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 1
  

바람의 흔적/詩 사진 茂正 鄭政敏 버들가지 끝이 푸르다. 엊그제 그 가지 흔드는 바람이 지나더니 생긴 일이다. 처마밑 땅이 터지는 소리 수선화 아기 손 같은 잎 솟더니 오늘은 노란 꽃이 피었다. 바람이 지나더니 생긴 일이다. 산에서만 울던 작은 새 한 마리 종종거리며 달려와서 마당 위로 분주하다. 바람이 지난 자리에 봄을 쪼는 짓이다. 내 가슴에 이는 그리움 한겨울이 녹아내리는 소리 봄바람이 지나니 생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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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브리테니커 사적 제3호. 수원성곽(水原城郭)이라고도 한다. 1789년(정조 13) 정조가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의 능을 양주 배봉산에서 수원의 화산으로 옮기면서 축조하기 시작했다. 1794년 2월부터 축조가 시작되어 1796년 9월에 완공되었으며, 둘레는 5,520m이다. 실학의 영향으로 거중기(擧重器)·활차(滑車) 등 근대적인 기기를 축성 공사에 사용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종래의 전통적인 축성방법을 기본으로 하고 한국 성곽이 갖는 약점을 중국이나 일본의 축성술로 보완한 화성은 그때까지의 축성기법을 가장 잘 집약시켰다는 점에서 한국 성곽발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35년 일본이 '수원성곽'으로 문화재 지정을 했으나, 1996년에 '역사 바로세우기 사업'의 하나로 일제가 지정한 문화재에 대한 재평가작업을 하면서 '화성'으로 명칭을 환원했다.

  

수원화성/무정 정정민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이라 하니 얼마나 위대한 유산인가 이산이란 드라마를 보며 정조가 국방을 튼튼하게 하며 정치적 입지를 굳게 하려 해서 만든 것이라 하니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은 곳이다 또 다른 점은 이곳의 조망도 좋아 역사를 생각하지 않아도 잔디밭이며 버드나무 늘어진 길을 걸어 볼 만했다. 이번에 가까이 다가가 걸어보지는 못했다 날씨가 차가워 차로만 성곽을 두 바퀴 정도 돌았다. 주차할 곳이 있는가를 생각했고 어느 위치에서 둘러볼 것인가를 미리 알아 두려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규모가 작지 않아 나처럼 체력이 약하면 단숨에 다 둘러보기는 쉽지 않겠다 싶었다. 지금보다는 푸른 잎이 돋아 나는 5월이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사진은 차로 돌며 외곽에서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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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산책 길에서
  

낮 달/무정 정 정민 해거름 서쪽 하늘은 붉게 타는 구름이 아파트 옥상으로 떨어진다. 재가 되어 흩어지는 구름 사이 회색 하늘에 낮 달이 빛나고 있다. 남몰래 숨어 하는 사랑인가 가만히 빛나는 눈동자 숨바꼭질하는 아이처럼 한낮에 보이지 않고 태양의 그림자로 빛난다. 속으로만 하는 사랑 있어도 없는 듯 낮 달은 언제나 빛나고 있었다.

 

매화꽃 봉오리 詩 사진 무정 정정민 새하얀 속살 살짝 드러내심 날 오라는 것인지요 부끄러워 얼굴 붉히니 어느새 웃으시네

산수유 꽃봉오리 시 사진 / 무정 정정민 마른 가지 끝 노란 물 들었다. 봄은 노란색 어느 사이 찾아왔나 삼월의 햇살은 작년에도 산수유 가지마다 꽃불을 켜더니.

꽃다지/무정 정정민 조용하게 살아요. 이름도 없는 것처럼 존재도 없는 것처럼 담벼락 귀퉁이 작은 땅에 살아요. 알아보는 나비가 있으면 반가워 노랗게 활짝 웃는 순진한 소녀처럼 살아도 사랑은 알아요. 욕심 없어 꽃도 작게 피우고 열매도 작지만 나는 분명 꽃이랍니다. 이름도 고운 꽃다지.

  

우리 집 산책길에 오시는 봄/무정 정정민 얼마간을 공부했더니 피곤했다.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팠다 아무래도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가끔 산책하는 길로 봄 마중 나갔다 어젯밤 봄눈이 내려 하얗던 곳은 어느덧 눈이 녹고 없었다 언덕바지 양지바른 곳은 햇볕으로 따뜻한 봄날의 아지랑이라도 올라올 듯했다 하지만 아직 웅크린 겨울이 남아있는 음지나 마른 개울에는 잔설이 남아있었다. 그렇다고 봄이 오지 않을까 하늘을 보니 뭉게구름 그리고 낮달이 빛나고 있어 어린 청춘 어느 날 그리움이 되었던 소녀가 생각났다 양지바른 어디선가는 그 소녀의 표정 같은 봄꽃 피지 않을까 꽃다지가 보였다. 산수유 꽃봉오리도 보였다 매화꽃 봉오리가 예쁘게 올라오고 있었다. 이렇게 봄은 시작되고 있었다 날마다 더욱 가깝게 내 곁으로 오리라 음악/Silk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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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강아지 7

버들 강아지 2 -茂正 鄭政敏- 찬바람 눈 서리 손발이 얼어 터지고 심장도 멎을 것 같던 정월이 갔다. 눈부신 햇살이 솜털 부스스한 피부를 어루만져 이제 졸린 눈 떠 볼까 아 봄이다. 환하게 웃어 좋을 버들강아지/옮긴 글 쌍떡잎식물 버드나무목 버드나무과의 낙엽활엽 관목. 학명 Salix gracilistyla 분류 버드나무과 분포지역 한국·일본·중국·우수리강(江) 연안 서식장소 강가 크기 높이 1∼2m 포류(蒲柳)·수양(水楊)·세주류(細柱柳)라고도 한다. 강가에서 많이 자란다. 높이 1∼2m이고 뿌리 근처에서 가지가 많이 나오며 어린 가지는 노란 빛이 도는 녹색으로 털이 있으나 곧 없어진다. 잎은 거꾸로 세운 바소꼴 또는 넓은 바소꼴로 양 끝이 뾰족하고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의 길이는 3∼10mm이다. 잎 표면은 털이 덮여 있다가 없어지고, 뒷면은 털이 빽빽이 나서 흰 빛이 돌거나 털이 없는 것도 있다. 꽃은 단성화로 4월에 잎겨드랑이에서 어두운 자주색 꽃이 핀다. 수꽃이삭은 넓은 타원형으로 수술이 2개이고, 암꽃이삭은 긴 타원형으로 꿀샘이 1개이며 붉은색이다. 포는 긴 타원형으로 털이 있고 암술머리는 4개이다. 열매는 삭과로서 긴 타원형이며 길이가 3mm 정도이고 털이 있다. 4∼5월에 덜 익은 열매를 그대로 식용한다. 제방의 방수림으로 적당하며 1∼2년생 가지는 꽃꽂이 소재로 사용된다. 내한성과 맹아력이 크며 오리나무·키버들 등과 함께 섞여 자란다. 한국·일본·중국·우수리강 연안 등지에 분포한다.

버들강아지 7/무정 정정민 어디에 버들강아지가 있는지 안다 의왕의 개천에 있었다 그리고 안양천 석수에도 있다 또한 인천 대공원에 있었는데 이번에 만난 버들강아지는 안산 식물원이다. 붉은색을 띤 것도 있고 꽃이 노랗게 핀 것도 있었다 반가웠다.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워 많이 찍지 못했지만 봄의 전령사 중 하나인 버들강아지를 올 봄에도 보게 되어 기뻤다. 2년 전의 어느 봄날에 찍은 것이다 이후에 버들강아지가 있는 곳을 더 알게 되었다 서서울 호수공원과 가양대교 아래 강가 어딘들 없겠는가마는 내 마음속에 기억되는 곳은 많지는 않다 올 봄에도 새로운 버들강아지를 만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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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는 사랑하고 싶다/무정 정정민 시인들은 봄을 노래하고 오는 비는 봄을 재촉하니 난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카푸치노 한잔의 달콤함 가슴 찌르는 전율처럼 뜨거운 사랑을 해볼까! 들꽃처럼 숨어서 미소 짓는 향긋한 꽃 향 같은 은근한 사랑을 해볼까! 대지를 살금살금 스미는 생명수 되는 봄비 같은 사랑 한 번 해볼까! 봄에는 사랑하고 싶다. 비가 오는 봄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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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에 내리는 눈 2
  

눈이 온다는 말 글 사진/무정 정정민 눈이 온다는 전화를 받고 무척 행복했다. 이런 아름다운 말을 누가 나에게 해줄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은 이런 소식을 전할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란 생각을 한적이 있다. 다른 표현을 해보면 들을 일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볍게 흥분한 소녀같은 음성이 얼마나 정겹게 들렸는지 모른다. 그 음성만 들어도 반갑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심정이었을 터인데 눈 소식을 전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 무척 기분이 좋았다. 혼자서 보기가 아깝다는 말이 더 좋았다. "선생님이 이 현상을 보면 시를 쓰실 터인데...." 하는 말은 나를 감동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창 밖을 봤지만 눈이 내리는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시력이 나빴을까? 김서린 창문이 흐려서 창 밖이 보이지 않았을까? 전화를 끊고 이중창을 열어 보니 작은 알갱이 눈이 무척 많이 내렸고 내리고 있었다. 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그 변한 모양 속에서 차를 운전하고 있을 김선생의 모습을 생각했다. 눈이 내린다는 말이 같이 보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소홀하여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그 시간 틱 낫 한의 "화"란 책에 깊이 빠져 있어 정신이 조금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전화를 끊은 뒤에 다시 책을 보려다 생각하니 아무래도 눈이 오는 것 같아. 이중창을 활짝 열어 보고 눈이 내린다는 것을 획인하고 집 밖으로까지 나가 다시 확인을 하니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똑바로 직하되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히 하염없이 내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창문을 활짝 열어 그 눈을 한참 바라봤다. 전화를 거신 그 마음, 그리고 운전하고 있을 그 상황을 생각하고 어서 시를 써야 겠다고 생각했다. 해서 탄생한 시가 "춘설"이었다. 사실 마음이 조급하여 얼른써서 보냈고 얼른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 메일함을 몇 번이나 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퇴근시간이 되었어도 열어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분명 메일이 왔다는 것을 전화를 통하여 이미 알고 있다면 궁금하여 어서 열어 보았을 터인데 열어 보지 않았다는 것은 수업을 하느라 너무 피곤하여 집으로 들어오자 마자 곧 쓸어져 잠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곤한 잠을 자는 사람을 깨우는 일이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서 잘 참고 퇴근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오전 사무실에 나와 메일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그곳에도 메일에 대한 답이 없었다. 다행이라면 내 메일을 수신한 흔적이 있었다. 급하게 수업을 나가느라 그랬으려니 생각하고 늘 하시던 방법으로 오후에 문자가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잠시후에 메일이 도착되었다. 그 순간 그 메일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바로 메일을 읽은 후에 전화를 했다. 춘설이란 시가 탄생된 배경이다. 시를 쓰게 하신 점을 감사했다. 전화 해주신 점을 감사했다. 감격된 순간이었다. 누가 나에게 그런 아름다운 말을 해줄까. "눈이 와요!" 하는 말을. 간단하고 쉬운 말이고 흔한 말이지만 그 감정과 정겨움이 가득한 "눈이 와요!" 이 말은 아무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김선생이 아니면 당시의 김선생이 가진 그런 마음이 아니면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는 말이다. 내가 왜 행복한 것인지 내가 얼마나 기분좋은지 간단한 시 한 편으로 다 담지 못해 안타까웠다. 때론 눈소식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도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春 雪 2 詩 영상/茂正 鄭政敏 노란 수선화水仙花 꽃향기 아지랑이 타고올라 하늘까지 이르면 질투하는 눈꽃雪花 춘삼월春三月도 잊고 노란 꽃 위에 내려앉아 봄꽃春花인가 눈꽃雪花인가 분간하기 어려워라

  

春 雪 1 시 영상 무정 정정민 참지 못할 그리움이런가 싸락눈도 아니고 사뿐히 내려서는 함박눈도 아닌 것이 얼마나 급한 마음이기에 사선을 그으면서 내리는가 光明의 아파트 사각창문으로 보이는 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구로동 어느 골목에서 하늘을 보는 사람 눈에도 보인다. 같은 하늘에 내리는 눈이 보인다. 눈이 온다는 말 그 말이 하고 싶어 내가 보는 눈이 보이느냐고 같이 볼 수 없느냐고 틀림없이 春雪이라고 하는 電話音 얼마나 급한 그리움이면 참아내지 못하고 내려서 쌓이는가 가슴에 가득 내려내려 쌓이는가 흰장미 香氣처럼

  

春 雪 2/무정 정정민 간밤에 눈이 내렸다. 적설량이 얼마인지 몰라도 나뭇가지에 소복하게 쌓였다. 천왕산도 하얗다 놀이터도 하얗다 카메라를 들고 베란다에 나가 몇 장의 춘설을 찍어 보았다 다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계단으로 나가 놀이터와 천왕을 찍어 보았다. 몇 해 전의 삼월에 내린 눈을 보며 창작했던 시와 글을 모아 보았다 올해의 마지막 눈일까 아무리 눈이 내린다 해도 계절의 순환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봄은 분명 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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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들강아지 남몰래 그리는 정 하염없이 흐르는 저 물은 알까 한겨울 혹한 속에서도 속 울음 참아낸 3월의 양광 살 속 깊이 파고들어 참고 참아낸 고통 스르르 녹아내리면 물 흐르듯 피가 돌아 내 낯빛도 밝아진다. 그 환희 감추고 싶지 않아 가만히 웃는다. 아직 솜털 부스스해도 -무정 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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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푸른 수목원의 3월
  

미나리 꽃 피는 강가의 추억 詩 사진/茂正 鄭政敏 강가에는 추억이 돋아납니다. 봄마다 파릇파릇 마디진 미나리 향기로 여울지는 그리움 그날의 그 노을과 바람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같이 놀던 물새도 어느 먼 세월 속으로 사라져 갔지만 내 강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물새가 웁니다. 이 강가에 홀로 나와 흘린 눈물 넘쳐 바다가 되어도 여전히 침묵하는 이여! 얼마나 더 탄식하고 얼마나 더 많은 노래를 불러야 할까요. 미나리꽃 지기 전에 이 밤이 가기 전에 어서 오세요.

 

서울 푸른 수목원 3월/무정 정정민 3월 초의 서울 푸른 수목원 아직 찬바람이 다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람이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볼을 스치는 바람이 많이 싫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겨울옷을 벗기도 조금 망설여지는 때 풀숲에는 꽃다지나 곰반부리등이 돋아나고 있었다 이미 봄이 시작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봐서 그런지 버드나무 끝도 조금씩 푸르러 지는 것 같았다. 꽃집에는 수선화와 히아신스가 출하되고 동백과 매화가 피어나 있었다. 이렇게 봄이 기지개를 켜는 때 마음도 봄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움츠렸던 몸이 조금씩 부드러워 지고 있고 옷도 조금씩 가벼워졌다. 멀지 않아 들에 핀 들꽃을 보게 되리라 새들의 노래도 더욱 가깝게 들리고 철길 위로 아지랑이도 올라올 것이다. 이 얼마나 기다리던 봄인가 마음이 저만치 봄 마중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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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푸른 수목원 의자

  

빈 의자 2 詩 寫眞/茂正 鄭政敏 당신을 위해 오늘도 의자를 준비 했습니다. 지나는 바람도 앉지 못하게 하고 작은 먼지라도 쉬는 것을 허용치 않습니다. 내 사랑 나에게 가장 소중한 당신이 앉아야 하니까 밤이어도 좋고 아침이어도 좋습니다. 눈 내리는 날도 좋고 비가 와도 좋습니다. 언제나 당신만을 위해 빈 의자로 둡니다. 꽃피는 봄에 오시려는지요? 향기 가득 안고 오실 것을 생각하면 벌써 이 겨울이 저만치 간 것 같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 오시어도 됩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향기니까 꿈속에라도 오세요.

빈 의자 詩 사진/무정 정정민 파도가 철석 이는 천리포 작은 섬이 보이는 언덕에 의자 둘 나란히 있다. 바람이 불어와 멈칫하고 갈매기 날아와 쉬기도 하는 언제나 그 자리 내 영혼의 동반자 그를 기다리며 나는 의자로 늙어간다. 푸른 바다가 여전하고 산도 여전한데

  

쉬어 가는 빈 의자 詩 寫眞/茂正 鄭政敏 내 집 앞에는 작은 호수가 있네! 고기가 살고 새가 날아오네! 나도 그 호숫가를 걸어서 가네. 호수 끝에는 산이 있고 작은 오솔길이 있어 다람쥐 한 마리 가끔 지나가네 호수 길을 지나 그 길도 걸어서 가네! 젊은 잣나무와 늙은 소나무 언제나 푸르게 자라고 내가 지나갈 적마다 향기 보내는 길도 지나면 참나무 숲이 보인다. 천연 약수터가 보인다. 작은 표주박 하나 빈 의자 하나 언제나 나를 기다린다. 삶의 쉼표 같은 곳 이제 목을 축였으니 돌아가리라 작은 호수가 있는 내가 사는 집 시를 쓰던 헌 책상이 있는 곳

  

서울 푸른 수목원 의자/무정 정정민 서울 푸른 수목원을 거닐며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보이면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돌로 만든 의자 나무로 만든 의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잎진 수목원의 의자는 쓸쓸하게 보였다 앉아있는 사람이 없어 그런 모양이다 아무래도 푸른 잎이 너울거리는 6월이면 이 의자는 빛날 것이다. 피곤한 누군가를 쉬게 할 것이며 다정한 연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며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줄 것이다. 여름이나 가을에는 나도 이곳에 앉아 날아가는 새들을 보리라 꽃향기를 맡게 될지도 모르지 다정한 친구와 같이 앉아 개구쟁이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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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숲 10 고독의 숲
  

고독의 숲/ 詩 寫眞/茂正 鄭政敏 숨을 곳 없는 외로움이 석양빛 슬픈 자작나무 숲에서 낙엽처럼 뒹군다. 늘 낯선 시간 때문에 희망의 거미줄 가지마다 걸어 둔 여름이 부질없는 달빛처럼 부서져 나무는 하얗게 야위어 간다. 자신을 감추지 못한 고독 천적을 피하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나무 끝까지 오르지만 나목의 겨울 숲은 추위만 기승부린다.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 지천명의 겨울 숲은 까치 울음으로 더 휑하다.

  

서울 숲속의 은행나무 숲/무정 정정민 어느 해던가 이 은행나무 숲에 가게 되었다 전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은행잎이 다 떨어지고 말았는데 이 숲 속은 나무에는 은행잎이 없었지만 바닥에는 노란 융단처럼 은행잎이 가득했다. 나무 사잇길로 걸어가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신기하고 보기는 좋은데 마음이 자꾸 시려 오는 외로움 나무 꼭대기에서 까치가 울어 더욱 쓸쓸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날을 생각하며 구름다리 위에서 은행나무 숲을 보니 회색빛의 숲이 역시 고독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 숲 속 벤치에 앉아있는 연인을 보니 나도 그런 낭만에 젖어보고 싶다는 또 다른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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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숲 식물원 9

  

수족관 詩 寫眞/茂正 鄭政敏 흐르지 않는 물이라도 물속에 살아야 하는 물고기의 삶이 행복하다. 파도를 만나지 않아도 돼 거친 폭력자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먹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유영하는 일만 하면 돼 잠을 자고 일어나면 작은 공간 구석구석 돌고 돌면 돼 물이 마를까 독극물이 들어올까 무서운 새가 날아들까 헌데 친구가 그립다 오래전 헤어진 친구를 만날 수 없다. 다 채우고 살 수 없나 봐

  

수족관 /무정 정정민 투명한 수족관 뒤의 나무가 수족관 안으로 들어가 있은 것 같았다. 사진을 찍어 보니 더욱 그랬다. 이곳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물고기 움직임이 재미 있어서 수족관은 몇개가 있었는데 커다란 물고기는 내가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밀면 오히려 다가와 자신을 찍어 달라는 것 같았다 사람을 좋아해 그런가 보다 그에 비해 작은 물고기는 내가 다가가 카메라로 찍으려 하면 얼른 도망갔다 수줍어 그랬는지도 모른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카메라로 물고기를 찍어보는데 이렇게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사람도 만나보면 다양하다 같은 표정이나 말에 웃고 반가워 하는가 하면 더러 화를 내는 사람도 있으니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만나는 사람에게 반가운 표정을 짓는 것일까? 도망가는 물고기 같을까?

  

서울 숲 / 무정 정정민 서울 숲에 갔다. 올해로 세 번째는 되는 것 같다 이상하게 겨울에만 가게 되었다. 여름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말아 언제고 꼭 여름이나 봄에도 가보리라 생각한다. 이번엔 일부러 간 것이 아니라 근처에 볼일 있어 미리 갔다 그리고 서울 숲을 거닐어 보았다. 지난가을 북서울 숲을 거닐었던 생각이 나 그곳과 이곳 중 어디가 더 아름다운 곳일까 혼자 가늠해 보기도 했다. 넓기는 또 어떨까 생각해 보았지만 가늠은 쉽지 않았다. 서울 숲의 호수는 변했다 사진 속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던 모습은 새로게 단장되었다. 부들이나 갈대 대신 분수가 설치되어 있었다. 어느 여름날 분수를 보게 되면 정말 멋진 풍경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서울 숲의 사계를 언젠가는 볼 것이다. 그것을 카메라에 담아 가끔은 다시 들춰보며 행복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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