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바다/무정 정정민 망설이는 노을 수억의 시간을 반복하고도 아쉬움 다 버리지 못해 바다를 물들이는 그리움 버려야 채워지는 간명한 진리 찰라 같은 하룻밤의 고통이 싫어 얼마나 몸부림을 쳤던가 바다는 숨죽여 운다. 이별은 중독 기약 된 내일이 있다 해도 세상의 모든 것을 위로할 수 없다. 붉게 물든 바다를 보라. 그래도 아름다운 저 빛 송두리째 절망하는 밤은 아니다. 진통을 이기고 자정하여 찬란한 아침을 출산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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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목원의 겨울 
  

겨울 애상哀傷 詩 寫眞/茂正 鄭政敏 꽁꽁 얼어버린 호수 찾아온 철새도 슬프다 잎 진 버드나무 사이로 하얀 눈이 내린다. 한여름 꽃향기 같았던 눈빛 고운 여자 이곳에 만나 새처럼 노래했다 호수 물결처럼 속삭였다. 물안개 자욱하던 유월 새벽 안개처럼 사라지고 말아 갈대꽃 피면 오려나 했다 붉은 노을이 지고 새하얀 달이 뜨면 소리 없는 안개처럼 오리라 했다. 속절없는 세월 그 가을 가고 또다시 갈대꽃도 졌다. 앙상한 나무 얼어버린 마음에 흰 눈이 내리는데 그녀는 여전히 침묵한다 꽃 지고 사라진 향기처럼 시간의 강은 흐르고 흘러 기다림이 고목처럼 퇴색하는 줄 알았는데 혼자 지우지 못한 멍 고목 속에서 더 선명하다.

  

서울 수목원의 겨울 글 寫眞/茂正 鄭政敏 찬바람 불어도 그리움은 움츠려 들지 않는다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흰 눈이라도 내리면 금세 꽃처럼 피어난다 어느 사이 향기가 되어 나에게 그 근원을 찾아가게 한다 그곳은 호수였다. 만남이 있어 좋았던 곳 철새와 꽃향기와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달빛도 좋아 봄바람도 좋아 가만가만 호수를 거닐지 않았던가 그곳에서 그녀는 떠나갔다 올 때는 꽃향기로 갈 때는 안개로 그래서 잊히지 않는 곳이 되었다. 한겨울 앙상한 나목만 남아 있는 호수에 이르니 호수는 꽁꽁 얼었고 마땅히 자맥질 할 곳을 찾지 못한 철새가 귀퉁이 작은 물가에서 원망하듯 언 호수를 보고 있었다. 그 호수를 걸어보며 수많은 회상에 잠겼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며 또 살아갈 시간도 다시 이런 아름다운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젖었다. 누구나 인생길이 늘 꽃피는 봄이길 바라지만 어느 사이 그 시절은 가고 눈 내리는 겨울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꿈을 꾸는 것이 인생이리라 어느 겨울엔가 쓴 글이다. 서울 수목원에도 호수가 있는데 꽁꽁 얼었다 이 글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아 그대로 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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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9 마른 갈대
  

마른 갈대 시 寫眞/茂正 鄭政敏 윤기 없는 까칠한 얼굴 관절마다 삐걱 리는 모습으로 삭풍을 견디어 왔다. 이제는 더는 견디기 벅차다 울 힘마저 없어 겨우 소리를 내보지만 물기 없는 소리로 서걱서걱 그래도 낡은 몸뚱이를 자꾸 뒤채이며 남아있는 것은 머지않은 봄을 만나기 위함이다 둥지를 튼 겨울새를 곱게 보내기 위해

  

겨울 시화호 6/무정 정정민 연례행사처럼 시화호에 간 것 같다 지난해도 연휴에 시화호에 갔었는데 올해도 시화호를 찾았다. 시화호 중앙으로 난 길을 따라 달리는 기분이 꽤 상쾌하기 때문이다. 시야가 확 트이는 넓은 시화호 철새를 볼 수 있고 갈대도 볼 수 있다.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행글라이더를 타는 사람 얼음호수도 볼 수 있고 조금 한적하여 그것도 좋기 때문이다. 올해도 철새를 만나러 갔었다. 그런데 어느 해보다 철새가 없었다 그 이유가 무언지 알지 못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었다 너무 추워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수면이 얼어 버리면 먹이를 얻을 수 없으니 철새가 찾기 어려운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른 갈대만 보고 왔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을 지날 때 전곡항이 생각났다. 길을 따라 곧장 가면 전곡항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곡항은 요트가 많고 가까운 탄도에서는 누에섬도 볼 수 있어 겨울 섬 여행으로는 그만인 곳이다. 내년에는 시화호에서 철새를 자주 볼 수 있길 기원하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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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8 산사
  

산사山寺 시. 사진/茂正 鄭政敏 청솔 맑은 숨소리 산사가 고요하다 풍경소리에 잠 깬 새소리 크다. 귀를 깨끗하게 하는 약수 떨어지는 소리 소음에 지친 나를 향기롭게 한다. 어쩌다 지나는 발길 흰 구름 같지만 아무 인연 없이 왔을까 우연도 인연이라 마음에 남으리라.

  

겨울 산사/무정 정정민 눈 내린 산사로 향하면 마음이 평범해 지지 않는다 아픈 추억하나가 있어 그렇다 산사의 겨울은 추웠다. 풍경을 울리는 바람소리는 더욱 외로웠다. 바람에 휩쓸리던 낙엽소리도 산새소리도 모두가 나를 슬프게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28세의 겨울을 산사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던 한 여자를 그리워 했지만 곧 죽을 것처럼 힘들게 병마와 싸우던 나에게 한 번도 와주지 않았다. 아픈 사람에게 위로는 더욱 절실했는데 사람이 더욱 그리웠는데 가장 그리웠던 사람은 도무지 와주지 않았다. 오지 못하는 만큼 많이 힘들었을 터이지만 그것이 못내 서운하기만 했다. 오래된 일이 이 겨울에 문득 생각났다. 혹 그 여인도 가끔은 나를 생각할까 지금은 할머니가 되어 있을 터지만 기억하는 나에게는 아름다운 20대 지금이야 원망하는 마음도 미움도 없지만 그때 일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내가 아파 있었다해도 그것을 보는 상대는 나보다 더 아파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노년을 어디선가 잘 살기를 기원 해본다

茂正鄭政敏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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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7 까치 집

물왕골 연가 詩 사진 무정 정정민 들꽃향기 가슴에 한 아름 안고 안개처럼 조용히 조는 물왕골 적막을 찢는 까치소리 크다. 어느 연인의 슬픈 사랑을 숨기고 싶어 잔물결마저 깊게 얼었는가 긴 침묵을 다짐하는 자라처럼 심연의 모래톱 속에 숨었다. 그래도 다하지 못한 사랑을 달빛은 서러워 눈물을 흘리고 그 씨앗이 꿈꾸는 개나리 꽃망울 되었다. 겨울나무는 산에서 자고 바람이 숨죽여 지나는 하늘은 지나가지 못한 구름이 떠있어 봄은 멀리 있지만 남아있는 마른 꽃 향기 희미한 사랑은 노란 개나리로 피어나리라.

  

고독의 숲 詩 寫眞/茂正 鄭政敏 숨을 곳 없는 외로움이 석양빛 슬픈 자작나무 숲에서 낙엽처럼 뒹군다. 늘 낯선 시간 때문에 희망의 거미줄 가지마다 걸어 둔 여름이 부질없는 달빛처럼 부서져 나무는 하얗게 야위어 간다. 자신을 감추지 못한 고독 천적을 피하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나무 끝까지 오르지만 나목의 겨울 숲은 추위만 기승부린다.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 지천명의 겨울 숲은 까치 울음으로 더 휑하다.

  

겨울 갈대 詩 寫眞/茂正 鄭政敏 발등을 덮는 한설이 서러운가 겨울 냇가 갈대는 옷깃을 세운 듯 한껏 부풀어 까치 집 되었다. 가는허리 칼바람 감당하기 벅차 활처럼 휘었네! 팽팽한 긴장이 더 춥다. 모두가 떠난 빈들에 혼자 떠나지 못하는 것은 내심 봄을 기다리는 것이겠지. 멀리 아파트 불빛 아련해도 기다려야 할 자릴 아는 갈대는 오한에 부스스 몸만 떨 뿐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빈 까치 집 詩* 영상/ 茂正 鄭政敏 반짝이는 은사시나무 그 화려한 옷을 벗어 버리자 바람도 쉬어가지 못해 외로움으로 떨어야 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숨어 있던 까치집 하나 부끄러워 차마 내려오지 못하고 눈이 오는 날은 눈을 담고 별이 뜨는 밤엔 별을 담아 보나 늙어 가는 집에는 허무뿐이다. 까치가 떠난 까치집 아직 다 사라지지 못한 울음뿐 아무것으로도 채울 수 없어 허기로 지친 빈 가슴 하얀 허공에 까만 멍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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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까치 꽃/무정 정정민 양지바른 어머니 무덤가 겨울바람 아직도 차가운데 군청색 꽃이 피었다. 머지않아 봄이 오겠지만 잔설 남아 있는 산등성이 동짓달의 겨울이 무섭지 않은지 푸른 잎 줄기마다 힘차고 무리지어 한꺼번에 어머니 그리운 나를 반긴다. 어머니는 산에 계시고 산죽 바람 따라 울던 날 산 까치 찾아와 노래해 나를 사랑한 어머니 그 마음처럼 봄 까치 꽃 많이도 피었구나! 서울 변두리 작은 둑길 봄 까치 꽃 볼 때마다 어머니 본 듯 반갑다.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달빛이 서러운 밤에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까치의 외로움처럼 처마 밑에서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 눈물처럼 흩어지는 처량한 낙엽이 갈 길을 잃어 버린 것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볼 때만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천 년을 기다려도 그 자리 그대로 차갑게 빛날 수밖에 없는 높은 하늘의 별처럼 기다림이 멍이 될 때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장미꽃 한 송이 민들레 홀씨 하나 가냘픈 음악소리에도 내 그리움은 언제나 호흡처럼 일어나 있었다. 잠이 들어도 그리운 이여 그대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나요. 무엇을 위하여 멀리 가십니까? 이승의 시간이 백 년도 못 되는 세상 어서 오세요. 기다림이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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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리면 오마더니 무정 정정민 지금도 기다리는 세월 그대는 아시나요. 산 까치 울 때마다 동구 밖으로 향하던 시선 소복이 쌓인 눈길을 빨간 코트를 입고 오실 것 같아 마음은 벌써 십 리나 그대를 마중 갑니다. 산이며 들이며 찬 바람이 쌓인 눈을 괴롭히면 언덕 밑으로 비산 하는 흰 가루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바로 내 마음입니다. 이불처럼 덮인 첫눈은 내 화단에 가득하여도 도저히 다 덮지 못한 그리움은 벌써, 오시는 길목에 허수아비처럼 서 있습니다. 첫눈이 내리면 오마 한 눈 같은 피부를 가진 이여 반백 년을 기다리고도 또 기다려야 합니까.

  

눈 내리는 날 3 詩. 寫眞/茂正 鄭政敏 눈이 내린다. 구름산이 하얗다. 상수리 나뭇잎 진 가지가 하얗다. 아파트 높다란 굴뚝에도 찻길로 나가는 샛길도 화단의 피라칸사 붉은 열매에도 하얀 눈이 소복하다. 지난밤 잠들지 못하고 밤새워 뒤척이다 설 잠 든 새벽에 들린 까치 소리 행여 누가 올까 창가에 서보니 이렇게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는 날은 잠들지 못한다. 소리없이 없이 찾아오는 손님을 맞아야 하니까.

눈 소식 /茂正 鄭政敏 하얀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온 세상이 잠잠한 새벽 첫 발자국을 남기며 교회에 나가 기도하고 싶기 때문이다. 밤을 새워도 잠재우지 못한 안타까운 그리움을 차가운 눈송이가 덮을지도 몰라 감사의 기도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하늘을 봐도 곧 내릴 것 같은 눈은 내리지 않고 그리움은 보름달보다 더 커지고 말았다. 오늘 이른 아침 멀리 까치소리 은은하더니 전화기 문자 음이 귓전을 울린다. 함박눈이 내린다는 눈이 내려도 창 밖이 온통 하얀색으로 변해도 내 마음에 눈이 내리지 않으면 여전히 잠 못 이룰 일 그대로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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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울음/茂正 鄭政敏 앞마당 대추나무 빈 가지에 까만 까치가 울어댄다. 대추도 없고 잎도 없어 삭막한 정월의 한기가 서러운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운다. 내리는 흰 눈으로는 지난밤의 고독을 다 덮지 못하는지. 목청을 높여 나뭇가지를 흔들고 창문까지 흔들리게 한다. 밤을 새워도 완성치 못한 사랑 노래가 안타까워 창가를 서성거리던 심사가 저 까치 같아 반가운 마음 임인 것 같구나!

가을 여자 6 詩 /茂正 鄭政敏 지석산 까치 울면 만산에 홍엽인데 그 보다 먼저 붉은 마음 수줍은 그 심사 반만 감추고 싶어 새빨간 의상이 얼굴을 물들인다.

까치 집/무정 정정민 겨울에는 까치 집이 잘 보인다 여름에 짓는 까치 집이야 푸른 이파리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지만 잎 진 겨울에는 까치 집이 잘 보인다 마치 허공에 까만 점으로 떠 있는 듯하다 여름에 낫던 까치 소리가 푸른 소리로 들린다면 겨울 까치 소리는 외로움으로 들린다 창가에서 글을 쓸 때면 가끔은 까치 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쓴 글 중에 까치에 대한 것이 얼마나 되며 또 까치 집 사진은 얼마나 될까 헤아려 보았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아 이만큼만 정리해 보았다. 겨울의 까치 집 낡아 버린 까치 집에 찬 바람이 분다 나도 까치 집처럼 자꾸 야위어 가는 것은 아닐까 세월을 쌓아가는 나이가 아니라 내 성이 자꾸 허물어지는 것 같은 이것이 나이일까 허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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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빛차
 
 

들빛차 詩 사진 茂正 鄭政敏 강바람을 맞이해 잎이 나고 해를 보며 자란 잎 밤이면 달빛으로 사랑을 키웠을 거야 꽃이 피는 어느 봄이었을까 벌이 날아와 저 산속 이야길 했겠지 키 큰 나무가 살고 귀여운 다람쥐가 사는 평화로운 계곡엔 맑은 물이 흐른다고. 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해도 이렇게 아름다운 사연이 펼쳐지지 그 햇살과 달빛과 꽃향기를 모아 만든 들 빛 차 한 모금에 꽃향기가 나고 또 한 모금에 바람 소리가 들리고 또 한 모금에 들길을 걷는 나를 본다.

 

들빛차/무정 정정민 파주 프로방스에서 유기농 가게에 들렸다 눈에 들어온 차 들빛차 어떤 맛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처음 본 차의 이름도 좋았다. 집에 와 저녁 식사 후에 한 잔씩 하고 있다 속이 편하고 마음도 편해지는 것 같다. 위가 좋지 않은 나에게 기분 좋은 차다 혹 누가 만든 알 수 있을까 해서 검색해보니 문성희님이 만든 것이었다 평화가 깃든 밥상이란 책을 출간 자연식에 대한 많은 내용을 저술한 것 같다. 잘 알지 못하지만 간단하게 소개해본다.

 

겨울 이야기 6 들빛차 /무정 정정민 가끔 들빛차를 생각한다 들빛이란 뜻을 이해 할 만하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다는 알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생소한 느낌도 들지 않는다 물론 들빛이란 단어도 처음 대하긴 한다 그래도 들과 빛이란 말을 이해하니까 그 합성어란 생각을 해본다 맑은 물이 흐르는 깨끗한 들에 자라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물을 모아 만든 차가 들빛차가 아닐까 생각해보며 그 차를 맛보는 것은 행복하기 그지없는 일일 것으로 생각했다 작년 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이 겨울 그 차가 남아 있었다면 틀림없이 눈 내리는 창가에서 들빛차를 맛보며 그 가을을 생각했을 것이다. 얼마나 더 살게 될지 모르지만 살아온 경륜을 생각해보면 아련하긴 해도 아름다운 일 행복한 일 많았다 크지 않아도 아름답고 행복하였던 일을 자꾸 생각해 보려 한다. 들빛차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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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4/쪽박섬 추억
  

쪽박 섬 시 寫眞/茂正 鄭政敏 서해 바다 대부도 등 뒤에 서서 수억의 시간 잠자지 않고 날마다 서울 향해 눈길 주었다. 갈매기 날아와 쉬어가고 하얀 파도가 부딪혀와도 선재대교 영흥대교 준설 되었어도 머리에 이고 있는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그 마음 기다림이라 점 같은 어느 시간 잠시 다녀갈 한 사람을 위해 뼈가 부서지고 살이 깎여도 여전히 그 자리 그 모습으로 한겨울의 삭풍도 견디고 있다. 그런 줄 모르고 이제야 왔구나! 청춘 다 가버린 지천명에 찢긴 가슴 흐릿한 눈빛으로 마음은 천년을 살고 몸은 백년도 못사니 긴 한숨 폭풍 되고 마음은 썰물이 되어 섬 그늘로 사라지는 낙조로다.

 
 

겨울 이야기 4/무정 정정민 오래전에 다녀온 섬 집 한 채도 제대로 지을 만한 품도 안되는 그야말로 쪽박을 엎어 놓은 듯한 섬이 생각났다. 겨울에 다녀왔기 때문에 생각났다. 그곳에 사시는 한 어부의 집에 들어가 굴 한 접시 먹고 왔던 사진과 방안에 난로가 있어 온기를 느꼈던 일 그곳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 생각났다 방으로 들어가는 곳에 걸려있던 메주도 그리고 또 오래전에 찍은 꽃 전시회 사진 어울리는 사진은 아니지만 겨울날 방에서 꽃 사진을 보는 것도 좋고 겨울에 방안에서 바다를 생각하며 그날을 추억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같이 묶어 보았다.


 
 

쪽박섬 글. 사진/茂正 鄭 政敏 나목이 침묵하는 거리를 거닐면 자꾸 지난 여름날의 숲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푸른파도가 궁금하다 이런 날은 은근히 섬여행을 하고 싶다. 푸른 파도 푸른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된다. 너무 먼곳은 피곤하고 너무 가까우면 여행의 맛이 없다. 이렇게 혼자서 섬을 생각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원로 소설가님이 생태찌게 맛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오늘 점심을 같이 하면 어떠 하겠는가 물어 오신다. 그러면 거절하지 못하고 만다. 할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순위를 바꾸어 버린다. 무리가 생기지만 그래도 좋은 핑게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에 초대받은 곳은 목동 문단의 소식과 그간 지나온 이야기를 하다가 갈매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신지 여쭈었다 요즘의 갈매기는 바다에 살며 사람이 그리워 운다고 하면 우리 그 갈매기 위문하러 가자 하신다. 바다는 많고 섬도 많지만 운전대는 내가 잡았으니 내가 갈 곳으로 가기 시작한다. 급한 마음에 목동에서 바다가 가까운 곳을 생각하니 강화도와 시화호 부근이었다. 강화도는 얼마전에 다녀왔기 때문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안산에서 갈만한 곳을 찾다가 대부도를 향하여 갔다. 몇 번인가 갔던 작은 섬. 이름은 쪽박섬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근처만 갔다가 그 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고 왔다. 오늘은 제대로 보리라 생각하고 가장 가까운 곳까지 차를 전진시켰다. 멀리에서 물이 들어 오고 있었지만 굴파는 아주머니에게 물어 안전한지를 묻고 들어가니 굴껍질이 섬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카페트처럼 깔려 있어 기분이 무척 좋았다. 작은 섬은 소나무 몇그루 안되고 주변은 돌 뿐이었다. 한 바퀴 빙 둘러보고 나오려 했으나 원로 소설가님이 자꾸 말렸다. 아우성을 치듯 바다가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 그 섬에 두고 그냥 나오고 말았다. 이때 이 섬 근처로 다가가는 한 사람을 보았다. 사진작가 인듯했다. 쪽박섬의 노을을 찍기 위해 온듯했다. 주차한 곳으로 나오니 젊은이 세사람도 노을지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휴식과 사색을 해보는 것도 좋으려니 생각했다. 이 섬으로 오는 곳곳에서 촬영한 갈대 부풀대로 부풀어 제법 겨울의 풍취를 더했다. 섬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 섬에서 채취한 굴을 파는 집이 있어 조금 사서 먹고 담소를 나누고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양식이 아니란 것이 좀 색다르다 싶었다. 다시 가고 싶다. 좀더 여유있게 가서 섬도 돌아보고 파도 소리도 듣고 노래도 불러보고 싶다. 사진도 다시 잘 찍어보고 싶다. 좀 오래 머물며 우릴 위해 노래하는 갈매기와 더 친하고 싶다. 겨울날의 짧은 여행 작은 섬과 그 섬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맛보고 시원한 바다의 바람 맞아보며 노을까지 보고 나면 가슴에 가득차고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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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3 
  

아껴두는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언제나 그리운데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만나고 싶어 죽을 것 같은데 참아야 될 이유가 없다. 그래도 참는 것은 너무 그리워 아끼고 견디면 더욱 고와질 사랑 같아 터져 나오는 노래를 오늘도 누르나니 아! 가슴이 아프다.

  

문득 그립다 시 寫眞/茂正 鄭政敏 바람소리가 들린다. 전깃줄을 흔들고 늦가을 남은 낙엽을 흔드는 거리의 방랑자가 차갑게 지나가는 그러면 창가로 간다. 김이 서리는 유리창에는 외진 섬 하나 떠올라 갈매기 날고 출렁이는 파도가 수도 없이 밀려들고 하얀 조가비 줍던 작은 손 시리다며 내 주머니에 넣고 지그시 기대어 왔던 그녀의 머리결에서는 갯내음이 났었지. 아! 그리움이다. 잠잠했던 심해가 거리의 바람소리에 일어나는

  

옛사랑의 그림자/정정민 추수가 지나간 들에는 마른 풀이 삭풍에 울고 고향을 찾아가는 기러기는 칼바람에 한숨 짓는다. 세월의 강을 건너 초로의 언덕에 서있는 외로운 소나무 하나는 오늘도 긴 그리움을 끝내지 못해 동구 밖 그 자리에 서 있다. 오월의 장미꽃 같던 사람 반짝이던 별처럼 다가서던 눈빛 참지 못하여 흔들리던 호수처럼 마구 뛰던 가슴이 수십의 풍상에도 지워지지 않았다. 원망했던 탄식의 노래도 채송화꽃처럼 수줍던 그리움도 먼 세월을 돌아 온 동구 밖 그 소나무 였다. 사랑은 시작만 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은 세월의 그림자다. 다만, 숨어 있을 뿐이다.

  

사이버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어느 하늘 아래 어느 땅일까 주소를 알길 없어도 날마다 그리운 사람 사진에서 보고 애틋한 마음 돋아나고 글에서 만나 보고 싶은 마음 무성하더니 댓글에서 성장한 나무 메신저 대화로 꽃 피운다. 컴퓨터 켤 때마다 그 카페 찾아가고 창가에 어리는 닉 반가움에 부르면 어느 나라든 어느 별이든 마음은 유성처럼 번개처럼 만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날은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는 것처럼 쓸쓸한 바람만 가슴에 일었다. 만난 적 한 번 없어도 가슴에 등록한 그리움 굵은 글씨로 붉게 새겨져 삭제되지 않고 있다.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달빛이 서러운 밤에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까치의 외로움처럼 처마 밑에서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 눈물처럼 흩어지는 처량한 낙엽이 갈 길을 잃어 버린 것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볼 때만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천 년을 기다려도 그 자리 그대로 차갑게 빛날 수밖에 없는 높은 하늘의 별처럼 기다림이 멍이 될 때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장미꽃 한 송이 민들레 홀씨 하나 가냘픈 음악소리에도 내 그리움은 언제나 호흡처럼 일어나 있었다. 잠이 들어도 그리운 이여 그대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나요. 무엇을 위하여 멀리 가십니까? 이승의 시간이 백 년도 못 되는 세상 어서 오세요. 기다림이 너무 힘들어요.

  

겨울 이야기 3/무정 정정민 겨울에 생각나는 것은 많다 눈 내리는 산길을 걷고 싶기도 하고 따뜻한 찻집에 앉아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고 바닷가를 차로 달리고 싶기도 하다 따뜻한 음식을 구들 목에서 먹고 싶기도 하고 온천에 가서 몸을 푹 담그고 싶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음식을 나누며 아무 사연이라도 듣고 싶은 마음 이것이 바로 겨울에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겨울에 생각나는 수많은 것들을 조금씩 생각나는 그대로 적어 보았다

  

겨울 바다의 사랑 시 寫眞/茂正 鄭政敏 낯선 해안길 갈대꽃이 깃을 세우고 차가운 겨울을 견디는 갯벌에 밤이 소리없이 찾아왔다. 철새도 숨을 죽여 졸고 어느 등대의 불빛인가 조용한 그리움처럼 지나가면 초저녁별 하나 곱게 지는데 엄숙한 밤 공기를 견디지 못한 나그네 한 사람 겸손한 나루터에 흔들리는 오래된 뱃전의 깃발 위로 초승달을 보았다. 달빛 가난한 바다는 소리없이 다가와 긴 한숨을 짓고 그리운 이름하나 내려놓고 가만히 사라진다. 겨울 바다는 가슴이 얼어 터지도록 시린 그리움을 안으로 잠재우는 서글픈 사랑이다.

  

그리운 마음/무정 정정민 마른 나무에 잎이 돋아 그 위에 매달린 이슬이 곱고 어느 사이 빛나는 햇살 영롱한 봄이 아지랑이 걸음으로 다가와 봄이 오는 길목마다 향기 고운 꽃들이 피고 새 노래가 더욱 정겨운데 꽃구경 가자 하던 이는 오시지 않고 바람에 지는 꽃잎이 흐르는 물속에 멀어져도 나무는 푸른 잎이 무성해 졌어도 새소리 처량하고 달빛 고와도 여전히 혼자 있습니다. 오늘도 창 밖을 바라만 보는 마음 아시나요. 바람결에 이 마음 전합니다.

  

겨울 바다 시 寫眞/茂正 鄭政敏 푸른 파도가 밀려오고 뜨거운 태양이 빛나던 모래사장 내 사랑 그녀는 아름다운 인어였다. 섬광처럼 번쩍이며 장미 향기처럼 향기롭게 내 혼을 다 앗아가 달콤한 행복에 내 여름은 찬란했다. 그 여름 가고 단풍이 물들자! 그녀는 황금빛 모래사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아 내 마음속 낙엽이 하나 둘 지기 시작했다. 뜨거운 함성이 메아리치던 바다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고 작열하던 태양이 멈추었던 그곳 모두 떠나고 그 모래만 남았다. 지워진 그녀 발자국 얼어버린 열정 겨울바다는 쓸쓸히 흐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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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2
  

창가에 서면 시·영상/무정 정정민 삭풍이 마른 나뭇가지를 흔드는 정월의 창가에 서면 마음은 벌써 소년이 되고 고향집 앞산으로 간다. 마른 풀 따뜻한 양지에서 붉다 못해 검게 변한 허깨비 같은 청미래 열매를 따며 마을 입구를 본다. 새콤한 맛 물기 없는 열매의 아쉬움처럼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외로움에 문득 한기를 느끼고 집으로 가면 따뜻한 아랫목 하얀 머리에 비녀를 꽂고 계신 할머니가 반가이 맞아 주던 이제는 갈 수 없는 그 시절 그때가 자꾸 되살아난다. 할머니가 그립다.

  

밀 창을 보노라면 시 사진/정정민 햇살이 창문을 넘어서는 오후 따끈한 구들에 앉아 윗방과 아랫방을 차단한 밀 창을 보노라면 김이 나는 고구마를 동치미와 같이 가져 올 흰 앞치마 두른 어머니가 생각난다. 내 스물여덟 어느 날 몸이 파처럼 누워 있던 날 밀 창이 드르륵 열리고 머리 깎고 스님 되신 누님께서 따끈한 죽 한 그릇 가져 오시던 익산의 그 절이 생각난다. 학창시절 전주 예수병원이 보이던 기숙사 아무도 없는 외로움에 눈물짓던 나에게 노란 냄비에 라면 한 그릇 배달하던 여자 친구가 생각난다. 이제 흰 머리 얼굴에는 주름도 생기고 눈빛마저 흐려졌지만 기억 속 이야기는 더 선명하고 더 화려한지 모르겠다.

  

창 너머에 시·영상/무정 정정민 외지고 낯선 집 창문으로 세상을 보면 그 밖이 자꾸 궁금하다. 한겨울 창가에 붙어 푸른 눈으로 안을 보는 사철나무도 그렇고 한가하게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어디서 오는 것이며 누가 타고 있을까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 마장 떨어져 있는 산기슭에 무슨 나무가 자라나 어떤 짐승이 살고 있나 봄 여름 가을 모습은 어떨지 언젠가 다시 와서 보리란 혼자만의 생각에 잠길까 나뭇잎 바람에 쓸리는 소리에도 무슨 나뭇잎일까 어디까지 갈까 궁금하다.

  

달 뜨는 언덕/茂正鄭政敏 바람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카리브 해의 낭만에 젖고 싶다면 곧 달려서 가고 시베리아의 눈꽃 축제에 빠져서 닥터 지바고의 사랑을 한껏 향유하고 싶다면 거칠 것이 없이 달려서 갈 수 있는 그런 바람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해 뜨는 어느 동해 바다에서 싱그런 갯내음을 맡고 싶고 달 뜨는 작은 산골에서 낭만적인 시인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주저함이 없이 갈 수 있는 바람이라면 업무에 시달리고 삶의 고달픔에 지쳐있는 고독한 사람 누구에게나 선망되는 일이다. 그런데 나에게 그런 소망이 이루어지고 말았다. 작은 언덕 라이브 카페 "해 뜨는 집"에 갈 일이 생겼던 것이다. 연시의 대가라 할 중년의 시인과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카렛을 닮은 여인을 만났으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창 밖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과 음식점의 불빛을 보면서 추가 열의"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를 주문해서 들으니 내가 시인이란 생각보다는 초청받은 페르시아 왕자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늑한 카페의 분위기도 그렇지만 흐느끼듯 불러대는 초청가수의 노래가 나를 젖게 한 것인가 아니면 향 짙은 커피 때문인가. 도무지 흥겨운 마음을 감출 길 없었다. 삶의 여정에서 무수한 사람을 만나지만 만나서 행복지는 사람이 있다. 만난 사람이 나를 왕자처럼 여겨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잘난 구석이 한 군데가 없음에도 작은 것이라도 칭찬을 해주고 당신 때문에 내가 행복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면 그 말이 인사처럼 들린다 하더라도 싫지 않다. 이처럼 말을 즐겁게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났으니 내가 왕자란 착각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년의 시인은 시처럼 말을 하고, 눈빛이 고운 아름다운 여인은 소설 속 스카렛처럼 노래를 흥얼이면서 희미한 불빛 속에서 마주 앉으니 꿈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분위기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무척 들뜨는 행복이 분명했다. 창 밖에는 마땅히 떠야 할 달이 뜨지 않았다. 어젯밤에도 이 카페에 왔고 지는 해와 뜨는 달을 분명히 보았고 그 흥취를 이기지 못하여 다시 왔건만 달은 뜨지 않았다. 그러나 그달보다 더욱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두 분의 신사와 숙녀를 만나 가슴에 뜨는 달을 보았다. 행복하고 싶다면 달이 뜨는 카페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향 짙은 차와 분위기 있는 노래를 들어 볼 일이다. 가끔은 눈빛을 마주치면서 수줍어해도 된다. 그러면 가슴 밑에서 살금살금 올라오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창밖의 불빛도 유난히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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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잔성 가든
  

겨울 낚시터 시. 사진/茂正 鄭政敏 아무도 없는 빈 낚시터 겨울 찬바람만 쓸쓸히 맴돈다 살아 숨 쉬는 것 하나 없는 듯 적막한 호수 위로 눈이 내린다. 모든 풀이 다 시들고 물도 얼고 좌대마저 헐어버린 둑길에는 추위에 떠는 나목이 봄을 기다리다 풀이 죽었다 모두 죽은 듯한 곳에도 분명 생명이 있으리라 얼음장 밑에는 물고기가 때를 기다리고 마른 풀 아래 새싹이 올라오리라 나목도 조용하게 땅 깊은 곳에서 물을 퍼올리지 않겠는가 때를 기다리는 빈 낚시터 낚는 자와 낚이지 않으려는 자의 팽팽한 긴장을 기대한다 내 안에는 이미 봄을 낚을 빈 낚시를 준비했다, 희망이라는.

  

고잔성 가든/무정 정정민 화성에 갈일이 있어 일을 보고 돌아 오는 길 점심시간이 되었다. 집에 도착하여 먹기는 너무 늦고 가까운 곳에서 무언가를 먹으려 하다 문득 작년 겨울에 갔던 화춘옥이 생각났다 갈비 맛이 무척 좋았던 곳이다 무엇보다도 주변 풍광이 좋아 식사 후에는 둘러보곤 했었다. 곧바로 찾아갔다. 새로운 길이 나고 주변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수원갈비로 유명한 곳인데 가든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화춘옥 가든에서 고잔성 가든으로 망설이다 들어 갔는데 이전의 음식맛이 그대로였다. 다르다면 무언가 다소 허전했다. 관리의 손길이 부족한 것 같았다. 점심이라 가볍게 갈비탕을 먹고 두 그릇 포장도 해왔다 딸이 좋아하는 맛이고 아들도 좋아 할 것 같아서 가든은 무척 커서 무슨 성 같았다. 정원도 어찌나 큰지 한 참이나 걸어야 한다 볼거리도 많은 곳이라 식후 산책할 곳도 많은 곳이다 많은 구조물이 눈길을 끄는 곳 겨울 낚시터도 보여 그것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해는 눈이 쌓인 정원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꽃피는 봄에도 참 좋을 곳 여름도 대단하리라 이렇게 추측 해보는 즐거움도 주는 곳이다 가끔은 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산책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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