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정민
무정 정 정민
2013. 9. 2. 07:46
2013. 9. 2. 07:46
포천 허브 아일랜드 201308-1 허브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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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탕
詩 사진 무정 정정민
맑게 끓여낸 저 국물
동동 떠있는 푸른 파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
구수한 맛이 식욕을 재촉한다.
어릴 적 감히 저 갈비탕을 먹었던가
요동치는 창자를 부여잡고
식은 보리밥에 김치 한 가닥이면
눈이 밝아지고 다리에 힘이 생겼었다.
그저 음식점을 지나며
냄새만으로 배를 채웠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 인생의 황혼기를 지나며
갈비탕 한 그릇은 대수가 아니다
부담되는 값도 아니려니와
수많은 갈빗집은 어디나 있다.
오늘은 갈비탕 한 그릇
아내 앞에 놓고
그것도 많아 서로 나누어 먹는다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여생의 시간을 계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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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정 정민
2013. 9. 1. 08:08
2013. 9. 1. 08:08
무정 정 정민
2013. 8. 31. 19:00
2013. 8. 31. 19:00
무정 정 정민
2013. 8. 30. 22:24
2013. 8. 30. 22:24
오이도 2
오이도
詩 寫眞/茂正 鄭政敏
조개구이 냄새가
갯내음보다 먼저 반기는
오이도엔 등대가 있다.
길을 잃어 방황할 뱃길을 안내하는
등대가 아니라
그곳을 찾는 사람에게
서해 바다를 보여주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등대
등대가 보이는 길을 따라
방조제를 걷노라면
거대한 바다를 가로지르는
시화 방조제가 보인다.
한쪽은 바다요
한쪽은 호수가 된 명소
여전히 낙조가 아름다우나
바다는 자꾸 몸살이다.
갯벌이 죽고 조개가 죽고
새가 죽고
파도마저 죽어
사람이 걱정이다.
오이도 유래
오이도는 시흥시의 최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옛 이름은 오질애(吾叱哀)였고, 그후 오질이도(吾叱耳島)였다가
조선조 말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말이 섬이지 육지와 연결되어 버스 등
각종 차량들이 섬의 구석구석까지 왕래하고 있다.
오이도와 육지와의 연육(連陸)은 1922년 오이도 일대에
일인들이 군자염전을 만들기 위해 제방을 쌓은 후부터이다.
그러나 이들 염전에도 1988년부터 시화지구사업의 일환으로
시흥공단이 조성되었고, 서쪽으로는 대부도와 연계하는
제방이 조성되어 지금은 관광의 명소로 더 알려져 있다.
오이도는 한자로 풀이하면 까마귀의 귀처럼 생겼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실제는 전술한 오질이도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오이도에서 제일 높은 당봉(안말 뒷산)에서
오이도 일대를 살펴보아도 까마귀와는 거리가 멀다.
전설이 많이 전해질 것 같지만 실제 전해지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그 중에 좀 알려진 얘기는 옛날 제밀(제물포)에서 어느 임금이
배를 타고 중국으로 향하다가 오이도 서쪽에 있는 팔미도(八尾島) 앞 바다에서
조난하자 이 섬에 표류했다고 한다.
마침 무더운 여름이라 임금님이 목이 말라 물을 찾았더니 이 섬에 사는 어느 어부가
물을 떠왔는데, 그 그릇이 옥(玉)으로 만든 그릇이다.
임금님이 놀라 귀가 번뜩 띄었다고 한다.
그 후부터 이 섬은 '옥귀도(玉島貴)'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하며,
또는 옥귀섬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흥시 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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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음식점이 즐비한 곳입니다.
낙조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바다를 체험하기 너무 좋은 곳이지요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
12킬로의 시화방조제을 차로 달리면
대부도가 나옵니다.
그 일 하나만으로도 신나는 곳입니다.
아주 천천히 구경하고 싶은 너무 멋진 곳입니다.
오늘 동창회를 그곳에서 했는데
모두가 "회장님 최고!"라고 했습니다.
좋은 곳으로 안내했다는 말이었습니다. ㅎㅎ
같이 갈까요?
이런 칭찬을 들었던 동창회 모임이 있었던
그 오이도를 이번에도 다녀왔습니다.
낙조도 찍고 초승달도 찍었는데
오이도 등대와 등대 앞 노점
둑길에 있는 화가의 모습이나
점치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도
좋은 구경거리였지요
등대 위에서 둑길과 차도 인도를 찍어보니
좀 색달라 보였습니다.
전어 한 접시 사서 먹으며 낙조를 보노라니
철새도 날아갔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천국 같았습니다. ㅎㅎ
Mary Hamilton / 박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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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정 정민
2013. 8. 30. 18:56
2013. 8. 30. 18:56
무정 정 정민
2013. 8. 29. 07:06
2013. 8. 29. 07:06
인천대공원 수목원 2
가을 여자 10
詩 寫眞/ 茂正 鄭政敏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한여름의 더위에 방황하던
짓눌리고 억압받던 마음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도록
가을에는 편지를 쓰게 하소서
기러기 날아가는 하늘에
달빛이 아름답고
풀벌레 우는 창가에 다가오던
당신이 보고 싶다는
가을에는 만나게 하소서
오색 단풍 아름다운 산모퉁이
옥수수 잎 바람에 울던 카페
한 잔의 허브향처럼 감미롭던
당신을 만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떠나는 것들을 아쉬워 하지 말고
결실로 행복한 과실처럼
향긋한 우리 사랑
아낌없이 나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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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정 정민
2013. 8. 28. 07:41
2013. 8. 28. 07:41
인천대공원 수목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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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 꽃/무정 정정민
최근에 알게 된 작은 호수에 자주 가고 있다. 걸어서 빙 둘러본다면 한 시간 가까이 걸릴
것 같고 차로 돈다면 10분쯤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곳이 마음에 드는 것은 물새가 많
이 살고 있고 호수 주변에 야생 꽃들과 풀들이 잘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한층 더 마음에 드
는 것은 주변을 잘 정비하여 꽃과 나무를 심어 놓고 앉아서 쉴만한 의자도 놓아두었기 때문
에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의자에 앉아서 호수를 거쳐서 불어오는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
가는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다. 풀을 눞이고 새들의 깃털을 흔드는 미풍이라 할지라도
이런 곳에서 느끼는 기분은 참 좋은 것이다. 수양 버드나무와 물속에 자라고 있는 붓꽃잎이
보기 좋다.
낚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고 물가를 걸어보는 것도 즐거워 그 호수를 알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지만 여러 번을 가게 되었다. 문득 얽히고 설킨 문제가 머리를 아프게 할
때도 그곳에 가 있는 나를 보기도 했다. 아직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꽃
들도 피어나서 그 꽃을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자색코스모스도 여러 송이 피어있는 것을 봤
다. 그런 중에 약간 그늘진 나무 아래 심어진 맥문동을 보게 되었다. 이 맥문동은 어려서부
터 대나무밭에서 봐 왔다. 다만, 이 이름을 알지 못하여 어쩌면 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최근까지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꽃을 조금 먼 곳에서 본다면 너무 아름답게 보여서 저 꽃
이 무엇일까 하고 관심을 가졌다. 보라색 꽃이 피어나면 화려하지 않은 그 꽃은 나를 자꾸
자신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었더니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모르고
그 친구가 아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늘 궁금하던 것을 해결하여 늘 그 꽃을 보면 그 친
구 생각이 절로 난다.
구름산 한 음식점에서 여름이 가는 시점에서 본 기억이 난다. 고추잠자리가 그 위에 맴돌고
그 꽃은 아름답게 피어나 나를 너무 기분 좋게 했다. 환한 대낮보다는 해가 지는 저녁 무렵
에 더욱 아름다운 꽃. 대방동 철길 옆에서도 봤고 광명시 아파트 단지에서도 봤다. 꽃이 진
자리에 파란 열매가 맺히고 그 열매는 결국 까맣게 변하는데 그때 그 열매를 따서 말랑거리
는 곁 껍질을 벗기고 나면 그 속에 있는 열매가 너무 단단하여 목걸이를 만드는 것이 이것
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른 감이 있는 그 꽃망울을 이 호수에서 보게 되었
다. 아직 뿌리를 잘 내리지 않았는데 다른 맥문동은 꽃을 피울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그놈
만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세하게 보면 맥문동 꽃 색도 자색과 보라색 등이 있는 것으
로 보였다. 나는 보라색을 좋아한다. 꽃 안개 같은 느낌을 받는 그 꽃이 피어나면 꽃이름을
말해주던 고운 친구 얼굴이 생각난다. 아름답고 친절하여 같이 있고 싶었던 친구다.
꽃망울이 하얀색이었다. 피어나면 하얀 꽃이 아닐 것이란 생각을 했다. 완전히 하얀색이 아
니라 보라색을 띠고 있는 하얀색이었으니 피어나면 아주 고운 보라색 꽃이 작게 피어나라.
그 꽃망울을 보고 온 지가 며칠이 지났으니 지금쯤은 피어나 흔들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이 글을 쓰는 이 시간에 당장 가보고 싶어진다. 차로 간다면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
리니 간다면 갈 수도 있는 거리다. 그 고운 꽃에서 늘 친구를 생각한다. 시골집의 대밭을 생
각한다. 맥문동꽃은 가까이 있어서 늘 보고 있지만 그 이름을 몰라 궁금했는데 그 이름을 말
해준 친구가 이 꽃을 볼 때마다 생각난다.
어떤 꽃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이 꽃은 꽃이름을 가르쳐준 친구가 생각난
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 꽃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하
면 귀를 기울여 줄 사람이다. 코스모스 피어 있고 새들이 드나드는 작은 호수. 작지만 곱게
피어있을 맥문동꽃이 이 밤에 생각난다. 내일은 그 호수에 가서 그 꽃을 보고 와야겠다. 작
은 꽃이 이처럼 안부가 궁금한 날도 있다. 아마도 그리움인가보다. 꽃 속에 숨어 있는 친구
가 그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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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정 정민
2013. 8. 27. 07:57
2013. 8. 27. 07:57
감로다원/석모도 보문사
향기 나는 여인
시. 사진/茂正 鄭政敏
한가한 적막강산
산새나 찾아 들 법한 작은 집
찻길이 나고 사람이 드나든다.
맑은 이슬이나 먹고살 듯한
약수로 밥을 짓고
산 공기를 마시며
사바 세상을 떠나
사는 사람 같은 이
흰 피부가 고운 사람인데
미소를 작게 짓고
조용한 모습으로
구름 위를 떠나가는 사람처럼
나를 보기만 한다.
무언으로 말하는 눈빛이 고와
차 한 잔을 청하니
그녀의 옷자락에서 차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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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정 정민
2013. 8. 26. 20:32
2013. 8. 26. 20:32
석모도 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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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무정 정정민
천방지축
날뛰던 세 살의 아이
장애물도 낭떠러지도 없어
지붕 위에 날아 내리고
마루에서도 엎어지고
문턱도 평지 같았다.
무릎이 부서져
신열이 들끓어도
지팡이 하나 딛고
천하를 주유하다.
스무 여덟에 가슴이 아렸다.
이 병원 저 병원 기웃거리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꽃보다 아름다운
천사를 만났건만
하나의 옹이가
더 필요했던 게지
세상을
한 눈으로만 봐야 했으니
귀여운 둘째 딸이
태어난 다음해였다.
세 개의 옹이는 지워지지 않고
지천명의 나이엔
더 단단하고 더 커지고 말았다.
그래도 내 나무는
옹이가 아닌 곳이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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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정 정민
2013. 8. 25. 21:49
2013. 8. 25. 21:49
석모도 2
겨울 애상
시 寫眞/茂正 鄭政敏
꽁꽁 얼어버린 호수
찾아온 철새도 슬프다
잎 진 버드나무 사이로
하얀 눈이 내린다.
한여름 꽃향기 같았던
눈빛 고운 여자
이곳에 만나 새처럼 노래했다
호수 물결처럼 속삭였다.
물안개 자욱하던 유월 새벽
안개처럼 사라지고 말아
갈대꽃 피면 오려나 했다
붉은 노을이 지고 새하얀 달이 뜨면
소리 없는 안개처럼 오리라 했다.
속절없는 세월
그 가을 가고 또다시 갈대꽃도 졌다.
앙상한 나무 얼어버린 마음에
흰 눈이 내리는데
그녀는 여전히 침묵한다
꽃 지고 사라진 향기처럼
시간의 강은 흐르고 흘러
기다림이 고목처럼 퇴색하는 줄 알았는데
혼자 지우지 못한 멍
고목 속에서 더 선명하다.
석모도
석모도(席毛島)는 강화도 외포항에서
서쪽으로 1.5㎞ 해상에 위치한 섬으로,
영화 시월애와 취화선의 촬영장소로 매우 유명한 섬이다.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에 딸린 섬이다.
조선 시대에는 금음북도(今音北島), 석우도(席隅島),
석모로도(席毛老島)라고도 했다.
석모도 2/무정 정정민
오래전에 찍은 사진
사진을 보며 여행했던 당시의 느낌이나
상황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몹시 추웠다는 것과
선착장에서 보문사로 가는 길
마른 갈대와 바다가 보기 좋았다는 것
하늘을 날아가는 철새가 보기 좋았다는 것
해안따라 아름다운 펜션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 해냈다
어떤 곳에서는 전망이 좋아 정차하고
사진을 몇 장 찍기도 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어느 해던가 여름에 갔었다는 기억이 났다.
당시 김치를 가져가던 할머니가 안 되어 보여
차에 태웠는데 김치가 넘쳐 차 바닥에 흘러 내렸다
도저히 더 태워갈 형편이 못되어
죄송한 마음에 다시 내려 드렸다.
어떤 마을 입구에서 잠시 머물렀다
공기도 좋고 풀도 깨끗하여
언젠가는 다시 와서 하루 정도 쉬리라 했었는데
추운 겨울에 가서
밖에 나가 걷지도 못하고 일단 보문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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