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설경

풍경소리 시. 사진/茂正 鄭政敏 고요한 내 마음에 그리움이 일렁일 때마다 아련하게 들리는 소리 산굽이 돌아 흘러내리는 청강한 물소리 인가하면 잠 못 이루는 아기 새의 잠투정 같기도 하여 두 귀를 바짝 새우면 끊긴 듯 잠긴 듯 먼 듯 가까운 듯 밤새워 들리는 소리 잠 못 드는 그리움이었어.

  

내 누님 남홍 스님/무정 정정민 내 누님 남홍스님, 꽃 같은 스무 살에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셨다. 회색 승의를 입고 빛이 나는 머리를 우로 약간 비스듬히 하고 걷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내 이름을 부르기보다는 늘 "정 선생!'하고 부르셨던 누님은, 속세의 인연을 끊기 위해 동생을 동생이라 부르지 않았다. 내 이름이 있건만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동생까지도 높이는 누님의 철저한 사랑 앞에 오늘은 목을 놓아 울고 싶다. 누님이 이승을 떠난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내가 성장한 뒤에는 누님이라 부르지 못했다. 누님을 늘 남홍스님이라 불렀다. 세상의 이름은 이미 버렸으니,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셨다. 사랑이 많아서, 앞에서 엄격하고 뒤돌아서서 우시는 누님을 생각하니, 지금 같은 가을이 정말 서럽다. 167cm의 늘씬한 키와 가냘픈 몸매, 그리고 약간 긴듯한 얼굴이 얼마나 미인이셨는지 모른다. 내가 어렸을 적에 나를 본 사람들은, 나를 만져보고 가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귀엽고 아름다운 아이였다고 한다. 내가 그 누님과 너무나 닮았으니, 얼마나 미인인가 하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많은 청년들이 누나 만나기를 소원하여, 어린 나는 과자도 참 많이 얻어먹을 수 있었다. 나이 차가 10년이 조금 못되니, 그럴 만했다. 그런 누님이, 어느 날,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버린 것이다. 갑자기 이 속세가 싫어서 그런것 같지는 않았다. 사랑의 실연으로 아파서 그랬던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병이 있어서 부모와 형제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결행을 하신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20대 꽃다운 나이에 얼마나 비탄에 잠겼을까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내 두 딸도 그 나이를 넘어섰으니 이해가 조금 간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흘렀다. 비구니 생활에 익숙한 세월이 되기도 했지만 병은 호전되지 않아서 더욱 몸이 약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내 나이 28세 되던 해였다. 전기에 관한 책을 내고 병이 생겨버렸다. 직장에 나가면서, 밤에는 학원강의를 나갔고, 새벽에는 어학원에 다니면서 한참, 많은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시간의 분주함은, 지나치게 긴장하게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건강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병이 생겨버린 것이다. 병원에 갔을 때는 요양을 요하는 심한 병이, 폐를 깊숙이 침투한 뒤였다. 정말 바쁘고 분주한 나이에, 가장 힘찬 도약을 하고 있는 나이에,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모른다. 죽음 보다 더한 절망이었다. 육신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그것을 할 수가 없었다. 이때 생각나는 분이 누님이셨다. 남홍스님이라 부르던 내 누님이었다. 자신도 아파서 스스로 몸도 잘 이기지 못하던 누님은 나에게 한 달 동안 주사를 놓았다. 엉덩이가 주사자국으로 굳어져 아파하면, 눈물을 흘리면서, 따뜻한 수건을 가져다주셨다. 본인도 누군가의 수발을 받아야 하는 아픈 몸인데도, 남들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처지임에도, 가여운 동생을 위해, 눈물을 흘리면서 동생을 돌봤다. 그렇게 하기를 6개월을 하고 나니, 나는 많이 호전이 되었지만, 누님은 더욱 많이 지쳤다. "이제는 더 이상 내가 너를 돌 볼 수 없으니, 네 건강은 네가 알아서 챙겨라!" 하시고는 뒤돌아서서 우셨다. 내가 앓았던 병이 결핵이었으니, 당시의 속설로는 잘 먹어야 산다고 했다. 그래서 고기를 먹어야 하고, 심지어는 사탕(뱀탕)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희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어렵다거나, 준비하는 것이 어렵다기보다는 내가 요양을 하는 곳에서 먹기가 어려웠다. 살생을 금하고 육식을 금하는 사찰에서 그런 음식을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음식을 먹었다. 사찰의 규율도 엄격하고 지켜야할 도리도 있었지만 동생을 사랑하는 누님의 사랑은 수십 년을 속세와 담을 쌓고 살아오신 엄격한 규율도 지키지 못하게 하고 말았나 보다. 지금 나는 그 누님을 생각한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그처럼 사랑한 누님을 생각하면서 울고 있다.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나무에 매달린 잎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떨어뜨리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는지, 찬 바람과 함께 천상에서 떨어지는 비는, 나무를 모두 두들겨 패는 듯하다. 그 비는 나뭇잎을 두들기는 것만 아니다. 가을에 쓸쓸하여 외로운 내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하고, 가슴 까지 두들기고 있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눈물이다. 연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큰 사랑을 받았으니, 그 사랑을 갚지 못한 자의 눈물은 당연하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유난히 몸이 아팠던 과거를 되살리면서, 이제는 추억만 남아 버린 내 누님 남홍스님의 얼굴을 그리워한다. 내 그리움은 눈물이 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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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미토스 
  

눈 내리는 날 4 詩 寫眞/茂正 鄭政敏 관악산 기슭에 흰 눈이 내리면 내리는 눈처럼 내 마음 진정하지 못한다. 신림동 고시촌 카페 미토스 서툰 솜씨로 원두커피를 내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다가와 커피 잔을 놓고 가던 여인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 진한 차향 창밖으로 보이는 관악산 내 창에서도 그 산이 보인다. 내 마음에 그 찻집이 보인다.

  

coffee香氣 詩 寫眞/茂正 鄭政敏 한 잔의 coffee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그리움이 생긴다. 갈색 香氣로 다가서는 벅찬 感動 사랑하는 임만 같아 가슴 설렌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體溫 진한 키스처럼 달콤한 찻잔 온몸이 戰慄한다. 혼자 있는 늦은 밤에도 친구와 같이하는 cafe에서도 진한 coffee 한 잔은 내 마음의 노래 아무리 같이해도 질리지 않는 平生의 多精한 同伴者 내 그리움

 

난로 가에 앉아 있으면 생각난다/정정민 창 밖의 기온이 몹시 낮으면 환하게 불을 밝힌 사무실이 유난히 따뜻해 보인다. 난로 불을 켜놓고 앉아 있으면 마음도 따라서 훈훈해 진다. 이런 날은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평범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인데 유난히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기억해 보면 난로 가에 같이 앉아 본 적이 없다. 조용한 카페에서 차를 같이 나눈 기억도 없다. 다정하게 여행을 다닌 기억도 없다. 그렇지만, 가장 외로운 시간에 가장 많이 그리웠던 친구. 그는 지금 무엇을 할지 너무 궁금하다. 10대 후반에 맨 처음 받아본 편지가 고작인데 그 편지에는 구구절절이 그립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쓰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같은 문자로 그토록 영롱한 이슬 같은 글을 가슴이 저려서 지탱하기 힘들도록 쓸 수가 있었는지. 읽고 또 읽어도 질리기는커녕 또 다시 읽게 하였다. 수십 번을 읽고 다 외워버린 글을 그래도 또 읽고 편지가 흐물거릴 정도로 읽었지만 그 편지는 너무 소중하여 가슴에 넣고 다녔다. 혼자만 읽기가 아까워 친구에게도 보여줬는데 얼굴도 모르는 내 친구의 글을 곁에서 읽던 친구도 황홀하여 거진 다 외워 버렸다. 그런데 그 친구가 결혼해 버렸다. 그 엄청난 그리움을 안고 어떻게 시집을 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마지막 만났던 날 천천히 돌아서서 가면서 다시 돌아보고 고개를 약간 숙인 모습으로 사라져 갔다. 그날은 눈도 많이 왔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내리는 눈은 서로 깨끗하게 갈라 놓았다. 그래서 그 편지는 갈가리 찢겨 졌다. 가슴에 패이도록 새긴 편짓글도 그렇게 찢겼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던 다정한 이름이 기억하기 싫은 이름이요. 듣기만 해도 기분 나쁜 이름이 되어 여러 경로를 통하여 들어올 때마다 아픔 같은 상처들이 가시가 되어 돋아나는 것 같았다. 세월이 흘러 30년 지나갔다. 아름답고 황홀한 시간을 생각하면서 긴 아름다움보다 짧은 이별의 순간을 더 많이 생각하는지. 스스로 의문을 재기했더니 다시 아름다워졌고 감사가 되었다. 다만, 편지를 주고받았던 사이가 무슨 원수지간처럼 되어서야 말도 안된다는 생각. 결혼을 약속한 사이도 아니고 결혼에 대한 선택이 꼭 나만 되어야 한다는 법칙도 없는데 나도 결혼했으면서 먼저 결혼한 것에 대하여 비난할 자격이 있기나 한 것처럼 굴었다. 잔주름 생기고 흰 머리칼이 생긴 뒤에 만나자는 말을 해왔었다. 그런데 나는 늘 거절해 왔다. 아무래도 미워했었나 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단둘이 만나게 되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늘 미안했다는 말이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오늘은 그 친구가 생각난다. 눈가에 어리던 이슬 같은 것이 생각난다. 나도 자꾸 미안해 지는 마음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난로 가에서 한 잔의 차를 나눌 수는 없을까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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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홍학 시 / 茂正정정민 쭉 뻗은 다리 날씬한 몸매 긴 목 커다란 날개 선녀가 하강한 모습일세 푸른 호수에 서있어 그 우아함이 꽃 중에 장미를 보는 듯하고 수중에 연꽃을 보는 것 같다. 아름다운 너에게 무슨 사연이 있어 긴 목으로 하늘을 보는가 고향을 그리는 것이더냐 카리브해로 날아간 임을 기다리는 것이더냐 단풍처럼 물든 너의 깃 곱기도 하여 내 가슴이 설렌다.

꿈꾸는 갈매기 시 사진 / 茂正정정민 바람이 불어온다 잔잔한 바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어느 도시에 사는 한 소녀로부터 바람에는 향기가 난다 8월의 눈 부신 태양으로 숙성된 포도향기 같기도 하고 새콤한 복숭아 같기도 하여 가슴 가득 그 바람을 담아보려 바람을 향하여 서 있다. 향기의 근원으로 가고 싶다 문명이 눈부신 도시가 아니라 맑은 물 흘러 내리던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았던 바다가 가까운 그 산 도시는 산이 되고 바다가 그 산과 연결되는 곳 아름다운 소녀가 사는 바람의 근원지를 향하여 먼 여행을 떠난다 눈을 감고 꿈을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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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송호수에서
  

왕송호수旺松湖水 3 (겨울 애상哀傷) 詩 寫眞/茂正 鄭政敏 꽁꽁 얼어버린 호수 찾아온 철새도 슬프다 잎 진 버드나무 사이로 하얀 눈이 내린다. 한여름 꽃향기 같았던 눈빛 고운 여자 이곳에 만나 새처럼 노래했다 호수 물결처럼 속삭였다. 물안개 자욱하던 유월 새벽 안개처럼 사라지고 말아 갈대꽃 피면 오려나 했다 붉은 노을이 지고 새하얀 달이 뜨면 소리 없는 안개처럼 오리라 했다. 속절없는 세월 그 가을 가고 또다시 갈대꽃도 졌다. 앙상한 나무 얼어버린 마음에 흰 눈이 내리는데 그녀는 여전히 침묵한다 꽃 지고 사라진 향기처럼 시간의 강은 흐르고 흘러 기다림이 고목처럼 퇴색하는 줄 알았는데 혼자 지우지 못한 멍 고목 속에서 더 선명하다.

  

겨울 호수에서 글 寫眞/茂正 鄭政敏 찬바람 불어도 그리움은 움츠려 들지 않는다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흰 눈이라도 내리면 금세 꽃처럼 피어난다 어느 사이 향기가 되어 나에게 그 근원을 찾아가게 한다 그곳은 호수였다. 만남이 있어 좋았던 곳 철새와 꽃향기와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달빛도 좋아 봄바람도 좋아 가만가만 호수를 거닐지 않았던가 그곳에서 그녀는 떠나갔다 올 때는 꽃향기로 갈 때는 안개로 그래서 잊히지 않는 곳이 되었다. 한겨울 앙상한 나목만 남아 있는 호수에 이르니 호수는 꽁꽁 얼었고 마땅히 자맥질 할 곳을 찾지 못한 철새가 귀퉁이 작은 물가에서 원망하듯 언 호수를 보고 있었다. 그 호수를 걸어보며 수많은 회상에 잠겼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며 또 살아갈 시간도 다시 이런 아름다운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젖었다. 누구나 인생길이 늘 꽃피는 봄이길 바라지만 어느 사이 그 시절은 가고 눈 내리는 겨울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꿈을 꾸는 것이 인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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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의 바다

닻 시 사진 / 茂正정정민 고요한 아침바다 밝은 해가 솟고 갈매기 한가하던 임진년 반세기도 훌쩍 더 지난 그때 나의 출항은 순조로웠다. 먹을 것 입을 것도 충분하고 잠자리도 편안하여 걱정근심 조금도 없었지만 태양이 정오를 알리기도 전에 어디선가 요란한 태풍이 불어와 흔들리는 배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부서지고 찢긴 상처투성이 배는 낯선 항구에 머물며 고장 난 곳을 고치고 찢긴 곳을 보수하여 다시 출항 반세기도 넘는 항해를 계속 이제는 너무 낡아 운항도 조심해야 한다. 어디에 닻을 내릴까 출항했던 곳은 사라진 포구 새로운 정착지를 찾으며 두리번거린다 내게 허락된 정박지는 어딘가 이제 고단한 뱃길을 쉬고 싶다. 단단한 닻을 영원히 내리고 싶다.

  

아침바다/무정 정정민 어느 해던가 10년도 훨씬 넘었던 날 새벽에 강화도에 간 적 있다. 새벽 바다를 보고 싶은 것이 이유였다. 많이 다니던 곳이었지만 그날따라 무척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혼자 가는 이른 시간이라 그랬던 것 같다 막상 가서 보니까 외로움이 더 커갔다 쓸쓸한 바다 아는 사람 없는 거리 혼자만의 여행이 그런 기분을 만들어 냈다. 그냥 돌아오기는 멋쩍어 선두리 횟집으로 갔다 대부분 문을 열지 않은 가게 중에 한 곳이 이른 장사를 시작하고 있어 숭어회를 주문했다. 당시 만 원어치를 시켰는데 혼자 먹지 못했다 결국 포장해서 집에까지 가지고 왔다. 꽤 오래된 일인데 그때 일이 생각난다 나이가 더 들어 혼자만의 여행이 또 생기면 그때도 외로움이 생길까에 대한 의문이다. 당시의 숭어회는 정말 맛이 좋았다. 펄에서 나는 숭어이기도 하지만 겨울 숭어가 맛이 좋기 때문이다. 문득 아침 바다를 생각하며 오래된 시연하나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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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5

눈 내리는 날 5 눈이 내려요 하얀 눈이 내려요 창 밖이 온통 하해요 그곳에도 눈이 내리나요 아름다운 눈을 같이 보고 싶어요 손을 잡고 하염없이 같이 걷고 싶어요 눈이 내리는 날은 내 마음에도 눈이 내려요 그리움 처럼 자꾸만 내려요 이 쌓이는 눈을 어찌하나요 커튼을 내려도 그치지 않네요. -詩 茂正 鄭政敏-

첫눈이 내리면/무정 정정민 첫사랑은 설렘이다. 10대 중반에 사랑하게 된 소녀가 있어 진정되지 않은 마음은 길을 걸어도 식사 중에도 책을 보던 중에도 평소의 마음이 분명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같이 걷고 싶고 같이 식사하고 싶고 같이 책을 읽고 싶었다. 당시의 그런 마음은 생활의 리듬이 깨져서 한편은 불편하기도 했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이것이 성장통과 같은 것이었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 미완의 몸이 아픈 것처럼 완성에 이르기 위한 작은 고통이었다. 이렇게 첫 사랑을 경험한 뒤에 첫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처럼 그녀와 곧 헤어지게 되었다. 그녀가 이사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곧 편지 하마던 그녀는 몇 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을 전해오지 않았다. 친구에게는 편지를 띄우면서도 나에게는 단 한 통의 소식도 전해오지 않아 얼마나 섭섭했던지. 하루를 천년처럼 기다린 보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없었다. 50년쯤이 지난 어느 날 그녀의 초청을 받아 그 집에 가게 되었다. 중3이던 딸과 같이 살던 그녀는 초로의 다소 늙어버린 여인으로 나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손수 극진하고 정성을 다해 준비한 저녁을 나 앞에 내놓아 마주앉아 먹을 수 있었다. 밥맛을 잘 알 수 없었다. 십대의 그 마음은 아니었지만 역시 편하고 포근하지 않았다. 떨림이었을까. 회한이었을까? 궁금했던 것이 무너지는 아쉬움이었을까? 연민의 정이 넘쳐서 그랬을까? 하지만, 몇 년이 지난 그 시간이 다시 분명하게 떠오른다. 첫사랑은 무엇일까 설렘이다. 한 해의 첫눈은 첫사랑 같은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도 늘 설렌다. 그런데 첫눈이 내리면 만나자던 사람이 있었다.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던 분이다. 재미있으라고 한 말이라 생각했는데 첫눈이 내리는 시간에 문자를 보내왔다. 약속 장소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문자를 받았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연인가 몸은 비록 늙어가도 늙지 않는 마음 하늘에서 수없이 떨어져 내리는 눈송이가 천사가 축복하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시야를 가리는 눈이 운전을 방해하여 힘들었어도 마음은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삶의 순간순간이 이처럼 이벤트 인 것을 낭만을 아는 마음은 언제나 청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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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아름다운 양수리에서

물안개 아름다운 양수리 길에서/茂正 鄭政敏 이른 봄, 아직 나무에 새순이 올라오지 않았던 3월이었다. 흐린 차창 너머로 강이 보이는 길을 따라 양평으로 가고 있었다. 주말이라 행락객이 많을 법도 한데 비가 오고 있어서인지 교통량이 많지 않아 평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강변길을 가는 것은 그 길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운치가 있고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뿌연 물안개가 강을 따라 연기처럼 올라오고 있어 그 가운데 있는 버드나무가 더욱 황홀한 모습으로 보였고 강은 먼 꿈속의 이니스프리 섬의 전경을 떠올리게 해서 몽환적인 환상에 쉽게 젖게 했다. 목적 없이 이 길을 지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양평에 찻집을 개업한 시인님의 개업 행사에 가는 길인데 동행하는 두 분이 또한 시인이었다. 한 분은 인사동 시인으로 한 휘준 시인님이었고 또 한 분은 영혼의 떨림 같은 목소리로 시를 더욱 시답게 낭송하시는 송 연주 시인 겸 낭송가였다. 강이 내려 보이는 길을 가게 될 때였다. 가까운 곳에서 갑자기 물새가 포르르 날아갔다. 물안개가 낀 강가에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고 그 사이를 새가 날자 선경이 이런 것이려니 생각되었다. 희미한 먼 산자락이 더욱 멋지게 보이는데 송 연주 낭송가님이 갑자기 시집 하나를 꺼내 펼쳐들고 낭송을 하겠다고 하셨다. 이런 선경에서 낭송을 하고 싶으신 것이었다. 라디오 볼륨을 줄이고 천천히 운전하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는 선경이 아까웠고 낭송하는 목소리를 더 세밀하게 듣고 싶어서였다. "몽돌해변에서/세이 하니/한 휘준 쉬지 않고 푸른 물빛 흔들어대는 그리움의 원천 다도해 돌고돌다 내 가슴에 파도치는 당신의 애절한 사랑이 더 큰 아픔으로 나를 때리며 바다의 시지프스가되어 밤낮 몽돌을 굴려 올립니다 안을 수록 다시 물결에 쓸려 멀어져 가는 안타까움 차르르 차르르 수없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끝없이 반복되는 아픈 사랑의 형별 바람의 언덕을 맴돌아 온 神話(신화)속 사랑이 울고 있다 너도 나도 가슴 한 켠 뭉그러져 몽돌되어 함께 흐느끼고 있다." 많은 낭송을 들었고 낭송회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낭송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운전하는 옆자리에서 육성으로 듣는 낭송 고요하게 흐르는 안개와 강물도 분위기을 더욱 고취시키고 작은 차 안이란 것이 음성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하여 숨 쉬는 소리까지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그래서일까 전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낭송을 들으면서 일어나는 이런 감동은 처음이었다. 흐느끼는 영혼의 목소리 같은 빼어난 송 연주 시인 겸 낭송가의 목소리가 그랬지만 비오는 날 강가를 지나면서 듣기에 딱 알맞은 수채화 같은 한 휘준 시인님의 시도 그랬다. 더구나 주변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안개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젖어 버렸는데 아름다운 목소리와 시는 너무 절묘하게 분위기에 맞아 나의 심금을 울리고 말았다. 삶에서 이렇게 감동받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 이런 경험을 자주 하고 싶다. 물안개란 말과 양수리 그리고 시낭송 이란 말만으로도 이날의 감동은 바로 살아난다. 언제나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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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詩 寫眞/茂正 鄭政敏 흐르지 않는 물이라도 물속에 살아야 하는 물고기의 삶이 행복하다. 파도를 만나지 않아도 돼 거친 폭력자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먹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유영하는 일만 하면 돼 잠을 자고 일어나면 작은 공간 구석구석 돌고 돌면 돼 물이 마를까 독극물이 들어올까 무서운 새가 날아들까 헌데 친구가 그립다 오래전 헤어진 친구를 만날 수 없다. 다 채우고 살 수 없나 봐 Claude Valade - Viens T'etendre Au Creux De Mes Bras

  

부천 식물원 18/무정 정정민 운동하고 싶긴 해도 춥다면 밖으로 나가기 싫다 체육관이나 수영장이 아니면 마땅히 운동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내가 찾는 곳은 식물원이다 실내 식물원을 천천히 걸어보면 식물로 하여 마음이 밝아지기도 하고 걷는 것이기도 하여 자연스럽게 산책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까운 부천 식물원으로 갔다. 식물원도 구경하고 수족관도 보고 곤충관도 보고 나니 한 시간가량이 지나갔다. 가벼운 산책과 같은 효과라고 생각하고 돌아왔다.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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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향기

국화 향기 / 무정 정정민 하늘이 높아야 바람이 맑아야 환하게 웃으며 피어나는 꽃 웃을 때마다 진한 향기를 온 천지에 날리는구나 벌도 도리 없어 향기 찾아 날아들어 행복한 입맞춤 하루가 간다. 내 마음에도 노란 국화꽃 피어 향기가 진동하나 날아드는 벌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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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향기/글 寫眞/茂正 鄭政敏 어느 해던가 찍은 국화 전시회 사진 인천 대공원의 국화 지금은 국화 전시회를 하지 않고 분재나 수석 등을 전시하여 아쉬움과 다양성에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이제 가을이 가고 있어 가는 계절을 조금이라도 잡아 보고 싶어 이렇게 사진을 정리해본다 누구나 이런 꽃 사진은 좋아한다 제철에 보는 꽃이 더없이 좋지만 철이 지나 보아도 절대 싫지 않다 꽃은 그만큼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것이 때문이다 You Raise Me Up - West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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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파리
  

마지막 이파리 시. 사진/茂正 鄭政敏 파르르 떨리는 이내 마음 이별이 두려워서입니다. 허공에 매달려 몸부림을 쳐보나 오히려 시간을 재촉하는 일 모두가 떠난 빈 뜰로 내가 간다 한들 아무도 서러워하지 않건만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아 찬바람에 대항하는 것일까 이제 가야 할 시간 마른 몸뚱이 하나 꺼칠한 눈빛 서럽기 한이 없지만 할 일을 다했으니 미련은 버리자 안녕.

낙엽落葉 詩 寫眞/茂正 鄭政敏 찬란한 날의 추억 바람에 나부끼며 하늘에서 빛나던 이파리 이제 땅위에 누워있어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무지개 꿈 어디에 있든 스스로 빛나는 것은 꿈을 가진자의 이상 버리어 진 것 같고 밟히는 것 같지만 자신을 보시로 내주어 또 다른 잎을 빛나게 한다.

  

가을 이야기 7 아쉬움/무정 정정민 길 위에 뒹구는 낙엽도 사라지고 있다 골짜기나 지대가 낮은 쪽으로 쏠려 나무는 앙상하고 거리는 차가워 더욱 쓸쓸한 계절이 되었다. 늦가을 비가 내리니 낙엽이 젖어 더욱 쓸쓸하다 아무래도 가을이 다 가버린 느낌이다. 첫눈이 내렸으니 겨울이라 해야 할까 오늘도 눈이 내릴지 모르니 아무래도 겨울 이야길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어젯밤은 문이 덩컬거려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어느 문이 열려 있는지 문틈으로 바람은 들오고 있지 않은지 혹 밤손님이 오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다 낭만도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언제였던가 문이 소리를 내면 창밖의 바람 소리가 심하면 누군가를 몹시 그리워했었다는 생각 그때는 그것이 쓸데없는 잡생각이라 생각했다 긴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그런 생각도 많이 줄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아버린 현명한 사람이 이 되었다는 것일까 아니다 천 년을 산들 만년을 산들 이 세상의 이치를 얼마나 알며 또 사랑이나 그리움을 얼마나 알겠는가 가슴 졸이며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참 아름답고 소중했다는 것만 확인하여 가는 것 같다 오늘 밤 창문이 흔들리거든 내 마음아 그리움으로 잠 못 드는 것이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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