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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단풍
詩 寫眞/茂正 鄭政敏
웬 붉은 공작인가
온몸이 다 붉어 불날까 걱정
잔잔한 깃털을 보라
훨훨 바람을 탈까 염려다
화목이 가장 화려할 때는
자신의 모든 공력을 모아
한 송이 꽃을 피울 때지만
단풍이 가장 빛날 때는
그동안 인고한 모든 것을
가지에 붙은 잎에 채색할 때이다
나도 이제 나에게 채색을 해보련다
머리에 흰색 피부에는 검은 반점
후회 없는 미소를 입가에 담고
하늘을 보며 대소 하련다
가을이라고.
무릉도원 수목원 1/무정 정정민
가을이 가고 있어 수목원에 갔다.
얼마 전 국화 전시를 보러 갔지만
한주만 지나도 무언가 달라 보이는 것이
가을 모습이기 때문이다
국화는 벌써 사라지고 단풍이 많아졌다
물론 낙엽도 많이 늘었다.
벚나무 단풍도 만추를 충분하게 느끼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작 단풍이
눈을 현혹했다.
아래서 위로 보기도 하고 위에서
아래로 보기도 하며
옆에서 바라보다 그저 놀라워했다.
많은 단풍이 보기 좋지만, 이것도
나를 충분하게 불러들였다.
공작새의 깃털 같아 공작 단풍이라 한 것일까
잎이 어딘가 모르게 공작새의 깃털 같았다.
가을은 이런 단풍을 통하여
더욱 가을 다운 때
곧 가버릴 가을을 잡기 위해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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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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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가을 역
詩 寫眞/茂正 鄭政敏
그역驛에 가고 싶다.
노란 은행잎
하늘에서 눈부시게 지는
작지만 아름다운
산골 마을이 있는
까치 울고
감이 익던
낙엽 냄새 난는
그 산山에 가고 싶다.
두고온 정情
수 번의 가을이라도
언제나 그 자리
오가는 열차는
나를 그 역驛으로 싣고 간다.
울먹이던 사람이
차마 날 보내지 못해
그 애타는 마음으로
온 산을 다 붉게 한
그 사람 있는 곳
전설/옮긴 글
옛날 중국에 정건이라는 사람은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너무 가난하여 종이와 붓을 살 돈이 없었다.
정건은 큰 감나무가 있는 절을 찾아가
감나무 잎을 한아름 가져왔다.
그리고 그 감나무 잎에 글을 써서 공부를 하여
후에 장원 급제를 하였다.
관리가 된 장건은 예전에 감나무 잎에 써 놓았던
글과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황제인 현종에게 바쳤는데
현종은 매우 기뻐하며 정건의 뛰어난 실력과
그의 노력을 칭찬하고 큰상을 내렸다고 한다.
감나무 집/무정 정정민
감나무 집에는 들어서는 입구부터
잎진 감나무가 수 많은 감을 메달고 있었다.
마치 황금색 꽃송이 같았다.
가지를 흔들어 우릴 반기는 듯했는데
마당에 들어서자
노란 잔디가 깔려있어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 같았다.
비로서 주변을 둘러 보자
정면에 바로 대봉 감이
가는 가지에 겨우 메달려 휘청거렸다.
이 얼마나 정겨운 풍경인가
대문에서 보이는 우편에
반은 감잎이 지고 반은 남은 감나무에
감이 많이 달려있어 신기하다 생각했다.
나중에 듣고 보니 찰감이라 하였다.
대봉감이 메달려 있는 곳에도
감잎이 아름다워 한 장 찍어 보기도 했다.
안채 빙 둘러 서 있는 감나무
나무 가득 메달린 감
가을의 정취가 흠뻑 느껴졌다.
곧 저 감을 따볼 생각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이 얼마만의 일인가
한 30년 만의 일 같았다.
바람 부는 날의 감따기
아무래도 쉽지 않겠지만
이것이 진정한 감따기 일거라 생각했다.
장대 끝에 작은 감가지를 끼우는 일이
쉽다면 그것은 허망하다
바람불어 더욱 어렵지만
그것이 오히려 긴장감을 주어
감따는 신묘한 맛을 더할 것이라 믿었다. ㅎ
유래/옮긴 글
우리나라에서 감나무가 언제부터 재배되어 왔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으나 우리나라의 토박이 과수였음은 분명하다.
감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 명종 때(1138년)에
고욤에 대한 기록이 있고,
고려 원종때(1284~1351년)의 《농상집요》에 감에 대한 기록이 있다.
조선 성종 때의 「국조 오례」에는
감을 중추절의 제물로 사용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때부터 제례 때에 "조율이시,홍동백서"라는 말로
감을 중히 여기고 애용하게 된 듯하다.
현재 과실로 이용되고 있는 감나무는 크게 나누어
감나무와 고욤나무가 있다.
감은 흔히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고욤은 쥐밤만큼이나 작은데 종자가 많이 들어 있어
이것을 생과실로는 먹을 수 없고 먹으려면 항아리에 담아 두어
물러진 다음에 으깨어 수저로 떠먹기도 하나
대체로 생즙을 내어 약용이나 염료로 많이 사용한다.
감은 우리 나라의 재래과수로서 밤, 대추와 함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관혼상제 의식에도 꼭 들어가는 우리와 친근한 과실이다.
옛사람들은 감에는 일곱 가지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하였는데
감나무에는 새가 집을 짓지 않아 벌레가 생기지 않고,
그늘을 만들어 주고, 수명이 오래가며, 단풍이 아름답고,
낙엽은 거름, 열매는 맛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감은 옛날부터 별도로 과수원을 조성해서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집 뜰안에 심어 봄에는 꽃을 보고
그 꽃을 먹기도 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즐기며
가을에는 열매를 맺는 대표적인 정원 과수이다.
감의 효능/옮긴 글
비타민 C가 풍부하여 숙취해독과 멀미예방에
뛰어난 효과
비타민 A,C는 몸의 저항력을 높이고
점막을 강하게 하여 꾸준히
먹을 경우 감기예방에 효과적
감즙우유 : 갑자기 혈압이 높아졌을 때 좋음
떫은 감즙 : 탄닌이 풍부해 뇌졸증을 예방
치질에 의한 출혈에 좋음
감잎 달인 물 : 눈의 피로를 풀어줌
떫은 땡감은 타박상, 화상, 동상,
벌에 쏘인데 등에 바르면 효과적
※ 위장이 찬 사람이나 산후 또는 병을 앓고 난 후에는 과식 회피
※ 탄닌성분이 있어 과식할 경우 변비가 생기는 점에 유의
감은 처음에는 색이 푸르고 맛이 쓰고 떫으나
익으면 색이 붉고 떫은 맛이 없어진다.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수렴작용을 하기 때문에
장의 점막을 수축시켜 설사를 멎게하고 또한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동맥경화,고혈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특별히 감은 1년 이상 숙성, 발효시킨 감식초를 만들어 복용하면
피로 회복, 체질개선 등의 효능이 있는데 소주 한컵 분량인
30cc정도를 매일 2~3회 장복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냉수, 요구르트, 꿀물, 야채즙 등과 섞어서 마시면 더욱 맛이 좋다.
홍시는 맛은 달지만 성질은 차가우며 독이 없고
심폐를 부드럽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하며 폐위와
심열(심화로 생기는 열)을 낫게 하고 열독(더위로 일어나는 발진)과
주독 (술독)을 풀어주며 토혈을 그치게 한다.
곶감은 장위와 비위를 보하는데 음식의 소화를 돕고
얼굴의 기미를 없앤다. 또한 카로틴과 비타민C(귤의 2배)가 많아
감기 예방에 탁월한 효과 있고 포도당과 당질은 숙취를 풀어준다.
출처 : http://www.daenamfarm.com/gam3.html
대봉/무정 정정민
육중한 몸
작은 가지에 붙어
날마다 위태한 그네 타기
단단한 꼭지
절대 놓지 않으려는 가지
세상의 온갖 풍파도 이긴다.
가을
태양의 정기를 받아
붉게 익노니
곱게 숙성된 향기는
농밀한 밀어
내 널 볼 때마다
입안에 감도는 군침
참을성 없다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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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동화
詩 寫眞/茂正 鄭政敏
푸른 은행잎
노랗게 화장한 가을은
높은 하늘과 맑은 공기 속에
해님이 빛나고 있어
아기 손 같은 단풍나무는
하늘하늘 춤춘다.
장난꾸러기 아기 새
이 나무 저 나무
가지마다 흔드니
너무 간지러워 진 잎은
자지러질 듯이 떨어지고
뒹구는 잎들은 전설이 되고
추억이 되고 동화가 되는
꿈 같은 이야기가 된다.
가을 숲에 눈 감으면
누구나 아이가 되고
수없이 지나간 시절은
붉은 단풍잎처럼 살아난다.
고척 근린 공원/무정 정정민
개봉동 사거리에서 꽃집을 했었다
이때 고척 근린공원에 가보고 싶었으나
이상하게 가보지 못하고 가게를 접었다
그곳을 지나며 이정표를 볼 때면
공원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구로구에서 발간하는 신문을 보다 보니
구로 9경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9경의 물망에 오른 고척 근린 공원
아무래도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날에
가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일 예배 후에 가게 되었다.
생각보다는 좀 컸다
단풍나무가 많고
운동시설이 다양하고 운동장 도서관 스포츠센터 등이
같이 어우러져 있어 지역민의 쉼터로
부족함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 해도 공원을 빙 도는 산책로는
나무가 커서 기분 좋은 코스였다.
옆에 산도 있어 등산로를 따라 걷는 것도
건강을 위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오래된 숙제 하나를 풀고 난 기분으로 돌아왔다.
주변에 이렇듯 쉴만한 곳이 있어 좋다
또 어느 날 가고 싶으면 갑자기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단풍 편지
글*寫眞/茂正 鄭政敏
가을 숲에 가면 단풍 냄새가 납니다.
꽃향기 같지는 않지만 그 냄새가 좋았습니다.
물론 단풍 냄새만 나는 것은 아니지요.
나무마다 가진 고유의 향기가 있어
그것은 사람의 피부를 곱게 하고 싱싱하게 한다지요.
가슴 깊이 들이마시면 이 세상의 번민이
곱게 물든 단풍처럼 아름다워지고 말지요.
단풍은 아무런 통증 없이 생기는 것 같지 않습니다.
심한 바람이 불어 생 잎이 떨어지기도 하잖아요.
그것을 견디어야 가을을 맞이하게 되지요
그 뿐은 아니겠지요. 한여름의 태양은 너무 지독하여
잎이 타들어 가는 갈증을 주지요 그것을 잘 견디는 잎만 남아
알맞은 온도의 가을날을 맞이하게 되지요
이처럼 바람이나 태양 지독한 폭우까지 이긴
건강한 잎들이 가을날 오색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나타내지요.
우리 인생도 틀림없이 이와 같을 것입니다.
이 한 세상 살다 보면 어찌 폭풍과 비바람
염천의 갈증을 경험하지 않을까요?
이것을 이긴 자만 살아남아
희끗희끗한 머리 주름 잡힌 얼굴이 되어도
눈빛은 현기가 넘치는 아름다운 단풍 같을 것입니다.
늙어서 초라하고 볼품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하게 빛나는 예술 같을 것입니다.
가을 숲으로 오세요.
조금은 매캐한 듯한 그 단풍 냄새를 맡아 보세요
심신이 편하여 지고 맙니다.
이런 현란한 단풍은 꽃과 견주어도 손색없습니다.
우리 삶도 이렇게 향기롭게 살아온 경력이 빛나는
꽃과 같다는 것을 확인하게요.
그리고 노래하게요
한 세상 너로 하여 행복하였다는 말도 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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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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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에 이 꽃 저 꽃 피던 여름
그 아름다움에 황홀했다.
연못에는 수련이
뜰에는 장미가
찬바람 불고 서리 내려
기러기는 고향 찾아 떠나고
꽃들도 시들한데
오히려 눈부신 저 꽃
추국 아닌가
가슴을 다 열고 싶은 국향
어느새 푸른 하늘이 된다.
매화의 고고함에 놀라고
난초의 단아함에 감동했어도
찬서리에도 굴하지 않는
너의 지조 높은 기상에
내 무슨 말하리.
눈이 있어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너와 내가
모두 잔을 들자, 저 꽃을 향해.
국화 전시회/무정 정정민
가을꽃으로 국화가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 길을 가다 국화를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하고 간다.
찬바람이 뜰을 쓸고 가면
마치 국화 향기가 온 뜰에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면 국화 전시회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된다
올해도 몇 곳의 국화 전시회에 다녀왔다.
그중 가장 기대했던 곳이 서울 대공원
작년만 못했지만 그래도 국화향기는 맡았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산딸나무 열매
붉게 익은 것 익어가는 것 아직 덜 익은 것이
눈길을 사로잡아 국화향기 맡으며 같이 감상했다.
이제 가을이 가는 듯한 느낌이다
국화가 시들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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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같은 인연
시 사진/茂正 鄭政敏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일이 있을까?
길가에 초라하게 피운 꽃 한 송이에도
수많은 사연이 숨어 있듯이
나에게 일어나는 일
우연 같은 인연 하나 있다.
작고 볼품 없어도
밤마다 달빛이 내려와 향기를 만들고
바람은 어느 곳으로 향기를 날라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 날아왔다.
꽃과 나비의 조우가 우연이라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수억의 시간 속에
수많은 꽃과 나비 중에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도 꽃이었을 것이다.
향기가 많지 않은
색이 곱지 않아 아름답지도 않은
초라한 길섶에 피운 꽃이었을 것이다.
눈이 밝고 마음 고운 나비는
다정하게 날아와 입맞춤 하네
멈추지 못할 미소와 향기는
나비가 날아와서
더 밝아지고 그윽해진
꽃이 되었다.
Melody With Khoomii / 몽골음악 (마두금연주)
리프트위에서 본 10월의 서울 대공원/무정 정정민
서울 대공원 리프트를 이용한 것이 몇 번이나 될까
오늘로 3번째인 것 같다
첫 번째는 어느 봄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많은 학생들이 줄을 선 가운데 서서
오래 기다려 탔었는데 생각보다 무서웠다.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그네 같은 것이
나무 위에도 호수 위에도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이
자꾸 불안해서 눈을 감아 보기도 하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 보기도 했다
안전하니까 이 많은 사람을 태우는데
쓸데없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느냐고
두 번째는 계절도 기억나지 않고 특별한 무엇도 없다
어쩌면 작년 가을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로 오늘처럼 큰아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무료탑승권을
받아서 타게 되고 국화 전시회 사진도 찍었던 것 같다
오늘도 아이들이 타보자고 하여 타게 되었는데
내려오는 길에서만 타게 되었다.
이 리프트는 주차장 우측에서 타게 되며
1회 탑승이 팔천 원 되는 것으로 기억된다.
값이 적지 않고 활인도 되지 않아 쉽게 타기는 어려웠다
오늘은 큰아이 덕을 보기 때문에 부담이 되지 않았다
타고 올라갔다 다시 제자리에 와도 같은 값이지만
중간에 내리거나 중간에서 타도 값은 마찬가지다
중간이라 함은 동물원 입구이다
마지막 종착역은 식물원 부근이다
이번은 동물원 입구에서 내려오는 길만 탔기 때문에
장미원과 호수만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식물원에서 탔다면 동물원도 다 보았을 터인데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높은 곳에서
공원을 내려다보는 맛은 분명 색달랐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국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장미원도 보였다
작년과 달라 규모가 축소되고 화려하지도 않은
전시회가 초라하게 보였다
공원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나무 꼭대기를 지날 때는 가을 열매가 익는 것도 보여
내가 마치 새라도 되는 듯한 착각을 하기도 했다.
호수에 이르자 좀 무서웠다
파도처럼 오르고 내려가는 리프트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욱 무서웠다.
아래는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어
만약 추락하게 되더라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터인데
혼자서 떨리는 것은 안 좋은 생각으로
상상을 하기 때문이라 판단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차라리 응시했더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오히려 주변을 풍광을
즐기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호수의 아름다운 수면과
호수 저편의 나무와 호반의 조화가 주는
멋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기도 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 초입의 모습도
실제로는 보기 좋았다.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모두가
자신이 해야 할 일 같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관념이나 사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생각하게 되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지금의 현실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분명 행복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자신을 해석하기도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
우연 같지만 좋은 일이 수 없이 일어나고 있다
비행기가 아닌 이런 높은 곳에서
공원을 한눈에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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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들리는가
소리 없는 속삭임
사랑해요
사랑해요
얼마나 갈망한 소리였기에
가슴에서 들릴까
귀에서 들리지 않고
두리번거리자
노란 나팔
천사의나팔꽃
나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서울 대공원 가을
서울 대공원은 언제 가도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크고 넓어 다양한 얼굴이 있어 그럴 것이다.
이번에 간 것은 큰아이 회사에서 가을 소풍으로
가족이 오면 리프트 이용권과 코끼리 버스 이용권
음식과 가방 김밥 돗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구석구석 구경이 가능하여 가게 되었다
더구나 가을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아니어도 국화 전시회를 보고 싶기도 했다.
이른 시간 공원에 도착하여 보니
런닝화 회사의 이벤트가 있어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그 사이로 걸어 먼저 코끼리 버스를 이용했다
국화 전시회를 먼저 보려는 의도였다.
작년보다 전시규모나 모양이 형편없었다
더구나 다소 늦게 갔기 때문에 시든 국화도 있어
화려한 전시회를 생각하였던 나에게
실망을 주었지만 그래도 구경을 다 마치고
동물원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천사의나팔꽃을 찍고
무료 순환버스를 타고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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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향기 가슴에 한 아름 안고
안개처럼 조용히 조는 물왕골
적막을 찢는 까치소리 크다.
어느 연인의 슬픈 사랑을 숨기고 싶어
잔물결마저 깊게 얼었는가
긴 침묵을 다짐하는 자라처럼
심연의 모래톱 속에 숨었다.
그래도 다하지 못한 사랑을
달빛은 서러워 눈물을 흘리고
그 씨앗이 꿈꾸는 개나리 꽃망울 되었다.
겨울나무는 산에서 자고
바람이 숨죽여 지나는 하늘은
지나가지 못한 구름이 떠있어
봄은 멀리 있지만
남아있는 마른 꽃 향기 희미한 사랑은
노란 개나리로 피어나리라.
보리밥/무정 정정민
보리밥이란 말은 먼저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할머니가 생각나고 어머니 모습이 아른거린다.
무명검정치마와 흰 고무신을 신고
부엌으로 부지런히 들어가고 나오던 누님의 모습이 떠올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맛있고 든든한 음식이었다는 생각보다는
배고픈 시절의 요긴한 식량으로, 먹고 난 뒤에도 곧 배가 고팠던
서글픔으로 추억되는 음식이지만,
그래도 그 음식을 먹고 자란 향수가
지금은 그리움으로 생각나서 보리밥집은 정겨운 집이 된다.
위가 좋지 않은 나는 고기보다는 보리밥을 먹자는 말을 좋아한다.
소화가 잘 되고 성인병예방에 좋다는 생각에서다.
푸성귀를 넣어서 비벼먹는 맛은 먼 과거로 쉽게 돌아갈 수 있고
그 속에서 어린 날의 추억을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적 기억으로 맛있게 먹었던 보리밥은
박으로 만든 바가지에 아주 조금 익은 열무김치를 넣고
고추장도 넣어서 보리밥과 잘 비비는 것이다.
이때도 아주 엷게 저민 생마늘을 넣어서
참기름과 같이 잘 비비는 것을 잊지 않는다.
간을 맞추는 의미에서 된장을 넣기도 하는데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던 때의 식욕이라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배도 부르지 않고 질리지 않는 맛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그리움 같은 것이다.
이 보리밥에서는 향긋한 박 냄새가 났다.
바로 바가지 냄새다. 그뿐만 아니라 고추장의 얼큰한 맛과
톡 쏘는 마늘 시원한 열무김치의 조화는 환상의 맛이다
혀끝의 미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후각과 미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먹는 일에만 열중하게 된다.
나중에 일어서면 너무 배가 부른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맛있게 먹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허기를 끄기 위한 서글픈 음식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성장하면서 맛있는 음식으로 재입력되어 있다.
그래서 보리밥은 언제나 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다.
그러던 차에 보리밥을 먹어보자는 제안을 해오신 분이 있었다.
얼마나 기분 좋은 전화던가.
최근에 먹어보지 못하여 허기진 사람처럼 먹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는데 내 심정을 꿰뚫어 보고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토속적인 향기가 물씬 나는 집에 가서 하얗게 언 저수지를 보면서
보리밥을 먹자고 하니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 집은 저수지 바로 곁에 있고 구들이 따끈따끈하여
외로움에 지치고 얼어버린 마음까지도 녹일 수 있다니
그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않는다면 너무 어리석은 사람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이 밥을 먹은 뒤에 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따라나섰다.
기대는 서글픈 눈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 밥집은 많은 사람이 북적일 정도로 내 기대를 조금도 깎아내리지 않고
충분하게 만족시켰다. 들어서는 입구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널따란 주차장이 그랬고 잎 진 등나무가 그랬다.
흙마루에 깔려 있는 자갈과 맷돌이 저절로 시골을 연상케 했다.
반듯한 기와집이 아닌 것도 맘에 들었다.
지붕이 어설프고 집의 구조 또한 현대식 건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깨끗하게 윤이나는 마루며 방바닥
그리고 밝은 불빛이 썩 맘에 들었다.
단정한 종업원의 옷차림과 태도도 맘에 들었다.
굳어 있는 표정이 아니라 마치 친척을 대하는 것 같아
접근이 조금도 어색한 집이 아니었다.
보리밥 전문집인 것이 확실한 듯 메뉴도 간단했다.
두세 가지였을 뿐이었다.
어떤 것을 시켜도 보리밥이 결국은 나오고 말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 집에 간 이유가 보리밥이니 보리밥을 시켰다.
맨 먼저 나온 것은 숭늉이었다.
커다란 대야 같은 그릇에 누룽지가 가라앉아 있는
알맞게 데워진 숭늉은 국자로 떠서 컵에 담아 먹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 곁에는 옥인지 대리석인지 직경이 내 한 뼘이 됨직한 그릇이 있고
절굿공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릇 속에는
잘게 부서진 깨들이 있었다.
동행의 설명에 의하면 이 그릇 속에 깨를 넣고 잘게 부순 뒤에
보리밥에 넣어서 비벼 먹는 맛도 즐겁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장난처럼 깨를 넣어 절구로 찧는 일을
올 때마다 하면서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김치 담그던 일을 기억한다고 했다.
나도 그 즐거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 줌의 깨를 넣고 절구로 찧자 깨가 으깨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툭툭 터지는 비명소리가 즐거운 나는
아무래도 인정머리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그릇이 몇 개인지 모를 정도로 상 가득 반찬이 차려졌다.
맨 먼저는 작은 공기에 가늘게 뽑아놓은 국수를 새콤하게 말아 내놓고
작은 종기에는 부드럽게 수프처럼 만든 달걀 탕을 내놓고는
구절판처럼 생긴 커다란 접시에 각종 비빔 채소를 곱게 차려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계속하여 보리밥과 비빌 커다란 양푼 같은 그릇
그리고 열무김치 도토리 묵 등 다 헤아리기 벅찬 반찬이 차려졌다.
아무래도 내가 어렸을 적에 먹었던 것보다는 초호화판이다.
더구나 채소까지 놓고 갔다. 쌈을 드실 분은 드시라는 것 같았다.
커다란 수제비 그릇을 보는 것 같은 얼어버린 저수지를
창 너머로 보면서 그 하얀 얼음 위로 나는 철새를 보니
늘 추웠던 어린 시절의 겨울이 바로 손끝을 얼게 할 것처럼 여겨졌지만
따끈따끈한 구들에 엉덩이가 재미있어
그 속에 손을 넣어 보니 그 달콤한 온도에 보리밥이 유난히 맛이 있어졌다.
사실 이 밥을 먹기 위해 점심까지 거른 나였기 때문에
이처럼 초호화판 보리밥이 맛이 없다면
그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경험이다.
마주한 사람까지 정겨움이 더하는 보리밥집이었다.
맛있는 식사는 같이한 사람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마술을 가졌다.
겨울의 보리밥집은 같이 간 사람을 더욱 정들게 하는 것 같다.
정이 들고 싶다면 이런 집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말았다.
추억의 보리밥은 단순히 허기를 때우는 일만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겹고 행복한 어린 날로 돌아가서
허탕한 세상일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행복의 요람 같은 곳이었다.
다음도 반드시 가야 할 곳이라고 다짐을 해두었다.
같이 갈 사람은 마음속에만 두었다. 060112
아주 오래전에 쓴 글이다
다시 읽어보니 그날이 선명하여 바로 어제 일 같다
이번은 가을이었지만
같이 갔던 몇 사람의 얼굴이 생각났다
저렴하고 색달라 밥 한 그릇 먹는 것도
즐거움이 되는 곳
이 가을이 가기 전
아름다운 단풍을 보며 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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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2013. 10. 19. 07:35
가을 편지
가을 편지 2
글 寫眞/茂正 鄭政敏
혼자서 외로워지는 가을
시인이 아니어도 저절로 시인이 되고는 마는 계절
떠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그럴 것이다.
정작 떠나 보낸 사람도 없고 내가 떠난 것도 아닌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더니 그 가을마저 간다는 것이
견디기 벅찬 외로움이 되었다.
이런 날은 떠날 것들을 보러 가면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눈물이 기어코 보고 싶은 것은
울고 싶은지도 모른다.
10대 소년이 아니어도 사랑을 잃어버린 20대가 아니어도
너무 사랑하여 감동한 30대가 아니어도
나에게 울만 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노란 은행잎이 지는 가을이기 때문이다.
가을은 나뭇잎 지는 길을 걷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무척 외로워진 마음으로 슬픈 마음이 되어
얼마나 슬픈지 왜 슬픈지 모든 슬픈 이유를 다 꺼내어
엉엉 울어 보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지는 낙엽이 바로 슬픔이기 때문이다.
떠나고 이별하고 죽어가는 것이 어찌 슬프지 않을까?
죽도록 슬퍼하며 일어설 힘마저 잃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희열이 가득 할 때도 울지만 슬플 때도 운다.
극과 극은 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괜스레 슬퍼하고 울고 나면
마음속에 쌓여있는 알 수 없는 삶의 앙금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눈물은 바로 카타르시스이기 때문이다.
가을엔 수신인 없는 편지를 써본다.
빈 메아리가 될지라도
편지를 쓰는 마음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마저 할 수 없는 절망은
너무 큰 슬픔이다.
그래서 쓰는 가을 편지
떠나는 것들에 대한 정중한 예의다.
억새 4
詩 寫眞/茂正 鄭政敏
찬바람 가슴까지 시린 겨울에도
목을 꼿꼿하게 세우고
저 멀리 눈빛을 맞추는 너는
세월을 낚는 낚시꾼처럼
좌절이 없구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
전신이 다 흔들리고
흰머리 흩날려도
여전히 먼 곳을 보는구나
할 일을 다 마친 노인의 지혜일까
차라리 무심한 눈빛이
햇살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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