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4 월미산을 오르며
  

하늘 계단/무정 정정민 오라는 이 없고 가야할 분명한 이유가 없어도 하늘이 가장 높은 때를 택하여 계단을 오른다. 한 계단 그리고 열 계단 벌써 무릎이 팍팍하다. 수백 계단은 될 것인데 시작부터 힘드니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잠시 쉬고 둘러보니 발아래 것들이 하찮다. 쳐다보던 것이 눈 아래 있으니 우쭐한 마음 절로 생겨 없던 힘이 솟는다. 이렇게 오르는 이유를 찾고 백 계단 백오십 계단 숨까지 턱에 찬다. 눈 아래 것들이 더 작아 졌는데 마음은 밝지 않다. 기왕 시작한 것 오르고 올라 보니 끝이 보인다. 이백구십 나머지 하나 이백구십일 하늘은 여전히 그 높이 나는 작고 초라한 한 사람 겨우 삼백도 안 되는 계단을 오르며 회의와 포기 절망과 탄식 그래도 다시 오르려 한다. 오라는 이 없어도 올라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없어도 계단만 있다면 하늘로 향하는

월미도 4/네이버 백과 인천이 사랑하는 곳 조선시대 한양 방어의 중요 군사 요충지였던 월미도는 1906년 육지와 연결되면서 섬 아닌 섬이 되어 개화기 멋쟁이들이 찾는 경기지역 최고의 명소가 되었다. 일제 강점기 인천으로 들어오는 관문이 되었던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거점이 된 이후 군사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1989년 문화의 거리로 조성되면서 다시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였다. 주말에는 다채로운 공연행사 등 볼거리가 많고 노천화랑 등 문화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월미도를 시작으로 영종도와 작약도로 이어지는 주변의 섬들을 둘러보는 관광유람선은 선상 공연과 식사를 함께하는 인천 앞바다의 대표적 관광코스다. 월미산은 해발 108m의 낮은 산이지만 반세기 동안 군 작전 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자연의 숲과 구리, 부엉이 등 야생동물의 천국이 된 소중한 지역이다. 2001년 산책로를 만들어 ‘월미공원’으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푸른 숲과 바다의 경관이 어우러지는 30여 분의 산행 길에 다다르는 곳은 월미산 전망대로 25m 높이의 철골구조와 유리로 단장된 이곳은 인천항과 바다를 한눈에 담는 멋진 경관뿐 아니라 형형색색의 특수 조명으로 늦은 밤까지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월미공원의 한국전통공원 재현장은 창덕궁 부용지와 애련지 등 궁궐정원, 소쇄원 등의 별서정원과 민가 정원이 원형의 모습으로 재현되어 우리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비교, 관찰할 수 있는 장소이다.

월미도 4/무정 정정민 월미산 정상에 두 번째 가게 되었다 지난 가을 국화 축제를 할 때 정상과 정문을 오가는 물범 카를 타고 올라갔고 내려올 때는 걸어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올라갈 때는 계단을 통하여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물범 카를 이용하여 내려왔다. 그리고 전통정원을 다 둘러보았다 궁궐정원에서 시작하여 양반 정원 그리고 서민정원으로 하여 돌아 나오니 좀 피곤하기도 했다 지난 초가을에 다 보지 못한 구석구석을 다 구경하고 나니 이제 월미산과 전통정원은 어느 정도 구경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4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는 어느 한 계절만 보고 전체를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분명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계절의 정원도 더 보고 문화의 거리에 가서 다양한 거리행사나 상점 바다 식당을 보기도 하고 유람선도 타볼 생각이다. 참 즐거운 여행이었다 피곤했지만 그만큼 건강해진 느낌이다 위 큰 사진은 이번에 찍은 것이고 아래 작은 사진은 지난가을에 찍은 것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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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3 전통정원 2
  

소나기 詩 寫眞/茂正 鄭政敏 창가에 비가 내리면 마음이 먼저 그 집으로 간다. 옥수수 잎 비에 젖고 작은 사립도 비에 젖고 사립문 옆 작은 우물도 젖는 산 모퉁이 오두막 집 고구마순 싱그러운 한 오리길 가면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작은 샛길에 있는 집 내 또래 작은 여자 아이가 쌀을 씻고 청소하던 집 노란 병아리가 있는 가끔 강아지가 짖던 그 집은 언제나 그 아이가 있었다. 엄마 따라 밭에 나가면 밭 귀퉁이에 붙어 있는 그 집을 자꾸 기웃거렸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그 집도 비에 젖을까? 여전히 옥수수 잎 옹달샘 같은 우물도 사립문도 젖을까? 반세기가 지났는데 비가 내리면 소나기 마구 내리면 그 집이 생각난다.

  

월미도 3 전통정원 2 월미도에 가면 바다가 보여 좋다 월미산 정상에서 바다를 보는 것도 즐겁고 문화의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즐겁다 하지만 그것만이 월미도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월미산 아래 있는 전통정원이다 궁궐의 정원 양반의 정원 서민의 정원도 있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다 구경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가슴으로 가깝게 느끼게 되는 것은 서민의 정원이다. 그런 곳에서 자란 이유가 가장 큰 것이리라 7월은 옥수수가 익어가고 도라지 꽃이 피는 때다 피마자 감자가 있는 때다 해바라기 꽃이 피고 나리 꽃도 핀다 이런 풍경을 보면 고향이 그립다 아련한 추억하나는 고향집 밭 귀퉁이에 작은 오두막이 있었는데 어린 나는 엄마따라 밭에 가면 자꾸 그 오무막집이 궁금했다 작은 병아리가 삐약거리며 종종거리는 모습도 그렇고 작은 옹달샘도 궁금했다 또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가 밥도 짓고 청소도 하는 것이 얼마나 궁금했는지 모른다 참 예쁘게도 생겼는데 지금은 어디 사는지 잘 모른다 소나기가 내리던 어느 여름 날 잠시 그집에 가서 비를 피한 적이 있다 그것이 그집에 들어가 본 최초였다. 어색하여 먼 뜰만 보다가 비가 그쳐 집으로 왔지만 밭에 가기만 하면 어디선가 그 여자 아이가 나를 볼 것 같은 생각을 가졌다 아마도 관심이었을 것이다. 어린날의 추억은 돌아보면 미소가 생긴다 이곳 월미도 전통정원에서 옥수수를 보니까 그때 일이 어제 일처럼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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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2 전통정원 1 담벼락
 

담벼락 詩 사진/ 무정 鄭政敏 나의 정원에 담벼락을 세우고 싶다. 가로막힌 단절이 아니라 고개를 세우고 이웃과 만나는 소통의 통로가 되는 조금은 사생활이 보장되지만 담과 담 사이 작은 통로를 만들어 가고 싶으면 언제라도 가고 오고 싶으면 올 수 있는 쪽문 같은 담벼락을 만들고 싶다. 담벼락에 아래는 구절초를 심고 위로는 덩굴장미를 올리고 싶다. 담쟁이도 올리고 싶다 새들이 찾아와 향기에 취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언제라도 부를 수 있게 장도감 나무 한 그루도 싶을 것이다. 나무가 자라면 그 가지에 그네도 하나 만들어 놓겠다 나를 찾아오는 이에게 감도 따주고 그네도 태우고 싶어 음악/백합꽃 피는 언덕

담벼락/정정민 담벼락은 이웃과 나를 단절시키는 곳이긴 해도 낮은 담은 그저 경계일 뿐 소통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 또 담 사이 작은 통로나 쪽문을 만들어 놓으면 오가고 싶을 때 언제라도 왕래할 수 있어 툭 터진 담 없는 이웃보다 얼마나 정겹고 반가운 통로인가 담에 덩굴장미나 담쟁이를 올리면 그 또한 보기 좋아 담은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나의 전부를 다 보여 주는 것보다 조금씩은 허물을 감추기도 하여야 차라리 다소 신비한 것도 있고 서로 눈감아 주어야 하는 것도 있으니 사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담 밑에 감나무라도 심는다면 감이 익을 무렵 서로 나누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감나무 가지에 그네라도 만들어 놓으면 그네에 앉아 단풍도 보고 담벼락에 앉아 노래하는 새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담은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 서로에게 편안하게 이웃으로 살게 하는 대화의 통로가 되는지도 모른다 담 너머로 들리는 소리 참 정겨운 이웃이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세상이다. 단절의 담이 아닌 만남의 장소가 되는 푸른 담을 만들고 싶다. 담에 대한 시를 쓰며 쓴 글이다. 사실 담에 대하여 관심을 두고 있다 담이 보이면 자꾸 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번에도 담을 보며 담에도 품격과 예술 기능이 다양한 것을 알았다. 담을 무엇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담이 다양하게 보였다. 꽃담 황토다 벽돌담 그리고 담에 시 한 수라도 붙이면 또 그림을 그리면 예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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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1 달빛누리 카페에서
  

팥빙수 詩 寫眞/茂正 鄭政敏 혹서도 물렀거라 갈증도 가거라 어떠한 열기도 땀방울도 모두 비켜라. 보드라운 얼음 채 새콤한 과일 향 달콤한 우유 고소한 팥 세상이 다 밝다 상쾌한 기분 하늘로 오른다 혀끝이 감미로워 노래가 절로 나온다.

  

달빛누리 카페/무정 정정민 월미도 정상에 있는 달빛 누리 카페 전망대 4층에 있었다. 5층에서 인천항을 카메라에 담고 걸어서 4층으로 내려왔다 급경사진 계단이 무섭기도 했지만 천천히 걸어 카페로 들어갔다. 작은 카페에는 알뜰하게 창 밖을 볼 수 있는 의자들이 단정하게 놓여있어 저절로 커피라도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곳이었다. 그날따라 몹시 더워 팥빙수를 시켜 먹었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서의 팥빙수 시원하고 맛도 좋았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에 흘린 땀 때문에 잠시의 휴식은 너무 달콤했다. 무릎이 시큰거리는 중에도 몇 개인지 모를 계단을 올라 결국 월미산 정상에 올랐고 정상에 있는 5층의 전망대에서 서해를 보고 4층의 카페에서 맛보는 팥빙수는 어느 때보다도 시원하고 달콤했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 힘들게 올라가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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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푸른수목원 10 야경
  

호수의 밤 시. 사진/茂正 鄭政敏 작은 호수 카페의 불빛이 짙어지면 수면이 더욱 고요하다. 그리움이 깊어질수록 안으로 그리운 사랑은 호수가 된다. 언제나 그 자리 천형처럼 떠나지 못함은 여기서 만나고 사랑이 시작되어 가슴 깊이 감추어 둔 그 정이 너무 많아서. 밤이면 더 침묵하는 너무 깊어 잔잔한 내 마음은 밤 호수.

  

서울 푸른수목원의 야경/무정 정정민 금요일 저녁을 먹고 난 뒤 문득 서울 푸른 수목원의 밤은 어떨지 몹시 궁금했다. 집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멀지 않은 거리 차를 이용한다면 그 접근이 더욱 쉬워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문을 닫는 시각은 밤 10 내가 도착한 시각은 저녁 8시 산책하기 충분한 시각이었다. 주차장에는 벌써 많은 차가 들어와 있었다. 향기원에서 걸어 산밑까지 가기로 했다 철길과 나란한 길이다 곳곳에 많은 사람이 나와 걷고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절반을 돌아 다시 호수로 내려와 호반길을 걸었다. 그곳에 목수국이 피어나 있었다. 호반 벤치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호수의 야경을 촬영하고 사무실로 가니 사무실 앞 잔디에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카메라로 담아 보니 잘 나오지 않은 사진이 태반 몇 장만 겨우 볼 수 있어 올려 보았다. 정말 많은 사람이 산책하여 놀랬다 안전하게 밤 운동을 하기 좋은 곳 나무가 많고 호수가 있고 푸른 불빛이 빛나는 곳 공기까지 좋으니 인근 주민이면 누구라도 걷고 싶은 곳이리라 나도 가끔은 이곳을 걸으리라 생각한 날이었다.


올갱이 해장국 6
 

올갱이 해장국 3 詩 寫眞/茂正 鄭政敏 더위에 지친 몸 식욕도 사라지고 잠마저 설치니 원기 충전이 필요하다 지난봄 비 오는 날에 갔던 한강이 잘 보이던 언덕 홀로 있는 다슬기 집이 눈앞에 아른아른 한 다름에 달려가니 새로 길이 나고 오래된 영화 포스터가 보인다 옛것을 좋아하는 주인의 취향이 벽에 붙어 나를 반긴다. 특으로 시키며 한강을 본다 여전히 물새 날고 강물은 유유자적 내 삶은 어디 만큼 흘렀을까 한 그릇 다슬기를 놓고 인생을 생각했다.

올갱이 해장국 6/무정 정정민 아내는 올갱이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와 가끔은 올갱이국을 맛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맛이 좋아진 모양이다 위에 부담이 적고 편안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포에 가는 일이 종종 생긴다 좋은 소고기를 살려면 김포에 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아들에게 소고기를 먹이고 싶어 김포로 가던 중 올갱이국이 먹고 싶다고 했다. 나도 싫어하는 것이 아니므로 점심 전인 오전 11시 임에도 올갱이집으로 향했다 공사 때문에 길이 좋지 않았는데 길이 새로 정비되어 새길이 되었다. 들어가 늘 앉던 창가에 앉아 보니 한강은 여전히 그대로 흐르고 물새도 그대로 노닐고 있었다. 변한 것은 주인이 옛것을 좋아해 벽에 오래된 영화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장미희가 나오는 겨울 여자 빨간 마후라도 있었던 것 같고 구석에는 오래된 농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고 반찬도 약간 달라졌다 간장에 절인 청양고추 대신 오이를 식초에 절인 것이 나왔고 열무김치 대신 백김치가 나왔다. 다소 아쉬움은 있었다 그 반찬이 다슬기 국을 먹는데 더없이 좋았던 나이기 때문에 새로운 반찬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약간은 어색했으나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역시 속이 편안했다. 위가 좋지 않은 나인지라 한 끼의 식사를 편안하게 하면 다음 식사까지 마음도 편안했다. 좋은 음식,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음식은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올갱이는 다슬기의 방언


서울 푸른수목원 9 청갈대 울음
  

청갈대 울음/무정 정정민 갈대가 운다 사그락사그락 옷을 찢어가며 운다 무슨 서러운 사연이 저리 많아 밤을 새울까 호곡하는 물새 소리 촉촉촉 저항동지에 울음소리뿐이다 어느 해 여름 남편을 여읜 한 여인이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물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마을 사람의 전언이 사연일까 바람 불면 청갈대는 더욱 크게 운다 물 울음 소리마저 듣지 못하게

 

항동지 3/무정 정정민 항동지에는 고기가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낚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낚시를 금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갈대숲이 무성하고 연도 많아 갈대숲 어디선가 물닭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물닭이 산다면 분명 물고기도 많을 터 맑은 호수는 하늘까지 담고 있어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호수를 지나 호수 옆으로 난 철길을 걸어 보았다 오류역에서 어디로 연결된 철길인지 모르겠지만 이 철길에 철길 자전거를 설치한다면 나도 타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집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집에서 천왕산을 넘고 이 항동지에 이르면 얼마나 좋은 산책코스가 될까 거리상으로 2킬로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차로 가면 더욱 쉽게 접근이 되니 머지않아 좋은 쉼터가 하나 더 생기는 격이니 내 삶도 그만큼 행복하여지는 것이리라 어서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 윗글이 써진 지 1년 정도 되었을까 그보다 조금 더 되었는지 작년 가을에 쓴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갈대가 꽃을 피운 때에 쓴 글이다. 작은 사진이 그때 찍은 것이기도 하다 서울 푸른 수목원이 이 항동지에 생긴 것이다 이제는 항동지로 불러야 할지 푸른 수목원 호수로 불러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이곳에서 매년 사망사고가 생겼다고 한다 남편을 잃은 여인의 한이 서린 곳이리라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삶의 경계를 떠나버린 사람들의 명복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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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푸른수목원 8  
  

내 마음의 정원 詩 寫眞/茂正 鄭政敏 사철 푸른 나무를 심겠습니다. 언제나 시들지 않는 싱싱한 잎이 금방이라도 파란 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구상나무를 심겠습니다. 당신이 날아와 쉬어 갈 수 있게 나무 사이에 작약을 심겠습니다. 붉은 꽃 하얀 꽃 피는 오월에 노랑나비 날아와 너울거리면 천사도 쉬어가고 싶은 곳 당신이 오고 싶어 견디지 못하게요. 정원 뒤쪽에 폭포를 만들겠습니다.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여 산새가 모여들면 물소리 새소리가 아름다워 당신이 찾아와 목욕할 수 있게요. 폭포 주변에 능금나무를 심겠습니다. 과실이 작아도 붉어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시큼하고 달콤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한 바구니 가득 담아 당신께 드리고 싶어서 어서 오세요. 구상나무 우거진 능금열매 익어가는 나의 정원으로.

  

서울 푸른 수목원 8/무정 정정민 벌써 몇 번인가 갔기 때문에 안 가본 길이 없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천천히 보지 못한 것이 있는지 살피며 걸었다 아무리 잘 보았다 해도 놓친 곳이나 식물이나 나무가 있어 신기해했다 토끼를 보며 즐거웠고 목화나 율무를 보며 고향을 생각하기도 했다 율무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며 기억을 되살렸지만 실패하고 집에 와 티브이를 보는데 율무 이야기가 나와 이름을 결국은 기억해 냈다 비에 젖어 축축한 수목원이라 해도 길이 잘 나 있기 때문에 걷기도 좋고 우산을 준비했기 때문에 비가 오더라도 크게 걱정도 되지 않아 한 시간가량을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잘 산책했다 나를 위해 준비한 하나님의 선물 내 것은 아니지만 내 것으로 생각해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생각했다 관리는 서울시에서 하니까 나는 쉬고 싶을 때 언제라도 와서 쉬어 갈 만하니까 얼마나 좋은가.

 

서울 푸른수목원 7


마타리 詩.寫眞/茂正 鄭政敏 꽃마다 아름다운 자태 고운 빛 다양한데 노랑꽃 자잘하게 양산처럼 핀 모습 내 발길 잡누나 산등성이에서 호숫가에서도 화려하지 않지만 돋보이니 마치 노란 구름 같구나. 모든 꽃이 향기 가득 할 때 너는 패장화더냐 깊은 심중 헤아리기 벅차 멀리서만 좋아 하라는 것 같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선녀 같아 꽃대 사이로 보이는 호수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돌아 와서도 여전히 아른거리는 모습 아무래도 그리움이다. 패장화(敗醬花):구린내, 썩은 냄새, 묵은장 냄새, 썩은 젓갈이나 썩은 된장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꽃말:측량할 수 없는 미인

마타리/정정민 마타리를 본지는 오래 되었다. 이름을 몰라 늘 궁금했었다. 그러나 특별한 관심의 대상은 아니어서 그 이름을 꼭 알려는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꽃꽂이 속에서 마타리를 보게 되었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보다 어울린 다른 꽃을 빛나게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존재는 있으나 소박하고 겸손하여 안개꽃 같은 존재가 많다는 생각을 하며 마타리도 그런 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는 또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어제는 시흥역 부근의 안양천을 지나가는데 노란 꽃이 무리지어 핀 것을 보고 어디선가 본듯한 꽃이라 생각하며 지나갔다. 뒤돌아 보니 바람에 하늘 거리는 모습이 노란 구름이 떠가는 것 같기도 하여 화관이 크지 않고 줄기가 크지 않으면서도 자꾸 시선을 붙잡는 무엇이 있다 생각하고 결국 가던 길을 돌려 카메라에 담았다. 노란 나비가 노란 꽃위에 앉아 흔들리는 바람을 그네처럼 타는 모습도 봤다. 그 꽃 뒤로 물이 흘러 가는데 이것이 선경이 아니고 무엇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꽃 이름을 몰라 컴퓨터에 저장 하면서도 이름을 쓰지 못했다. 아내를 만나 이 꽃이 무어냐고 하였더니 마타리라 하며 꽃에 대한 몇 가지를 들려 주었다. 꽃꽂이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위에서 부터 괴사가 일어나는 것으로 향기 보다는 냄새가 마치 장이 썩는 냄새가 나 패장초라 하기도 한단다. 유사한 것으로 뚝깔이 있는데 모양이 아주 흡사하나 흰색이라 했다. 이어 소나기란 단편소설에서 들꽃을 꺾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꽃은 무엇 이꽃은 무엇이라 설명하는 가운데 소녀가 이꽃이 무어냐고 묻자 "마타리"라 하며 더 많은 꽃을 꺾어 소녀에게 주자 소녀가 양산처럼 그 꽃을 머리에 쓴다는 표현이 나온다며 이 꽃이 가을이 다 되어 피는데 벌써 피었드냐 묻기도 했다. 장마중 잠시 비가 그친 안양천에서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핀 노란 꽃 망초가 슬픈 듯 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곳 옆에 선녀처럼 핀 꽃은 내 눈길을 붙잡기 부족함이 없었다. 꽃 뒤로 흰 왜가리 하나 목을 길게 빼고 있는데 혹시 나처럼 마타리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거리가 가깝지 않은 것으로 보아 향기 보다는 모습과 빛깔을 감상 하는 듯 했다. 몇해 전이었을까 수년은 되었을 것이다 이 마타리 사진을 찍고 글을 썼던 일이 그런데 마타리를 서울 수목원에서 보았다 할아버지가 산에서 풀을 베어 오실 때 지게위에 춤을 추며 따라왔던 꽃 이런 저런 일로 반가웠다 두 장을 찍은 뒤 시흥역 부근의 안양천에서 찍었던 사진과 같이 묶어 보았다.

  
 

 

소래습지생태공원 4
  

칠면초 詩 寫眞/茂正 鄭政敏 농익은 그리움 온몸이 붉다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게 하고 싶어. 바람이 불면 손을 흔들고 물이 들어오면 가만히 미소짓는 염천의 8월을 옹골진 땀으로 이겨내 전신이 짜다

  

소래 습지 생태공원 4/무정 정정민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좋았다 제법 센 바람이 불어와 전신을 휩쓸고 가면 나온 땀이 식고 몸이 생기를 얻는 것 같았다. 넓은 습지원에 칠면초가 곱다 이 칠면초 나물을 먹어 본 기억이 나서 이파리를 뜯어 맛을 보았다 무척 짜서 소금간을 한 것 같았다. 살짝 데친 것을 나물로 먹는데 대체로 좀 짠 것 같았다. 하지만 익으면 풍미가 있어 좋았다. 넓은 습지원에 펼쳐진 칠면초는 수채화 그림을 보는 듯 볼만했다. 풍차와 정자 생태관을 보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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