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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12 난
蘭 草
시 寫眞/茂正 鄭政敏
초승달 같은 푸른 곡선
하늘로 가는 구름다리
시간이 곡예 하듯 그네를 탄다.
어느 미인의 각선미가 저럴까
도자기 위에서 춤을 추니
각궁처럼 팽팽한 긴장
잎 끝에 매달린다.
겸손하여 고개 숙인
단아한 여인처럼
휘어진 줄기 고고한 기상이
학의 날갯짓이다.
숨겨둔 향기를 알기에
아끼고 사랑하는 정성
아내의 질투가 성가시다.
공항의 이별
2014. 2. 11. 19:19
겨울 이야기 11 공항의 이별
공항의 이별
시·영상/무정 정정민
이제 가면 언제 오노
스물 다섯 해를 같이 했던 너
미소 짓고 손 흔들며 떠나는
당당한 모습을 보며 안도했지만
집으로 오는 길 눈물이 앞을 가렸다.
임신 중인 줄 모르고
감기약을 얼마나 먹었던가
병신 아기로 태아 날 거니
수술하라던 의사의 말로
가슴 찢기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생명
어떤 아기여도 좋다고
간절하게 기도하고 낳았더니
활짝 웃는 그 천사의 미소
너처럼 건강한 아이는 없었다.
골격이 크고
온갖 운동을 잘하여
언니보다 한 뼘이나 더 크더니
그 강한 에너지로 피아노를 힘차게 잘 쳐
한국의 유수한 교회와 문화센터에서
그 실력 유감없이 발휘했지.
더 큰 꿈을 이루려
적지 않은 나이에 영국으로 떠나니
잘해주지 못한 마음
얼마나 미안한지
간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떠나는 순간에도
유학비용 한 푼 주지 못하는 부모 원망은커녕
오히려 용돈을 놓고 가는 너
가난한 집안사정을 안다 하여도
그런 효녀 듣지 못했다.
꾸는 꿈 꼭 이루거라
찬란 태양을 보고 너를 잉태했으니
너는 반드시
만인의 빛이 될 것이다.
전능자가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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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10. 23:30
평택호 2
평택호
시. 사진/茂正 鄭政敏
가버린 세월 저편에
겨울비가 내린다
호수는 말이 없고 물새 울음 외로운 날
자욱한 안갯속으로 떠오르는 얼굴
나에게 미소 짓던
아름다운 사람
늘 곁에 있지만
괜한 걱정에 혼자서 슬프다
눈가에 잔주름이 생기면
손등의 피부가 윤기를 잃어가면
없던 근심도 생기는 것일까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혼자서 바라보는 평택호
평택호 2/무정 정정민
발목이 시큰거린다
벌써 열흘 정도는 되었다
이러다 곧 좋아 질 거라 생각하며 지냈는데
좋아지질 않았다
뿐만 아니라 무릎도 조금 시큰거리고
넓적다리관절도 만지면 약간의 통증이 생긴다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늙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하니 더 불안했다.
질이 떨어지는 삶이 될까 봐
혼자서 걱정하다 온천에라도 가보기로 했다.
자주 가던 화성온천으로 향했다.
두 시간 남짓 온천욕을 하였다
그렇지만 느낄만한 호전은 없었다
다소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그곳에서 비교적 가까운
평택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점심도 먹고 평택호를 둘러보았다
한산한 호수
겨울비 내리는 길을 가다
예술관이 있어 들려 보았다
회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것도 구경하니 더는 있기 심드렁하여
비 오는 겨울 길을 천천히 달려 집으로 왔다
외롭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고
밝고 명랑하게 살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그저 실없이 웃고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렇게 늙는 것이라고
물안개/평택호에서
2014. 2. 10. 07:48
평택호 1
물안개
詩 /茂正 鄭政敏
온밤을 꼬박 지새우고도
잠들지 못하는 내 영혼아
그리도 안타까운 몸부림을
날마다 하는 거니
물안개 가득한 강가에서
손잡고 거닐던 추억
아직도 잊지 못해
자꾸 꿈을 꾸려 하는구나
꿈결인 듯 황홀한 그날로 가고 싶어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눈빛이 흐려져도
오히려 선명한 그날
물안개 아름다운 날이면
견디지 못하여 그 강으로 간다.
평택호 1/무정 정정민
가끔 서해대교를 지나가며
평택항에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이 중국에 가며 평택항에서 배를 탔다는 말도
각국 요리가 있다는 친구의 말도 생각났고
물안개가 아름답다는 어떤 지인의 말도 생각나서
누가 오라고 하지 않았고
꼭 가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 주말
평택호에 가고 말았다
몇 번이나 엇갈린 길을 지났지만
기어이 평택호에 가게 되었다
초행길은 낯설기 마련이다
꼭 정해진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어딘가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딱히 들지 않아
그저 막연하게 평택호에 이르게 되었다.
우선 평택호 관광안내소에 들려
전시된 시화나 평택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겨울비 내리는 평택호를 보았다
마침 입구에 갯고둥 파시는 분이 있어
작은 네모 그릇에 담아주는 갯고둥을 3,000원에 샀다
이 층 전망대에서 평택호를 보며
맛볼 심산이었다
낭만적이고 추억을 살리는 일이 아니겠는가
고소하고 달콤한 추억에 잠길 만한 충분한 조건이 되었다
더구나 겨울 스산한 비가 내려
아무도 없으니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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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2
2014. 2. 8. 20:25
그리움
그리움-2 /무정 정정민
그리움은 흔들리는 것
가만있지 못해
위태하여 떨어질 것처럼
온 전신이 떨리는 것
가만있으려 해도
바람이 불었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내렸다.
뜨거운 태양이 빛나기도 했다
살이 떨어지는 것 같은 혹한도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놓지 못했다
내 생명보다 더 소중하여
날마다 그리는 정
꼭 잡고 있다.
낙조
눈이 부셔서
다 바라보지 못한 낙조는
오이도 해변을
붉게 물들이고
내 그리움만
덩그러니 남겨둔 체
침묵하고 맙니다.
갯내음 쥐고서서
안타까운 마음을 바다에 두나
여전히 낙조는 말이 없고
해변을 간지럽히는 바다만
가슴까지 차오릅니다.
돌아서지 않는 발길
하나 둘 옮기면
물새 울음
내 울음이 됩니다.
영혼의 깊이까지
침묵할 그리움 이던가!
낙조를 삼킨 바다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시 사진 무정 정정민
그리움/무정 정 정민
달빛이 서러운 밤에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까치의 외로움처럼
처마 밑에서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 눈물처럼 흩어지는
처량한 낙엽이
갈 길을 잃어 버린 것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볼 때만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천 년을 기다려도
그 자리 그대로
차갑게 빛날 수밖에 없는
높은 하늘의 별처럼
기다림이 멍이 될 때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장미꽃 한 송이
민들레 홀씨 하나
가냘픈 음악소리에도
내 그리움은 언제나
호흡처럼 일어나 있었다.
잠이 들어도 그리운 이여
그대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나요.
무엇을 위하여 멀리 가십니까?
이승의 시간이 백 년도 못 되는 세상
어서 오세요.
기다림이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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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2 모감주 나무
2014. 2. 7. 08:12
모감주 꽃과 열매
모감주 나무
詩.寫眞/茂正 鄭政敏
높은 하늘에 걸어 놓은
작은 풍선처럼
모감주 나무는
가을을 매달아 두고
날마다 흔들고 있네!
한여름
푸른 깃발 이파리 사이
황금빛 꽃등을 수도 없이 걸어두어
벌 나비 잔치를 벌이더니..
가을바람은
갈색 추억 가득한 열매 속에서
숨어 있는 흑진주를 꺼내고 있다.
그것이
극락인 것을 아는지.
나무, 마을에 살다/영남일보 박관영기자기자 2013-08-15 07:52:14
이문구 작가의 단편집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에는
마을 하나에 나무 하나, 그렇게 엮인 이야기가 여럿 담겨있다.
장평리 찔레나무, 장석리 화살나무, 장천리 소태나무,
장이리 개암나무, 장동리 싸리나무, 장척리 으름나무,
장곡리 고욤나무들이 그것이다. 그 마을들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살았거나 살고 있는 동네엔 어떤 나무든 반드시 있게 마련이므로.
우리의 기억과 추억에 나무가 나오지 않았던 때는 단 한번도 없었으므로….
발산리는 포항시 동해면에 있는 마을이다.
조선시대에 세워진 흥인군(흥선대원군의 형 이최응, 1815∼82)의
공덕비는 발산(鉢山)으로 적혀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발산(發山)이 되었다.
승려의 밥그릇이나 주발을 가리키는 ‘발(鉢)’과,
일어나고 쏘고 떠난다는 의미의 ‘발(發)’,
두 문자의 이동 내력이 난감하다.
지형이 수행승이 지고 다니는 바랑처럼 생겼다고 해서
‘바랑골’ 또는 ‘발미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발(鉢)’은 바랑과 통한다.
주발과 바랑은 닮은꼴이다. 또 ‘발(發)’은 수행승과 그 의미가 만난다.
수행승은 늘 떠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발산리 주민의 8할은 발산교회의 신도다.
발산교회는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여하간 이 발산리에도 나무가 산다.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다.
모감주나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희귀목이다.
지리적으로 중국, 일본에 분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바닷가에서 산다. 키가 크고 줄기가 굵으며,
가지가 위쪽으로 퍼져 자란다. 잎은 봄에 돋아 가을에 지고,
꽃은 한여름에 피며, 열매는 가을에 익는다.
가뭄과 공해에 강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선비의 기품과 품위를 지녔다고 해서 ‘선비수’ 또는 ‘학자수’라고도 한다.
포항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포항시가 지정한 시의 천연기념물 1호로,
시목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최근엔 포항의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다.
발산리 외에도 모감주나무가 모여 사는 곳이 10여군데 더 된다.
남구 쪽에서는 동해면의 흥환리와 입암리, 장기면의 양포리,
구룡포읍의 뇌성산(雷城山) 등지이고, 북구 쪽에서는
양학동 뒷산, 연일읍 유강리 제산(弟山) 등지이다.
한여름에 피는 노란 꽃은 마치 비가 황금색으로 내리는 모습이다.
서양에서도 보는 눈은 다르지 않아서 ‘golden rain tree’,
즉 황금비를 뿌리는 나무라고 부른다. 또한 그 꽃이 가만 보면
실이 엉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잎 떨어지는 키 큰 모감주나무를 ‘란(欒)’이라고 하기도 한다.
‘란(欒)’은 실이 엉켜 계속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한여름이면 모감주나무 덕에 군락지를 비롯한 포항
여기저기가 황금빛으로 마음까지 부시게 한다.
가을에는 꽈리 모양의 열매가 달리고 그 안에 검은색 윤기가 나는
단단한 씨앗이 찬다. 그 씨앗으로 예로부터 염주를 만들어왔다.
그래서 ‘염주나무’라고도 한다. 실제로도 염주를 만들기 위해서
절 주변에 피나무와 더불어 많이 심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모감주나무는 시인들의 심상을 꽤 건드린 듯싶다.
높은 하늘에 걸어 놓은
작은 풍선처럼
모감주 나무는
가을을 매달아 두고
날마다 흔들고 있네!
한여름
푸른 깃발 이파리 사이
황금빛 꽃등을 수도 없이 걸어두어
벌 나비 잔치를 벌이더니..
가을바람은
갈색 추억 가득한 열매 속에서
숨어 있는 흑진주를 꺼내고 있다.
그것이
극락인 것을 아는지.
(정정민의 ‘모감주나무’)
또 다른 시인 정일근은 ‘법열의 나무’라고 칭했다.
법열(法悅)이란 참된 이치를 깨달았을 때 느끼는
황홀한 기쁨을 뜻한다. 곽철한의 ‘불교사전’에서는
부처의 가르침을 듣거나 배우는 기쁨,
그리고 진리를 깨달았을 때 가슴에 잔잔히 사무치는 기쁨을
법열이라 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모감주나무가 속한
무환자나무과의 ‘무환자(無患子)’ 뜻이 거룩하기 그지없다.
바로 ‘심으면 자식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이다.
병아리꽃나무는 장미과의 나무다.
장미가 최고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듯이 병아리꽃나무의 꽃 또한
어여쁘기 한량없다. 넉 장의 하얀 꽃잎이 둥글게 붙어 있는데
그 모습이 은은하고 소박하다. 병아리꽃이란 이름 또한
병아리의 앙증스러움에서 비롯되었다.
병아리꽃나무는 키가 작고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다.
잎은 봄에 돋아 가을에 지고, 꽃은 4~5월에 피며,
열매는 9월에 익는다. 키가 적당히 작아서
새나 곤충의 보금자리로 안성맞춤이다.
큰 나무들이 바람에 부러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숲의 옷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의하면 병아리꽃나무는
여러 가지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죽도화, 이리화, 자마꽃,
개함박꽃나무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봄에 피는 노란 황매화를 두고도
죽도화라고 하는 것을 보면 별명은 별명일 뿐,
꽃이 가진 이름의 계통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2
나무, 이야기를 품다
장군은 나무 아래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하얀 병아리꽃이 떨어지고 노란 모감주나무꽃이 피어나기까지
여인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아이는 이제 울지 않았다.
더 또랑또랑해진 눈으로 바다만 살필 뿐이었다.
서러운 꿈 때문에 잠을 설친 아이는 그의 넓은 등에서
곯아떨어져 있었다. 장군은 여인을 사랑했고,
그래서 여인의 아이도 사랑했다.
여인은 봄날 벙근 병아리꽃 같았다.
작고 순결했다. 또 여인은 여름날 흐드러진 모감주나무꽃 같았다.
가냘프고 나긋했다. 장기 계원리에서 시집온 그녀는
아이를 낳기도 전에 혼자가 되었다.
그때부터 여인은 물질로 아이를 키웠다.
여인의 물질이 장군은 늘 불안했다. 무엇으로든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죽은 남편에게 붙박여
그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가 깨어 꼬물거리더니 장군의 귀에 대고 작은 간지럼처럼 말했다.
“엄마는?”
“아직… 이구나.”
“그럼 바닷가에 또 가요. 엄마 오나 안 오나 보게.”
“그래. 그러자꾸나.”
장군은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천천히 바닷가로 걸음을 옮겨갔다.
그리고 밤이 이슥하도록 기다렸다. 그렇게 장군과 아이는 돌이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그 돌을 일컬어 ‘장군바위’라고 부른다.
장군이 왜 아이를 업고 바닷가에 서 있는지,
정말로 그런 사랑이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바위도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무덤하고 심상하게 서있을 뿐이다.
이야기는 바위를 보는 자의 몫이다.
장군바위는 나무 군락지에서 고작 1리(5백여m) 거리에 있다.
7월은 모감주나무 꽃이 절정을 이루는 계절이다.
줄지어 서있는 모감주나무 군락이든,
우아하게 수형을 잡고 서있는 정원의 독립수이든
한껏 피워난 이 나무의 꽃송이들을 만나면
황금빛 물결을 보듯 화려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얻게 된다.
이토록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서
어떻게 그처럼 싱그럽게 자랄 수 있을까 !
주변환경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웃는 천진스런
어린 아이의 웃음처럼 그 꽃색은 밝기만 하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아교목이다.
노란 꽃잎을 자세히 보면 아래쪽에 붉은 점이 있어
더욱 애교스럽다.
그밖에도 가장자리에 톱니가 나 있는 잎의 모양,
꽃이 지고 난 후 마치 나무에 달린 꽈리를 보듯
주머니에 싸여 있는 특별한 모양의 열매 등
가지가지 개성이 넘친다.
지방에 따라서는 모감주나무를 두고 염주나무라고 부른다.
열매 주머니를 벗기면 드러나는 씨앗이 까맣고 반질거려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진다.
외형적인 모습도 염주로 적합하지만 더욱 신기한 것은
염주를 엮기 위해 열매에 구멍을 뚫는데 2∼3㎜정도만
실로 꿰어도 나머지는 저절로 뚫어진다.
하지만 모감주나무 염주는 워낙 귀한 탓에
높은 스님들의 차지였다고 한다.
모감주나무란 이름은 닳거나 소모되어 줄어둔다는 뜻의
모감(耗減)에서 유래, 염주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중국에서는 즐거운 나무 또는 열매란 뜻의 이름을 가지며
영어 이름은 Golden rain Tree, 즉 황금비 나무이다.
모감주나무가 가장 유명한 곳은 천연기념물 138호로 지정된
안면도 승언리 마을이다.
해안가에 모감주나무 군락이 있어 신기하게 여기고,
여러 학자들이 중국에 있는 이 나무의 열매가 바닷물을 타고
떠내려와 이곳에 닿아 자라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영일만에 대군락이 발견된 이후
완도, 백령도, 대구 및 충북 월악산 중턱에서까지 발견되어
이 아름다운 나무가 한반도 전체에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추위에 견디는 힘이 다소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중부지방에서는 무난하고 바닷가에 자라니
내염성은 물론 공해에도 비교적 강한 편이다.
또 척박한 곳에서도 자라니 관심을 갖고
키워볼만한 좋은 나무임에 틀림없다.
한방에서는 난수화라하여
꽃잎을 말려 간염, 장염, 지질 등에 쓴다고 한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이유미>
길을 가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꽃을 보았다
모감주 나무 꽃이다
대부분의 꽃이 10일을 넘기지 못하니
정원수가 아니면 꽃을 보지 못하고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하는 예가 많은데
올해는 우연히 길을 가다 모감주나무 꽃을 보았다
안양의 안양천 둑길
카메라에 담아 보며
그동안 모았던 사진 글을 펼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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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갯골 생태공원의 겨울 2
겨울 호수
詩 寫眞/茂正 鄭政敏
조용한 호수는
하늘이 내려와 놀고
내 마음도 가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미풍이 수면을 어루만지면
호수는 부끄러운 듯
새와 꽃잎과 단풍까지
너울너울 춤추게 했다.
눈이 내리던 어느 날
호수는 무겁게 침묵하고
바람도 없어
하늘도 내 맘도 없었다.
시간마저 얼어버린 호수는
갈대꽃도 하얀 눈물만
눈과 같이 흩날리며
녹아내리지 못한 추억을
강변에 쌓고 있었다.
마음에 둔 들국화 한 송이
희미한 그 향기 여전하여도
겨울 호수는 노래하지 못했다.
얼어있는 마음으로는
미소와 그리움도 꺼낼 수 없어.
시흥 갯골 생태공원의 겨울 2/무정 정정민
공원의 호수를 지나 갯골을 따라 걸어 보았다
마른 잔디가 물기에 젖어 묘한 느낌을 주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철새가 노니는 것도 보며 걷노라니
반대편으로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나왔다.
그 다리를 건너 작은 호수 안으로 난 길도 걷고
다시 갯골정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걷노라니 지루했다.
길도 좋지 않아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도 싫었다.
결국, 쓸쓸한 겨울 풍경만 담아보다
주차한 곳으로 돌아왔다.
가끔은 이렇게 혼자 걸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갯골정에서 혼자 탁주를 드시는 노인을 보며
저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나이가 들어가며 친구가 더욱 소중하다는데
이런 설날 혼자 탁주를 마시다니
혼자가 좋아 그러는 것인지
같이할 가족도 친구도 없어 그러는 것인지
아무래도 혼자 있는 모습은 외로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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