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운 날에는/茂正 鄭政敏 창문 너머 들리는 풀벌레소리가 가슴으로 파고드는 날은 막을 수 없는 그리움에 창 밖을 보지요. 달빛이 곱게 내리는 단풍나무 사이로 아른거리는 환영이 올 리 없는 그대이길 바라는 철부지 아이가 되지요. 오늘 밤 보고 싶다는 편지를 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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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원 1/천일홍千日紅

천일홍千日紅/무정 정정민 기다립니다 천일을 하루처럼 기다립니다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날마다 기도합니다 당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살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나의 생명 나의 사랑 꼭 돌아오세요 어느 하늘 어느 땅이든 나의 기다림을 아는 당신 언덕 위의 저 붉은 꽃이 지기 전 꼭 돌아와야 합니다 꽃이 지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돌아와서 고마워요 이제 우리 헤어지지 마요 나의 기도를 들어주신 신이여 감사합니다 천 일 동안 시들지 않은 꽃이여 나의 사랑을 연결하여 주어 고마워 천일홍

천일홍千日紅/무정 정정민 시들지 않은 꽃처럼 살 수 없을까 하루가 천 일처럼 살 수 없을까 색이 변하지 않는 꽃처럼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그대 마음도 변치 않아 우리 사랑이 언제나 변함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도 사랑을 지키지 못해 변한다 해도 우리는 절대로 변치 마요 서로 목숨처럼 신뢰하고 죽는 날까지 사랑해요 사랑이 우리의 모든 것이 되고 전부가 되어 아름답게 살아요 행복하게 살아요 천일홍 속에 숨어있는 전설을 생각했다. 붉은색 분홍색 흰색의 천일홍을 보며 변함없는 사랑을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길 기도했다. 평화공원에는 천일홍 말고도 다양한 꽃이 있었다. 물 수선화 물 양귀비 갈대꽃 어리연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난 꽃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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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35

붉은 나팔꽃 詩 寫眞/茂正 鄭政敏 이른 아침 영롱한 이슬 사이로 태양보다 붉게 핀 저 꽃 가로막힌 울타리를 올라간다 더 올라갈 곳이 없어도 허공을 향해 자꾸 오른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 슬픈 사연 그리움은 숙명 죽는 날까지 만나야만 할 사람 그 사람을 향해 오르고 오른다 하늘에 있다 해도 하루만 피었다 가도

우리 집 35/무정 정정민 내가 사는 곳은 대단지 아파트다 몇 세대가 사는지 몰라 아내에게 물었더니 5,000세대 정도 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6단지까지 있지만 제2구도 아파트가 완공되었기 때문에 세대수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득 내가 사는 곳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을 먹은 뒤 단지를 둘러본다. 대부분 돌아보았고 1단지만 남았는데 마침 교회가 그 부근에 있어 예배를 마치고 둘러보았다 천왕산과 맞대어 있는 조금은 비탈진 곳 그 뒤 천왕산도 걸어 보았다. 산너머 마을로 가는 길에 나팔꽃을 보았다 붉은 나팔꽃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되면 이곳도 산책 삼아 들려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시설도 있고 시야도 확 트이고 산길도 있는데 사람도 별로 없어 혼자만의 사색 장소로 괜찮은 곳 같았다. 천왕정에서는 20분 정도의 거리라 두 곳을 걸어 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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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허브 아일랜드 201308-6 허브카페

꽃 차 시 사진/茂正 정정민 풀벌레 소리 요란하면 허브랜드 그 찻집 옥수수 통통하게 익어가던 그 가을이 생각난다. 단발머리 짧은 치마 초롱초롱하던 눈빛 조용한 그녀가 찰나처럼 지나가는 인생길에 나의 쉼표가 되었던 날 그녀는 꽃차를 사주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기처럼 세상은 온통 핑크빛이었는데….

허브카페 /무정 정정민 허브 아일랜드에 몇 번인가 갔지만 카페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내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값이 아깝다는 이유였다. 절약이 몸에 밴 사람이라 그럴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변했다. 차를 한잔 해야 한다는 내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차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찻집의 분위기, 여러 가지 조형물 음악과 찻잔까지를 모두 한꺼번에 잠시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찻값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내도 그 점을 인정하여 같이 들어가게 되었다. 또 찻집에서 잠시 차를 음미하는 동안 지친 몸을 쉬게 되니까 다시 힘을 얻어 다 둘러보지 못한 곳을 더 쉽게 둘러보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이런 이유로 찻집에 들어갔다. 차 이름이 독특했는데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다. 들국화 여인이었던가 야생화 여인이었던가 ㅎㅎ 투명한 유리잔과 향긋한 허브향 그리고 붉은색의 꽃 정말 기분 좋았다. 이만하면 들어가길 잘한 것이 아닌가 창 밖의 옥수수 잎과 수세미도 가을을 너무 가을답게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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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허브 아일랜드 201308-5 추억의 거리
  

때로는 그립다 무정 정정민 비가 오는 날이면 술 한 잔 같이 나누고 싶은 다정한 친구가 그립다. 홍탁의 알싸한 맛이 우정일까 잔을 부딪히고 안주를 먹여 주는 그 행복한 행위가 그립다. 가난을 벗으려 맨몸으로 부딪히며 세파와 싸워온 수십 년 가족 봉양에 허리가 휘어도 여전한 그 자리 주름만 늘었다. 눈빛마저 희미해진 지천명 명예도 금전도 알고 보니 허망한 세상에서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어리석은 인간으로 살아온 지 얼마인가 돌아갈 수 없는 먼 추억 이제 그 길이 자꾸 그리워지는 것은 철이 든 내가 아니라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알아가는 외로움이다. 친구야 날마다 그립지 않아도 때로는 참 그립다. 달 그림자 어리는 창가에 서면.

  

추억의 거리/무정 정정민 허브 아일랜드 빵 가게 옆 바로 허브 갈빗집 뒤에 추억의 거리가 생겼다. 추억의 생필품도 팔고 음식도 판다 이곳에서 다정한 친구와 지난 추억을 살려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이전에 왔을 때는 없었곳이다. 새로운 것이 생겨 그만큼 볼거리가 더 늘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끝까지 걸어가 보니 전통 혼례 장도 있었다. 비가 내려 번들거리는 길을 걸어 구경하고 바로 위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이곳은 허브 아일랜드에 여러 번 왔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곳이다. 기대된다, 허브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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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허브 아일랜드 201308-4 꽃집
  

花院/꽃집 시 寫眞/茂正 鄭政敏 유리문(琉璃門) 안으로 화려(華麗)한 꽃들이 만발(滿發)한 작은 꽃집(花房)에는 강아지 두 마리와 아담(雅澹)한 여인(女人)이 살고 있다. 살며시 들어선 나에게 와락 안기는 향기(香氣) 내가 아기였을 때 어머니에게서 나던 젖내음(乳臭) 같다. 몸과 마음이 향기(香氣)에 취(醉)하고 눈이 호사스러워 꼬리 흔드는 강아지도 꽃 같다. 화려한 꽃이 이곳저곳에 만발(滿發)하고 그 향기(香氣) 황홀(恍惚)해도 미소(微笑) 짓는 꽃집의 여인은 그중의 왕(王)이었다. 꽃은 미소(微笑)를 닮아 피고 인향(人香)을 흉내 냈으니.

  

꽃집/무정 정정민 포천 허브 아일랜드에는 꽃집이 있다. 유난히 화려하게 보이는 것은 꽃이 많기 때문이다 허브 정원을 구경하고 나오면 이 꽃집을 지나치기 어렵다. 이번에는 노란 국화가 나를 유혹했다. 국화부터 카메라에 담고 들어가자 말자 이꽃 저꽃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 집에도 화분 두어 개 두고 싶어 심사숙고를 하였다. 아내는 설란과 익소라를 선택했다. 꽃집은 언제봐도 기분 좋다 우리가 2년여를 화원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워낙 꽃을 좋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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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곡지 연꽃 201308-3 백련

백련/무정 정정민 푸른 옷 하얀 얼굴 멀리서 봐도 아름답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에도 졸린 기색 없어 우연한 만남도 황홀하다. 달빛 고운 날에도 새소리 은은한 날에도 바람불어도 고매한 자태 감히 백로가 지나지 못한다. 있으나 없는 듯한 향기 오히려 날 부르니 속으로만 가는 마음 지나는 발길 더디다 진흙밭에서도 고혹적인 모습 그 진줏빛 미소 탁한 내 영혼을 씻노라.

 

관곡지 백련/무정 정정민 관곡지에는 다양한 연이 있지만 백련밭이 따로 있다 백련이라 하면 흰 연이지만 백련도 일반 연이 있고 수련도 있다 일반연도 종류가 많을 것이다 꽃자루가 큰 것 작은 것 연한 초록색이 들어있는 것 순백의 하얀색도 있다 또 수련도 다양한 흰색과 모양이 있어 전문가가 아닌 내가 다 말하기는 어렵다. 연은 백련이 많은 것 같다 관곡지에도 백련이 피었는데 우선 키가 컸다. 그리고 꽃자루가 내 주먹만큼 했다. 내 기억으로는 백련이 향이 좀 많았다. 커다란 푸른 잎 사이 핀 꽃은 멀리서 보면 마치 백로가 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오이도 홀리데이파크에서 집으로 오던 날 물왕저수지와 관곡지를 다 구경했다 물왕저수지와 관곡지는 2.5킬로 정도인데 그냥 가기는 아쉬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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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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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 詩 寫眞/茂正 鄭政敏 조개구이 냄새가 갯내음보다 먼저 반기는 오이도엔 등대가 있다. 길을 잃어 방황할 뱃길을 안내하는 등대가 아니라 그곳을 찾는 사람에게 서해 바다를 보여주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등대 등대가 보이는 길을 따라 방조제를 걷노라면 거대한 바다를 가로지르는 시화 방조제가 보인다. 한쪽은 바다요 한쪽은 호수가 된 명소 여전히 낙조가 아름다우나 바다는 자꾸 몸살이다. 갯벌이 죽고 조개가 죽고 새가 죽고 파도마저 죽어 사람이 걱정이다.

 

오이도 유래 오이도는 시흥시의 최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옛 이름은 오질애(吾叱哀)였고, 그후 오질이도(吾叱耳島)였다가 조선조 말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말이 섬이지 육지와 연결되어 버스 등 각종 차량들이 섬의 구석구석까지 왕래하고 있다. 오이도와 육지와의 연육(連陸)은 1922년 오이도 일대에 일인들이 군자염전을 만들기 위해 제방을 쌓은 후부터이다. 그러나 이들 염전에도 1988년부터 시화지구사업의 일환으로 시흥공단이 조성되었고, 서쪽으로는 대부도와 연계하는 제방이 조성되어 지금은 관광의 명소로 더 알려져 있다. 오이도는 한자로 풀이하면 까마귀의 귀처럼 생겼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실제는 전술한 오질이도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오이도에서 제일 높은 당봉(안말 뒷산)에서 오이도 일대를 살펴보아도 까마귀와는 거리가 멀다. 전설이 많이 전해질 것 같지만 실제 전해지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그 중에 좀 알려진 얘기는 옛날 제밀(제물포)에서 어느 임금이 배를 타고 중국으로 향하다가 오이도 서쪽에 있는 팔미도(八尾島) 앞 바다에서 조난하자 이 섬에 표류했다고 한다. 마침 무더운 여름이라 임금님이 목이 말라 물을 찾았더니 이 섬에 사는 어느 어부가 물을 떠왔는데, 그 그릇이 옥(玉)으로 만든 그릇이다. 임금님이 놀라 귀가 번뜩 띄었다고 한다. 그 후부터 이 섬은 '옥귀도(玉島貴)'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하며, 또는 옥귀섬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흥시 문화원 제공> ************************************************ 수 많은 음식점이 즐비한 곳입니다. 낙조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바다를 체험하기 너무 좋은 곳이지요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 12킬로의 시화방조제을 차로 달리면 대부도가 나옵니다. 그 일 하나만으로도 신나는 곳입니다. 아주 천천히 구경하고 싶은 너무 멋진 곳입니다. 오늘 동창회를 그곳에서 했는데 모두가 "회장님 최고!"라고 했습니다. 좋은 곳으로 안내했다는 말이었습니다. ㅎㅎ 같이 갈까요? 이런 칭찬을 들었던 동창회 모임이 있었던 그 오이도를 이번에도 다녀왔습니다. 낙조도 찍고 초승달도 찍었는데 오이도 등대와 등대 앞 노점 둑길에 있는 화가의 모습이나 점치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도 좋은 구경거리였지요 등대 위에서 둑길과 차도 인도를 찍어보니 좀 색달라 보였습니다. 전어 한 접시 사서 먹으며 낙조를 보노라니 철새도 날아갔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천국 같았습니다. ㅎㅎ Mary Hamilton / 박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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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 4 죽림다원 2 
 

화채/무정 정정민 꽃 구름 어여쁜 사발 하나 놓고 오미자 물을 부어 본다 어름도 동동 띄어 보고 붉은 수박살도 넣어 본다 어딘가 허전하여 배도 넣고 파인애플도 넣어 보지만 아직도 차지 않은 만족감 아차 꽃이 없었구나 붉은 꽃이 좋으련만 어떤 꽃이 좋을까 연꽃도 좋겠고 한련화도 좋으련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니 아쉬움으로 먹는다 세상사 어찌 다 만족만 하겠는가 조금은 모자라도 이미 채워진 것으로 감사하리.

창 너머에 詩 寫眞/茂正 鄭政敏 외지고 낯선 집 창문으로 세상을 보면 그 밖이 자꾸 궁금하다. 한겨울 창가에 붙어 푸른 눈으로 안을 보는 사철나무도 그렇고 한가하게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어디서 오는 것이며 누가 타고 있을까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 마장 떨어져 있는 산기슭에 무슨 나무가 자라나 어떤 짐승이 살고 있나 봄 여름 가을 모습은 어떨지 언젠가 다시 와서 보리란 혼자만의 생각에 잠길까 나뭇잎 바람에 쓸리는 소리에도 무슨 나뭇잎일까 어디까지 갈까 궁금하다.

전등사 죽림다원/무정 정정민 지난여름에 갔던 전등사도 여름날 몹시 더웠다. 시원한 차라도 한잔 하고 싶었지만 해가 저물고 어두워 찻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도 좀 여유가 있어 찻집에 들어가 볼 기회를 얻었다. 시원한 화채를 시켰다. 순무와 수박 배등 여러 가지 과일이 들어간 화채는 여름 음식으로 그만이었다. 같이 나온 송편은 순무 잎으로 만든 송편 처음 대하는 음식이라 신기했다. 창문에 걸린 조각보를 보며 여름에 창문에 걸어보면 멋스럽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우리 집에도 아내가 만든 조각보 몇 점이 있다 시간이 무척 많이 들어가는 정성이 담긴 조각보도 반가웠다. 아직도 보지 못한 많은 것이 있겠지만 일단 경내는 두루두루 살펴보았다. 남편을 기다리지 못하고 떠난 여인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처마를 받치고 있는 고통스러운 여인으로 조각한 나부상도 보았다. 허다한 인연을 생각하며 잠시 휴식을 얻었다. 숲이 좋아간 전등사 전등사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불교에 대하여 많이 알지 못하지만 천 년 고찰답게 오래된 나무와 건물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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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

전등사 옮긴글/두산백과 사진/정정민 381년(소수림왕 11)에 아도(阿道)가 창건하여 진종사(眞宗寺)라 하였다. 그 후 고려 제27, 28, 30대의 충숙왕(忠肅王)·충혜왕(忠惠王)· 충정왕(忠定王) 때에 수축하였고, 1625년(인조 3)과 1906년에도 중수하였으며, 또 일제강점기에도 두 차례 중수하였다. 전등사라는 이름은 충렬왕(忠烈王:재위 1274∼1308)의 비 정화궁주(貞和宮主)가 이 절에 옥등(玉燈)을 시주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때 정화궁주는 승려 인기(印奇)에게 《대장경》을 인간(印刊), 이 절에 봉안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 절에는 보물 제178호인 전등사 대웅전(大雄殿), 보물 제179호인 전등사 약사전(藥師殿), 보물 제393호인 전등사 범종(梵鐘)이 있다. 또 대웅전에는 1544년(중종 39) 정수사(淨水寺)에서 개판(改版)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목판 104장이 보관되어 있다.

 

풍경소리/정정민 고요한 내 마음에 그리움이 일렁일 때마다 아련하게 들리는 소리 산굽이 돌아 흘러내리는 청강한 물소리 인가하면 잠 못 이루는 아기 새의 잠투정 같기도 하여 두 귀를 바짝 새우면 끊긴 듯 잠긴 듯 먼 듯 가까운 듯 밤새워 들리는 소리 잠 못 드는 그리움이었어.

 

법고法鼓 詩,사진 / 무정 정정민 둥둥 둥둥둥 가슴속에서 울리는 소리 세상의 욕망을 버리라는 매미소리처럼 시끄럽던 번뇌의 소리가 가슴을 짓누른 혹서의 더위가 8월의 나를 지치게 하던 어제 문득 부안의 내소사로 가고 있었다. 전나무 숲을 거닐던 그 한가한 때 풍경소리보다 크고 강하게 나를 깨우던 소리 변산반도의 시원한 바람이 번뇌를 씻어내고 지친 육신을 회복 시키던 전나무 향기보다도 법고소리는 가슴 깊게 남아 울리고 있다.

 

목어木漁 시·영상/무정 정정민 물고기이면서도 물에 살지 못하고 천년의 세월 눈 한 번 감지 못 하고 혹서에 혹한까지 견디며 살아 온 이 수행을 아는가. 세상에 미혹된 후회 가슴을 쳐도 소용없고 통회를 해도 남아 있는 이 죗값을 치를 길 없어 속 빈 목어로 날마다 나를 경책한다. 다만, 이제라도 나를 비워 풍경소리 염불 소리 범종 소리로 각성하며 해탈을 꿈꾸노니 다시 천년을 이대로 살아도 홀로 세우는 밤이 외롭지 않다.

 

영국에서 3 년이 다되어 귀국한 둘째가 유명 사찰에 가보고 싶다하여 아들을 빼고 우리가족은 전등사에 갔다. 한여름의 열기가 한창이던 때라 숲속에 있어도 숨쉬기 곤란하고 한 발만 옮겨도 땀이 줄줄 흘렀다. 마침 해가 지던 때라 모기도 극성이었는데 경내에 도착하자 북소리가 들렸다. 많은 사람이 법고가 울리는 곳을 향하여 정중하게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 뒷편에 있는 물을 한모금 먹고 잠시 쉬는데 여러 스님께서 어떤 순서에 의하여 목어 범종 운판까지 울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대하는 장면이라 그 엄숙한 분위를 아름다운 전등사 전경을 보며 다 보게 되었다. 불교 의식은 다 모르지만 템풀스테이 오신 분들이 불교사물 울리는 모습과 대웅전에서 목탁을 울리며 예불드리는 스님의 모습을 경건하게 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여름이었을까 그이전 여름이었을까 두 딸과 다녀왔던 전등사에 올 여름에도 가게되었다. 다른 점은 아내와 단둘이었다. 이번으로 세번 가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천천히 구석구석 다 돌아 보았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지만 시원했다 바람이 불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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