며
봄이 되면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해도 용서하세요.
마음속에 일어나는 환희와 기쁨이 되어 주세요.
날마다 사랑하며 행복하고 싶답니다.
-이 카페는 강화도 부속섬 동검도에 있다
아무도 없는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햇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바다를 보며 환상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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