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에 가고 싶다 글 寫眞/茂正 鄭政敏

가끔 식물원에 가고 싶다. 머리가 아플 때면 식물이 발산하는 푸른 기운을 듬뿍 받고 싶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몸에는 새로운 비늘이 돋는 것 같다. 이 에너지로 얼마간 살 수 있다.

머리가 아프지 않아도 식물원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겨울철이다. 푸른 잎이 사라지고 마른 잎이 거리에 가득하면 추억처럼 그리워지는 것이 푸른 계절이 아닌가 마음속에 기억하는 푸른 계절 그 계절은 식물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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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식물원에 간다. 그곳은 남국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흔하지 않은 열대지방의 식물을 보면 자신이 따뜻한 남쪽 나라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한다. 때론 이런 착각을 얼마나 원하든가 행복한 착각은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그러면 누구에게나 친절할 힘이 생긴다.

나에게 귀한 손님이 오면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단둘이 앉아 있을 의자가 있는 조용한 식물원이다. 보온병에 담아 간 허브차를 그곳에서 나누어 마시면 아무래도 너무 행복하여 지고 만다.

이런 이유가 아니어도 더러는 식물원에 간다. 지금쯤 어떤 꽃이 피어 있을지 궁금하여 몹시 알고 싶어서다. 작고 볼품없어도 내가 보아 주면 씽긋 웃는 그 미소가 즐거워서다.

안산 식물원 인천 대공원 식물원 서울 숲 식물원 서울 대공원 식물원에서

식물원에 가고 싶다 무정 정정민 가끔 식물원에 가고 싶다. 머리가 아플 때면 식물이 발산하는 푸른 기운을 듬뿍 받고 싶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몸에는 새로운 비늘이 돋는 것 같다. 이 에너지로 얼마간 살 수 있다. 머리가 아프지 않아도 식물원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겨울철이다. 푸른 잎이 사라지고 마른 잎이 거리에 가득하면 추억처럼 그리워지는 것이 푸른 계절이 아닌가 마음속에 기억하는 푸른 계절 그 계절은 식물원에 있다. 여행을 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식물원에 간다. 그곳은 남국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흔하지 않은 열대지방의 식물을 보면 자신이 따뜻한 남쪽 나라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한다. 때론 이런 착각을 얼마나 원하든가 행복한 착각은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그러면 누구에게나 친절할 힘이 생긴다. 나에게 귀한 손님이 오면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단둘이 앉아 있을 의자가 있는 조용한 식물원이다. 보온병에 담아 간 허브차를 그곳에서 나누어 마시면 아무래도 너무 행복하여 지고 만다. 이런 이유가 아니어도 더러는 식물원에 간다. 지금쯤 어떤 꽃이 피어 있을지 궁금하여 몹시 알고 싶어서다. 작고 볼품없어도 내가 보아 주면 씽긋 웃는 그 미소가 즐거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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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까치울 구름다리
  

고독의 숲 詩 寫眞/茂正 鄭政敏 숨을 곳 없는 외로움이 석양빛 슬픈 자작나무 숲에서 낙엽처럼 뒹군다. 늘 낯선 시간 때문에 희망의 거미줄 가지마다 걸어 둔 여름이 부질없는 달빛처럼 부서져 나무는 하얗게 야위어 간다. 자신을 감추지 못한 고독 천적을 피하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나무 끝까지 오르지만 나목의 겨울 숲은 추위만 기승부린다.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 지천명의 겨울 숲은 까치 울음으로 더 휑하다.

까치울 유래/옮긴 글 까치울을 한자로표기하여 작동(鵲洞)이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鵲은 우리가 널리부르고 있는 설날노래가사중 '까치까치설날은 어제이고요 우리우리설날은 오늘이지요' 가본래는'아제아제.....'인것으로 볼때 '아제'가'까치'로변했음을알수있다. 이때 아제는 작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까치는 작다는 뜻도 있으므로 작고 아늑한 마을이란 뜻이다. 이곳은 성종때 부마를 지낸 경숙옹주의 남편 여천위민자방 후손인 여흥민씨가 주성을 이루고 살아온 곳이다. 자연마을인 작동과여월동을 합쳐 행정동인 성곡동을 형성 하였다.성곡동은 4.09㎢,13,113가구에 38,531명이 살고 있다. 까치울은 능안의북쪽산너머가까치울이다. 여흥민씨가주성을이루고있는이곳은 까치가많아까치울이라하였으며 혹 김유신장군과 연결하기도한다. 그러나 까치鵲이 붙은곳의 대부분이 작은마을인것으로보아 마을규모로 인해붙여진 것이 아닌가 한다.

까치 울음/정정민 앞마당 대추나무 빈 가지에 까만 까치가 울어댄다. 대추도 없고 잎도 없어 삭막한 정월의 한기가 서러운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운다. 내리는 흰 눈으로는 지난밤의 고독을 다 덮지 못하는지. 목청을 높여 나뭇가지를 흔들고 창문까지 흔들리게 한다. 밤을 새워도 완성치 못한 사랑 노래가 안타까워 창가를 서성거리던 심사가 저 까치 같아 반가운 마음 임인 것 같구나!

까치울 구름다리/무정 정정민 내가 다니는 회사가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 있다. 집이 서울 구로구 천왕동이기 때문에 매일 까치울 사거리를 거치게 된다 까치울에는 전철역도 있지만 먹거리 촌이 있기도 하다 먹거리 촌이 아니라도 역 주변에는 다양한 음식점이 많아 언제라도 가면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그뿐만 아니라 볼거리 또한 많아 부천 수목원과 식물원을 물 박물관을 가볍게 구경할 수 있다. 꽃피는 봄이면 원미산 진달래도 좋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춘덕산 복사꽃도 볼만하다 이곳에 구름다리가 있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한 번 올라 보리라 하여 가게 되었다. 역에서는 조금 걸어야 하는 먹거리 촌에 위치한 구름다리 화려하고 조금 흔들리기도 했는데 위에는 까치 조형물도 있어 색다르다 생각했다. 이 부근에는 은데미구름다리 고리울 구름다리도 있어 구름다리가 보고 싶다면 까치울에 가볼 만 하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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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1
 

들꽃 詩 사진/ 무정 鄭政敏 너의 이름을 몰라 소리쳐 부르지 못했지만 가슴에 가득한 모습 꿈엔들 잊을까? 스쳐가는 인연이라도 남아 있는 향기 봄마다 돋아나니 너는 가슴에 피운 꽃이다 잊으려 한 적 없지만 문득 다시 생각나면 청초한 모습 그 향기 내 사랑이다. 오늘 낯선 곳에서 우연하게 너를 보니 꿈이 아닌 것이 이렇게 큰 기쁠 일 줄이야

겨울 이야기 1/무정 정정민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집을 나서는 일은 망설이게 마련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컴퓨터 앞에 앉는다 내 마음속에 저장된 추억이 일부는 컴퓨터 속에도 있어 검색하여 찾아내고 그때로 돌아가곤 한다. 한 10년은 되었을 것이다 꽃가게를 했던 일 그리고 누군가를 만났던 겨울 다시 돌아보니 나이도 그만큼 젊어진 느낌이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일이지만 창밖이 잘 보이는 컴퓨터 앞에서 돌아본 추억은 역시 아름다웠다. 그때 과천 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찍은 꽃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같이 올려 보았다. 한겨울 삭막한 풍경 속에서 보면 더욱 상쾌할 것 같아서

들꽃향기/정정민 아내는 꽃을 좋아한다. 꽃바구니를 만들거나 꽃다발을 만드는 일을 무척 행복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꽃에 대한 공부를 하더니 화웨장식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이어 사범자격과 플로리스까지 되었다. 이제는 꽃집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해서 여기 저기 꽃집 매물이 나온 것을 알아 보더니 기어코 작은 꽃집 하나를 인수했다. 꽃집 이름이 들꽃향기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무척 번화가 였는데 정류장이 조금 이동하여 간뒤로 너무 한가했다. 결국 2년여의 꽃집을 마무리 해야 했다. 꽃집은 꽃만을 생각하면 화려하지만 그 뒤처리는 농사일과 다르지 않다. 화분관리도 그렇고 관엽식물을 배달하는 일 절화를 새벽에 사러 가는 일 사오면 장미는 가시를 제거해야 하고 꽃바구니나 꽃다발을 만들고 나면 남은 잎이나 줄기를 처리해야 하고 시든 꽃이나 죽은 식물을 처리하는 일은 작은 노동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내가 꽃을 너무 좋아하여 꽃집을 하게 되었고 그 향기 속에서 얼마간 행복하기도 했고 치열한 경쟁속에서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모른다. 졸업시즌이나 입학 때는 꽃을 들고 거리에 나가 팔기도 했다. 온가족이 동원되어 밤잠을 자지 않고 만들고 또 같이 나가 목이 아프도록 "꽃사세요!" 외쳤던가 지난 일이라 지금은 그것을 추억하며 웃는다.

겨울 찻집에서 글 정정민 어느 작은 역이 있는 조용한 찻집이었다. 붉은색 2층으로 되어 있는 이 집은 아래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날씨가 차가운 겨울에 가기 좋은 집이었다. 창가에는 오후의 햇살이 정겹게 비추고 그 창 너머로 한강이 어설프게 보였다. 간단한 식사도 할 수가 있으니 오래 앉아 있어도 되는 집으로 보였다.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싶다면 차를 마시면 되는 너무 편한 집이었다. 이런 집에 혼자 앉아 있다면 너무 청승맞다. 호기심을 견디지 못할 누군가를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면 바람이 지나가는 창문 밖의 겨울이 더욱 낭만적으로 생각될만한 곳이다. 잘 웃는 사람을 만나서 전설처럼 아득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몹시 슬픈 과거가 있었어도 당당하고 담담하게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건강하고 멋있게 보일까? 서러운 가슴을 노래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내 못하는 노래를 보태어 한순간 일지라도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싶다. 짧은 겨울 햇살이 한강으로 숨어 버리기 전에 들꽃 향기 같은 작은 목소리로 다 드러나지 않은 행복의 문을 열어 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눈물이 있는 것이다. 그 눈물을 위로받고 싶은 날이 있고 위로가 되고 싶기도 하는 것이니 한가한 겨울의 찻집은 그런 마음을 내려놓기 참으로 좋은 곳이지 않는가. 찻잔에서 느끼는 온기처럼 창문을 투과한 햇살의 온기처럼 겨울 특유의 위로가 찻집에는 있을 법하다. 꿈꾸는 소년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해가 지는 한강을 바라보는 그 맞은 편에는 소녀 같은 눈을 가진 어떤 여인이 꿈을 꾸는 사람처럼 역시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의 찻집은 아름다운 풍경이 노을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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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열매의 유혹 부천 북부 수자원 생태공원의 겨울

저 붉은 열매 詩 사진 茂正 鄭政敏 푸른 이파리 뒤에 숨어 수줍은 듯 조용한 너의 미소 보았다. 안으로 불덩이를 안고 때를 기다리는 용암처럼 작아도 열정이 넘치는 너의 눈빛 보았다. 날마다 조금씩 세상을 향해 열리는 너의 뜨거운 가슴 보았다. 이 겨울이 추워 세상의 꽃 다 숨을 때 꽃보다 아름답게 버그는 너는 나의 벗이다.

  

부천 북부 수자원 생태공원 /무정 정정민 부천에는 남부 수자원 생태공원 말고도 또하나의 수자원 생태공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김포와 인접한 곳에 있는 북부 수자원 생태공원 한가한 주일 오후 가볍게 산책하러 나섰다. 검색해 보니 15킬로 최단 거리는 12킬로 가볍게 다녀오기 좋아 길을 나섰다 그런데 목적지 바로 옆에 충전소가 있었다 떡본김에 제사지낸다는 속담처럼 먼저 충전소에 들려 충전하고 세차하고 차안의 발판까지 세탁했다.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북부 수자원 생태공원은 그 크기가 대단했다. 걸어 다니기는 벅찼다. 차로 구석구석 돌아 보았다. 어디서오는 하수인지 냄새가 나는 곳도 있었다 여러 방을 거치며 정화될 것이라 믿는 하수 이 물이 다시 한강으로 갈 것이라 생각했다. 물은 우리에게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다시 우리에게로 오는 것이라 관리하지 못하면 엄청난 재앙으로 우리를 위협게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살아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잔디구장도 구경하고 산책로도 구경하며 한가한 한 시간을 보냈다. 겨울이라 꽃이 없어 아쉬웠지만 사철나무 산수유 낙상홍 붉은 열매가 위안을 주었다. 꽃피는 봄에도 가볍게 산책할 장소로 눈여겨 보았다. 사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진이 사라져 아쉬웠다. 다음에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아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편이 조금은 더 즐거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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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만화 박물관
  

그 여자 시 사진/무정 정정민 눈감으니 생각난다. 손 한번 잡아 본 일 없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데 배시시 웃던 얼굴 자꾸 떠오른다. 얼마 전 눈 내리던 날 하늘을 보며 손뼉치는 모습 길을 지나다 본 것뿐인데 그 환한 미소 빨간 스웨터가 아무래도 잊을 수 없다. 광명시 하안 사거리 우체국 앞 그녀가 서있던 자리 지금은 아무도 없는데 그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자릴 본다. 눈이 온다는데 다시 그 길을 지나가 볼까 빨간 스웨터 입은 그 여자 있을지 모르니 하늘 보며 웃는 그 미소 볼지도 모르니.

 

부천 만화 박물관/무정 정정민 부천에 직장이 있는 나는 가며 오며 만화 박물관 이정표를 자주 보게 된다. 언젠가는 가보리라 마음먹었지만 꼭 가야 하는 필연이 없어 쉽게 가보지 못했다. 지난 주일 몸살기도 살짝 있고 눈도 피곤하여 잠시 산책을 해보고 싶었는데 기온이 차가워 마땅하지 않았다 이런 때는 식물원이 더할 나이 없이 좋은 곳이지만 근처 식물원은 대부분 최근에 다녀왔기 때문에 실내이면서 가볍게 걸으며 무언가 호기심이 일어나는 곳은 없을까 생각했다. 갑자기 떠오른 곳이 부천 만화 박물관 멀지도 않고 실내이고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이전 부천의 아인스 월드에 다녀가며 그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쉽게 갈 수 있었다. 도착하여 놀랜 것은 건물이 생각보다 컸다는 점이다 무료는 아니어서 다소 망설이긴 했지만 어린이와 젊은 아빠 엄마가 많은 걸 보면서 나도 구경하리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겐 무료입장권을 주어서 얼른 둘러보았다. 10여 년은 된 것 같은데 책 대여점을 할 때였다. 수 만권의 만화가 있었다. 그래서 만화는 익숙하다 더구나 어릴 적 만화를 많이 읽었기 때문에 상당히 친근감이 가는 책이다 이렇게 늦은 나이에도 만화는 역시 반가웠다. 가끔은 둘러보며 깊이 있게 보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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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월문온천
 

월문온천 詩 寫眞/茂正 鄭政敏 내 사랑하는 이가 나를 안고 어루만지면 마음은 부드러운 봄바람 타고 천국에 오르는 것 같다 그보다 더 부드러운 따뜻한 온천에 몸을 맡기면 속절없이 잠이 온다 절로 행복하여 눈도 뜨고 싶지 않다 달빛 대문에 어리면 뉘라서 그냥 참으리오 잠 못 드는 밤이면 월문 온천으로 가야 한다.

화성 월문 온천 2/무정 정정민 아내는 허리가 좋지 않다 앉고서는 일이 원활하지 않아 고생한다 어떻게 하면 치료가 될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내가 온천에 가고 싶어하여 관절에 좋다는 월문 온천에 가기로 했다. 하루 자는 것은 피곤하다며 잠시 쉬고 오자는 것이라 쾌히 승낙했다. 토요일은 방이 마땅치 않지만 그래도 우릴 위해 준비된 방이 있으려니 하고 몇 곳의 가족탕을 알아보니 한 곳이 막 빈방이 생겨 들어갔다. 주인은 좀 기다렸다 온수를 사용하라고 당부하며 평일은 이만 오천 원 이지만 토요일은 삼만 원 사용 가능 시간은 3시간 딱 맞을 것 같아 2시간을 쉬고 왔다 피부도 관절도 조금은 부드러운 느낌 집에 와서도 꽤 몸이 부드러웠다. 자주 가면 좋으련만 멀기도 하고 시간도 쉽게 나지 않아 자주 가기는 어렵다 즐겁고 유쾌한 휴식 잘 취하고 왔다.

월문 온천/옮긴 글 월문온천은 1988년 5월 온천공 굴착공사를 시작하여 2000년 6월, 78,000평 규모로 하였다. 월문(月門)이라는 지명은 달빛이 대문으로 비치는 모습이 마치 물을 비추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생기게 되었다고 할만큼 이 지역은 물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또 옛부터 인근지역의 등고산 암자에 자연용출샘이 있었는데 이 샘물이 피부병과 관절염에 특효가 있어 원근의 주민과 신도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한 후 병을 고쳤다는 구전이 전해지기도 한다. 지질학적으로는 황해도 연백에서부터 온양, 유성온천까지 형성된 온천온천수맥에 위치하며 특히 이곳 지하에는 남양 화강암 지층이 발달하여 온천수를 저장할 수 있는 대수층이 형성되어 있어 온천 건립에 적지라 할 수 있다. 월문온천의 온천수는 Ph 9.2의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NaHco3)형 천연온천수로 물이 부드럽고 자극이 적어 비눗물의 거품이 잘 일어 피부에 탄력을 주고 매끄러워지는 효과와 머릿결이 촉촉하고 부드러워지는 특성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신경통, 류마티스 관절염, 알레르기성 피부염, 부인병, 당뇨병, 성인병, 외상 후유증 등에 효능이 있고 현대인들의 질병인 스트레스, 만성피로, 혈액순환장애, 만성기관지염, 변비, 신경쇠약, 소화불량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천욕 외에도 단지 내 등고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온천욕과 등산(황토 등산로) 및 삼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월문온천은 앞으로 호텔, 수영장, 온천보양원, 팬션하우스, 대온천장, 연수원, 여관 등을 건립하여 가족단위 및 단체 세미나 장소 등 대규모 종합 휴양지로 발전할 계획이다. 실내 구조물에는 대온천탕을 비롯하여 숯사우나, 옥사우나, 한방안개사우나 및 옥탕, 냉탕, 열탕, 이벤트탕, 드림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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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유니스 정원
        라면 한 그릇의 행복 글 무정 정정민 티크색 둥그런 탁자에 컵라면 두 그릇 노란 면발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가고 있었다. 그 향긋한 냄새에 라면그릇 앞에 앉은 두 사람은 침을 꿀꺽 삼키며 젓가락을 들고 면발을 뒤집고 있었다. 사각 면발은 흐물흐물 풀어지며 수프와 잘 혼합되며 더욱 맛있는 라면으로 변하고 있었다. 한 젓가락 뚝 떠서 입안으로 가져가니 그 부드러운 면발이 혀끝에서 살살 녹았다. 입으로 씹어보니 그 또한 얼마나 맛이 좋은지. 단숨에 다 먹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을 짧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잠시 숨을 고르고 국물 한 번 맛을 보니 그 얼큰함이 또 사람을 죽인다. 육개장 라면이니 당연하다. 이번에 단무지 하나 집어 혀끝에 대어보니 새콤한 그 맛이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이제 참을 수 없다. 다시 라면 한 젓갈을 집어 하늘 높이 쳐들고 그 끝을 입안으로 가져가서 면발을 입안에 채우니 아 이것은 정말 행복이다. 우물우물 먹는 맛을 무엇과 비교할까.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상대를 바라보며 서로 웃는다. 나의 점심식사 장면이다. 맞은 편에는 천상미녀 아내다. 장소는 수영전망대 눈 아래는 수영복 차림의 아름다운 미녀들이 물장구치기도 하고 배영으로 수영하며 즐거운 한 때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의 한 그릇 컵라면 아무래도 너무 맛있다. 시골에 살던 내 나이 17세쯤이었을까 라면이란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던 어느 날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바로 손위 형이 내려왔다. 선물로 라면을 사왔는데 지금 같은 다양한 라면이 있었던 때는 아니었다. 가게마다 라면이 있었던 것도 물론 아니었다. 그러니 시골에 사는 내가 라면의 존재를 알 까닭이 없었다. 그런데 형이 라면이라며 내민 것을 보니 사각으로 굳어진 누드라면은 과자 같기만 했다. 한 가닥 바스러뜨려 맛보니 일자로 된 국수보다는 맛이 좋았다. 국수는 하얀색으로 일자로 되어 있는데 라면은 파마머리처럼 꼬불꼬불하고 여러 가닥이 손바닥 크기의 사각으로 성형되어 있었다. 이것을 국수처럼 먹는다고 하여 끓는 물에다 넣고 더 팔팔 끓여 맛을 보니 그 부드러움이 국수보다 더했다. 혀끝에 착 달라붙어 감기는 감미로운 맛이 사람을 죽일 것 같았다. 그때의 그 황홀한 맛을 40년이 지난 지금도 절대로 잊지 못하고 있다. 그 뒤로 별로 먹을 기회가 없었지만 라면은 늘 먹고 싶었다. 좀 성장하여 전주에서 학교에 다닐 때였다. 그때는 어디나 라면이 있었다. 라면이 식당 메뉴로 어느 분식점이나 있었다. 라면에 계란을 넣고 신김치까지 넣으면 그 맛은 그 어떤 음식과 비교할 수 없어서 그것을 먹는 날은 하늘까지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1500원을 주고 계란라면을 가끔 먹었다. 그중에도 잊지 못하는 한 그릇의 라면은 기숙사 생활중 몹시 아파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누구의 간호도 받지 못하고 아무도 없는 기숙사에서 끙끙 앓던 때였다. 점심시간에 한 여자 친구가 기별을 보내왔다. 라면을 먹겠느냐는 것이었다. 그곳은 금녀의 집이라서 여자의 출입이 제한된 곳이라 들어오지 못하고 후배를 시켜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처음엔 얼떨떨했었다.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그런 사이도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던 친구라서 그런 의사타진은 너무 엉뚱하여 아픈 중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오래 기다릴 처지가 되지 못한 후배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 뒤에 나가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에 노란 냄비에 라면이 한 그릇 배달되어 왔다. 그 라면 냄비에서 김이 올라오고 그 향긋한 라면 향기가 방안을 진동시키니 감동도 그와 같았다. 다 먹지 못했지만 그 라면의 감동은 지금도 남아있다. 하얀 피부에 큰 키 허스키한 목소리 맑은 눈동자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너무 보고 싶다. 만나면 이번엔 내가 라면을 끓여주고 싶은데……. 학교를 졸업하고 전남 송정리 황롱강 가에서 잠시 근무할 때가 있었다. 혼자서 살았던 그곳은 관사였는데 작은 부엌도 있었다. 겨울철이라 김장 김치가 있었는데 출출한 늦은 저녁에 라면에 김치를 넣고 끓이면 그 김치와 라면 국물이 어우러진 맛은 기가 막혔다. 요리법은 김치를 많이 넣고 충분하게 끓인 다음에 김치 넣은 물이 끓으면 그곳에 라면을 넣고 다시 끓인다. 이때의 김치는 너무 맛이 좋다 라면 몇 가닥 김치 한 조각 같이 입속에 넣고 먹으면 당장 죽어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라면은 결혼 후에 아내가 끓여주어 가끔 먹었다. 그 뒤로 20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눈을 심하게 다쳐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옆자리에 젊은 청년이 있었는데 심하게 운동을 하다가 턱뼈를 다쳤다. 그래서 의사는 씹는 것은 무엇이든 먹는 것을 금했다. 그런데 이 청년은 라면을 무척 좋아했는지 늦은 밤에 간호사의 눈을 피해 라면을 몰래 끓였다. 그리고 라면 국물을 먹곤 했다. 그때 나에게 다가선 그 라면 향기가 너무 좋았다. 그렇지만, 달랠수도 없고 그냥 먹고 싶어 죽을 것 같았다. 허나 배 소변이 좋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저 참아야 했다. 그때 그라면 정말 먹고 싶었다. 눈을 다친 사람은 운동도 하지 못하게 하고 절대 안정만 요구했다. 장이 좋지 않았던 나는 그 절대 안정 때문에 배 소변이 원활하지 않아 아무 음식이나 먹지 못하니 감히 라면을 먹지 못했다. 그런데 그 라면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지금도 그때의 그 먹고 싶었던 라면이 떠오른다. 그 청년의 얼굴이나 이름은 다 잊었지만 라면 먹고 싶었던 그 간절한 마음은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된다. 지금이야 수많은 종류의 라면이 생산되고 많은 사람의 예민한 입맛을 다 맞추고 있지만 당시에는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라면은 정말 맛이 좋았다. 전 세계 라면 최대 생산국이라 하니 우리나라 라면의 다양한 종류와 양은 대단한 것으로 안다. 그런 나라의 국민으로 다양한 라면을 언제 어느 때나 어느 장소에서든 즐길 수 있어 행복하기 그지없다. 오늘도 아내와 단둘이 앉아 점심대용으로 먹는 육개장 라면은 환상적인 점심이 되었다. 황홀한 축제 같은 점심시간이었다. 이어서 아이스크림도 먹었기 때문이다. 070915
          

        겨울 새 시 寫眞/茂正 鄭政敏 별마저 얼어버린 겨울 밤을 이름 없는 초라한 동굴에서 얼굴을 깃 속에 감추고 숨죽여 울다 잠들어도 찾아와 주는 이도 불러주는 이도 없어 허기진 그리움만 또 노래해야 한다. 잎 진 나뭇가지에서 몸부림을 치면서 울어도 나무는 잎을 내지 않고 무심한 눈빛으로 하늘만 본다. 창가에 다가서서 이른 새벽을 깨우듯 불러도 창문을 열어보는 이 아무도 없다. 겨울 가슴 깊이 스미는 고독의 계절 떠나지 못하는 시간 앞에서 사랑의 봄을 기다릴 수밖에.

  

겨울날에는/무정 정정민 스산한 찬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면 마치 누군가 날 부르는 것만 같아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막상 나가보면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기 때문에 마땅하게 갈 곳도 없고 거닐만한 곳도 없다 그렇다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도 허전하여 바닷가나 외진 산모퉁이 찻집이라도 들려보고 싶어한다 안산의 유니스 정원은 이런 나의 마음을 가볍게 충족시켜 줄 만한 음식점이다 집에서 가깝지 않았지만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꽤 먼 길을 호기심을 안고 찾았는데 개울을 건너 산모퉁이를 돌아들어 갔다. 불이 반짝이는 어느 외국의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알록달록한 집이었다. 유치원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이 좋아 할만한 장소였다 음식은 한식류가 없어 그저 둘러보고 나왔다. 아쉬움이었다. 그렇지만 정원은 가볍게 산책했다. 낙엽만 쌓인 오솔길에 다양한 새집이 새들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겨울날의 산책 그 길에서 어느 해 라면을 먹었던 일과 또 조금 쓸쓸한 마음으로 강화도 한 찻집에 들렸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때 썼던 글과 시를 같이 모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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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사
  

풍경 소리 시 사진/무정 정정민 고요한 내 마음에 그리움이 일렁일 때마다 아련하게 들리는 소리 산굽이 돌아 흘러내리는 청강한 물소리 인가하면 잠 못 이루는 아기 새의 잠투정 같기도 하여 두 귀를 바짝 새우면 끊긴 듯 잠긴 듯 먼 듯 가까운 듯 밤새워 들리는 소리 잠 못 드는 그리움이었어.

  

자존심 시/해조 이숙인 사진/무정 정정민 절간 마당 누각이란 감옥에 묶여 자유의지란 애초에 썩어 문드러졌소 그런데 어찌하오 평생을 두드려 맞고 살았어도 꼿꼿했던 어떤 놈 넋이 씌웠는지 대가리 처박는 바람이 세차면 세찰수록 비틀리는 사지 바로 일으켜 악문 이 사이로 밀어내는 소리는 맑고 고운 소리로 산야의 초목에 들려주고 싶었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오 당신네가 보기엔 순종이라 웃겠지만 하찮게 보는 속내는 피 튀기며 울부짖는 악다구니요 절대 동화되지 않겠노라 사지 잘린놈의 투쟁이요

  

내마음의 풍경 소리 시/세이하니 한휘준 사진/무정 정정민 내마음에 그대를 위해 에머랄드빛 투명한 풍경하나 걸어두고싶다 그대 투명한 물빛 그리움으로 파도가 부서지듯 다가서도 빛나는 울음 울어 줄 수 있도록 내 마음에 그대를 위해 흑진주같이 까아만 풍경하나 걸어두고 싶다 깊은밤 꿈결에 살그머니 다가서 그대 아련한 체취 머리맡에 남겨 둘때 부서지는 달빛에도 향기로운 사랑의 울음 울 수 있도록 내마음에 그대를 위해 향기로운 울음 번져나는 풍경하나 걸어두고싶다

 

용주사/옮긴 글 본래 용주사는 신라 문성왕 16년(854년)에 창건된 갈양사로써 청정하고 이름 높은 도량이었으나 병자호란 때 소실된후 폐사되었다가 조선시대 제22대 임금인 정조(正祖)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으로 옮기면서 절을 다시 일으켜 원찰로 삼았습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부왕에 의해 뒤주에 갇힌 채 8일만에 숨을 거둔 사도세자의 영혼이 구천을 맴도는 것 같아 괴로워 하던 정조는 보경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설법을 듣게되고 이에 크게 감동, 부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세울 것을 결심하면서 경기도 양주 배봉산에 있던 부친의 묘를 천하제일의 복지(福地)라 하는 이곳 화산으로 옮겨와 현릉원(뒤에 융릉으로 승격)이라 하고, 보경스님을 팔도도화주로 삼아 이곳에 절을 지어 현릉원의 능사(陵寺)로서 비명에 숨진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호하고 그의 명복을 빌게 하였습니다. 불교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억압을 당하고 있던 당시에 국가적 관심을 기울여 세웠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낙성식날 저녁에 정조가 꿈을 꾸었는데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 하여 절 이름을 용주사라 불렀고 그리하여 용주사는 효심의 본찰로서 불심과 효심이 한데 어우러지게 되었습니다. 전국 5규정소(糾正所:승려의 생활을 감독하는 곳) 중의 하나가 되어 승풍을 규정했으며, 팔로도승원(八路都僧院)을 두어 전국의 사찰을 통제했습니다. 또한 일찍이 31본산의 하나였으며 현재는 수원, 용인, 안양 등 경기도 남부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80여개의 말사, 암자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현재 절의 신도는 약 7천여 세대에 달하며 정기, 비정기적으로 많은 법회가 이루어지고 또 법회를 통해 교화활동을 행하고 있습니다. 용주사는 이와 같은 수행자들이 모여 면벽참선하면서 진리를 찾고 한편으로는 다양한 대중포교 활동을 통해 부처님의 지혜를 전하며, 또한 정조의 뜻을 받들어 효행교육원을 설립, 운영을 통해 불자교육을 서원으로 일반인도 누구든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효행교육으로 불교신행관과 인성교육을 사회로 회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용주사/무정 정정민 융·건릉에서 가까운 사찰 사진을 볼 때마다 용주사와 왕릉은 같이 올라올 때가 많았다. 왕릉에 벌써 세 번째 갔지만 용주사가 어디에 있는지 규모나 모양을 알지 못해 궁금했었다. 이번 기회에 구경한 번 나섰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효행관도 있어 둘러보고 주변을 구석구석 잘 둘러보았다.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며 절을 세우고 다하지 못한 효를 안타까워한 정조를 생각하며 늘 아파 계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했다. 내게 유난히 잘해 주신 아버지는 자식인 내가 다리를 다쳐 고생할 때 가슴으로 우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 번은 화를 내시며 내가 딛고 다니던 지팡을 발로 밟아 동강을 내시며 앞으로는 절대로 지팡이를 딛지 말라고 하셨다 인자하신 아버지의 성난 얼굴 지금도 그대로 생각난다. 이제는 돌아가셨던 당시의 아버지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고 또 그때의 내 나이보다 더 큰 자식을 둔 지금 내 아버지를 생각하고 내 자식을 생각했었다. 정조 왕의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뒤주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어린 이산은 얼마나 눈물로 보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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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식당
 

밥 한 상 詩 사진 무정 정정민 어느 천사가 그려 놓은 그림일까 정갈하여 눈길 돌리지 못한다. 이모저모 살피느라 굴뚝 같은 식욕마저 잠재운다. 어머니가 차려 주시던 정이 담뿍 들어 있던 밥 한 상 수십 년 먹으며 감사를 몰랐는데 돌아가신 수십 년 이제야 그 정을 생각하는 어리석은 인생 아내가 차려주는 한 상에서 세상의 온갖 즐거움 생기더니 어언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내 머리도 억새꽃이 된 지금도 간장 한 종지 된장 한 점 김치 한 젓가락이 아름답다. 배를 채우는 식탁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 깃든 음식 예술이 차려진 곳에서 정과 미와 향에 취한다.

 

소문난 식당 사진 글 茂正 鄭政敏 소문난 식당은 달라도 무언가 다르다 사람을 끌 만한 무언가 있기 마련이다 화성에 소문난 식당이 있다 하여 가보기로 했다 값도 저렴하고 먹음직한 음식 더구나 한식이면 더욱 구미가 당긴다. 20종류가 넘는 반찬과 윤기 흐르는 쌀밥 단돈 만원이면 된다니 이 얼마나 궁금한가 집에서 화성은 가깝지 않았지만 제법 많이 다녔던 곳이라 가보기로 했다 더구나 안양에 볼일이 생겼기 때문에 안양에서 일을 보고 간다면 집에서보다 거리가 많이 단축된 결과가 되어 더욱 가보고 싶어졌다. 도착해보니 이미 다녀왔던 곳이었다 다르다면 식당 이름이 바뀌었고 내부 인테리어도 대폭 바뀌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 메뉴도 바뀌었다. 널따란 방안에 안내된 우리는 오래된 생활도구로 장식된 구들방에서 나무로 된 대기표를 갖고 기다렸다. 곧 직원이 다가와 작은 쟁반에 물주전자와 컵 물수건을 대령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밥상을 두 사람이 들고 등장했다.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었다. 유기로 된 밥그릇과 숟가락도 정겨웠다. 어린 날 고향에서 사용하던 것이었으니까 된장국은 뚝배에 담겨 있었는데 아래에 작은 촟불을 켜놓아 밥을 다 먹도록 식지 않도록 했다. 세심한 배려와 정성스러운 상차림 모두가 감동을 주었다. 눈으로 식사했다면 더없이 좋았을 밥상 된장국이며 반찬은 내 입에 맞지 않았다. 기대와 반비례하는 실망 멋진 인테리어와 다양한 반찬 정말 눈요기는 잘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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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강

눈이 내리면 좋겠다 시/무정 정 정민 눈이 내리면 좋겠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면 좋겠다. 그리움 같은 눈을 흠뻑 맞으면 내 마음은 흰 비둘기 되어 하늘을 날아갈 테니까. 소복하게 눈 쌓인 들길을 연분홍 사랑을 가슴에 가득 담고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다. 발자국 숫자를 세다 보면 어느 사이 산모퉁이 작은 집 나를 기다리며 아궁이에 불을 지필 소박한 사람을 만나 따끈하게 구워놓은 고구마를 먹고 싶다. 아늑한 하늘 아래 작은 초가집 마당과 지붕과 감나무와 장독대 눈이 내려 내려서 쌓이면 무릎까지 닿는 눈길을 다시 걸어서 내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여전히 내리는 눈은 하늘 멀리까지 바람 따라 휘날리고 하늘을 날아올라 비행하는 비둘기 같은 나는 고요한 겨울잠을 전설 같은 꿈을 꾸며 자리라. 이제 머리에도 눈빛에도 눈이 내린 내 나이 지천명 여전히 아름다운 겨울동화를 꿈꾸며 산다. 그 옛날이 그리운 나에게 논둑길 산길 같이 갔던 사람이 그립다. 소박한 초가집의 고구마 주던 그가 그립다. 매캐한 굴뚝연기가 그립다. 얼룩지고 그을려 희미해진 정과 사랑 같이 기억해 보고 싶다. 만나서 신나는 그 옛날을 이야기하고 싶다.

  

눈 내리는 강/무정 정정민 20대 중반에 송정리란 곳에서 겨울을 보낸 적이 있다. 강 이름이 황룡강 건설부 산하의 말단 공무원으로 한겨울을 보냈는데 한없이 내리던 눈을 창호지 문을 통하여 봐라 본적이 있다. 이 겨울 강에 대한 추억이 특별하지 않지만 그래도 강이나 눈을 생각하면 그곳이 생각난다 겨울을 보내고 봄까지 살다 온 곳 지금은 대학이 들어서고 그곳 길이 아스팔트로 변하여 당시의 그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때는 시골 분위기가 물씬 났던 곳이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하염없이 내리던 눈 잠도 오지 않아 그 눈을 바라보며 나에게 그리운 사람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외딴집 울타리와 정원 그리고 차가 다니는 길과 강이 모두 하얗게 변했던 그때 그 순수했던 그리움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가슴 저미는 그리움이었다 해도 아름다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는 그때로 갈 수도 없고 그렇게 그리워 할만한 사람도 없지만 방안의 온도, 바람 소리, 가로등과 함박눈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각난다 눈이 내리는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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