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사랑하고 싶다/무정 정정민 시인들은 봄을 노래하고 오는 비는 봄을 재촉하니 난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카푸치노 한잔의 달콤함 가슴 찌르는 전율처럼 뜨거운 사랑을 해볼까! 들꽃처럼 숨어서 미소 짓는 향긋한 꽃 향 같은 은근한 사랑을 해볼까! 대지를 살금살금 스미는 생명수 되는 봄비 같은 사랑 한 번 해볼까! 봄에는 사랑하고 싶다. 비가 오는 봄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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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에 내리는 눈 2
  

눈이 온다는 말 글 사진/무정 정정민 눈이 온다는 전화를 받고 무척 행복했다. 이런 아름다운 말을 누가 나에게 해줄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은 이런 소식을 전할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란 생각을 한적이 있다. 다른 표현을 해보면 들을 일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볍게 흥분한 소녀같은 음성이 얼마나 정겹게 들렸는지 모른다. 그 음성만 들어도 반갑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심정이었을 터인데 눈 소식을 전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 무척 기분이 좋았다. 혼자서 보기가 아깝다는 말이 더 좋았다. "선생님이 이 현상을 보면 시를 쓰실 터인데...." 하는 말은 나를 감동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창 밖을 봤지만 눈이 내리는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시력이 나빴을까? 김서린 창문이 흐려서 창 밖이 보이지 않았을까? 전화를 끊고 이중창을 열어 보니 작은 알갱이 눈이 무척 많이 내렸고 내리고 있었다. 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그 변한 모양 속에서 차를 운전하고 있을 김선생의 모습을 생각했다. 눈이 내린다는 말이 같이 보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소홀하여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그 시간 틱 낫 한의 "화"란 책에 깊이 빠져 있어 정신이 조금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전화를 끊은 뒤에 다시 책을 보려다 생각하니 아무래도 눈이 오는 것 같아. 이중창을 활짝 열어 보고 눈이 내린다는 것을 획인하고 집 밖으로까지 나가 다시 확인을 하니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똑바로 직하되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히 하염없이 내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창문을 활짝 열어 그 눈을 한참 바라봤다. 전화를 거신 그 마음, 그리고 운전하고 있을 그 상황을 생각하고 어서 시를 써야 겠다고 생각했다. 해서 탄생한 시가 "춘설"이었다. 사실 마음이 조급하여 얼른써서 보냈고 얼른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 메일함을 몇 번이나 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퇴근시간이 되었어도 열어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분명 메일이 왔다는 것을 전화를 통하여 이미 알고 있다면 궁금하여 어서 열어 보았을 터인데 열어 보지 않았다는 것은 수업을 하느라 너무 피곤하여 집으로 들어오자 마자 곧 쓸어져 잠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곤한 잠을 자는 사람을 깨우는 일이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서 잘 참고 퇴근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오전 사무실에 나와 메일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그곳에도 메일에 대한 답이 없었다. 다행이라면 내 메일을 수신한 흔적이 있었다. 급하게 수업을 나가느라 그랬으려니 생각하고 늘 하시던 방법으로 오후에 문자가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잠시후에 메일이 도착되었다. 그 순간 그 메일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바로 메일을 읽은 후에 전화를 했다. 춘설이란 시가 탄생된 배경이다. 시를 쓰게 하신 점을 감사했다. 전화 해주신 점을 감사했다. 감격된 순간이었다. 누가 나에게 그런 아름다운 말을 해줄까. "눈이 와요!" 하는 말을. 간단하고 쉬운 말이고 흔한 말이지만 그 감정과 정겨움이 가득한 "눈이 와요!" 이 말은 아무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김선생이 아니면 당시의 김선생이 가진 그런 마음이 아니면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는 말이다. 내가 왜 행복한 것인지 내가 얼마나 기분좋은지 간단한 시 한 편으로 다 담지 못해 안타까웠다. 때론 눈소식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도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春 雪 2 詩 영상/茂正 鄭政敏 노란 수선화水仙花 꽃향기 아지랑이 타고올라 하늘까지 이르면 질투하는 눈꽃雪花 춘삼월春三月도 잊고 노란 꽃 위에 내려앉아 봄꽃春花인가 눈꽃雪花인가 분간하기 어려워라

  

春 雪 1 시 영상 무정 정정민 참지 못할 그리움이런가 싸락눈도 아니고 사뿐히 내려서는 함박눈도 아닌 것이 얼마나 급한 마음이기에 사선을 그으면서 내리는가 光明의 아파트 사각창문으로 보이는 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구로동 어느 골목에서 하늘을 보는 사람 눈에도 보인다. 같은 하늘에 내리는 눈이 보인다. 눈이 온다는 말 그 말이 하고 싶어 내가 보는 눈이 보이느냐고 같이 볼 수 없느냐고 틀림없이 春雪이라고 하는 電話音 얼마나 급한 그리움이면 참아내지 못하고 내려서 쌓이는가 가슴에 가득 내려내려 쌓이는가 흰장미 香氣처럼

  

春 雪 2/무정 정정민 간밤에 눈이 내렸다. 적설량이 얼마인지 몰라도 나뭇가지에 소복하게 쌓였다. 천왕산도 하얗다 놀이터도 하얗다 카메라를 들고 베란다에 나가 몇 장의 춘설을 찍어 보았다 다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계단으로 나가 놀이터와 천왕을 찍어 보았다. 몇 해 전의 삼월에 내린 눈을 보며 창작했던 시와 글을 모아 보았다 올해의 마지막 눈일까 아무리 눈이 내린다 해도 계절의 순환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봄은 분명 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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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들강아지 남몰래 그리는 정 하염없이 흐르는 저 물은 알까 한겨울 혹한 속에서도 속 울음 참아낸 3월의 양광 살 속 깊이 파고들어 참고 참아낸 고통 스르르 녹아내리면 물 흐르듯 피가 돌아 내 낯빛도 밝아진다. 그 환희 감추고 싶지 않아 가만히 웃는다. 아직 솜털 부스스해도 -무정 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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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푸른 수목원의 3월
  

미나리 꽃 피는 강가의 추억 詩 사진/茂正 鄭政敏 강가에는 추억이 돋아납니다. 봄마다 파릇파릇 마디진 미나리 향기로 여울지는 그리움 그날의 그 노을과 바람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같이 놀던 물새도 어느 먼 세월 속으로 사라져 갔지만 내 강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물새가 웁니다. 이 강가에 홀로 나와 흘린 눈물 넘쳐 바다가 되어도 여전히 침묵하는 이여! 얼마나 더 탄식하고 얼마나 더 많은 노래를 불러야 할까요. 미나리꽃 지기 전에 이 밤이 가기 전에 어서 오세요.

 

서울 푸른 수목원 3월/무정 정정민 3월 초의 서울 푸른 수목원 아직 찬바람이 다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람이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볼을 스치는 바람이 많이 싫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겨울옷을 벗기도 조금 망설여지는 때 풀숲에는 꽃다지나 곰반부리등이 돋아나고 있었다 이미 봄이 시작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봐서 그런지 버드나무 끝도 조금씩 푸르러 지는 것 같았다. 꽃집에는 수선화와 히아신스가 출하되고 동백과 매화가 피어나 있었다. 이렇게 봄이 기지개를 켜는 때 마음도 봄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움츠렸던 몸이 조금씩 부드러워 지고 있고 옷도 조금씩 가벼워졌다. 멀지 않아 들에 핀 들꽃을 보게 되리라 새들의 노래도 더욱 가깝게 들리고 철길 위로 아지랑이도 올라올 것이다. 이 얼마나 기다리던 봄인가 마음이 저만치 봄 마중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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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푸른 수목원 의자

  

빈 의자 2 詩 寫眞/茂正 鄭政敏 당신을 위해 오늘도 의자를 준비 했습니다. 지나는 바람도 앉지 못하게 하고 작은 먼지라도 쉬는 것을 허용치 않습니다. 내 사랑 나에게 가장 소중한 당신이 앉아야 하니까 밤이어도 좋고 아침이어도 좋습니다. 눈 내리는 날도 좋고 비가 와도 좋습니다. 언제나 당신만을 위해 빈 의자로 둡니다. 꽃피는 봄에 오시려는지요? 향기 가득 안고 오실 것을 생각하면 벌써 이 겨울이 저만치 간 것 같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 오시어도 됩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향기니까 꿈속에라도 오세요.

빈 의자 詩 사진/무정 정정민 파도가 철석 이는 천리포 작은 섬이 보이는 언덕에 의자 둘 나란히 있다. 바람이 불어와 멈칫하고 갈매기 날아와 쉬기도 하는 언제나 그 자리 내 영혼의 동반자 그를 기다리며 나는 의자로 늙어간다. 푸른 바다가 여전하고 산도 여전한데

  

쉬어 가는 빈 의자 詩 寫眞/茂正 鄭政敏 내 집 앞에는 작은 호수가 있네! 고기가 살고 새가 날아오네! 나도 그 호숫가를 걸어서 가네. 호수 끝에는 산이 있고 작은 오솔길이 있어 다람쥐 한 마리 가끔 지나가네 호수 길을 지나 그 길도 걸어서 가네! 젊은 잣나무와 늙은 소나무 언제나 푸르게 자라고 내가 지나갈 적마다 향기 보내는 길도 지나면 참나무 숲이 보인다. 천연 약수터가 보인다. 작은 표주박 하나 빈 의자 하나 언제나 나를 기다린다. 삶의 쉼표 같은 곳 이제 목을 축였으니 돌아가리라 작은 호수가 있는 내가 사는 집 시를 쓰던 헌 책상이 있는 곳

  

서울 푸른 수목원 의자/무정 정정민 서울 푸른 수목원을 거닐며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보이면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돌로 만든 의자 나무로 만든 의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잎진 수목원의 의자는 쓸쓸하게 보였다 앉아있는 사람이 없어 그런 모양이다 아무래도 푸른 잎이 너울거리는 6월이면 이 의자는 빛날 것이다. 피곤한 누군가를 쉬게 할 것이며 다정한 연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며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줄 것이다. 여름이나 가을에는 나도 이곳에 앉아 날아가는 새들을 보리라 꽃향기를 맡게 될지도 모르지 다정한 친구와 같이 앉아 개구쟁이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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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숲 10 고독의 숲
  

고독의 숲/ 詩 寫眞/茂正 鄭政敏 숨을 곳 없는 외로움이 석양빛 슬픈 자작나무 숲에서 낙엽처럼 뒹군다. 늘 낯선 시간 때문에 희망의 거미줄 가지마다 걸어 둔 여름이 부질없는 달빛처럼 부서져 나무는 하얗게 야위어 간다. 자신을 감추지 못한 고독 천적을 피하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나무 끝까지 오르지만 나목의 겨울 숲은 추위만 기승부린다.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 지천명의 겨울 숲은 까치 울음으로 더 휑하다.

  

서울 숲속의 은행나무 숲/무정 정정민 어느 해던가 이 은행나무 숲에 가게 되었다 전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은행잎이 다 떨어지고 말았는데 이 숲 속은 나무에는 은행잎이 없었지만 바닥에는 노란 융단처럼 은행잎이 가득했다. 나무 사잇길로 걸어가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신기하고 보기는 좋은데 마음이 자꾸 시려 오는 외로움 나무 꼭대기에서 까치가 울어 더욱 쓸쓸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날을 생각하며 구름다리 위에서 은행나무 숲을 보니 회색빛의 숲이 역시 고독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 숲 속 벤치에 앉아있는 연인을 보니 나도 그런 낭만에 젖어보고 싶다는 또 다른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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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숲 식물원 9

  

수족관 詩 寫眞/茂正 鄭政敏 흐르지 않는 물이라도 물속에 살아야 하는 물고기의 삶이 행복하다. 파도를 만나지 않아도 돼 거친 폭력자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먹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유영하는 일만 하면 돼 잠을 자고 일어나면 작은 공간 구석구석 돌고 돌면 돼 물이 마를까 독극물이 들어올까 무서운 새가 날아들까 헌데 친구가 그립다 오래전 헤어진 친구를 만날 수 없다. 다 채우고 살 수 없나 봐

  

수족관 /무정 정정민 투명한 수족관 뒤의 나무가 수족관 안으로 들어가 있은 것 같았다. 사진을 찍어 보니 더욱 그랬다. 이곳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물고기 움직임이 재미 있어서 수족관은 몇개가 있었는데 커다란 물고기는 내가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밀면 오히려 다가와 자신을 찍어 달라는 것 같았다 사람을 좋아해 그런가 보다 그에 비해 작은 물고기는 내가 다가가 카메라로 찍으려 하면 얼른 도망갔다 수줍어 그랬는지도 모른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카메라로 물고기를 찍어보는데 이렇게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사람도 만나보면 다양하다 같은 표정이나 말에 웃고 반가워 하는가 하면 더러 화를 내는 사람도 있으니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만나는 사람에게 반가운 표정을 짓는 것일까? 도망가는 물고기 같을까?

  

서울 숲 / 무정 정정민 서울 숲에 갔다. 올해로 세 번째는 되는 것 같다 이상하게 겨울에만 가게 되었다. 여름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말아 언제고 꼭 여름이나 봄에도 가보리라 생각한다. 이번엔 일부러 간 것이 아니라 근처에 볼일 있어 미리 갔다 그리고 서울 숲을 거닐어 보았다. 지난가을 북서울 숲을 거닐었던 생각이 나 그곳과 이곳 중 어디가 더 아름다운 곳일까 혼자 가늠해 보기도 했다. 넓기는 또 어떨까 생각해 보았지만 가늠은 쉽지 않았다. 서울 숲의 호수는 변했다 사진 속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던 모습은 새로게 단장되었다. 부들이나 갈대 대신 분수가 설치되어 있었다. 어느 여름날 분수를 보게 되면 정말 멋진 풍경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서울 숲의 사계를 언젠가는 볼 것이다. 그것을 카메라에 담아 가끔은 다시 들춰보며 행복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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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아신스
  

히아신스 2 시 寫眞/茂正 鄭政敏 알록달록 꽃 방망이 귀여워 다가서면 아찔한 향기 숨이 멎겠다. 백합을 닮았는가 하면 개나리 같기도 하고 별처럼 생겼다 하면 벚꽃이 떠오르니 너는 천의 얼굴 물만 먹고 자라도 고운 자태 진한 내음 어느 꽃이 너를 당하랴.




 
 

히아신스 전설/무정 정정민 꽃말: 기억, 유희 오래전 한 나라를 다스리는 여왕이 있었다. 큰 문제 없이 온 나라가 평화로웠지만 이 나라에는 도둑질을 아주 잘하는 도둑이 있어 이것이 한 걱정거리였다. 여왕은 호위무사들을 시켜 이 도둑을 잡아오라 명했다 심지어는 현상금까지 걸었지만 아무도 도둑을 잡아오지 못했다. 머리가 비상하고 무예가 출중하여 그런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왕이 큰 잔치를 베풀었다. 자신의 생일이라 대신뿐만 아니라 참여하고 싶은 백성까지 모두같이 하기로 했다. 한 참 잔치가 무르익어 갈 무렵 잔치 자리에 향기가 퍼져나갔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하나둘이 슬슬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가 버렸다. 바로 그 나라의 대도 히야킨토스가 좋아하는 향기 히아신스 향이었기 때문이다. 히야킨토스는 늘 히아신스를 품고 다녀 그 향기로 사람들은 도둑을 기억하였다. 이렇게 모인 사람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가운데도 잘생긴 호남형 한 남자는 남아 여왕과 멋진 춤을 추었다. 여왕은 그가 누군지 물었다. 알고 보니 바로 현상금까지 내걸고 잡으려 했던 대도 히야킨토스였다. 여왕은 적지 아니 놀랬다 수염이 많고 험상궂게 생긴 성격도 고약한 놈일 것으로 알았는데 미남자요 예의 바른 호남자였기 때문이다 이제껏 보지 못한 멋진 남자에게 반한 여왕은 결혼하여 같이 살아 줄 것을 간청했지만 히야킨토스는 한사코 거부하여 떠나갔다. 자신의 성격은 자유분하여 제도나 틀 속에 사는 것이 큰 스트레스를 받는 속박으로 생각하여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여왕은 결혼하지 않고 홀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주름이 늘고 피부도 변하여 죽고 말았지만 여왕의 무덤에서 백합을 닮은 꽃이 피어났다 향기도 진한 꽃 바로 히야킨토스가 지니고 다녔던 꽃 히아신스





 
 

히아신스 5/글. 사진/茂正 鄭政敏 오늘은 히아신스 사진을 보며 그 향기를 추억하고 있다 작년에는 2월 말경에 히아신스를 방안에 두고 그 향기로 하여 얼마나 행복했던가 가까이 다가가 코로 향기를 맡아 보기도 하고 방문을 일부러 닫아 두기도 했었다. 또 다른 것을 탁자 옆에 두고 식사하면서도 향기를 맡았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일주일도 지속하지 않는 향기 대부분 꽃이 오래 피지 못한다 특히 봄꽃은 더욱 그렇다 몇 해 전의 서울 대공원 식물원에서 지독한 히아신스 향기를 맡았다 그때가 3월 초였다.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곳에 히아신스 향기가 진동했었다. 맨 위의 사진들이 바로 그때의 장면이다. 음악을 들으며 맡았던 진한 향기 올해도 맡게 될지 궁금하다 아직 히아신스를 사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의 눈치만 보며 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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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향기

장미 향기 시 사진 茂正 정정민 그 사람에게서 향기가 났었다 달콤한 장미 향기 장미원에서 만났기 때문일까 오늘은 장미원에서 장미 향기를 맡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그리움 손끝은 전화기를 잡고 마음은 벌써 문자를 보내지만 다시 닫아야 하는 이 몹쓸 자존심 가슴에 장미를 심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진한 장미를 심고 날마다 가시에 찔리고 있다니.

 

장미 향기/무정 정정민 벌써 수년이 지났다. 새벽에 꽃시장에 나가 꽃을 사오던 때가 풋풋한 식물 냄새 향긋한 장미 향 고단한 몸이 생기를 찾았던 일 직업이기도 했지만, 아내가 워낙 좋아해 꽃집 운영을 했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오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추억이 가끔 생각난다 꽃 재료를 사오던 일 완성된 꽃바구니를 배달하던 일 밤새워 꽃다발을 만들고 졸업식장에 가서 팔던 일 생각보다 수입이 많지 않았고 몸은 정말 고단했다. 그렇지만 꽃향기를 좋아한 아내와 같이 화원에서 한 잔의 커피는 우리를 참 행복하게 했었다. 6월이면 장미원으로 가서 다양한 모양의 장미를 보며 웃었고 그 향기를 가슴에 담았던 일이 이제는 추억이라 해도 행복하게 떠오른다. 서울 대공원 장미원,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 일산 호수공원 장미원, 인천 대공원 장미원 벌써 장미 향이 그립다.


서서울 호수공원 13 까치 집
  

까치 집/무정 정정민 찬바람 외로운 나목위 쓸쓸하게 남아있던 까치 집 까치 울음 마저 살아졌던 겨울이 갔다. 돌아온 까치는 다시 집을 짓는다 아직 남아있는 겨울도 아랑곳없이 고르고 고른 재료를 날라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준비한다 내 사랑이 돌아올 자리 가장 아름답고 찬란할 봄을 위해 안전하고 튼튼하게 높다란 나무위에 짓는다 푸른 이파리 춤을 추고 햇볕도 따뜻하면 사랑스러운 새끼가 태어나 까치의 노래는 온 산을 가득 채우리라

 

서서울 호수공원 13/무정 정정민 호수공원의 바람은 아직도 차가웠다 호반길을 따라 걷다가 옥상으로 올라 보았다 그곳에도 정원이 있기 때문이다 조망권도 좋아 공원의 뒷산과 앞의 호수를 동시 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먼저 들어 온 것은 황금색 편백 노랗게 빛나는 모습이 마치 황금 같았다 그 현란한 빛을 보며 산을 보니 까치 한 마리 집을 짓고 있었다 기존에 있던 집위에 또 하나의 집을 짓고 있었다. 어떤 놈은 보수하여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놈은 새로 짓고 있었다. 사랑하는 짝을 위해 자신들의 신혼집을 마련하는 중이었다. 곧 그들만의 허니문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푸른 이파리가 나면 그곳에는 아기새의 노래가 들릴 것이다. 다시 이곳에 오게 될 봄날 이 까치의 사랑노래를 들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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