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공원 3 물그림자 2
  

물그림자 2 詩 寫眞/茂正 鄭政敏 천 년의 침묵처럼 미동 하나 없는 호수 소나무도 갈대도 그 속에 살고 있다. 내 마음도 그 속에 있으려나 날아가는 철새도 바람에 흩날리던 낙엽까지 투명에 하게 그려내는 명경지수에 무엇을 숨길 수 있을까 물그림자 어리는 호수에 우리 마음 비추어 보자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으려니

 

만석공원 3/무정 정정민 맘먹고 관심을 가져 보았다. 호반길을 걸어 보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어떤 나무가 있는지 연이 있다는데 얼마나 어떤 연이 있는지 공원 주변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먹거리는 또 어떤 것이 있는지도 살피며 걸었다. 무엇보다도 붉은 백일홍 나무가 많아 좋았다 또 무궁화도 많았다. 지금껏 보아온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무궁화 진딧물이 많아 꽃이 아쉬웠던적이 많은데 진딧물도 없고 꽃도 갖피어난 것이 많아 황홀하기까지 했다. 느티나무와 벚나무도 많았고 자귀나무도 있었다. 갈대도 많았는데 막 피어나고 있었다. 호숫가에 작은 호수가 있어 그것도 별스러웠고 도섭지도 있었다 아이들이 그 속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만석공원 오늘로 다시 오게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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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공원 2
  

분수噴水 2 詩 寫眞/茂正 鄭政敏 흰 공작새가 춤추는가 호수 한가운데 펼쳐진 물꽃의 나래 짓 부서지고 흩어져도 또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좌절은 없다 하늘이 있는 한 솟구쳐 오른다 구만리 흰 구름 나 같은 물방울 아닌가 천 년이고 만년이고 오르고 오른다면 하늘과 땅 사이 분수대噴水臺가 생기리라 분수대噴水臺: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새로운 영역

 

만석공원 2/무정 정정민 만석공원에 분수가 있었다. 공원에 도착하였을 때는 분수가 솟구쳐 오르지 않았으나 절반을 돌아 영화정에 이르자 분수가 솟구치고 있었다. 분수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며 솟구쳤다가 사그라지고 또 솟구치며 호수 한가운데에서 쇼를 하고 있었다. 그 변하는 모양을 동영상에 담아볼까 하다 몇 장만 찍어보았다. 언제 보아도 신기하고 볼만하기도 한 분수 오르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구만리 하늘로 솟구치지만 아주 조금 오르다 만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않고 절망 같은 것은 기색도 없다 어쩌면 자신만의 영역을 꿈꾸며 오르고 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희망은 바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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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공원 1
  

만석거萬石渠 시. 사진/茂正 鄭政敏 어디에 사시는지 만석공원 남쪽 영화정 앞이던가 그 맞은편 주차장 건너던가 호숫가에서 만났던 사람 소나무를 좋아한다던 말 그 향기가 좋아 공원을 거닌다며 연꽃 필 때마다 만나자 했었는데 벌써 그 꽃 지길 몇 번인가 그녀가 앉았던 그 벤치는 중년의 부부가 앉아있다 혹여나 하였지만 8월의 열기만 맴돈다 이제는 잊어야 할 사람 세월의 저편으로 보내야 하지만 연꽃 피는 만석거에 와있다 그 여름날의 바람이 좋아. 만석거萬石渠:수원 만석공원 내의 호수

  

만석공원/옮긴 글 넓이는 35만 5800㎡이다. 1998년에 조성된 공원으로 만석거(萬石渠)라는 저수지를 중심으로 하는 공원이다. 만석거는 1795년 수원 화성을 쌓으면서 인근에 입주한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만든 저수지이다. 이 저수지가 축조되어 쌀을 1만 석이나 더 생산하였다고 해서 만석거라고 불렀다. 하지만 현재는 일왕저수지 또는 교귀정방죽이라고 부른다. 교귀정이라는 이름은 저수지 남쪽에 교귀정(交龜亭)이라는 정자가 있어서 부르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1996년 10월에 건립한 영화정(迎華亭)이 들어서 있다. 정자 이외에도 분수대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휴게시설로 덩굴시렁(일명 파고라) 33개· 등의자 54개·평의자 146개가 있다. 운동시설로는 다목적 운동장과 테니스장·게이트볼장· 축구장이 있으며, 매점과 주차장·화장실 2동의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또한 공원 내에 수원미술관이 들어서 있어서 휴식을 하며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경수선 전철 화서역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위치하며, 인근에 수원월드컵경기장과 수원성곽·한국민속촌 등이 있다.

  

만석공원 1/무정 정정민 이 공원에 몇 번인지 갔었다. 의왕에 근무할 당시 이 공원 근처에서 출근하는 직원이 많아서. 공원 근처에 식사할만한 곳이 많기도 했고 일하느라 피곤한 동료를 얼른 태워다 드리고 돌아가면 그것도 보람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의왕에서 만석공원은 6킬로 정도의 먼 거리는 아닌데다 돌아가는 길을 왕송호수로 하면 그 운치도 좋아 더러는 돌아가는 불편을 일부러 만들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석공원에 가보니 같이 근무했던 직장동료들이 생각났다 저마다 다른 직장에서 자신만의 삶을 여전히 열심히 꾸리고 살겠지만 같이 대화하고 음식 먹고 놀러 다녔던 일이 새삼스럽게 그리움이 되었다. 어찌 보고 싶지 않으랴 같이 식사라도 하고 싶었다. 세월이 흐른 뒤의 그들의 얼굴은 어떻게 변했는지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사소한 일도 다 궁금하다 매일 만났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 그 시절 같이 갔던 뽈찜 식당 간판도 그대로인데 연락해오는 사람은 없다 한두 사람의 전화번호는 알고 있지만 전화하기도 멋쩍어 속으로만 그리운 마음을 가졌다.


달빛누리 카페에서
  

빈 의자 2 詩 寫眞/茂正 鄭政敏 당신을 위해 오늘도 의자를 준비 했습니다. 지나는 바람도 앉지 못하게 하고 작은 먼지라도 쉬는 것을 허용치 않습니다. 내 사랑 나에게 가장 소중한 당신이 앉아야 하니까 밤이어도 좋고 아침이어도 좋습니다. 눈 내리는 날도 좋고 비가 와도 좋습니다. 언제나 당신만을 위해 빈 의자로 둡니다. 꽃피는 봄에 오시려는지요? 향기 가득 안고 오실 것을 생각하면 벌써 이 겨울이 저만치 간 것 같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 오시어도 됩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향기니까 꿈속에라도 오세요.

빈 의자 詩 사진/무정 정정민 파도가 철석 이는 천리포 작은 섬이 보이는 언덕에 의자 둘 나란히 있다. 바람이 불어와 멈칫하고 갈매기 날아와 쉬기도 하는 언제나 그 자리 내 영혼의 동반자 그를 기다리며 나는 의자로 늙어간다. 푸른 바다가 여전하고 산도 여전한데

등꽃 아래로 詩 사진/무정 정정민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그리는 정 아무도 몰라라 이내 마음 어찌할꼬 봄바람 불어오면 속내를 향기로 보내노니 알아보세요 나인 것을 알아봐 주세요 해마다 꽃으로 피는 마음 모른 척 마옵시고 내 그늘로 오세요 빈 의자로 기다리는 내 그늘로

  

매봉산(구로 궁동) 詩 寫眞/茂正 鄭政敏 매가 사는 산인가 매를 닮은 산인가 아스라한 전설 속 매는 보이지 않지만 까치는 날아와 노래한다. 산중 독서 함 누구라도 보란다 솔 향기 가득한 숲길 빈 의자에 앉아 하늘 한 번 보고 글 한 줄 읽는다면 이게 바로 신선이 아닐까 정선옹주가 살았다는 궁동 저수지를 볼거나 서부 터미날 자동차를 볼거나 남부 순환도로 차량행렬을 볼까 곰솔 숲을 걷노라면 살아 있음이 이 얼마나 큰 환흰가 어느새 다가서는 야생화 향기 속삭이듯 다정한 청미래 노래 운동하는 산객의 넘치는 힘 매봉산 자랑이다.

  

쉬어 가는 빈 의자 詩 寫眞/茂正 鄭政敏 내 집 앞에는 작은 호수가 있네! 고기가 살고 새가 날아오네! 나도 그 호숫가를 걸어서 가네. 호수 끝에는 산이 있고 작은 오솔길이 있어 다람쥐 한 마리 가끔 지나가네 호수 길을 지나 그 길도 걸어서 가네! 젊은 잣나무와 늙은 소나무 언제나 푸르게 자라고 내가 지나갈 적마다 향기 보내는 길도 지나면 참나무 숲이 보인다. 천연 약수터가 보인다. 작은 표주박 하나 빈 의자 하나 언제나 나를 기다린다. 삶의 쉼표 같은 곳 이제 목을 축였으니 돌아가리라 작은 호수가 있는 내가 사는 집 시를 쓰던 헌 책상이 있는 곳

  

거울 속의 나무 詩 寫眞/茂正 鄭政敏 빈 사무실 의자에 홀로 호흡하면서 눈을 감았다 뜨면 온 천지가 책뿐이다. 오래된 습관 하나 의자를 빙그르르 좌로 돌리면 반짝이는 거울 하나 그 속에 나무가 산다. 지금은 가을이 지나간 몇 개의 잎만 매달고 섰다. 햇볕이 따뜻하게 보인다. 작은 동산이 거울 속에 있다. 어제는 외로운 남자가 나무 의자에 앉아서 하늘 보고 담배연기를 날리더니 오늘은 빈 의자 뿐이다. 봄에도 있던 나무가 그 자리에서 겨울을 지낼 모양이다. 사람이 떠나도 찬 바람이 지나가도 의자와 같이 있다. 언제나 그 자리 내 의자를 빙그르르 돌리면 빛나는 거울 속에 나무는 살고 있다.

  

달빛누리 카페에서/무정 정정민 월미도 정상에 있는 달빛 누리 카페는 5층 전망대 4층에 있었다.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엘리베이터도 있어 타고 올라가 5층에서 서해나 인천항을 보고 한 층 내려와 차 한 잔을 하면 무언가 색다른 느낌이 들것은 뻔하다 카페는 크지 않다. 그래서 더욱 정겹고 산 정상에 있기 때문에 먼바다가 잘 보이는 곳이다. 눈 내리는 날에 이 카페에 앉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비 오는 날은 또 어떨까 날씨와 계절에 따라 여러 가지 느낌이 들 것이다 물론 누구와 같이하는가에 따라 기분이 달라질 것은 당연하다 비 오는 날 한 번 가볼까 낙엽이 곱게 물든 날에 가볼까 바람 부는 날에 가볼까 달빛 아름다운 밤에 가볼까 산새 소리가 들릴까 파도 소리가 들릴까 잠시라도 앉아보면 그저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몇 마디 이야길 하지 않아도 그냥 좋지 않을까 차 맛이 특별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기분이 들 것이다. 아무래도 달 뜨는 밤에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제격일 것이다 . 그래 달 뜨는 밤에 가자! -제목이나 내용 중 "빈 의자"가 들어간 시를 몇 편 모아 보았다-


월미도 4 월미산을 오르며
  

하늘 계단/무정 정정민 오라는 이 없고 가야할 분명한 이유가 없어도 하늘이 가장 높은 때를 택하여 계단을 오른다. 한 계단 그리고 열 계단 벌써 무릎이 팍팍하다. 수백 계단은 될 것인데 시작부터 힘드니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잠시 쉬고 둘러보니 발아래 것들이 하찮다. 쳐다보던 것이 눈 아래 있으니 우쭐한 마음 절로 생겨 없던 힘이 솟는다. 이렇게 오르는 이유를 찾고 백 계단 백오십 계단 숨까지 턱에 찬다. 눈 아래 것들이 더 작아 졌는데 마음은 밝지 않다. 기왕 시작한 것 오르고 올라 보니 끝이 보인다. 이백구십 나머지 하나 이백구십일 하늘은 여전히 그 높이 나는 작고 초라한 한 사람 겨우 삼백도 안 되는 계단을 오르며 회의와 포기 절망과 탄식 그래도 다시 오르려 한다. 오라는 이 없어도 올라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없어도 계단만 있다면 하늘로 향하는

월미도 4/네이버 백과 인천이 사랑하는 곳 조선시대 한양 방어의 중요 군사 요충지였던 월미도는 1906년 육지와 연결되면서 섬 아닌 섬이 되어 개화기 멋쟁이들이 찾는 경기지역 최고의 명소가 되었다. 일제 강점기 인천으로 들어오는 관문이 되었던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거점이 된 이후 군사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1989년 문화의 거리로 조성되면서 다시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였다. 주말에는 다채로운 공연행사 등 볼거리가 많고 노천화랑 등 문화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월미도를 시작으로 영종도와 작약도로 이어지는 주변의 섬들을 둘러보는 관광유람선은 선상 공연과 식사를 함께하는 인천 앞바다의 대표적 관광코스다. 월미산은 해발 108m의 낮은 산이지만 반세기 동안 군 작전 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자연의 숲과 구리, 부엉이 등 야생동물의 천국이 된 소중한 지역이다. 2001년 산책로를 만들어 ‘월미공원’으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푸른 숲과 바다의 경관이 어우러지는 30여 분의 산행 길에 다다르는 곳은 월미산 전망대로 25m 높이의 철골구조와 유리로 단장된 이곳은 인천항과 바다를 한눈에 담는 멋진 경관뿐 아니라 형형색색의 특수 조명으로 늦은 밤까지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월미공원의 한국전통공원 재현장은 창덕궁 부용지와 애련지 등 궁궐정원, 소쇄원 등의 별서정원과 민가 정원이 원형의 모습으로 재현되어 우리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비교, 관찰할 수 있는 장소이다.

월미도 4/무정 정정민 월미산 정상에 두 번째 가게 되었다 지난 가을 국화 축제를 할 때 정상과 정문을 오가는 물범 카를 타고 올라갔고 내려올 때는 걸어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올라갈 때는 계단을 통하여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물범 카를 이용하여 내려왔다. 그리고 전통정원을 다 둘러보았다 궁궐정원에서 시작하여 양반 정원 그리고 서민정원으로 하여 돌아 나오니 좀 피곤하기도 했다 지난 초가을에 다 보지 못한 구석구석을 다 구경하고 나니 이제 월미산과 전통정원은 어느 정도 구경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4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는 어느 한 계절만 보고 전체를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분명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계절의 정원도 더 보고 문화의 거리에 가서 다양한 거리행사나 상점 바다 식당을 보기도 하고 유람선도 타볼 생각이다. 참 즐거운 여행이었다 피곤했지만 그만큼 건강해진 느낌이다 위 큰 사진은 이번에 찍은 것이고 아래 작은 사진은 지난가을에 찍은 것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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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3 전통정원 2
  

소나기 詩 寫眞/茂正 鄭政敏 창가에 비가 내리면 마음이 먼저 그 집으로 간다. 옥수수 잎 비에 젖고 작은 사립도 비에 젖고 사립문 옆 작은 우물도 젖는 산 모퉁이 오두막 집 고구마순 싱그러운 한 오리길 가면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작은 샛길에 있는 집 내 또래 작은 여자 아이가 쌀을 씻고 청소하던 집 노란 병아리가 있는 가끔 강아지가 짖던 그 집은 언제나 그 아이가 있었다. 엄마 따라 밭에 나가면 밭 귀퉁이에 붙어 있는 그 집을 자꾸 기웃거렸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그 집도 비에 젖을까? 여전히 옥수수 잎 옹달샘 같은 우물도 사립문도 젖을까? 반세기가 지났는데 비가 내리면 소나기 마구 내리면 그 집이 생각난다.

  

월미도 3 전통정원 2 월미도에 가면 바다가 보여 좋다 월미산 정상에서 바다를 보는 것도 즐겁고 문화의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즐겁다 하지만 그것만이 월미도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월미산 아래 있는 전통정원이다 궁궐의 정원 양반의 정원 서민의 정원도 있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다 구경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가슴으로 가깝게 느끼게 되는 것은 서민의 정원이다. 그런 곳에서 자란 이유가 가장 큰 것이리라 7월은 옥수수가 익어가고 도라지 꽃이 피는 때다 피마자 감자가 있는 때다 해바라기 꽃이 피고 나리 꽃도 핀다 이런 풍경을 보면 고향이 그립다 아련한 추억하나는 고향집 밭 귀퉁이에 작은 오두막이 있었는데 어린 나는 엄마따라 밭에 가면 자꾸 그 오무막집이 궁금했다 작은 병아리가 삐약거리며 종종거리는 모습도 그렇고 작은 옹달샘도 궁금했다 또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가 밥도 짓고 청소도 하는 것이 얼마나 궁금했는지 모른다 참 예쁘게도 생겼는데 지금은 어디 사는지 잘 모른다 소나기가 내리던 어느 여름 날 잠시 그집에 가서 비를 피한 적이 있다 그것이 그집에 들어가 본 최초였다. 어색하여 먼 뜰만 보다가 비가 그쳐 집으로 왔지만 밭에 가기만 하면 어디선가 그 여자 아이가 나를 볼 것 같은 생각을 가졌다 아마도 관심이었을 것이다. 어린날의 추억은 돌아보면 미소가 생긴다 이곳 월미도 전통정원에서 옥수수를 보니까 그때 일이 어제 일처럼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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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2 전통정원 1 담벼락
 

담벼락 詩 사진/ 무정 鄭政敏 나의 정원에 담벼락을 세우고 싶다. 가로막힌 단절이 아니라 고개를 세우고 이웃과 만나는 소통의 통로가 되는 조금은 사생활이 보장되지만 담과 담 사이 작은 통로를 만들어 가고 싶으면 언제라도 가고 오고 싶으면 올 수 있는 쪽문 같은 담벼락을 만들고 싶다. 담벼락에 아래는 구절초를 심고 위로는 덩굴장미를 올리고 싶다. 담쟁이도 올리고 싶다 새들이 찾아와 향기에 취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언제라도 부를 수 있게 장도감 나무 한 그루도 싶을 것이다. 나무가 자라면 그 가지에 그네도 하나 만들어 놓겠다 나를 찾아오는 이에게 감도 따주고 그네도 태우고 싶어 음악/백합꽃 피는 언덕

담벼락/정정민 담벼락은 이웃과 나를 단절시키는 곳이긴 해도 낮은 담은 그저 경계일 뿐 소통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 또 담 사이 작은 통로나 쪽문을 만들어 놓으면 오가고 싶을 때 언제라도 왕래할 수 있어 툭 터진 담 없는 이웃보다 얼마나 정겹고 반가운 통로인가 담에 덩굴장미나 담쟁이를 올리면 그 또한 보기 좋아 담은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나의 전부를 다 보여 주는 것보다 조금씩은 허물을 감추기도 하여야 차라리 다소 신비한 것도 있고 서로 눈감아 주어야 하는 것도 있으니 사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담 밑에 감나무라도 심는다면 감이 익을 무렵 서로 나누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감나무 가지에 그네라도 만들어 놓으면 그네에 앉아 단풍도 보고 담벼락에 앉아 노래하는 새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담은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 서로에게 편안하게 이웃으로 살게 하는 대화의 통로가 되는지도 모른다 담 너머로 들리는 소리 참 정겨운 이웃이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세상이다. 단절의 담이 아닌 만남의 장소가 되는 푸른 담을 만들고 싶다. 담에 대한 시를 쓰며 쓴 글이다. 사실 담에 대하여 관심을 두고 있다 담이 보이면 자꾸 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번에도 담을 보며 담에도 품격과 예술 기능이 다양한 것을 알았다. 담을 무엇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담이 다양하게 보였다. 꽃담 황토다 벽돌담 그리고 담에 시 한 수라도 붙이면 또 그림을 그리면 예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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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1 달빛누리 카페에서
  

팥빙수 詩 寫眞/茂正 鄭政敏 혹서도 물렀거라 갈증도 가거라 어떠한 열기도 땀방울도 모두 비켜라. 보드라운 얼음 채 새콤한 과일 향 달콤한 우유 고소한 팥 세상이 다 밝다 상쾌한 기분 하늘로 오른다 혀끝이 감미로워 노래가 절로 나온다.

  

달빛누리 카페/무정 정정민 월미도 정상에 있는 달빛 누리 카페 전망대 4층에 있었다. 5층에서 인천항을 카메라에 담고 걸어서 4층으로 내려왔다 급경사진 계단이 무섭기도 했지만 천천히 걸어 카페로 들어갔다. 작은 카페에는 알뜰하게 창 밖을 볼 수 있는 의자들이 단정하게 놓여있어 저절로 커피라도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곳이었다. 그날따라 몹시 더워 팥빙수를 시켜 먹었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서의 팥빙수 시원하고 맛도 좋았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에 흘린 땀 때문에 잠시의 휴식은 너무 달콤했다. 무릎이 시큰거리는 중에도 몇 개인지 모를 계단을 올라 결국 월미산 정상에 올랐고 정상에 있는 5층의 전망대에서 서해를 보고 4층의 카페에서 맛보는 팥빙수는 어느 때보다도 시원하고 달콤했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 힘들게 올라가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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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푸른수목원 10 야경
  

호수의 밤 시. 사진/茂正 鄭政敏 작은 호수 카페의 불빛이 짙어지면 수면이 더욱 고요하다. 그리움이 깊어질수록 안으로 그리운 사랑은 호수가 된다. 언제나 그 자리 천형처럼 떠나지 못함은 여기서 만나고 사랑이 시작되어 가슴 깊이 감추어 둔 그 정이 너무 많아서. 밤이면 더 침묵하는 너무 깊어 잔잔한 내 마음은 밤 호수.

  

서울 푸른수목원의 야경/무정 정정민 금요일 저녁을 먹고 난 뒤 문득 서울 푸른 수목원의 밤은 어떨지 몹시 궁금했다. 집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멀지 않은 거리 차를 이용한다면 그 접근이 더욱 쉬워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문을 닫는 시각은 밤 10 내가 도착한 시각은 저녁 8시 산책하기 충분한 시각이었다. 주차장에는 벌써 많은 차가 들어와 있었다. 향기원에서 걸어 산밑까지 가기로 했다 철길과 나란한 길이다 곳곳에 많은 사람이 나와 걷고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절반을 돌아 다시 호수로 내려와 호반길을 걸었다. 그곳에 목수국이 피어나 있었다. 호반 벤치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호수의 야경을 촬영하고 사무실로 가니 사무실 앞 잔디에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카메라로 담아 보니 잘 나오지 않은 사진이 태반 몇 장만 겨우 볼 수 있어 올려 보았다. 정말 많은 사람이 산책하여 놀랬다 안전하게 밤 운동을 하기 좋은 곳 나무가 많고 호수가 있고 푸른 불빛이 빛나는 곳 공기까지 좋으니 인근 주민이면 누구라도 걷고 싶은 곳이리라 나도 가끔은 이곳을 걸으리라 생각한 날이었다.


올갱이 해장국 6
 

올갱이 해장국 3 詩 寫眞/茂正 鄭政敏 더위에 지친 몸 식욕도 사라지고 잠마저 설치니 원기 충전이 필요하다 지난봄 비 오는 날에 갔던 한강이 잘 보이던 언덕 홀로 있는 다슬기 집이 눈앞에 아른아른 한 다름에 달려가니 새로 길이 나고 오래된 영화 포스터가 보인다 옛것을 좋아하는 주인의 취향이 벽에 붙어 나를 반긴다. 특으로 시키며 한강을 본다 여전히 물새 날고 강물은 유유자적 내 삶은 어디 만큼 흘렀을까 한 그릇 다슬기를 놓고 인생을 생각했다.

올갱이 해장국 6/무정 정정민 아내는 올갱이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와 가끔은 올갱이국을 맛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맛이 좋아진 모양이다 위에 부담이 적고 편안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포에 가는 일이 종종 생긴다 좋은 소고기를 살려면 김포에 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아들에게 소고기를 먹이고 싶어 김포로 가던 중 올갱이국이 먹고 싶다고 했다. 나도 싫어하는 것이 아니므로 점심 전인 오전 11시 임에도 올갱이집으로 향했다 공사 때문에 길이 좋지 않았는데 길이 새로 정비되어 새길이 되었다. 들어가 늘 앉던 창가에 앉아 보니 한강은 여전히 그대로 흐르고 물새도 그대로 노닐고 있었다. 변한 것은 주인이 옛것을 좋아해 벽에 오래된 영화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장미희가 나오는 겨울 여자 빨간 마후라도 있었던 것 같고 구석에는 오래된 농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고 반찬도 약간 달라졌다 간장에 절인 청양고추 대신 오이를 식초에 절인 것이 나왔고 열무김치 대신 백김치가 나왔다. 다소 아쉬움은 있었다 그 반찬이 다슬기 국을 먹는데 더없이 좋았던 나이기 때문에 새로운 반찬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약간은 어색했으나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역시 속이 편안했다. 위가 좋지 않은 나인지라 한 끼의 식사를 편안하게 하면 다음 식사까지 마음도 편안했다. 좋은 음식,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음식은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올갱이는 다슬기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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