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원평 허브농장
 

로즈메리 시. 사진/茂正 鄭政敏 바람이 흔드는 이파리는 그 황홀한 간지러움에 향기를 뿜고 마는 로즈메리 나비처럼 지나가던 연인이 코를 가까이한다. 더 많은 향기를 가슴에 담고 싶은 것이지 잃은 것 같은데 더욱 많아진 향기 내 생각 속에서도 향기가 난다.

로즈메리 (Rosemary) 꽃 말 : 나를 생각해요 원산지 : 지중해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상록관목. 우리이름은 미질향(迷迭香)이라고도 합니다. 로즈메리는 라벤더와 함께 여성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식물이며, 기원전1세기부터 약초로 쓰였고, 요리는 물론 큰 행사가 있을 때 생활속에서 다양하게 이용되었습니다. 잎과 잔가지는 육류 요리에 향을 내는데 쓰이고, 꽃은 설탕 절임을 하여 과자로 만들며, 잎은 차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뽑아낸 기름은 화장품이나 비누의 방향제로 쓰이고, 잎과 꽃은 향주머니와 향단지로 이용합니다. 옛날 기록에 의하면 로즈메리의 향이 뇌의 기능과 기억력을 높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초에 도입되었는데, 우리 남해안 지방은 원산지와 기후가 비슷하기 때문에 실내가 아니더라도 실외에서도 자람니다. 로마인들은 부부 싸움을 하지 말고 금슬 좋게 살라는 뜻에서 로즈메리로 화관을 만들어 신혼부부 머리에 씌어 주었다고 합니다. 특히 화장수로도 많이 이용하는데, 임신 초기 5개월동안, 고혈압인 경우 사용피하고, 간질환자에게는 절대 사용을 금해야 한데요.

허브랜드 시. 사진/茂正 鄭政敏 내 추억의 정원 후미진 곳 발길도 잘 닿지 않은 곳에서 문득 낙엽 지는 소리가 나면 스스로 막지 못할 그리움은 바람으로 달려간다. 한 잔의 허브차 그 인연이 생각나 잔주름 깊어지는 나이에도 허브랜드에 간다. 민트향 온몸을 전율케 했던 가을 붉은 단풍 보일 때마다 아련한 추억의 전등이 켜진다. 또 그날처럼 살고 싶어.

허브농장/무정 정정민 화성은 가끔 가게 되는 곳이다. 그곳에도 허브농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자꾸 가보고 싶어졌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로 가보니 오래된 허브농원은 아니었다. 포천 허브랜드나 청원의 상수 허브랜드와는 규모가 비교도 되지 않았지만 근처를 지나다 가볍게 차 한잔 하고 가는 것은 그래도 괜찮은 곳이었다. 삭막한 계절에 푸른 잎을 만나거나 꽃향기를 맡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런 곳에서 절친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차도 한잔 한다면 마음이 더욱 포근하고 향기로워 질 거라 생각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이미 많이 와있었다. 추위도 피하고 볼거리도 있는 곳 겨울의 허브농원만 한 곳은 흔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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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유니스 정원
        라면 한 그릇의 행복 글 무정 정정민 티크색 둥그런 탁자에 컵라면 두 그릇 노란 면발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가고 있었다. 그 향긋한 냄새에 라면그릇 앞에 앉은 두 사람은 침을 꿀꺽 삼키며 젓가락을 들고 면발을 뒤집고 있었다. 사각 면발은 흐물흐물 풀어지며 수프와 잘 혼합되며 더욱 맛있는 라면으로 변하고 있었다. 한 젓가락 뚝 떠서 입안으로 가져가니 그 부드러운 면발이 혀끝에서 살살 녹았다. 입으로 씹어보니 그 또한 얼마나 맛이 좋은지. 단숨에 다 먹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을 짧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잠시 숨을 고르고 국물 한 번 맛을 보니 그 얼큰함이 또 사람을 죽인다. 육개장 라면이니 당연하다. 이번에 단무지 하나 집어 혀끝에 대어보니 새콤한 그 맛이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이제 참을 수 없다. 다시 라면 한 젓갈을 집어 하늘 높이 쳐들고 그 끝을 입안으로 가져가서 면발을 입안에 채우니 아 이것은 정말 행복이다. 우물우물 먹는 맛을 무엇과 비교할까.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상대를 바라보며 서로 웃는다. 나의 점심식사 장면이다. 맞은 편에는 천상미녀 아내다. 장소는 수영전망대 눈 아래는 수영복 차림의 아름다운 미녀들이 물장구치기도 하고 배영으로 수영하며 즐거운 한 때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의 한 그릇 컵라면 아무래도 너무 맛있다. 시골에 살던 내 나이 17세쯤이었을까 라면이란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던 어느 날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바로 손위 형이 내려왔다. 선물로 라면을 사왔는데 지금 같은 다양한 라면이 있었던 때는 아니었다. 가게마다 라면이 있었던 것도 물론 아니었다. 그러니 시골에 사는 내가 라면의 존재를 알 까닭이 없었다. 그런데 형이 라면이라며 내민 것을 보니 사각으로 굳어진 누드라면은 과자 같기만 했다. 한 가닥 바스러뜨려 맛보니 일자로 된 국수보다는 맛이 좋았다. 국수는 하얀색으로 일자로 되어 있는데 라면은 파마머리처럼 꼬불꼬불하고 여러 가닥이 손바닥 크기의 사각으로 성형되어 있었다. 이것을 국수처럼 먹는다고 하여 끓는 물에다 넣고 더 팔팔 끓여 맛을 보니 그 부드러움이 국수보다 더했다. 혀끝에 착 달라붙어 감기는 감미로운 맛이 사람을 죽일 것 같았다. 그때의 그 황홀한 맛을 40년이 지난 지금도 절대로 잊지 못하고 있다. 그 뒤로 별로 먹을 기회가 없었지만 라면은 늘 먹고 싶었다. 좀 성장하여 전주에서 학교에 다닐 때였다. 그때는 어디나 라면이 있었다. 라면이 식당 메뉴로 어느 분식점이나 있었다. 라면에 계란을 넣고 신김치까지 넣으면 그 맛은 그 어떤 음식과 비교할 수 없어서 그것을 먹는 날은 하늘까지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1500원을 주고 계란라면을 가끔 먹었다. 그중에도 잊지 못하는 한 그릇의 라면은 기숙사 생활중 몹시 아파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누구의 간호도 받지 못하고 아무도 없는 기숙사에서 끙끙 앓던 때였다. 점심시간에 한 여자 친구가 기별을 보내왔다. 라면을 먹겠느냐는 것이었다. 그곳은 금녀의 집이라서 여자의 출입이 제한된 곳이라 들어오지 못하고 후배를 시켜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처음엔 얼떨떨했었다.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그런 사이도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던 친구라서 그런 의사타진은 너무 엉뚱하여 아픈 중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오래 기다릴 처지가 되지 못한 후배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 뒤에 나가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에 노란 냄비에 라면이 한 그릇 배달되어 왔다. 그 라면 냄비에서 김이 올라오고 그 향긋한 라면 향기가 방안을 진동시키니 감동도 그와 같았다. 다 먹지 못했지만 그 라면의 감동은 지금도 남아있다. 하얀 피부에 큰 키 허스키한 목소리 맑은 눈동자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너무 보고 싶다. 만나면 이번엔 내가 라면을 끓여주고 싶은데……. 학교를 졸업하고 전남 송정리 황롱강 가에서 잠시 근무할 때가 있었다. 혼자서 살았던 그곳은 관사였는데 작은 부엌도 있었다. 겨울철이라 김장 김치가 있었는데 출출한 늦은 저녁에 라면에 김치를 넣고 끓이면 그 김치와 라면 국물이 어우러진 맛은 기가 막혔다. 요리법은 김치를 많이 넣고 충분하게 끓인 다음에 김치 넣은 물이 끓으면 그곳에 라면을 넣고 다시 끓인다. 이때의 김치는 너무 맛이 좋다 라면 몇 가닥 김치 한 조각 같이 입속에 넣고 먹으면 당장 죽어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라면은 결혼 후에 아내가 끓여주어 가끔 먹었다. 그 뒤로 20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눈을 심하게 다쳐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옆자리에 젊은 청년이 있었는데 심하게 운동을 하다가 턱뼈를 다쳤다. 그래서 의사는 씹는 것은 무엇이든 먹는 것을 금했다. 그런데 이 청년은 라면을 무척 좋아했는지 늦은 밤에 간호사의 눈을 피해 라면을 몰래 끓였다. 그리고 라면 국물을 먹곤 했다. 그때 나에게 다가선 그 라면 향기가 너무 좋았다. 그렇지만, 달랠수도 없고 그냥 먹고 싶어 죽을 것 같았다. 허나 배 소변이 좋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저 참아야 했다. 그때 그라면 정말 먹고 싶었다. 눈을 다친 사람은 운동도 하지 못하게 하고 절대 안정만 요구했다. 장이 좋지 않았던 나는 그 절대 안정 때문에 배 소변이 원활하지 않아 아무 음식이나 먹지 못하니 감히 라면을 먹지 못했다. 그런데 그 라면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지금도 그때의 그 먹고 싶었던 라면이 떠오른다. 그 청년의 얼굴이나 이름은 다 잊었지만 라면 먹고 싶었던 그 간절한 마음은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된다. 지금이야 수많은 종류의 라면이 생산되고 많은 사람의 예민한 입맛을 다 맞추고 있지만 당시에는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라면은 정말 맛이 좋았다. 전 세계 라면 최대 생산국이라 하니 우리나라 라면의 다양한 종류와 양은 대단한 것으로 안다. 그런 나라의 국민으로 다양한 라면을 언제 어느 때나 어느 장소에서든 즐길 수 있어 행복하기 그지없다. 오늘도 아내와 단둘이 앉아 점심대용으로 먹는 육개장 라면은 환상적인 점심이 되었다. 황홀한 축제 같은 점심시간이었다. 이어서 아이스크림도 먹었기 때문이다. 070915
          

        겨울 새 시 寫眞/茂正 鄭政敏 별마저 얼어버린 겨울 밤을 이름 없는 초라한 동굴에서 얼굴을 깃 속에 감추고 숨죽여 울다 잠들어도 찾아와 주는 이도 불러주는 이도 없어 허기진 그리움만 또 노래해야 한다. 잎 진 나뭇가지에서 몸부림을 치면서 울어도 나무는 잎을 내지 않고 무심한 눈빛으로 하늘만 본다. 창가에 다가서서 이른 새벽을 깨우듯 불러도 창문을 열어보는 이 아무도 없다. 겨울 가슴 깊이 스미는 고독의 계절 떠나지 못하는 시간 앞에서 사랑의 봄을 기다릴 수밖에.

  

겨울날에는/무정 정정민 스산한 찬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면 마치 누군가 날 부르는 것만 같아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막상 나가보면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기 때문에 마땅하게 갈 곳도 없고 거닐만한 곳도 없다 그렇다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도 허전하여 바닷가나 외진 산모퉁이 찻집이라도 들려보고 싶어한다 안산의 유니스 정원은 이런 나의 마음을 가볍게 충족시켜 줄 만한 음식점이다 집에서 가깝지 않았지만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꽤 먼 길을 호기심을 안고 찾았는데 개울을 건너 산모퉁이를 돌아들어 갔다. 불이 반짝이는 어느 외국의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알록달록한 집이었다. 유치원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이 좋아 할만한 장소였다 음식은 한식류가 없어 그저 둘러보고 나왔다. 아쉬움이었다. 그렇지만 정원은 가볍게 산책했다. 낙엽만 쌓인 오솔길에 다양한 새집이 새들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겨울날의 산책 그 길에서 어느 해 라면을 먹었던 일과 또 조금 쓸쓸한 마음으로 강화도 한 찻집에 들렸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때 썼던 글과 시를 같이 모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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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우리 집
  

눈 내리는 날 2 詩. 寫眞/茂正 鄭政敏 그리움이 사무치면 정말 나타나는 걸까 아스라한 하늘 구만리 창공에서 흰 눈이 내린다. 첫눈이 내렸다는데 그 눈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에 또 언제 올지 기다리고 기다린 날들 서남해안에 대설 주의보 서울은 한파주의보 무정한 눈이라 했는데 내 그리움을 아는 것처럼 함박눈이 내린다. 뜰에 있는 마른 나뭇가지에 그 옆 내 차위에 하염없이 내린다. 눈이 오면 만나자 한 사람도 없고 눈이 와도 갈 곳 없는데 눈을 기다리고 좋은 일을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생각한다. 눈은 그리움이었을까?

  

눈 내린 우리 집/무정 정정민 함박눈이 내리는 모습이 창문으로 보였다. 9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집 앞의 설경을 얼른 카메라에 담아 보니 꿈속의 아름다운 정원처럼 보였다. 집 뒤의 놀이터는 어떨까 궁금하여 밖으로 나가보니 카메라로 담기는 조금 어려웠다. 결국, 옷을 잘 입고 천왕정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며 아파트의 주목이나 편백이나 잔디나 사철나무 위의 눈도 담아 보았다 마가목 열매나 나목이 된 은행나무 모두가 설원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였다 겨울은 눈으로 하여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다. 미끄럽고 추워 불편한 점도 있지만 또 다른 하얀 세상을 보는 일을 어찌 불편만 탓하랴 하나님께서 주신 계절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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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린 천왕정
  

눈이 내리는 날 詩. 寫眞/茂正 鄭政敏 내 사랑하는 이가 그리우면 마음속에 꽃이 피어났다. 넝쿨장미로 은은한 향기를 날리고 어서 오라고 웃고 있었다. 너무 그리우면 보름달이 되어 그대 창가를 환하게 비추고 마른 나뭇가지로 그림자를 드리우면 같이 부르던 노래를 콧노래 하는 화장하는 당신을 보았지. 참기 힘든 그리움에 시를 쓰는 날은 그대는 내 마음에 하얀 천사가 되어 눈으로 내렸지요. 흰 눈이 내리는 날은 당신이 오시는 날입니다. 오늘도 눈을 보고 창밖의 한길 건너 신호등을 보고만 있습니다.

  

천왕정/무정 정정민 연차로 하루 쉬며 밀린 몇 가지 일을 처리했다 우선 고지혈증으로 의심되니 내과 진료를 받으라는 지난 4월 병원의 권고를 이제야 수납했다. 약 처방을 받았다. 또 혈압도 다소 높으니 지속적 관심을 가지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고 나왔다 혈압이야 오르락내리락하였는데 130전 후 심신의 안정을 취한 후 다시 검진하니까 120이 나왔다 결국 지혈증 약만 한 달분을 팔천 원 주고 샀다. 이제 또 한가지 처리할 일은 이발하는 것 집 근처에 이용학원이 있어 갔다 커트는 무료였다. 벌써 세 번째 이용한 것이다 배우는 분들이 다소 서툰 솜씨로 하는 것이지만 무료니까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며 했다. 갈 때마다 사람이 바뀌니까 솜씨들이 차이가 있었지만, 마무리는 원장이 하므로 지나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가벼운 소감은 수강생에게 해주고 나온다 이전 가위와 이발기 수리를 했던 경험이 있고 이 나이까지 이발한 경험을 토대로 그분들에게 약이 되는 말을 해준다 좋아하는지 불안해하는지 다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번에는 라면 두 개를 이벤트 상품으로 주어서 그것도 득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 잠시 쉬는데 거센 눈이 내렸다 이런 날 천왕정에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 사는 오리도 궁금했다 아무도 다니지 않은 흰 눈 쌓인 길을 걸었다 추위가 다소 불편했지만 아무도 발자국 남기지 않은 길을 걸으며 익숙한 길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무척 좋았다 오리도 천왕정도 교회도 모두 아름다웠다. 빈 의자위에 눈도 천왕산 상수리나무에 앉은 눈도 잣나무 가지에 갈대꽃 위에 있는 눈 정자와 까치집 모두가 얼마나 한가한 12월의 설경인가 혼자서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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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사
  

풍경 소리 시 사진/무정 정정민 고요한 내 마음에 그리움이 일렁일 때마다 아련하게 들리는 소리 산굽이 돌아 흘러내리는 청강한 물소리 인가하면 잠 못 이루는 아기 새의 잠투정 같기도 하여 두 귀를 바짝 새우면 끊긴 듯 잠긴 듯 먼 듯 가까운 듯 밤새워 들리는 소리 잠 못 드는 그리움이었어.

  

자존심 시/해조 이숙인 사진/무정 정정민 절간 마당 누각이란 감옥에 묶여 자유의지란 애초에 썩어 문드러졌소 그런데 어찌하오 평생을 두드려 맞고 살았어도 꼿꼿했던 어떤 놈 넋이 씌웠는지 대가리 처박는 바람이 세차면 세찰수록 비틀리는 사지 바로 일으켜 악문 이 사이로 밀어내는 소리는 맑고 고운 소리로 산야의 초목에 들려주고 싶었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오 당신네가 보기엔 순종이라 웃겠지만 하찮게 보는 속내는 피 튀기며 울부짖는 악다구니요 절대 동화되지 않겠노라 사지 잘린놈의 투쟁이요

  

내마음의 풍경 소리 시/세이하니 한휘준 사진/무정 정정민 내마음에 그대를 위해 에머랄드빛 투명한 풍경하나 걸어두고싶다 그대 투명한 물빛 그리움으로 파도가 부서지듯 다가서도 빛나는 울음 울어 줄 수 있도록 내 마음에 그대를 위해 흑진주같이 까아만 풍경하나 걸어두고 싶다 깊은밤 꿈결에 살그머니 다가서 그대 아련한 체취 머리맡에 남겨 둘때 부서지는 달빛에도 향기로운 사랑의 울음 울 수 있도록 내마음에 그대를 위해 향기로운 울음 번져나는 풍경하나 걸어두고싶다

 

용주사/옮긴 글 본래 용주사는 신라 문성왕 16년(854년)에 창건된 갈양사로써 청정하고 이름 높은 도량이었으나 병자호란 때 소실된후 폐사되었다가 조선시대 제22대 임금인 정조(正祖)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으로 옮기면서 절을 다시 일으켜 원찰로 삼았습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부왕에 의해 뒤주에 갇힌 채 8일만에 숨을 거둔 사도세자의 영혼이 구천을 맴도는 것 같아 괴로워 하던 정조는 보경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설법을 듣게되고 이에 크게 감동, 부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세울 것을 결심하면서 경기도 양주 배봉산에 있던 부친의 묘를 천하제일의 복지(福地)라 하는 이곳 화산으로 옮겨와 현릉원(뒤에 융릉으로 승격)이라 하고, 보경스님을 팔도도화주로 삼아 이곳에 절을 지어 현릉원의 능사(陵寺)로서 비명에 숨진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호하고 그의 명복을 빌게 하였습니다. 불교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억압을 당하고 있던 당시에 국가적 관심을 기울여 세웠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낙성식날 저녁에 정조가 꿈을 꾸었는데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 하여 절 이름을 용주사라 불렀고 그리하여 용주사는 효심의 본찰로서 불심과 효심이 한데 어우러지게 되었습니다. 전국 5규정소(糾正所:승려의 생활을 감독하는 곳) 중의 하나가 되어 승풍을 규정했으며, 팔로도승원(八路都僧院)을 두어 전국의 사찰을 통제했습니다. 또한 일찍이 31본산의 하나였으며 현재는 수원, 용인, 안양 등 경기도 남부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80여개의 말사, 암자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현재 절의 신도는 약 7천여 세대에 달하며 정기, 비정기적으로 많은 법회가 이루어지고 또 법회를 통해 교화활동을 행하고 있습니다. 용주사는 이와 같은 수행자들이 모여 면벽참선하면서 진리를 찾고 한편으로는 다양한 대중포교 활동을 통해 부처님의 지혜를 전하며, 또한 정조의 뜻을 받들어 효행교육원을 설립, 운영을 통해 불자교육을 서원으로 일반인도 누구든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효행교육으로 불교신행관과 인성교육을 사회로 회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용주사/무정 정정민 융·건릉에서 가까운 사찰 사진을 볼 때마다 용주사와 왕릉은 같이 올라올 때가 많았다. 왕릉에 벌써 세 번째 갔지만 용주사가 어디에 있는지 규모나 모양을 알지 못해 궁금했었다. 이번 기회에 구경한 번 나섰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효행관도 있어 둘러보고 주변을 구석구석 잘 둘러보았다.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며 절을 세우고 다하지 못한 효를 안타까워한 정조를 생각하며 늘 아파 계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했다. 내게 유난히 잘해 주신 아버지는 자식인 내가 다리를 다쳐 고생할 때 가슴으로 우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 번은 화를 내시며 내가 딛고 다니던 지팡을 발로 밟아 동강을 내시며 앞으로는 절대로 지팡이를 딛지 말라고 하셨다 인자하신 아버지의 성난 얼굴 지금도 그대로 생각난다. 이제는 돌아가셨던 당시의 아버지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고 또 그때의 내 나이보다 더 큰 자식을 둔 지금 내 아버지를 생각하고 내 자식을 생각했었다. 정조 왕의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뒤주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어린 이산은 얼마나 눈물로 보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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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건릉 
 

향나무 시 사진/무정 정정민 아직도 남아 있는 겨울 바람끝이 예리하여 나무는 감히 잎을 피우지 못한다 지난가을 다 벗지 못한 묵직한 옷 한 벌로 모진 풍파를 다 견디었는지 등에는 수많은 상처가 거북 등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다가가 가만히 만져보니 가슴이 찌르르 전율한다 나도 이 나무처럼 살았을까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많으니 헌데, 이 나무 같은 향기가 없다.

융.건릉/무정 정정민 왕릉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참배를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숲이 좋아간다. 왕릉은 소나무 숲이 좋다 적송이나 곰솔이 무척 장대하게 크고 보기도 좋을 뿐만 아니라 산책하기도 좋다 많은 사람이 공원처럼 생각하며 찾는 이유가 나 같은 이유도 있으려니 생각한다. 소나무 숲은 어느 숲보다 피톤치드가 많은 것으로 들었다. 그것만이 아니고 친근감이 생기는 나무 늘 정겨운 마음이 들기도 하여 찾는다. 많은 왕릉 가운데 가장 많이 갔던 곳은 서오릉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헌인릉 서오릉은 숲이 대단하다 능이 많아 그 면적도 무척 컸다. 헌인릉에서 본 것은 맨땅에 누워 책을 읽는 부부를 보았기 때문이다. 흙과 가까이 있다는 것과 소나무 숲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정말 보기 좋았다. 융·건릉도 다른 능처럼 소나무 숲이 좋다 이런 겨울에도 푸른 소나무와 만나기 좋은 곳이다. 이번에도 소나무 숲을 보았지만 입구에서 향나무를 보았다. 백여 년 된 세 그루 역시 반가운 나무 고향 마을 부잣집 담 너머로 보았던 몸이 뒤틀린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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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식당
 

밥 한 상 詩 사진 무정 정정민 어느 천사가 그려 놓은 그림일까 정갈하여 눈길 돌리지 못한다. 이모저모 살피느라 굴뚝 같은 식욕마저 잠재운다. 어머니가 차려 주시던 정이 담뿍 들어 있던 밥 한 상 수십 년 먹으며 감사를 몰랐는데 돌아가신 수십 년 이제야 그 정을 생각하는 어리석은 인생 아내가 차려주는 한 상에서 세상의 온갖 즐거움 생기더니 어언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내 머리도 억새꽃이 된 지금도 간장 한 종지 된장 한 점 김치 한 젓가락이 아름답다. 배를 채우는 식탁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 깃든 음식 예술이 차려진 곳에서 정과 미와 향에 취한다.

 

소문난 식당 사진 글 茂正 鄭政敏 소문난 식당은 달라도 무언가 다르다 사람을 끌 만한 무언가 있기 마련이다 화성에 소문난 식당이 있다 하여 가보기로 했다 값도 저렴하고 먹음직한 음식 더구나 한식이면 더욱 구미가 당긴다. 20종류가 넘는 반찬과 윤기 흐르는 쌀밥 단돈 만원이면 된다니 이 얼마나 궁금한가 집에서 화성은 가깝지 않았지만 제법 많이 다녔던 곳이라 가보기로 했다 더구나 안양에 볼일이 생겼기 때문에 안양에서 일을 보고 간다면 집에서보다 거리가 많이 단축된 결과가 되어 더욱 가보고 싶어졌다. 도착해보니 이미 다녀왔던 곳이었다 다르다면 식당 이름이 바뀌었고 내부 인테리어도 대폭 바뀌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 메뉴도 바뀌었다. 널따란 방안에 안내된 우리는 오래된 생활도구로 장식된 구들방에서 나무로 된 대기표를 갖고 기다렸다. 곧 직원이 다가와 작은 쟁반에 물주전자와 컵 물수건을 대령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밥상을 두 사람이 들고 등장했다.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었다. 유기로 된 밥그릇과 숟가락도 정겨웠다. 어린 날 고향에서 사용하던 것이었으니까 된장국은 뚝배에 담겨 있었는데 아래에 작은 촟불을 켜놓아 밥을 다 먹도록 식지 않도록 했다. 세심한 배려와 정성스러운 상차림 모두가 감동을 주었다. 눈으로 식사했다면 더없이 좋았을 밥상 된장국이며 반찬은 내 입에 맞지 않았다. 기대와 반비례하는 실망 멋진 인테리어와 다양한 반찬 정말 눈요기는 잘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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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강

눈이 내리면 좋겠다 시/무정 정 정민 눈이 내리면 좋겠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면 좋겠다. 그리움 같은 눈을 흠뻑 맞으면 내 마음은 흰 비둘기 되어 하늘을 날아갈 테니까. 소복하게 눈 쌓인 들길을 연분홍 사랑을 가슴에 가득 담고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다. 발자국 숫자를 세다 보면 어느 사이 산모퉁이 작은 집 나를 기다리며 아궁이에 불을 지필 소박한 사람을 만나 따끈하게 구워놓은 고구마를 먹고 싶다. 아늑한 하늘 아래 작은 초가집 마당과 지붕과 감나무와 장독대 눈이 내려 내려서 쌓이면 무릎까지 닿는 눈길을 다시 걸어서 내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여전히 내리는 눈은 하늘 멀리까지 바람 따라 휘날리고 하늘을 날아올라 비행하는 비둘기 같은 나는 고요한 겨울잠을 전설 같은 꿈을 꾸며 자리라. 이제 머리에도 눈빛에도 눈이 내린 내 나이 지천명 여전히 아름다운 겨울동화를 꿈꾸며 산다. 그 옛날이 그리운 나에게 논둑길 산길 같이 갔던 사람이 그립다. 소박한 초가집의 고구마 주던 그가 그립다. 매캐한 굴뚝연기가 그립다. 얼룩지고 그을려 희미해진 정과 사랑 같이 기억해 보고 싶다. 만나서 신나는 그 옛날을 이야기하고 싶다.

  

눈 내리는 강/무정 정정민 20대 중반에 송정리란 곳에서 겨울을 보낸 적이 있다. 강 이름이 황룡강 건설부 산하의 말단 공무원으로 한겨울을 보냈는데 한없이 내리던 눈을 창호지 문을 통하여 봐라 본적이 있다. 이 겨울 강에 대한 추억이 특별하지 않지만 그래도 강이나 눈을 생각하면 그곳이 생각난다 겨울을 보내고 봄까지 살다 온 곳 지금은 대학이 들어서고 그곳 길이 아스팔트로 변하여 당시의 그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때는 시골 분위기가 물씬 났던 곳이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하염없이 내리던 눈 잠도 오지 않아 그 눈을 바라보며 나에게 그리운 사람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외딴집 울타리와 정원 그리고 차가 다니는 길과 강이 모두 하얗게 변했던 그때 그 순수했던 그리움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가슴 저미는 그리움이었다 해도 아름다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는 그때로 갈 수도 없고 그렇게 그리워 할만한 사람도 없지만 방안의 온도, 바람 소리, 가로등과 함박눈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각난다 눈이 내리는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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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3
  

눈 내리는 날 3 詩. 寫眞/茂正 鄭政敏 눈이 내린다. 구름산이 하얗다. 상수리 나뭇잎 진 가지가 하얗다. 아파트 높다란 굴뚝에도 찻길로 나가는 샛길도 화단의 피라칸사 붉은 열매에도 하얀 눈이 소복하다. 지난밤 잠들지 못하고 밤새워 뒤척이다 설 잠 든 새벽에 들린 까치 소리 행여 누가 올까 창가에 서보니 이렇게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는 날은 잠들지 못한다. 소리없이 없이 찾아오는 손님을 맞아야 하니까.

  

눈 내리는 날 3/무정 정정민 이제는 가을이 완전하게 갔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이 흐리면 눈이라도 올 것 같다 눈이 내린다면 어디선 만나자는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다. 아무 소식도 없으면 서운한 생각이 든다 지나간 아름다운 사연을 추억하며 집 근처를 걸어보게 되기도 한다 걸으면서도 연신 차가 들어오는 길목을 보기도 하는 걸 보면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기다림은 언제나 계속되는 것 같기도 하다 기다림이 무엇일까 그것은 희망이며 행복이기도 하다 기다림 없는 삶은 삭막하고 쓸쓸하다 기대 없는 삶이 얼마나 고독한가 나에게 막연하나마 기다림이 있어 다행이다 눈 오는 날은 그 기다림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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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香氣
  

coffee香氣 詩 寫眞/茂正 鄭政敏 한 잔의 coffee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그리움이 생긴다. 갈색 香氣로 다가서는 벅찬 感動 사랑하는 임만 같아 가슴 설렌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體溫 진한 키스처럼 달콤한 찻잔 온몸이 戰慄한다. 혼자 있는 늦은 밤에도 친구와 같이하는 cafe에서도 진한 coffee 한 잔은 내 마음의 노래 아무리 같이해도 질리지 않는 平生의 多精한 同伴者 내 그리움 음악/눈이 내리는데

  

따끈한 커피 같은 말/정정민 찬 바람이 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바람이 들어올 틈새가 없도록 차창의 문을 꼭꼭 닫아 놓고 투명 유리창으로 보이는 바람의 흔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다정한 얼굴 하나 떠올려 보았다. 초등학교 동창이다. 한두 사람이 아니련만 그 얼굴이 떠오른 것은 나에게 늘 다정하여 그런 것 같다. 다른 친구보다 유독 내 글을 사랑하여 주고 이 세상에서 너처럼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을 한다. 그래서 너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괜스레 나를 부러워 해준다. 그러면 철없는 나는 내가 정말 그런 사람으로 착각을 하고 만다. 그 친구다. 가끔은 우리 만나서 맛있는 식사를 해야 되지 않느냐고 자신의 바쁜 사업에 대한 모든 일을 일단 미루고 전화까지 꺼두고 무조건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어서 가자고 한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 인지 우리는 주섬주섬하고 술도 한 잔을 한다. 나야 하지 못하니 그 친구가 술을 먹고 나는 안주를 먹는다. 돌아오는 길은 운전을 내가 해야 한다. 그런데 만난 지가 오래되었다. 한 달이 지난 것 같으니 너무 오래된 것이다. 기온이 차가우니 건강하세요. 하는 문자를 보냈더니 "춥지? 감기 조심해!" 그 말이 왜 가슴을 뜨겁게 할까. 진정한 말이기 때문이다. 짧아도 따끈한 커피 같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참으로 좋은 친구가 내게 있음이 행복이다.

  

한 잔의 커피 같은 전화 글 정정민 새장 안에 새처럼 지내는 하루가 있다. 아무리 아우성처럼 가을의 소식이 들려도 아무 곳도 갈 수 없는 날이 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의 시간을 내서 막 얼굴을 붉히기 시작하는 벚나무 아래서 푸른 하늘을 보는데 아직 이른 나뭇잎이 푸르르 진다. 어쩌면 새가 자리를 옮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화벨이 울린다. 청명한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름 한 조각 같은 부드러운 음성이다. 아름다운 산에만 가면 내가 생각난다는 말이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해줄 사람이 너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같이 가본 산이 없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산을 같이 가 보고는 싶었다. 그녀도 나 같은 마음이 있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가을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처럼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한 통의 전화 " 나, 내장산에 있다. 네가 생각나."

  

한 잔의 커피향에 젖어 시 정정민 아름다운 여인이 보내준 향긋한 차 한 잔을 봄꽃이 가득한 동산에 음미한다. 너무 멀어 향이 전달 되지 않을 것을 염려하는 그 고운 마음이 이미 향이 되어 가슴을 전율같이 흐르는데 봄비는 소리내어 그 말이 맞다고 한다. 서로 생각하는 마음은 시공을 뛰어넘는 신비한 밀어 신선한 멜(전자메일)향이다.

  

커피 한 잔 시 정정민 식후에 마시는 커피한잔 아내와 마시는 차 한잔 세상의 시름과 세월을 마신다 주를져진 아내얼굴 세월의 짙은 향기 고운미소 내 사랑타서 마시니 따뜻함이 가슴을 적신다 창밖의 겨울이 오히려 다정함 같은 우리는 사랑하는 연인 어제마신 차가 오늘도 같지만 항상 새로운 시간을 마신다

  

커피향 같은 그리움 시/ 정정민 한 잔을 들고 그대를 생각합니다. 같이 할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합니다. 세상 어떤 이야기든지 그대와 나누는 것이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자판기 커피를 유난히 좋아하던 그대를 오늘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전을 자판기에 넣는 그대를 멀리서 지켜 보는 날 생각합니다. 그대는 아름다워서 주변이 모두 정겨워 보였지요. 두 잔을 빼서 들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서는 그대는 이 세상 어떤 사람보다도 행복한 표정이었지요. 그 표정에서 얼마나 기쁨이 넘쳤는지 그대는 모르지 시지요? 향긋한 차향이 넘치고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가 온 세상을 다 덮는 것 같아 차라리 눈을 감아 보기도 했습니다. 그대는 커피향 같은 그리움 내게 행복을 주는 아픔 같은 그리움입니다.

  

헤이즐럿 커피향 글 정정민 커피향을 느끼긴 하지만 특정 향을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무슨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의지보다는 아내가 타서준 커피를 그냥 마셨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피곤이 좀 가시면서 잠도 사라집니다. 물론 설탕 맛과 커피 특유의 쌉쌀한 맛도 좋아합니다. 입안이 개운한 느낌도 좋습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아침 식후에 당연히 마시는 것으로 인식이 되기 시작해서 어쩌다 잊어버린 날은 뭔가를 빼먹은 것만 같은 아쉬움이 생깁니다. 잘 생각을 하면 커피를 마시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내 생활 속 깊숙이 습관화된 커피는 늘 아내와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제는 커피향이 좀 달라서 무슨 커피냐고 물었더니 헤이즐럿 커피라는 거네요. 평소에 마시던 것보다 좀 비싸다고 하는군요. 값이 맛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이 헤이즐럿을 말해도 몰라서 콧등으로만 들었는데 향이 많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마시던 것과 다르다는 것뿐 특별한 구미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에 반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그런데 아내가 오늘은 일찍 출타했습니다. 자신이 하는 사업설명회를 들으러 간다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커피를 마시고 나갔습니다. 아들과 늦도록 누워있는 자리에는 아내가 남긴 헤이즐럿 향만 맴돌고 있었습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니 당연히 커피가 생각나고 아내의 손때묻은 싱크대에서 찾아낸 것이 아내가 마시고 간 헤이즐럿 커피였습니다. 찻물을 올리고 기다려서 타본 헤이즐럿은 혼자서 마시니 향이야 그대로 갰지만 비어있는 앞자리가 허전하기만 합니다. 같은 차라도 누구와 마시는가는 기분이 다릅니다. 아내와 늘 습관처럼 마신 차가 너무나 평범해서 당연한 것으로 알았는데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느낍니다 내일 아침이면 또 그제처럼 아내와 같이 조반 후에 커피를 마실 것이고 당연한 행복에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게 되겠지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마시는 헤이즐럿 커피 새로운 메뉴의 커피향에 즐거운 인생을 살아 보렵니다

 

coffee香氣-2 詩 사진 茂正 鄭政敏 한 번의 만남으로 천 번을 만난 것 같아 그 익숙함이 오늘을 기억하게 한다. 한산한 길모퉁이 찻집 화려한 장식도 없고 고급 가구도 없다. 음악도 없다. 작은 홀 안에 진한 커피 향이 넘친다. 그 향기 때문일까 온통 갈색뿐이다. 조명도 절반은 창 밖에서 조달되는 어느 겨울날의 오후 내가 그곳에 있었다. 라떼 한 잔을 위하여.

 

길모퉁이 작은 찻집/정정민 광명 철산동 한산한 길모퉁이에 커피만을 파는 작은 찻집이 있었다. 길을 가다 잠시 쉬고 싶어 들어갔다. 피곤한 것도 아니고 누굴 만나고 싶어 간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커피가 먹고 싶어 간 것도 아니다. 찻집을 좋아하여 간 것은 더구나 아니다. 길을 가다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와 내 발길을 끌어들인 것도 아니다. 진한 커피 향기가 나를 부른 것도 아니었다. 다만, 쉴 공간이 있고 차가 있어 잠시 쉬어 가려고 들린 것이다. 수많은 메뉴가 보였다 별로 아는 커피도 없어 값싼 커피 한 잔을 달랬더니 라떼를 주었다. 향이 참 진했다 약간 쌉쌀하게 다가서는 맛 뒤에 라떼의 부드러운 느낌이 더 좋았다. 어떤 여인의 입술 같다고 생각했다. 예정에 없었지만 어느 날 이렇게 만나게 된 찻집 특별한 것도 없었는데 분명하게 기억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 오늘도 생겼다.

  

커피향 그대여 글 정정민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서 따끈한 커피 한 잔을 한다. 조금 뜨거운 커피잔을 입술에 대는 순간 커피를 무척 좋아 하는 사람이 생각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지만 유독 그 사람이 생각이 나는 것은 커피를 너무 행복하게 마시기 때문이다. 특별히 자판기 커피를 좋아하는 그는 커피를 한 잔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두 잔을 마시는 것도 봤다. 어떻게 마시는 것이 행복하게 마시는 것인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자판기 앞에 가면 우선 표정이 밝아 진다. 커피는 여러 곳에서 마실 수가 있지만 맛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 생각인데 아주 작고 미묘한 차이를 알아내는 능력이 우선 부럽다. 정말 자판기 커피도 자판기마다 맛이 다른지 알 길이 없다. 그는 어디에 자판기 커피맛이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기 때문에 무딘 내가 생각을 해 볼 때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뜨거운 커피도 좋아하지 않는다. 뜨거운 커피를 식혀서 단숨에 마시기도 하니 커피 마시는 폼으로는 아주 형편이 없다. 그런데 그는 커피를 좀 유별나게 마신다. 우선 자판기 커피를 잡는 모습부터가 다르다. 두 손으로 아주 감싸듯이 잡고 마신다. 아주 소중하고 귀한 것을 마시듯이 소중하게 모신다는 점이 나와는 아주 다르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난 식기를 기다려 단숨에 마시는 것에 비하여 그는 아주 조금씩 마신다. 조금씩 마실 뿐만 아니라 아주 천천히 마신다. 먹기는 먹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먹는지 알 길이 없을 정도로 마신다. 조금씩 마시면서 혀끝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노라면 존경심까지 생긴다. 어떻게 하면 커피를 신처럼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지경이다. 만약 내가 보지 않는다면 혀끝으로 조금씩 음미를 하다가 아까워서 먹지 못하고 다 식힐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가장 작은 단위로 마시고 어떻게 하면 가장 오래 마실지를 연구하는 학자 같다. 대단한 미각탐구자 같고 천천히 마시기의 챔피언 같다. 과연 자판기 커피는 장소에 따라서 맛이 다를까? 단지 기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고 맛이 다를지? 내가 아는 상식을 동원하여 본다. 사람이 빈번한 곳은 물의 온도가 다를 수 있어서 맛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또 자판기마다 커피 물의 온도 설정을 달리할지도 모르니 맛이 다를 수 있다고 추측을 해 보기도 한다. 또 하나 다른 것은 자판기 속에 들어가는 커피의 제조회사에 따라서 맛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커피 물로 사용하는 물의 맛도 커피맛을 좌우할 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자신이 경험한 자판기 커피가 맛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예측이 된다. 미각을 느끼는 혀끝이 잘 발달된 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람은 같은 음식이라도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서 맛을 달리 느낄 수가 있고 또 커피를 마시는 시간대에 따라서 맛을 달리 느낄 수가 있으니 어떤 장소의 자판기 커피가 맛이 있다는 말은 결국 맞는 말로 인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아침에 입술로 전해지는 커피잔의 온도와 향긋한 차향에서 소중하게 두 손으로 종이컵을 감싸 안듯이 잡고 커피를 즐기는 한 사람을 생각한다. 작게 홀짝거리는 입 모습이 생각난다. 한 모금을 작게 마시고도 황홀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생각난다. 한 모금 한 모금이 모두다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혀끝을 적시고 목으로 들어가는 따뜻한 커피에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행복을 나도 느끼면서 문득 그와 같이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행복한 향기. 커피향 그대여!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지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한 모금을 마시고 나를 바라보는 그 고운 눈빛을 보고 싶다. 차가운 날씨가 더욱 그 모습을 그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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