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남부 수자원 생태공원 2

저 붉은 열매 詩 사진 茂正 鄭政敏 푸른 이파리 뒤에 숨어 수줍은 듯 조용한 너의 미소 보았다. 안으로 불덩이를 안고 때를 기다리는 용암처럼 작아도 열정이 넘치는 너의 눈빛 보았다. 날마다 조금씩 세상을 향해 열리는 너의 뜨거운 가슴 보았다. 이 겨울이 추워 세상의 꽃 다 숨을 때 꽃보다 아름답게 버그는 너는 나의 벗이다.

  

부천 남부 수자원 생태공원 2/무정 정정민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하여 걸어보려 노력한다 기왕 걷는 것이면 풍경도 좋은 곳을 걸오보고 싶다 또 걸어보며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 생태공원은 절반정도가 물이 흐르는 코스가 있다 이 길은 많이 길지 않지만 가볍게 걷기 좋은 곳이다. 물소리 새소리도 들리고 물고기도 있는데다 이런 겨울에 푸른 수생식물까지 있어 참 좋다 관상용 바위도 놓여져 있어 걷는 재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화목이 있고 사철나무도 있어 그 사이로 걸어보는 일이 즐겁다 물소리가 좋아 동영상도 찍어 보았다. 이렇게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고 나면 무언가 보람된 일을 했다는 만족감이 조금은 생겨 집에 돌아가도 허전함이 덜하다 사진을 정리하며 글도 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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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남부 수자원 생태공원 1

미나리 꽃피는 강가의 추억 詩 사진 茂正 鄭政敏 강가에는 추억이 돋아납니다. 봄마다 파릇파릇 마디진 미나리 향기로 여울지는 그리움 그날의 그 노을과 바람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같이 놀던 물새도 어느 먼 세월 속으로 사라져 갔지만 내 강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물새가 웁니다. 이 강가에 홀로 나와 흘린 눈물 넘쳐 바다가 되어도 여전히 침묵하는 이여! 얼마나 더 탄식하고 얼마나 더 많은 노래를 불러야 할까요. 미나리꽃 지기 전에 이 밤이 가기 전에 어서 오세요.

  

부천 남부 수자원 생태공원 1/무정 정정민 내가 사는 집 뒤에 천왕산이 있다. 이 천왕산 뒤로 가면부천의 옥길동에 남부 수자원 생태공원이 있다. 폐수를 정화해 그 물속에 물고기를 살게 하고 수생식물도 살게 하여 많은 이가 정화된 폐수도 생명을 살게 한다는 것을 알게 하려 함인 것 같다. 잔디밭과 축구장 산책로가 있는데 그중 가장 으뜸으로 보기 좋은 곳이 바로 정화된 물이 흐르는 산책로다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에 그 길을 걸어 보았다 지난겨울 눈이 좀 쌓였을 때도 이곳에서 설경사진을 카메라에 담았고 봄에도 꽃이 피는 길을 카메라에 담았다 가볍게 걷기 좋고 카메라에 담아 보면 좋은 곳 내가 사는 곳에서 반경 3킬로 정도에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곳에서 2킬로만 가면 서울 푸른 수목원 물이 흐르는 곳에는 미나리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푸른 잎을 보기 힘든 겨울에 미나리를 보니 반가웠다 개구리밥이나 물 말 등도 보여 카메라에 담아 보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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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30 안개-2  
  

안개비/무정 정정민 고층아파트의 밤은 불빛이 잠들지 못한다. 너무나 커버린 그리움이 밤을 새우기에 창가마다 내리는 안개비 별님이 흘린 눈물일까 내 마음에도 안개가 인다. -잠 못 이루던 늦은 밤에 창 밖을 보니 안개비가 아파트 불빛 사이를 지나고 있었다-

  

안개/무정 정정민 이른 아침에 눈을 뜨면 우선 베란다 커튼이 환하다 거텐으로 다가가 좌우로 걷어보면 창밖의 풍경이 보인다. 어떤 날은 자욱한 안개가 꿈결처럼 펼쳐져 몽환적이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감동이 된다 그런가 하면 아파트 두 앞동 사이로 서서히 올라오는 해를 볼 때도 있다. 오늘은 짙은 안개는 아니었지만 멀리 서서울 위로 안개가 깔린 모습이 보였다. 지체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그리고 컴퓨터에 올려보니 얼마 전에 비슷한 사진을 찍은 걸 알게 되었다. 이사 오기 전 잠 안 오는 밤에 안개비가 내리던 것을 보았던 것을 기억하고 검색하여 그 글을 찾아보았다. 자연의 다양한 현상에 대하여 평범하지 않은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바로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며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창밖의 단풍이 다 져버린 조금은 삭막한 곳에 안개가 흘러가는 것이 볼만했다. 카메라를 들고 베란다에서 그 풍경을 잡아 본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을 멀리 사는 누군가에게 사진으로 글로 보내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틀림없이 내가 본 것처럼 조금은 공감해줄 것이니까 이것이 소통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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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의 바다

닻 시 사진 / 茂正정정민 고요한 아침바다 밝은 해가 솟고 갈매기 한가하던 임진년 반세기도 훌쩍 더 지난 그때 나의 출항은 순조로웠다. 먹을 것 입을 것도 충분하고 잠자리도 편안하여 걱정근심 조금도 없었지만 태양이 정오를 알리기도 전에 어디선가 요란한 태풍이 불어와 흔들리는 배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부서지고 찢긴 상처투성이 배는 낯선 항구에 머물며 고장 난 곳을 고치고 찢긴 곳을 보수하여 다시 출항 반세기도 넘는 항해를 계속 이제는 너무 낡아 운항도 조심해야 한다. 어디에 닻을 내릴까 출항했던 곳은 사라진 포구 새로운 정착지를 찾으며 두리번거린다 내게 허락된 정박지는 어딘가 이제 고단한 뱃길을 쉬고 싶다. 단단한 닻을 영원히 내리고 싶다.

  

아침바다/무정 정정민 어느 해던가 10년도 훨씬 넘었던 날 새벽에 강화도에 간 적 있다. 새벽 바다를 보고 싶은 것이 이유였다. 많이 다니던 곳이었지만 그날따라 무척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혼자 가는 이른 시간이라 그랬던 것 같다 막상 가서 보니까 외로움이 더 커갔다 쓸쓸한 바다 아는 사람 없는 거리 혼자만의 여행이 그런 기분을 만들어 냈다. 그냥 돌아오기는 멋쩍어 선두리 횟집으로 갔다 대부분 문을 열지 않은 가게 중에 한 곳이 이른 장사를 시작하고 있어 숭어회를 주문했다. 당시 만 원어치를 시켰는데 혼자 먹지 못했다 결국 포장해서 집에까지 가지고 왔다. 꽤 오래된 일인데 그때 일이 생각난다 나이가 더 들어 혼자만의 여행이 또 생기면 그때도 외로움이 생길까에 대한 의문이다. 당시의 숭어회는 정말 맛이 좋았다. 펄에서 나는 숭어이기도 하지만 겨울 숭어가 맛이 좋기 때문이다. 문득 아침 바다를 생각하며 오래된 시연하나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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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파리
  

마지막 이파리 시. 사진/茂正 鄭政敏 파르르 떨리는 이내 마음 이별이 두려워서입니다. 허공에 매달려 몸부림을 쳐보나 오히려 시간을 재촉하는 일 모두가 떠난 빈 뜰로 내가 간다 한들 아무도 서러워하지 않건만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아 찬바람에 대항하는 것일까 이제 가야 할 시간 마른 몸뚱이 하나 꺼칠한 눈빛 서럽기 한이 없지만 할 일을 다했으니 미련은 버리자 안녕.

낙엽落葉 詩 寫眞/茂正 鄭政敏 찬란한 날의 추억 바람에 나부끼며 하늘에서 빛나던 이파리 이제 땅위에 누워있어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무지개 꿈 어디에 있든 스스로 빛나는 것은 꿈을 가진자의 이상 버리어 진 것 같고 밟히는 것 같지만 자신을 보시로 내주어 또 다른 잎을 빛나게 한다.

  

가을 이야기 7 아쉬움/무정 정정민 길 위에 뒹구는 낙엽도 사라지고 있다 골짜기나 지대가 낮은 쪽으로 쏠려 나무는 앙상하고 거리는 차가워 더욱 쓸쓸한 계절이 되었다. 늦가을 비가 내리니 낙엽이 젖어 더욱 쓸쓸하다 아무래도 가을이 다 가버린 느낌이다. 첫눈이 내렸으니 겨울이라 해야 할까 오늘도 눈이 내릴지 모르니 아무래도 겨울 이야길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어젯밤은 문이 덩컬거려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어느 문이 열려 있는지 문틈으로 바람은 들오고 있지 않은지 혹 밤손님이 오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다 낭만도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언제였던가 문이 소리를 내면 창밖의 바람 소리가 심하면 누군가를 몹시 그리워했었다는 생각 그때는 그것이 쓸데없는 잡생각이라 생각했다 긴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그런 생각도 많이 줄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아버린 현명한 사람이 이 되었다는 것일까 아니다 천 년을 산들 만년을 산들 이 세상의 이치를 얼마나 알며 또 사랑이나 그리움을 얼마나 알겠는가 가슴 졸이며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참 아름답고 소중했다는 것만 확인하여 가는 것 같다 오늘 밤 창문이 흔들리거든 내 마음아 그리움으로 잠 못 드는 것이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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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촌 5 

망태/茂正 鄭政敏 18세의 겨울 짚으로 망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앞집 할아버지의 망태 만드는 장면을 몇 번인가 보았기 때문에 만들지 못할 바는 아니리라 믿었다. 우선 짚단이 쌓여있는 곳으로 가서 비교적 깨끗한 짚단 하나를 골랐다. 묶은 곳을 풀고 한 손으로 쥘만하게 집어 왼손으로 벼 이삭이 달렸던 곳을 굳게 쥐고 오른손을 갈퀴처럼 만들어 짚의 밑동을 긁어 내렸다. 짚의 가장 아랫부분의 껍질을 벗기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야 많이 해본 것이라 어렵지 않았다. 새끼꼬기를 많이 했으니 당연하다 새끼꼬기를 많이 한 이유는 우리 집에서 새끼꼬기를 내가 가장 잘하였기 때문이다. 잘하기 때문에 많이한 것은 아니다 가마니도 많이 생산했는데 이 가마니에 새끼가 필요하고 또 담배경작도 많이 했는데 담뱃잎 건조할 때도 새끼가 필요했다. 꼰 새기를 좌로 조금씩 돌리며 그 틈에 담뱃잎을 끼워 넣어 무청 말리듯 두 기둥에 매달아 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새끼 꼬기를 많이 한 나는 아주 능숙하게 짚 한 단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잘 정리하였다. 이보다 먼저 해야 할 일로는 묶은 짚단을 풀기 직전 메고이로 집의 아랫부분을 두들겨야 했다. 짚이 부드러워지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겉껍질을 벗긴 뒤에는 다시 묶어 샘으로 간다 물을 짚단에 붓기 위해서다 물을 부어야 짚이 더욱 부드러워 새끼꼬기 좋기 때문이다 물을 부은 뒤에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물이 짚 안으로 스며들기를 기다리는 것과 짚의 겉에 있는 물기가 제거되는 것을 기다려야 하니까 해서 짚단에 물을 부은 뒤에는 짚단을 세워 놓아야 짚에 스며들지 않은 물은 흘러내린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세워 놓은 뒤에 그 짚을 들고 겨울 볕이 드는 마루에 오른다. 맨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새끼꼬기 이기 때문이다 . 나는 새끼꼬는 일을 독특하게 했다. 엉덩이를 마루 끝에 두고 짚단은 내가 앉아있는 앞의 조금 우측에 둔다. 오른손으로 짚의 몇 개를 집어 좌우손바락을 마주해 엇갈리게 밀면 되는데 시작할 때는 두 발바닥 사이에 끼고 하지만 일단 두 뼘 정도의 새끼줄이 생기면 그것을 엉덩이 사이로 깔고 앉는다. 이렇게 하여 몸무게로 새끼줄 끝을 팽팽하게 하고 좌우 손바닥을 비벼 새끼를 생산하는데 오른손은 연신 짚을 집어 왼손으로 잡고 있는 새끼줄에 이어 넣고 다시 좌우 손으로 비빈다. 그러면 새끼줄이 만들어 지면서 두 손은 앞으로 나간다 이때 손을 마주 비비는 것을 잠시 멈추고 엉덩이를 들어 새끼줄을 뒤로 민다 그러면 마루 끝이라 새끼가 흙마루로 자연스럽게 떨어져 오른손이나 왼손으로 엉덩이 뒤의 새끼를 잡아끌어야 하는 동작을 줄이고 바로 이어 다음 동작을 하게 되는 것이 쉬워진다. 이런 동작으로 짚단 절반을 새끼로 다 만들고 나서는 적당한 길이 한 발 정도 두 개를 만들어 십자로 교차시키고 교차한 지점에서부터 새끼줄을 지지대로 하여 짚으로 새끼를 꼬듯 계속 덧대 나간다. 방사형으로 퍼져가는 것은 도리 방석 만드는 것과 같아 퍼질 때마다 새끼를 더 가해주어야 한다 나중에는 꽤 많은 새끼줄이 방사형으로 퍼진다. 이렇게 중심에서 두 뼘 정도로 커지면 방사형으로 키우던 것을 중단하고 새끼를 직각으로 꺾어 올리는 일을 한다 이때는 짚을 끼워 넣으면서 잡아당기는 일을 계속한다. 너무 세게 하면 오가리처럼 되기 때문에 적당한 힘을 가하여 수직으로 올린다. 일단 수직으로 올리면 새끼를 더 가미하지는 않는다 가미하면 항아리처럼 되고 지나치게 잡아당기면 이상한 모양이 되기 때문에 힘을 잘 조절하여 계속 수직으로 올린다. 이렇게 역시 두 뼘 정도를 올린 뒤에는 더는 짚을 덧대지 않고 수술처럼 올라온 새끼를 서로 교차시켜 홀맨다 그러면 마무리가 되는데 남은 새끼줄은 낫으로 예쁘게 자른다 이렇게 짚단 하나로 망태를 만들면 약 한 말가량의 망태가 완성되는데 내가 두어 개의 망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소요시간 4시간 정도 혼자 생각하기로 초보자로는 꽤 빠르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같으면 짚으로 다양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시간이 없다 기회가 생긴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짚 공예를 가르치는 곳도 있으니까 재미있을 것 같다. 노년의 소일거리로 얼마나 즐거울까 당시 소쿠리를 만들어 보리라 계획하고는 만들어 보지 못했다. 혹 기회가 된다면 그것부터 만들어 보겠다.

  

민속 박물관/무정 정정민 민속촌 관람을 갔지만 민속 박물관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런 적도 있고 시간이 마감되어 그런 적도 있었다. 이번은 토요일도 아닌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관람하기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어릴 적 보아왔던 민속 돌, 혼례, 상례, 제사 등 간편하게 보인 미니어처를 통하여 단번에 돌아보았다. 혼불 소설 속에는 이런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아직 다 보지는 못했다. 다시 민속촌에 오더라도 이곳을 더 자세하게 보리라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사라진 옛 풍습도 보고 그 속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지혜도 보고자 함이다. 민속촌은 거대한 박물관 같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외국인이 많았다. 여름에 와보지 못해 아쉬움이 생겼다. 이상하게 봄이나 여름은 와보지 못하여 이곳은 다른 계절 풍경도 볼만하리라 생각했다. 아직 남겨놓은 것은 체험과 조각품이 있는 곳 도자기 체험이나 나룻배 타기 등도 꽤 흥미로울 것 같았다. 여백으로 남겨놓은 것을 기억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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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촌 1
  

초가지붕 詩 寫眞/茂正 鄭政敏 허연 보름달이 놀다 가는 곳 참새 무리 지어 앉았다 가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 굼벵이는 여름날을 기다리는 곳 흰 눈이 펑펑 내리면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다 받아주던 고드름이 낭만적인 지붕 머리 삭아 부스러져도 가슴에 품은 것은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곧 여름이 오리라 믿어 그저 묵묵히 세월을 켜켜이 이고 있다 여름날의 박꽃을 사랑하여 안고 애지중지 별빛까지 모아 키우지 않았던가 가슴저리는 고통 속에서도 기어이 키우고야 말았던 그 사랑 노란 호박꽃 푸른 나팔꽃이 찾아오면 한여름의 모진 더위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그저 날 의지하여 하늘로 오르라 했다 그런 너를 사랑했다 불평 없는 너를, 사랑만 있는 너를 사랑해 가을마다 마람으로 덧옷을 입혔지 상투자리에 용마람까지 올려 이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게 꾸몄지 찬바람 이는 이 저녁 내 조부모, 내 부모가 사랑한 너를 나도 사랑한다. 마람:이엉 용마람: 지붕 맨 위에 올리는 이엉

초가지붕/무정 정정민 내 고향 집에는 초가가 있었다 헛간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ㄱ 자로 생긴 헛간은 사립문에서 청죽 밭까지 연결되었는데 청죽 밭과 맞닿는 곳에는 호박이나 박을 심어 올렸다. 대밭과 가까운 이 지붕에는 수많은 참새가 놀다 가기도 했다. 달 뜨는 밤이면 유난히 검게 보이던 지붕 그 위로 초승달이 빼꼼하게 보이기도 했었다. 흰 눈이 내리는 날은 지붕은 말없이 모든 눈을 받아이고 흰머리 되어도 그저 말이 없었다. 해가 돋아 눈이 녹으면 처마에 고드름이 생겼는데 그 고드름 사이로 참새가 월동하기도 했다. 비 오는 날이나 고드름이 녹는 날은 처마에 떨어지는 비가 낭만적인 모습이었다. 이 지붕에 올라가 미끄럼을 타던 나는 결국 다리를 심하게 다치고 말아 지금도 지팡이를 딛고 다닌다. 새로 이사한 곳에서도 초가는 있었다 본채는 기와집이었지만 헛간은 역시 초가라 매년 가을이면 새로 옷을 입혔다. 많이 삭은 짚을 걷어내면 그 속에 굼벵이가 있어 더러는 구워먹는 모습도 보았다. 나이가 좀 든 청소년기에는 이 지붕에 올릴 마람을 엮어 보기도 했다 손이 빨라 제법 많은 마람을 만들기도 했고 맨 꼭대기에 얹을 용마람도 해본 적이 있다. 20세가 넘은 뒤에는 해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도시로 나와 살아 그런 것 같다 농한기에는 망태도 덕석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련한 추억 속 이야기지만 한국 민속촌에서 지붕 얹는 장면을 보았다. 먼 옛 시절의 고향과 친구와 가족이 생각났다 이제는 갈 수 없지만, 그 추억은 죽는 날까지 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으리라 그리움으로 가끔은 생각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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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시장
 

coffee香 같은 그리움 詩 寫眞/茂正 鄭政敏 한 잔을 들고 그대를 생각합니다. 같이 할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합니다. 세상 어떤 이야기든지 그대와 나누는 것이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자판기 커피를 유난히 좋아하던 그대를 오늘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전을 자판기에 넣는 그대를 멀리서 지켜 보는 날 생각합니다. 그대는 아름다워서 주변이 모두 정겨워 보였지요. 두 잔을 빼서 들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서는 그대는 이 세상 어떤 사람보다도 행복한 표정이었지요. 그 표정에서 얼마나 기쁨이 넘쳤는지 그대는 모르지 시지요? 향긋한 차향이 넘치고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가 온 세상을 다 덮는 것 같아 차라리 눈을 감아 보기도 했습니다. 그대는 커피향 같은 그리움 내게 행복을 주는 아픔 같은 그리움입니다.

농부의 시장/무정 정정민 북서울 꿈의 숲 다목적 광장에 이르자 천막이 보였다. 농산물을 팔 것이란 예측을 하고 들어가 보니 예측이 틀리지 않았다. 점심시간도 되었으니 무언가를 먹어 볼 생각으로 이곳저곳 관심을 두고 보다 가볍게 먹을 것과 커피 한 잔을 사기로 했다. 묵밥과 부꾸미 보리빵을 샀다 그리고 커피도 한 잔 샀다. 묵밥은 도토리 묵과 김치를 넣고 김을 잘게 썰어 넣어 뜨거운 물만 부어 먹으면 되었는데 가볍게 먹기 좋았다 부꾸미는 감자로 만들었다 두 가지를 하나씩 샀는데 합해서 오천 원 보리빵은 삼천 원 커피도 삼천 원 훌륭한 점심이 되었다. 난전에서 먹어보는 점심 다소 추웠지만 더운 음식을 먹으니까 추위는 곧 가시고 말았다. 점심만 먹고 가기는 좀 아쉬워 건어물을 더 샀다. 김과 멸치 새우 세발가사리 다시마줄기 완도산이었다. 이 짐이 있어 전망대까지 오르지 못했다. 가볍게 여행하고 그곳에서 색다른 무언가를 사는 일 이것도 작지 않은 즐거움이 되어 행복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간은 맛있는 밥을 먹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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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 꿈의 숲 2
  

공원公園 詩 寫眞/茂正 鄭政敏 반백半白이 흘러내린 지천명知天命에도 흰 구름 떠나가는 가을에는 동화童話가 듣고 싶다. 두꺼비가 은혜恩惠를 갚았다는 마귀할멈이 독약毒藥을 만들어 착한 사람을 못살게 하고 호랑이가 담배를 피웠다는 그 이야기가 그리워 공원에 간다. 단풍丹楓 잎이 보고 싶은 소년少年이 된 어느 날 눈이 맑은 소녀少女를 만난 담쟁이 붉은 벤치 지금도 그때 같을까? 첫딸을 낳고 그 아이가 자랑스러워 노란 은행銀杏 잎 지던 길을 손잡고 같이 걷던 그곳 가을에는 내 마음 오색단풍五色丹楓되어 공원公園 길을 간다.

  

북서울 꿈의 숲 2/무정 정정민 정상에 있는 전망대 부근까지 올라갔는데 길을 조금 잘못 들어 산으로 가고 말았다 피곤하기도 하고 손에 짐까지 있어 돌아서 전망대로 가기도 망설여져서 그냥 주차한 곳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월영지를 지나 청운답원을 가로 지르고 창녕위궁재사를 지나 방문자센터로 해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면서 사진을 찍었다. 전망대와 아트센터는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밀리고 밀리는 길을 가고 오는 길은 힘들었지만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북서울 꿈의 숲에 다녀왔다는 것이 무순 숙제를 한 것 같았다. 가을에도 제법 좋았지만, 여름에 버드나무 숲에서 월영지를 보거나 월광폭포를 보는 것도 참 좋을 듯했다. 봄이라고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초화원이 있으니까 또 산으로 난 산책길도 좋을 것 같았다 카페가 많고 나무도 많아 어느 날 문득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으로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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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 꿈의 숲 1
  

고독의 숲 詩 寫眞/茂正 鄭政敏 숨을 곳 없는 외로움이 석양빛 슬픈 자작나무 숲에서 낙엽처럼 뒹군다. 늘 낯선 시간 때문에 희망의 거미줄 가지마다 걸어 둔 여름이 부질없는 달빛처럼 부서져 나무는 하얗게 야위어 간다. 자신을 감추지 못한 고독 천적을 피하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나무 끝까지 오르지만 나목의 겨울 숲은 추위만 기승부린다.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 지천명의 겨울 숲은 까치 울음으로 더 휑하다.

북서울 꿈의 숲 1/무정 정정민 북서울 꿈의 숲은 처음이다. 이전의 드림파크로 불리던 때는 바이킹을 타러 가기도 했었는데 그때도 두 번 정도만 간 것 같다 이곳에서 탔던 바이킹은 정말 무서웠다 당시의 건강이 무척 좋지 않아 급하게 내려오는 바이킹은 너무너무 무서웠다. 그렇지만 산으로 올라가 전체를 구경하는 일은 하지 못했다. 그때가 10년은 된 것 같다. 지금은 이름도 바뀌어 북서울 꿈의 숲 새로 단장하였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시간을 내 가보리라 했는데 어제는 자동차 검사를 마치고 시간이 좀 있어 이사 간 지인 댁으로 친교를 나누러 가려 했는데 김장을 하는 중이고 딸과 사위가 와있어 다음 기회로 미루자 하여 북서울 꿈의 숲으로 가게 되었다. 가는 길은 험했다. 30킬로나 되는 먼 길도 그렇지만 가는 길마다 차가 밀려 꽤 긴 시간 운전하여 가야 했다. 도착하여 주차하기도 쉽지 않았다 예식장과 같이 사용하는 주차장은 만차에 가까웠다. 이렇게 하여 화초원부터 구경을 시작했다. 청운답원, 월영지를 지나 전망대로 향했다. 낙엽이 뒹구는 늦가을은 아무래도 쓸쓸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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