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백만송이 장미원 14

薔薇 微笑/茂正鄭政敏 한 겹 두 겹 서리서리 감춘 마음 허사로다 허사로다 붉게 터진 미소 얼마나 그리우면 온 얼굴 불 같기만 할까 바람이 지나도 소용없다. 이슬이 내려도 식지 않아 낙화도 붉은 그 마음 이제야 알다니

꽃가게 여사장/글 무정 정정민 나는 꽃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부터 꽃밭에서 살아서인지 꽃을 사랑한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꽃이라는 말만 들어도 기분부터 좋다. 내가 살았던 시골집에는 특히 장미가 많았는데 그 장미를 보면서 '어쩌면 저리도 꽃이 예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특히 이슬을 머금고 피어있는 장미는 정말 예쁘기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스름 달밤에 장미를 볼 때도 너무나 예뻐서 가슴이 뛴 적도 있다. 풋풋한 냄새를 맡노라면 살아 있다는 사실이 마냥 감사가 될 때가 있었다. 이처럼 좋아하는 장미꽃다발을 선물 받았다. 꽃가게 여사장님에게서받았다. 후레지아와 같이 요리조리 잘 꾸미고 묶어서 건네준 꽃을 받아들고 겉으로 표현을 다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화원에서 즉석에서 자른 꽃을 선물 받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떤 축하 받을 만한 공식석상에서 꽃다발을 받은 것도 아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꽃가게에서 자신이 팔 꽃을 꺼내서 전지가위로 자르고 자른 꽃대 부위에 물을 묻히기도 하고 꽃을 보기 좋게 어쓱하게 균형을 맞춘 뒤에 노란 후레지아 꽃을 그 위에 얹어서 흩으러 지지 않게 잘 묶더니 연초록 갈포지로 싸고 다시 투명한 비닐로 싸서 꽃을 들고 있을 때 습기가 손에 전달되지 않도록 한 뒤에 다시 연초록 갈포지로 싸는 것을 봤다. 많은 정성과 수고가 들어간 뒤에 아주 예쁜 꽃다발이 완성이 되었다. 장미도 붉은 장미와 분홍색 장미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만든 꽃다발이다. 이처럼 정성스런 꽃다발을 만드는 것을 즉석에서 본 것도 많지가 않지만 나에게 줄 선물을 직접만드는 것을 본적은 기억에서는 없다. 더구나 꽃집의 여사장님이 나에게 주기 위해서 만든 꽃다발의 전 과정을 지켜볼 일이 있기나 하겠는가. 꽃집을 하시는 분이 선물한 꽃다발을 선물로 받아본 것도 오늘이 내 생애에서 처음이니 오래도록 잊지 못할 사건임이 분명하다. 이 여사장님도나 말고 직접포장한 꽃다발을 선물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팔기 위해서야 수도 없이 꽃다발을 만들었을 것이지만 정성을 다 해서 만들어 선물하는 예는 결코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쩌 면 한 번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앞에 서서 열심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나 자신이 염치가없는 것인지 행복한 사람인지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꽃은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고 선물도 기쁨을 주는 것이어서 꽃 선물은 아주 특별하다. 장미가 가지고 있는 의미도 특별하지만 이 꽃을 선물한 여사장님은 단순한 반가움의 표시로꽃을 주셨기에 야릇한 감정으로 받지는 않았다. 다만, 감사하고 다만,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꽃이 기쁜 것이고 선물이 기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꽃을 포장하시는 모습과 표정이 너무나아름다웠다. 보통은 사랑하는 연인이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사랑을 고백하는 마음으로 이런 꽃을 선물하는 것이지만 여사장님이 나에게 주신 꽃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반가운 표시이며 정겨운 표시일 뿐이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고 그래서 더욱 정겨운 세상에 행복한 나였다. 나에게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아시면서도 꽃 선물을 서슴없이 하신 것은 내가 시인이기 때문인 것을 희미하게 짐작을 한다. 좋은 시를 쓰라는 격려일 것이다. 내 마음에 드는 시를 써서 감상하게 해 주신 것이 고맙다는 뜻일 것이다. 시인이 되어서 행복한 날이었다. 내게 꽃을 주신 아름다운 마음의 향기가 모든 사람에게 전달되어서 꽃도 많이 팔리고 그 마음에 늘 행복의 꽃이 만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여사장님의 마음속에서 늘 꽃향기가 난다는 소문을 듣고 싶다. 봄은 누구에겐가 꽃을 선물하고 싶은 계절인지 모르겠다. -15년 전 선물 받았던 장미 꽃다발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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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애기능의 봄 詩 寫眞/茂正 鄭政敏 광명에서 안산으로 가는 길 안티나들목 지나 작은 언덕 뽈깡 넘고 나면 저수지 하나 작아서 귀여운 애기능 어느해나 봄은 남쪽에서 전철을 타고 독산역에 하차를 한 뒤에 흰색 승용차를 타고 바람처럼 언덕을 넘어 이곳 저곳에 금가루를 뿌리면 개나리꽃으로 피어나고 진달래 꽃으로도 피어나 벌 나비를 부르면 할미꽃도 덩달아 춤을 추었다. 아직 이른 봄 그 언덕에 앉아서 흰색 차를 기다리는 신사 눈부신 2월의 햇살 받으며 자꾸 몸을 떤다. 약속된 봄이 오련만 기다림은 떨림 남몰래 가슴 졸이는 고요한 흔들림

  

진달래꽃 보다 아름다운 당신 詩 사진/무정 정정만 진달래를 보면 청초하리만큼 고왔던 18세 당신이 생각납니다 수줍어만 하던 모습 나도 차마 말 못하고 가슴만 태우던 시절 돌이켜 보니 황홀하게 아름다웠던 그때로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 꽃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워 얼마나 가슴 깊게 담았는지 내 평생 잊지 못할 고운 모습입니다 이 꽃은 피면 지고 계절이 다시오면 또 피련만 우리의 지나버린 모습은 다시 오지 않으니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에 조용히 눈을 감아 봅니다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이 시간 앞에 무력하여 변화를 거듭하고 쇠퇴하지만 내 사랑은 더욱 고와지고 더욱 성숙해진 깊은 뿌리가 되어 단단하고 튼튼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이 세상 무슨 꽃이 당신보다 더하리 내 맘에 핀 꽃 이 사랑 꽃은 이 생명이 다하여도 변하지 않는 청초한 18세 당신입니다.

  

옥구도 낙조대 시. 사진/茂正 鄭政敏 옥구도는 바다에 있었다 해가 지면 너무 쓸쓸하여 속으로 울었다. 눈물이 가슴에 고여 생금 우물이 되자 나무가 살고 새가 사는 곳이 되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이 섬이 좋아 찿게 되고 드나들기 편하게 하려고 섬과 육지를 연결하여 공원을 만들었다. 정상에 정자를 만들고 그 옆에 낙조대도 만들었다. 그래도 섬은 외로웠다 진달래 피고 장미가 피어도 수 많은 사람이 찾아와도 해는 섬을 두고 밤마다 떠나갔다 이 세상 이별 없는 것이 있을까 이별이 슬퍼 만남이 더욱 찬란했다. 옥구도 낙조대에 서면 수많은 이별이 눈물처럼 보인다. 꽃이 지는 것이 배가 떠나는 것이 사람이 떠나는 것이.

  

바다가 보이는 진달래 숲/茂正 머리가 아픈 날이 있다. 원인을 알 수 있는 날도 있지만 불분명하지만 무엇엔가 탁 막힌 느낌이 머리를 짓눌러 눈까지 피곤해 지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만사 귀찮다. 자칫하면 화를 내기 쉽고 그 화가 다시 나에게 돌아와 우울함이 증폭되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거칠게 호흡을 하고 나면 그런 증세가 사라지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런 날은 작은 산으로 간다. 급하게 오르고 숨이 턱에 차면 앉을 곳을 찾아 가만히 자신의 일을 돌아보면 어느 사이 무거운 머리가 가벼워 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찾아간 옥구 공원은 진달래가 피어 있었다. 천천히 걸어도 주차장에서 산에 오르고 내려와 다시 주차장까지 한 시간이면 되는 곳이다. 코스가 많아서 늘 생각을 하게 되는데 오늘은 진달래가 많은 곳을 택했다. 평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햇살이 눈 부시지도 않아서 산을 오르기 좋은 날이라 생각하며 부지런히 올랐다. 있는 힘을 다 풀어놓을 것처럼 급하게 오르고 내친김에 낙조대까지 올라 시흥시를 보노라니 오늘따라 맑지 않은 공기가 아쉽기만 했다. 그러나 꽤 많이 핀 진달래는 그런 중에도 위로가 되었다. 진달래 숲은 아이들의 시가 걸려 있었다. 한적한 장소를 골라 앉아 보았다. 탁자와 의자가 붙어 있는 간이의자였지만 산책하는 많은 사람이 비켜가는 자리였다. 서해 바다가 보이는 곳에는 막 핀 진달래와 산수유가 개나리와 생강나무와 같이 어우러져서 작은 정원 같았다. 턱을 괘고 자신을 돌아보니 아직도 버리지 못한 세상의 잡다한 욕심이 나를 괴롭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가진 것을 더 많이 가지길 원하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스스로 괴로워하는데 그러고 있는 나를 보고 놀랐다. 어떻게 이 세상 떠나갈 것을 알지만 어느 사이 손으로 쥐기를 원하니 그것이 고통이 되었다. '쥔 것이 없이 왔으니 가볍게 살자'. 이 작은 생각이 나를 회복시켰다. 그러자 들리는 새소리. 이름을 알 수가 없지만 7종 이상의 새소리가 들렸다. 이런 봄에 짝을 찾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희미하지만 바람소리도 들렸다. 물결소리도 들렸다. 어쩌면 이미 들었던 소리를 기억하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진달래 꽃술이 작게 흔들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팝나무 푸른 잎도 버드나무 고운 잎도 다 보였다. 청설모 한 마리 곡예 하듯 나뭇가지를 타는 것도 보였다. 먼바다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이 있는 중심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자! 아, 이렇게 신비한 곳에 앉아 있다는 행복이 턱 앞에 있었다. 혼자 짓는 미소가 즐거웠다. 진달래 숲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꽃이 피는 숲에서 우울은 가당치도 않다. 나도 어느 사이 꽃이 되어 미소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이런 자연에서 왔다 이름없이 간들 그것이 어떠랴. 꽃이 피는 것은/정정민 햇살이 벙긋하니 따라 웃었다. 부끄러워 붉게 피니 진달래라 하고 개나리도 따라 웃다 입이 찢어지는 것도 모르고 겨우내 참은 웃음 햇살처럼 웃는다. 산수유는 작은 방울 가지에 걸어놓고 살랑살랑 봄바람에 솜털을 흔들더니 견디지 못할 간지러움 향기만 날린다. 이웃사촌 생강나무 새소리에 웃고 나니 노란 털이 부스스 그것보고 웃는 나는 무슨 꽃이라 할까

그리움은 진달래꽃 필 때마다 詩*寫眞/茂正 鄭政敏 사랑노래 지치도록 부른 종달새 소리에 우리들의 뒷산에 연분홍 진달래 피고 그 꽃 한 다발 꺾어 순금에게 주던 창현 우리는 모두 순금이고 창현이었다. 눈을 감아도 잊히지 않아 편지를 쓰고 너무 정겨운 편지에 가슴에 새긴 연서 어제 일 같은데 벌써 50년 세월 진달래 꽃 필 때마다 그리운 얼굴 종달새 노랫소리 가슴에서 났다. 못 잊을 얼굴 잊히지 않는 이름 눈감으면 생각나서 지금도 불러 보는데 어느 곳에 살든 어떻게 변했던 내 첫사랑, 언제나 그리운 사람 엄다라는 말이 신계리 성천리 삼정리가 똑같이 그리운 사람 진달래 필 때마다 그 향기날 때마다 만나고 싶은 이 모두 모였다. 내년에도 그 이듬해도 수십 년 뒤에도 지금처럼 만나자! 보고파서 잠 못 이루는 사람 되자! 보석 같은 추억이 되자! 너와나는 순금 이와 창현이니까

  

화성의 진달래/정정민 작년엔 화성 우리꽃 식물원 산책로를 따라 산으로 올라가 진달래를 보았다. 올해는 아직 일러 온실 안에서 여러 컷을 찍어 보았다 봄의 화신은 온실 안이라 해도 반갑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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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상동 호수공원 2/억새

  

억새 4 시. 사진/茂正 鄭政敏 찬바람 가슴까지 시린 겨울에도 목을 꼿꼿하게 세우고 저 멀리 눈빛을 맞추는 너는 세월을 낚는 낚시꾼처럼 좌절이 없구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 전신이 다 흔들리고 흰머리 흩날려도 여전히 먼 곳을 보는구나 할 일을 다 마친 노인의 지혜일까 차라리 무심한 눈빛이 햇살에 반짝인다.

  

상동 호수공원 2/정정민 호수 공원 하켠에 억새 밭이 있었다. 다 피어나 씨앗이 날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곳은 많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그저 지나지 못하고 카메라에 담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억새밭을 지나며 사진을 찍어 보았다. 구름처럼 하얀 억새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해 주었다 앉아 찍어 보니 구름인지 억새꽃인지 서로 흰색이 많이 닮았다. 늦가울 풍경으로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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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마인
  

나의 집 시. 사진/茂正 鄭政敏 대궐처럼 크지 않아도 된다 창문을 열면 뜰이 보이고 뜰에는 작은 야생화가 보이면 된다. 내 차가 드나들 길이 있고 더러 날 사랑하고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달빛을 받으며 올 수 있으면 된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작은 서재가 있으면 된다 집 뒤에 산이 있어 새소리가 들리면 된다. 잠 못 드는 새소릴 들으며 같이 외로워 하기 도하고 새벽에 우는소리에 잠에서 깨면 된다. 비가 오는 날에 빗소리가 들리면 된다 침대에 누워 아름다운 추억을 돌아볼 수 있게 가을 단풍도 한겨울 설경도 작은 창문을 통하여 볼 수 있다면

  

내마음의 정원 詩 寫眞/茂正 鄭政敏 사철 푸른 나무를 심겠습니다. 언제나 시들지 않는 싱싱한 잎이 금방이라도 파란 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구상나무를 심겠습니다. 당신이 날아와 쉬어 갈 수 있게 나무 사이에 작약을 심겠습니다. 붉은 꽃 하얀 꽃 피는 오월에 노랑나비 날아와 너울거리면 천사도 쉬어가고 싶은 곳 당신이 오고 싶어 견디지 못하게요. 정원 뒤쪽에 폭포를 만들겠습니다.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여 산새가 모여들면 물소리 새소리가 아름다워 당신이 찾아와 목욕할 수 있게요. 폭포 주변에 능금나무를 심겠습니다. 과실이 작아도 붉어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시큼하고 달콤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한 바구니 가득 담아 당신께 드리고 싶어서 어서 오세요. 구상나무 우거진 능금열매 익어가는 나의 정원으로.

무주 설천면 이츠마인 펜션에서/정정민 어느 해보다 더웠던 올여름 가족과 휴가를 같이할 수 없어 고민했다. 휴가 날짜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때 대전에 사시는 권사님께서 딸이 운영하는 무주의 펜션에 가겠느냐고 묻는다. 여름날의 한줄기 소나기 같은 말이다. 염치불구하고 불쑥 찾아간 나를 이츠마인 주인께서는 반갑게 맞아주셨다. 대전에서 교사로 봉직하다 노년을 공기 좋고 전망 좋은 곳에서 보내기 위해 준비한 펜션은 동화 속 요정이나 살법한 멋들어지고 기분 좋은 집이었다. 더구나 산기슭 맨 위에 있어 앞 창문으로 무주의 많은 펜션이 보이고 뒤뜰은 바로 소나무 숲이어서 위치도 천혜의 자연적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작은 텃밭도 있어 가지나 호박 옥수수 상추 고추 등 먹을거리도 풍성하여 한번 방문으로도 평생 잊지 못하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탤런트 뺨치는 아주 잘생긴 두 아들이 집 뜰에 참숯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있었다. 우리를 환영하는 의미였다. 무주의 산 공기 향기로운 곳에서 후한 인심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가족이 우리를 맞아 주는 것만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데 그곳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찬을 준비하여 주니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두 동의 펜션 중 가장 크고 편리한 곳에 우리를 재우는 주인의 배려도 즐거웠다. 숲에서 우는 새소리에 잠이 들고 다시 그 새소리에 일어나니 그동안 찌든 몸이 거뜬했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전깃줄도 정겹게 보였다. 아주 특별한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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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일산호수공원 2

선인장 茂正정정민 목마른 땅 아무나 살지 못할 저주의 땅에서도 살아남아 꽃을 피우는 나를 아시나요 독수리 날카로운 부리에서 살인적인 태양의 열기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나는 온몸에 가시를 둘렀습니다. 오직 한 사람 당신을 만나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안고 있습니다. 몸이 사그라지면 새롭게 싹을 틔우고 견디고 참는 세월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기다림이 끝나게 해주세요 나의 사랑아.

선인장(仙人掌)/위키백과 석죽목 선인장과 식물의 통칭이다. 선인장은 다육 식물의 일종인데, 다육식물은 건조한 환경에 견디기 위해 수분을 저장하는 조직을 진화시킨 식물들을 말하며, 현재 전 세계에 약 8000종 이상이 보고되고 있다. 다육식물들 중에 아메리카 대륙의 한 무리의 식물들은 잎을 가시로 변화시키거나 퇴화시켜 건조에 특히 더 강하게 진화하였는데, 이를 선인장(仙人掌)이라 부른다. 선인장은 신선의 손바닥처럼 생겼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제주도를 비롯하여 한국에 자생하는 선인장(Opuntia 속, 일명 부채선인장)의 모습이 마치 손바닥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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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공원 꽃양귀비

꽃 양귀비 茂正정정민 바람처럼 스친 눈길 먼 곳에 있어도 자꾸 가는 마음 눈을 감아도 여전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더 세차던 호흡 헛본 것이 아니라면 꿈이 아니라면 정녕 꽃이란 말이냐? 봄바람에 살랑살랑 천상에서 오신 것인가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색 현기증 날까 두렵다. 잊을 수 없지만 가슴에 꽉 차면 숨인들 제대로 쉴까 부질없어도 조금은 잊으려 하마.

심학산 붉은 양귀비 -무정 정정민- 내가 그대를 만나고 싶은 곳 산과 들이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붉게 타는 심학산 뜨거운 가슴이 신열로 들끓어 붉은 꽃을 피우지 않고 견딜 수 없어 수만 송이 피우고 또 피우는 곳 그대 고운 손을 잡고 꽃 사이 소로를 따라 아침 해가 뜨는 시간에 걷고 싶다. 무지개처럼 영롱한 그대 눈이 꽃물로 가득하고 그대 숨결이 향기로 가득하여 꽃 중의 꽃으로 눈부시게 피는 것을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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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커트 글 寫眞/茂正 鄭政敏 머리가 근질근질할 때면 머리를 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보통은 이틀 정도에 감지만 때론 삼일 만에 감을 때도 있다. 매일 감는 것에 비하면 참 다행이다. 아들이나 딸은 매일 감느라 바쁜 시간에 종종거리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다 보면 머리채가 손에 잡히는 감각이 다를 때가 있다. 길다는 느낌이 드는 때다. 그러면 머리 커트를 해야 하는데 이 일이 나에게 쉽지 않다. 무조건 이발소로 가거나 미장원가면 되는데 아내의 제지를 받기 때문에 내 머리를 내 맘대로 하지 못한다. 즉 아내가 머리 커트를 하기도 하는데 너무 바빠 내가 원하는 시간이나 필요한 때에 해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혼자 할 수 없어 고민한다. 어제도 그런 고민을 하는 날이었다. 머릴 감아보니 머리가 길게 느껴지고 거울을 보니 구레나룻처럼 길게 늘어진 옆머리가 무슨 활처럼 휘어져 썩 보기 좋지 않았다. 아내에게 이야길 했더니 "내일! 내일!" 하면서 미룬 날이 한 주가 지났다. 좀 짜증도 나고 얼른 커트하고 싶어 좀 심한 말을 했더니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헌데 구세주처럼 나타난 막내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도 머릴 파마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불난 곳에 부채를 흔드는 격이었다. 하지만, 늦둥이 아들의 애교에 아내는 화를 내다 웃고 말았다. 하고선 둘 다 압구정에서 머릴 해결하라고 돈도 주고 시간도 내주었다. 아들과 난 우리 집의 두 남자다. 이런 일은 여자에게 있어야 하는데 세상이 거꾸로 가는지 남자에게 생겼다. 웬 떡이냐 하고 덥석 받아먹는 기분으로 전철을 타고 압구정 현대 백화점에서 내렸다. 그리고서 아내가 지정한 헤어디자이너를 찾아 갔다. 예약 손님인 것을 알고 젊은 여성 둘이 한 분은 아들을 한 분은 날 맡아 아들은 파마를 난 커트를 해주었다. 여태껏 이렇게 감미로운 손길을 경험하지 못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머리 한 번 커트하려면 2킬로는 걸어야 했고 억센 이발사의 손으로 깎는 머리가 때론 뜯기고 때론 금속성이 차가워 늘 긴장이 되었다. 더구나 큰 손으로 머릴 감기면 머리털이 뽑히는 것 같고 머리 피부가 다 벗겨지는 것 같아 머리를 커트하는 일은 너무 싫었다. 한겨울엔 물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아 뜨겁거나 차가워 머리 커트 하는 날이 감기드는 날이기도 했다. 한때는 머리에 기계 독으로 돈 버짐이 생겨 어머니가 치료약이라 하며 마늘을 문지르기도 하여 펄쩍 뛰며 죽는 줄 알았다 너무 쓰리고 아파서 눈을 감아봐도 욱신거리며 쑤시는 통증이 참 오래갔었다. 그래도 치료되지 않자 칡으로 문질렀다. 이 또한 피부가 손상되어 한없이 쓰렸다. 하지만 마늘만큼 힘들지 않았다. 그래도 치료가 안되자! 이웃집 아주머니에게서 들은 것인지 모빌유라는 기계 윤활유를 발랐다. 진득거려 벼게를 사용할 수 없어 벼게 위에 비닐이나 코팅된 비료 포장지를 놓고 잤었다.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모빌유는 특효가 있어 기계 독으로 생긴 버짐을 쫓아내고 말았다. 머리가 근지러운 것도 없어지고 머리를 자주 감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이발소도 맘껏 다닐 수 있었다. 그 기간엔 학교에서 친구가 같이 앉기를 꺼렸다. 버짐이 옮는다는 것이었다. 정말 치욕적이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런 초등학교 시절의 겨울이 지나고 청년이 되어 스포츠형으로 머릴 자르고 다닐 때는 제법 준수한 용모가 빛났었다. 더러 포마드도 바르며 초등학교 시절의 고통스런 시간을 다 잊어 버렸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난 어느 해 공교롭게도 바리캉이란 기계를 수리하고 판매하는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때야 우리나라 이 미용 업소가 얼마나 되며 머리를 깎는 기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게 되었다. 어린 날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는데 사용한 기계는 굵은 머리빗처럼 생긴 두 날을 겹치게 하고 두 날과 연결된 중심에 고정 비스를 박아 두 날이 어긋나지 않게 하고 손잡이 사이에 스프링을 끼워 엄지와 다른 나머지 손가락으로 쥐었다 폈다 하면 두 날이 좌우로 왔다갔다하면서 그날 사이에 낀 머리털을 자르는 원리였다. 이 이발 기계는 마모가 되면 숫돌에 갈아 쓰는데 오래 사용하다 보면 유격이 커져 머리 커트가 원활하지 못하는 때가 생긴다. 그러면 두 날 사이에 머리털이 끼어 머리가 뽑히기도 한다. 정말 기분 나쁜 통증이다. 현대의 이발 기계는 사람의 손과 스프링으로 하는 두 날의 좌우 운동을 모터의 힘을 빌려서 한다. 날도 정밀하고 쇠의 강도도 높아져 아주 산뜻하고 기분 좋게 머리가 잘린다. 더구나 발전을 거듭하여 쇠가 아닌 도자기 종류로도 날을 만들어 머리 커트가 더 잘 되는 것을 봤다. 이 자동 커터기는 종류가 많았다. 잔털을 깎는 토끼 바리캉 눈썹을 깎는 눈썹 바리캉 강아지나 토끼털을 전용으로 깎는 바리캉 등 나라마다 특색이 있고 품질 좋은 바리캉이 수 없이 출시되었다. 그중에도 일본의 여러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 우리나라 50만 개나 되는 이 미용 업소에 하나 이상씩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도 이 기술이 빨리 선진화되어 일본 제품보다 우수한 자동 이발기계가 만들어지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벌써 이 일을 했던 일이 10년도 넘는 일이니 지금은 우리 제품이 많이 좋아졌으리라 믿어 본다. 이런 추억이 있는 나에게 압구정동의 이름있는 헤어디자이너에게 가서 머리 손질을 하는 일은 수많은 추억을 단숨에 불러오게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날 머리 깎을 때 이발사의 투박한 손이 머리털을 뽑듯이 깎던 일이나 두피를 벗기듯 심하게 문지르던 그 억센 손길이, 그리고 자동 이발기계로 소리 좋게 머리를 깎는 일을 보게 된 일 그 기계를 우리나라 전역에 팔고 수리했던 일이……. 이날 나는 환상을 본 것 같았다. 여인의 손길이라 그랬을까? 내 머릴 커트하는데 듬북 잡지 않았다. 아주 조금씩 머리칼을 잡아 조용하게 자르는 것이었다. 이것을 이발기계가 아닌 가위로 했다. 싹둑 잘라 기분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가려운 곳을 가볍게 긁어 주는 듯 어루만지듯 가만가만 조용하게 자르는데 봄볕에 조는 병아리가 연상되었다. 스르르 잠이 오는 나를 느꼈다. 그렇게 내 머릴 다 자르고 맘에 드느냐고 거울을 보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깊은 관심이 없는 터라 대접하는 말로 "정말 환상적입니다. 저를 잠들게 하시는 능력 존경합니다." 했더니 환하게 웃었다. 이어서 머릴 감겨 주었는데 앞으로 숙이게 하여 감기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눕게 하여 머리칼 사이 사이를 가볍게 마사지 하듯 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그대로 잠들고 싶었다. 긴장했던 어린 날의 머리 감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지옥과 천국의 차이라 봐야 할까.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고 다시 의자에 앉자 모발건조기로 머릴 말려 주었다. 부드러운 터치 가볍게 스미는 따뜻한 바람이 내 온 전신을 휘감는 것 같았다. 어디서 불어 오는 봄바람일까 여인의 향기일까 야릇하고 향기로운 느낌이 자꾸 나를 감미롭게 했다. 꿈인 듯 눈을 감는 나에게 은쟁반 위를 굴러가는 옥 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다 되었습니다. 마음에 드시지 않는 곳이 있는지요?" 정말 한구석도 없었다. 맘에 꼭 들었다. 다음에도 다시 오고 싶었다. 머리가 다 자라 다시 커트를 해야 될 시기를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매일 오기 힘들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와서 황홀한 꿈결로 들어가 잠겨 보고 싶었다. 이것은 머리 커트가 아니라 예술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꽃향기 같았다. 봄바람 같았다. 아들도 맘에 들어 좋아라 하였다. "머리칼아! 어서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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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담쟁이 덩굴
  

서문 글 寫眞/茂正 鄭政敏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 태어나 먹을 것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하고 싶은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거기다 몸도 약하여 친구와 뛰어놀지도 못했고 가고 싶은 곳도 맘대로 가지 못했다. 매일 우울하고 외로운 것이 내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정말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 없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전혀 없는 것이 아니었다 대단하거나 황홀하거나 자랑할만한 것이 아니어도 분명히 행복한 것들이 있었다. 그 작은 행복 아름다운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소박한 내 생활 속의 이야기. 그것은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싶다. 2010년 1월 11일 저녁 서재에서

  

산문집을 출간하며 글 /정정민 드디어 산문집이 출간 되었습니다. 사랑과 행복한 순간을 글로 옮겨놓은 글입니다.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이해 되고 공감이 되는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느낀 것을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가슴 속에만 있는 그대, 작은 새 의 두 시집에 이어 산문집도 출간되어 기쁩니다. 제 3 시집 제 2 산문집 단편소설이나 수필집도 구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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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南天 詩 寫眞/茂正 鄭政敏 가을 단풍도 진 창 밖이 붉다. 아침노을도 아니고 저녁 낙조도 아닌데 온통 붉어 불이 난 것 같다. 초여름 작고 귀여운 흰 꽃 피어 사랑스런 눈빛으로 두어 번 봤을 뿐 가을 단풍도 없는 겨울 창문을 꼭꼭 닫아 걸고 있었다. 흰 눈이 내린다기에 쪽문을 열어 하늘 보는데 눈 가득 타오르는 불길 찬바람에도 식지 않은 열정이구나. 무심한 나를 용서하렴 마음의 창을 열어 날마다 너를 생각할게 Dittersdorf / Harp Concerto in A major(I~III) I. Allegro molto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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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리는 날 4
  
관악산 기슭에 흰 눈이 내리면
내리는 눈처럼 
내 마음 진정하지 못한다.
신림동 고시촌
카페 미토스
서툰 솜씨로 원두커피를 내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다가와
커피 잔을 놓고 가던 여인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
진한 차향
창밖으로 보이는 관악산
내 창에서도 그 산이 보인다.
내 마음에 그 찻집이 보인다. 
-詩 영상/무정 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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